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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sh on You 5
:숨겨진 매력은 다정함?!
"맛있네."
"이 오빠가 맛집은 섬렵하고 다니는 편이지."
오빠는 무슨. 그치만 재혁이가 데려온 레스토랑 음식은 맛있었다. 고기 소화가 잘 안되는 편인데 스테이크가 녹아 내릴만큼 맛이났다. 김도우PD가 맛있는 음식 맛있게 먹으라 했으니까. 그 핑계로 내 몸에 죄책감은 살짝 내려 놓기로 했다. 용식이와 재혁이 매니저 수환이도 입에 맞는지 접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
"잘먹는거 보니까. 남은 몸무게도 걱정 없겠다."
"놀리냐?"
"아니. 보기 좋다고. 그보단 김PD님은 왜 따로보자 한거야?"
"아, 그거. 음..원이 때문에!"
"음..원이 때문에?"
음..의 의미를 의심하는 이재혁. 아무튼 눈치는 빨라가지고.
"복잡한 문제로 원이가 필요하대서. 원이 캐스팅하고 싶은가봐."
"아~그래?"
"응~그래."
"그냥 넘어가주지."
그냥 넘어가주기는. 그것보단 AD님에게 번호를 전달한다고 했는데..생각해보니 번호를 모른다.
"용식아 이진희AD님 번호 알아?"
"예쁜 AD님이요? 네! 알죠! 누나 스케줄 조정하느라 통화 한 적 있어요."
"번호 줘봐."
음식에 집중하던 용식이는 예쁜 이진희 AD님을 언급하자 냉큼 내게 번호를 건넸다. 전화를 할까...아까 어두운 얼굴이 떠올랐다. 캐스팅이 꼬인거라 했으니 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배우 캐스팅은 AD의 능력을 보는 일이나 다름 없으니. 문자를 해야겠다. [저 주여니입니다. AD님. 주 원 번호 남겨요.] 간결하게 문자를 보냈다. 곧바로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감사합니다. 도우선배에게 지시받은 대로 주 원씨와 주여니씨 관계는 함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 관련해 문제 생기시면 PD님 보단 저한테 연락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왔는데..내가 드라마 문제로 PD님이랑 연락한 적이 있던가? 없다. 난 김도우PD님 번호도 모른다. 뒷 문장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좀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원래 AD랑 PD랑 선후배 관계니까. 남들한테 말할때도 선배라고 하나?"
"뭐?"
이재혁이 나처럼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고개를 들었다. 문자메세지가 잘못 된 건 아니지만..그냥 여자의 이상한 직감?
"아니 막 성 떼고 선배라고 하냐고."
"뭐래. 드라마 촬영장에서 그러는 거 봤어? 감독님 PD님 꼬박꼬박 붙여 부르잖아. 회식자리도 아니고."
"아니..AD님이 도우선배라고 왔는데. 내가 보기에도 이상해서."
그 쪽 분야는 아니지만 그들의 룰을 봤을 때 그들은 체계적인 지위관계를 가졌다. 그들끼리 있을 때야 전혀 알 수 없지만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큼은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김도우PD가 젊어서 그럴 수도 있나.
"김도우PD님이 어리잖아. 31살이랬나. AD님은 우리 또래같던데..친한가 보지 뭐."
"그치? 나 쓸데 없이 예민했네."
내 생각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재혁이에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합니다.] 라고 답장을 끝냈다. 뒷 말이 찜찜하지만, AD님도 PD님 처럼 섬세한 사람인가 보다.
"왜 예민한데. 나도 예민해 질 것 같아. 김PD랑 주여니 썸이라도 타?"
"...이게 어따대고 자꾸 주여니래. 누나라는 말은 어디 빼먹었어? 그리고 김PD랑 내가 뭘 타. 내가 감독님 뒷통수 두 번 친거 기억 잃어버린거 아니지?"
"그건 그렇고 칠칠 맞게 흘리고 먹지는 말지?"
맞은편 앉아있는 이재혁이 냅킨을 들고 몸을 반쯤 일으켰다. 훅 다가와 내 입을 쓱 닦아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너무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두 눈을 꿈벅거렸다. 내 모습이 웃긴지 이재혁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매너남 컨셉이야? 답지 않게."
"난 언제나 젠틀한 남자니까."
"몰랐던 사실이네."
"이제 부터 알도록 해."
늬예늬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
대본리딩 후 집에 틀어박혀 음식만 먹은지 4일 째. 이젠 배고프지 않아도 과자를 집어먹고 빵을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명 카우치 포테이토*처럼 소파에 누워서 영화를 보며. 영화가 끝이 나고. 검은 화면이 나오자 몸을 일으켰다. 소화가 도무지 안된다. 근데 내 손은 내 입으로 팝콘을 밀어넣고 있고. 우걱우걱 나는 씹고 있고. 생각을 비우면 좀 더 쉬워진다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코메디만 보고 있다. 멍- 하게 소파에 기대어 휴대폰을 들었다. 액정화면을 키니 '받지마'만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보내왔다. 받지마의 정체는 김지훈이었다. 정말 받지 않으려고 정해둔 이름이다. 술 한잔 먹자. 오늘 누구누구랑 술마시는데 나올래? 답장 좀 해라. 너 보고싶었다. 등등 별 시덥지 않은 수작질뿐이라 모두 무시하고 있다. 그럼 받지마를 빼고는, 문자도 카톡도 부재중 전화도. 푸흐흐.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그리곤 방금 전 깔깔깔 웃은 내 웃음소리가 무색하게 울적해졌다.
리딩 후 2일 째 되는날 회사에 갔더니 이 실장님이 나를 보고 놀랐다. 말그래도 워! 소리를 냈다. 그럴만도 한게 몸무게가 찌기 시작하니까 가속도가 붙는지 6kg이 쪘다. 지나가는 누가봐도 주여니가 살이 쪘다는게 티가 팍팍 나기 시작했다. 인터뷰 몇개가 있는데 이건 영화에 대한거니 영화 개봉일에 맞춰 하자며. 돌려까기를 시전했다. 물론 내가 삐딱하게 들었다. 지금 몸의 상태론 언론 인터뷰가 불가능하다 판단을 내린 이 실장님의 뜻을 궁예지만 97%는 정확했다.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나를 보며 드라마에 집중하라고..아하하하. 둘러댔다.
그 기억이 떠오르니 벌컥벌컥 탄산음료를 마셔야 할 것 같아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콜라를 꺼내려는데, 바로 옆 콜라처럼 캔으로 된 맥주가 있었다. 아마도 원이가 기억도 안나는 오래전에 사 왔을 것으로 추정됐다. 콜라를 잡은 손을 놓고 맥주로 손을 뻗었다. 같은 탄산인데 뭐. 치익-탁- 짜릿한 소리가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목을 따끔하게 만드는게 탄산과 다른 것이 없다. 음, 알콜맛이 살짝 나는 정도? 술은 와인만 혼자 즐기고 쫑파티 할 때나 맥주 몇 잔 마시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소주 한 잔 이면 얼굴이 불타오르는 몸을 가지고 있어 주변인들이 술을 먹지말라고 말리는 편이었다. 맥주 한 캔에 분명 온 몸이 빨개지겠지만 오늘은 말리는 사람도 없고! 난 우울하고!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종일 소파에서 포테이토칩스나 먹으며 뒹굴거린다는 뜻.
징-징-
벌컥벌컥 맥주CF에서 처럼 목을 뒤로 넘겨 마시고 있는데, 테이블에 올려 둔 휴대폰 진동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누군지 알 수 없어도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휴대폰을 들었다. 발신인은 우리집 웬수다.
"응."
'누나!!!'
"아 깜짝이야."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지는 통에 맥주캔을 놓쳤다. 다행히도 벌써 다 마셔준 탓에 빈 깡통소리가 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전화를 받지 않은 손으로 가슴에 손을 올리며 소파에 앉았다.
"죽고 싶어?"
'누나!!! 나 합격했어!!!'
"뭐?"
'누나가 내 번호 알려줬다며? 나 ' 우리의 봄 ' 한우리 동생 역할에 캐스팅 됐다! 누나 동생역할인데 웃기다. 뭔가. 드라마에서도 동생이라니.'
"그래?"
'뭐야 왜 심드렁한 목소리야? 안 기쁘냐?'
"너 하고 싶은건 모델이라더니. 연기도 하고 싶었어?"
'어..나 모델하면서 연기도 좀 배웠어. 그냥 두루두루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모델하려던 꿈은 그만두는거야?"
'아냐. 나 이번에 쇼도 설거야! 나는 중반부부터 투입된다해서. 근데 누나야..너 목소리가 왜 그러냐. 요즘 살찌운다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는다며.'
그게 가장 큰 문제인데.
"축하해. 끊어-"
'누나?!!'
나를 부르는 원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빨간 버튼을 눌러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소파로 툭 던졌다. 맥주 한 캔에 얼굴이 붉어지는게 느껴졌다. 근데, 기분은 아까보다 한결 나아졌다. 원이한테 괜히 틱틱 거려서 일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와인이나 먹을까. 와인이랑 치즈랑 먹으면 나름의 고칼로리라는 계산이 나왔다. 레드와인의 맛은 잘 모르는 초딩입맛이라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만 있었다. 선물받은 레드 와인이 몇개 있긴 하지만 그건 모험이니까. 익숙한 와인하나를 꺼내고 냉장고안 많은 음식들 사이를 뒤져 치즈를 찾았다. 예쁜게 먹기도 좋으니 예쁜 접시에 치즈를 올렸다. 혼자 술마시는거 청승 같나? 아니야. 청승이면 어때 누가 본다고!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한 병이 비워졌다. 얼굴은 계속 후끈거렸지만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와인은 달달하니 맛있어 자꾸만 들이켰다. 소파 밑에 앉아 TV를 친구삼아 마시다 보니 더 빠른 속도로 마셨다. TV에선 연예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는데 20대 여자들의 워너비로 1-10위까지 순위를 발표 중이었다. 몸매가 좋은 아이돌들 배우들이 거론 되고 3위.
'주여니씨가 3위네요. 주여니씨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처음 데뷔때는 통통했습니다. 하지만, 17살부터 지금까지 10년동안 완전한 바비인형 몸매를 뽐내고있죠.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신다고 전해지더라구요. 탑배우는 역시 몸매도 얼굴도 놓치지 말아야 하나봐요! 얼굴도 몸매도 예쁜 주여니씨 한결같은 모습 보기 좋습니다.'
2위는 여자 아이돌 센터가 나왔다. 1위는 요즘 한창 주가를 달리는 탑중의 탑 여배우. 나는 한결같은 이라는 리포터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술기운 때문이겠지만. 한결같은. 한결같은. 무심코 베란다 유리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유리창에 비친 나는 화면에 나온 모습과는 달랐다. 화면은 원래 모습보다 늘여 나오는데. 지금은 그 늘여나온 모습보다 도 더 내 얼굴은 빵빵했다. 20살 때의 젓살도 아니고 모두 살덩이. 드라마를 위해서 감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끊임없이 수없이 되뇌이고 있었는데. 술기운이 도니까 이유없는 서러움이 펑- 터지는 것 같다. 모두 내 결정인데도.
소파에 던져 놓은 휴대폰을 들었다. AD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드라마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으니까. 그런 단순한 생각에 알콜이 정신을 지배해 이미 통화버튼을 눌렀고 신호음이 간다. 몇 번 울리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소리가 났다.
"AD님! 저 주여니에여...문제 생기면 저나해도 댄다 해가꾸..."
'주여니씨?'
낮은 남자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라 귀에서 휴대폰을 떼고 액정을 보니 이진희AD님 이라고 내가 잘못 전화를 건것은 아니다. 왜냐면 난 문자도 했으니까. 그럼..이 남자는 AD님 남자친구?! 지금이...어..11시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런 실례를 하다니..휴대폰을 쥐지 않는 손으로 머리를 콩-콩- 때렸다.
"죄송합니다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장 울리는 전화. 모르는 번호가 찍혀있다.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 편인데, 괜히 받고 싶다. 평소 같았으면 거절버튼을 눌렀을텐데.
"여보세요오."
'주여니씨. 김도우입니다.'
"네? 김도우가 누구세여.."
' ' 우리의 봄 ' PD 김도우입니다.'
"아아~네에. 왜 전화하셨어요!!! 저 살찐거 확인하려고!!!?? 쪘어요! 쪘어! 완전 많이 쪘어요!"
'주여니씨 취했어요?'
"저 안 취해써여! 제가 술을 쫌 마시긴 했는데. 저 잘 안취해여. 정신력 하나 최고거든여. 제가."
'네, 근데 무슨일로 이진희AD한테 전화 한거에요. 문제가 생겼다는건 무슨 소리에요.'
"헉. 김도우PD님 이진희AD님이랑 사겨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옆에 매니저님 있어요?'
"용식이가 스케줄도 없는데 왜 우리집에 이시간까지 이써여? 저 되게 착한 배우라 스케줄 없을 땐 매니저 안 부려 먹어여."
그래서 혼자다. 물론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용식이는 4일 전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고 떠났다. 간간히 누나 잘계세여? 안부문자를 보내오긴 했다.
'그럼 집에서 혼자 술마신거에요?'
"네에. 그렇슴다!"
'혹시 살찐것 때문에 우울해요?'
"어..음..네니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주여니씨.'
"...네..아니오요오.."
'왜 네면서 아니요에요."
"그니까 살이 쪄서 우울한 건 맞는데...제가 방금 연예프로그램에서 뭘 받냐면여."
'네.'
"20대 여자들 워너비 순위를 봐써여! 제가 거기서 3위를 했거든여? 무려 3위!!! 운동선수로 따지면 동메달!!!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아무튼, 바비인형가튼 몸매!! 로 말이에여. 근데 그 리포터가 마지막에...막..한결같다고...한결같다고 했는데...나는 지금은 아닌데...씨이..당분간은 한결같지 않을건데."
내가 속상한 부분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나니 기분이 좀 더 나아졌다.
'그래서 술 마셨어요?'
"아니여...술 마시고 있었는데..그거보구..속상해서..."
'이진희AD한테 연락한거에요?'
"네에. 이진희AD님이 연락해도 된다 했는뎅..그래가꾸 했는데. 시간이 늦은줄 몰랐어여. 죄송합니다아."
'또 속상한 일은 없었어요?'
"..어..살이 막막 쪄요. 막쪄. 막. 이러다 굴러다니는거 아닌가. 뒹굴뒹굴."
'리딩때보다 많이 쪘어요?'
"어..잠시만여!"
이 실장님을 만나고 온 후로는 저울에 올라가지 않았다. 몸은 더 무거워 진 것 같은데. 말 나온 김에 올라가야겠다. 소파랑 베란다 사이에 틈에 숨겨 놓은 저울을 다시 꺼냈다. 0점을 맞추고 올라갔다. 몇 번 왔다갔다 한 숫자가 고정되고 2번 깜박였다. 53.3kg으로. 금새 2kg이쪘다. 정말 가속도가 붙은게 확실했다. 몸무게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주여니씨?'
"...네에."
'괜찮아요?'
"아니여어. 김원호 작가님 드라마 엄청엄청 하고 싶었는데..그래서 하게 된건데. 그럼 괜찮아야 하는건데....저 왜 안괜찮아여..."
'단기간에 쪄서 더 그럴 수 있어요. 주여니씨는 드라마를 위해 잘 해주고 있어요.'
"..."
'술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는거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면서 푸는게 더 좋아요. 주여니씨.'
"..말할 사람이 없어서요."
'그럼, 나한테 전화해요.'
"PD님한테 하면 안되는데.."
'돼요. 나한테 해요. 살찌라고 몰아 붙인건 나니까. 내가 들어줄게요. 다음엔 술마시지 말고 전화해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도 돼요.'
왜 이렇게 다정하지. 이 남자. 이런 캐릭터가 분명 아니었던 것 같은데. 첫 만남은...어, 성격을 알아 볼 시간이 없으니 건너 뛰고! 두 번째 만남은 나를 별로 마음에 안들어 했지만. 작가님과 내 의지에 못이겨 나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밥먹는 자리에서는 나를 막 당황시켜서 내 모습을 즐기는 것 같았고. 세 번째는 나를 독려 차원에서 순댓국을 사줬다. 아, 그랬다. 그걸 계기로 내가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다. 다섯 번째는 살쪄도 예쁘다고 입에 침바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말도 해주고. 오늘은! 막 내 이야기도 들어주고...나름 다정하긴 했나..?
'내일 일어나고 나면 오늘 한 행동들을 창피해 할 것 같긴 한데. 전화하라는 이야기는 진심이에요. 들어줄게요. 주여니씨 이야기.'
"..."
'그리고 그때도 말했지만.'
"..."
'지금도 예뻐요. 주여니씨. 진심으로.'
/
눈이 잘 안떠졌다. 부운 느낌과 살이 찐 느낌을 요즘 구분할 수 있는데 이건 부운거였다. 머리도 지끈거렸다. 술을 마신 기억은 분명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마신 적이 있었나. 일단 상체를 일으켜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댔다. 침대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도 잘 들어와 있다. 중요한걸 놓치고 있는것 같은 기분은 드는데. 목이 탔다.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오는 날에도 물 1L를 거뜬히 마시는데 와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물을 한잔도 안마셨던 것 같다. 손가락 끝까지 건조한게 느껴졌다.
물을 두 컵 연달아 마시고 붓기 빼는데에 좋은 지압으로 얼굴을 꾹꾹 눌렀다. 몇 번 하고 나니 눈이 좀 더 떠졌다. 여전히 쌍커풀이 부어있어 눈을 뜨는게 불편하지만. 내 눈 앞에 놓인 광경은 볼만 했다. 거실 소파 테이블 늘여놓은 과자 봉지 러그에 굴러다니는 맥주 캔. 테이블 위로 비워져 있는 와인 병과 와인 잔. 녹아 접시에 늘어진 치즈. 이 꼴을 두고 그냥 잤다니. 두통은 둘째치고 일단 소매를 걷어 거실로 걸어갔다.
접시랑 와인잔은 싱크대에 넣어두고. 과자봉지 캔은 분리수거 상장에 버리고 테이블을 닦고 그 김에 거실 청소를 했다. 러그 먼지를 털고 오랜만에 베란다 문을 열어 환기도 시켰다.
징-징-
어딘지 모르지만 휴대폰 전화가 울렸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소파 쿠션 아래에 놓여있다. 발신인은 용식이. 스케줄도 없는데 생사 확인하려 전화했나.
"응. 용식아."
'누나. 주 원이 재혁이형네 회사랑 계약하는거 알고 계세요?'
"응?"
'주 원이 재혁이형네 엔터랑 계약했데여. 이 실장님이 그 쪽 엔터 실장님한테 들은 이야기라는데, 이 실장님이 아쉽다고 하셔서여.'
"아니, 캐스팅 된 건 알았는데..그렇게 빨리 소속사를 찾을 줄은 몰랐어."
'어제 들은 이야기라 저녁에 전화드렸는데, 통화중이셔서..'
"어?"
어제 원이와 전화를 했던 기억은 있다. 괜히 원이에게 틱틱대고 일방적으로 끊었는데. 안그랬음 원이한테 직접 들을 이야기를 용식이를 통해 들었다.
'11시 넘어서 전화 드렸는데..안 주무실 것 같아서여. 근데 통화중이라고 하더라구여. 20분 뒤 전화 다시 했는데도 그렇고..그래서 아침에 전화 드렸어여.'
원이랑 전화를 끝내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이지희 AD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징- 전화중에 울리는 진동은 문자가 들어왔다는 소리였다. 용식이 전화를 한뼘통화로 누르고 휴대폰 화면 상단 바를 눌렀다. 기ㅁ도ㅇㅜP디ㄴㅣㅁ 외계어로 저장된 이름에게서 온 문자다. 이런 이름을 저장한 적이 없는데..
[일어났어요? 오늘도 우울한일 생기면 전화해요.]
...응?
"용식아 나 계속 통화중이었어?"
'네. 20분 뒤에 다시 했는데도 그랬어여..'
아. 기억 났다.
'다정하시네여...왜 다정하지..? 설마아-저한테 끼부리시는거에여?'
'풉. 같이 가야할 내 배우니까 다정하게 대하는걸로 하죠.'
'아아. 원래 다 그렇세여? 완전 까칠 대마왕이라는 소문은 헛소문인가...'
'그 소문은 어디서 들었는데요?'
'정보원은 비밀이예여! 쉿! 아..졸립다. 저 잘거에여. PD님.'
'그래요. 푹 자요.'
'네에..들어가세여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으악!!!!!!!!!!!!!!!!"
이번 편 가지고 오기까지 고민이 있었지만..조회수를 보면 분명 보고 있는 분이 있으시겠죠.
그러리라 믿으며 5편을 가지고 왔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
첫댓글 열심히 재밌게 보고 있어요~~~작가님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