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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얼마 전 인터넷신문에서 신경림 시인이
최근에 감동적으로 읽었다면서 추천하여 읽게 되었다.
0. 사회주의자들의 독립운동
대학교를 다니면서 학생운동에 한 번 몸 담근 적이 없다.
어디서 우리 나라 사회주의 흐름과 역사를 공부한 적 한 번 없다.
그런 내가 사회주의자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생각을 적는다는 것은
어쩌면 심각한 오류일 수도 있다.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단편적인 지식으로 일반화하거나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적으려고 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그런가? 하고 추측하는 바를 적는 것이다.
...
방법과 결과가 있다.
인류역사는 늘 결과를 중시하였다.
1945년 꿈에 그리던 광복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 광복에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공로를 치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광복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불살랐지만,
그래서 광복이 찾아왔지만,
숨어 지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사회주의자들이었다.
러시아 혁명 이후 세계 지식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던 사회주의.
일제의 지배 하에 있던 우리 나라에도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 사회주의는
그 이론의 정당성과 함께 조선 독립의 한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다.
더욱이 1919년 삼일운동과 1929년 광주학생운동 이후 잇단 국내 민족주의자들의 변절은
많은 양심있는 지식인들이 사회주의자로 돌아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제 시대 사회주주의자들은 사회주의운동은
항상 민족해방 즉 조선의 독립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회주의 사상과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자신의 삶을 버렸다.
하지만 광복 후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빨갱이'라는 딱지와 억압과 감시였다.
그들은 그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공로는 둘째 치고라도
일제시대 일본순사로부터 받은 감시가 대한민국 경찰의 감시로 변한 것 뿐이다.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면 다행이다.
그들은 간첩으로 몰려 수많은 사람들이 사상범으로 총살당하게 된다.
그것이 해방 후 남한에서 활동했던 사회주의자들의 현실이었다.
그토록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헌신했건만,
그 민족에 의해 총살을 당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원통했으랴.
군사정권이 끝난 90년대 중반이후에 들어서야
그들에 대한 공로를 찾아 인정하기 시작했는데,
세월은 생존자들을 마냥 붙들어 놓칠 않았다.
세월이 흘러 세계의 사회주의국가들이 줄줄이 몰락을 하고,
유일하게 남다시피한 북한은 늘 경제적인 어려움에 있다 보니..
사회주의 혁명은 100년도 안되어 실패작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
요즘에 들어서야
우리 나라도 그렇게 사회주의라는 사상 때문에
독립운동 및 국가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복권이 실시되고 있다.
아직도 북한과 대치중이다보니 많이 자유스럽지는 못하지만,
이 책에 나온 인물들도 많이 복권되었다는 최근의 뉴스를 접하니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국가와 민족보다 앞서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생명보다 앞서 있었다는 점이 한스럽기까지 하다.
자신이 믿는 사상 때문에 목숨을 희생한 많은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1. 지은이와 경성 트로이카의 인연
..
이 책의 지은이 안재성은 1980년대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여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이다.
그 이후 그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간간이 글을 쓰는 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인사동에 왔다가 우연히 한 조각가의 전시회를 가고,
그 조각가의 어머니가 일제시대 경성의 노동운동 조직인
'경성트로이카'의 일원이었던 이효정이란 분이고,
그 이효정이란 할머니가 아직 생존해 계셔서 만나게 되었고,
그 경성트로이카를 세상에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낯선 이름의 조직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1930년대 반도내에서 일본에 탄압을 받았던 남한의 사회주의자들.
해방이 되어서도 남북한 모두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던 남한의 사회주의자들.
그들의 시작은 순수했으며,
자기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총살과 빨갱이라는 낙인이었다.
2. 1930년대 일제치하의 경성의 사회주의자들
1930년대는 사회주의가 활성화하던 시기였다.
그런 세계적인 흐름은 한반도에도 피해가지 않았다.
일본에서 공부한 지식인들과
젊은 학생들을 위주로 사회주의 사상이 스며들고 있었다.
특히 1920년대 국내에 머물고 있는 민족주의자들의 변절은
양심있는 지식인들이 사회주의를 선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1929년 일어난 광주학생운동은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의 학생운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당시 동덕여고에 다니던 박진홍, 이순금, 이효정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다른 친구들과 경찰에 대해 시위를 하게 된다.
어린 학생들에게 경찰의 탄압은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운동에 열성적인 친구들도 있고 미온적인 친구들도 있었다.
이효정 또한 학생운동을 하면서 친한 친구와 절교하기도 한다.
그리고 경성트로이카의 대표적인 인물 이관술은
당시 동덕여고 역사선생님이었는데,
광주학생운동 이후 사회주의자가 된다.
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퇴학을 당한 후 본격적인 사회주의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경성을 비롯한 반도내에 사회주의 조직이 결성되지 못한 상태여서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이재유다.
일본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 감옥살이를 하던 이재유가 출옥하면서,
그 조직 결성을 힘을 받게 된다.
일제의 탄압에 의해 지하조직을 갖추게 되지만, 그들은 조직을 더욱 확장해간다.
그들의 주요활동은 국제 코민테른의 지시에 따라 공장에 취업을 하여
노동조직을 결성하여 노동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주의 조직이 바로 경성 트로이카이다.
한 명의 지도자가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삼두마차 트로이카처럼 여러 사람이 같이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의미에서
경성 트로이카라 이름을 지은 것이다.
..
경성 트로이카의 활동이 국외의 사회주의조직에서도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공산당 활동하고 있던 박헌영의 국제선이 경성 트로이카의 이재유와 접선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국제선의 지시는
이재유에게 내키지 않아 독자적인 길을 가기로 한다.
...
일본 경찰에게 도망을 다니는 사회주의들은 도망과 위장이 필수사항이다.
이재유도 탈옥하여 일본인 사회주의자 미야케 교수의 집에 토굴을 파서 살기도 하고,
이관술과 농촌에 숨어서 농사꾼으로 가장하여 살기도 한다.
그들이 일반 백성으로 가장하기 좋은 것은 위장부부이다.
이재유는 이순금과도 일주일가량 위장부부로 살고,
박진홍과도 위장부부로 살게 된다.
박진홍과 위장부부로 살다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데,
이로 인해 이순금, 박진홍, 이재유의 삼각관계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박진홍은 이재유의 아이를 감옥 안에서 낳았으나,
영양상태가 좋을 리 있나?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고 만다.
...
사상범이란 것이 그렇다.
징역을 마치고 출감하더라도
전향하지 않으면 다시 감옥행이 되는 것이다.
전향을 하지 않으면 출감을 하더라도 도망의 세월을 보내야 하고,
일본순사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감옥에 잡혀 와야만 한다.
그래서 경성 트로이카의 멤버들은 감옥을 수차례 잡혀 오게 된다.
계속된 투옥과 모진 고문에 경성트로이카 멤버들은 결국은
전향하거나, 고향에 내려가게 된다.
그렇게 경성트로이카의 불씨가 꺼지려 할 때도 있었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이재유, 박진홍, 김삼룡, 이현상, 이관술, 이순금 등이
다시 출감하여 조직을 다시 결성하게 된다.
그래서 경성트로이카는 1차, 2차 경성트로이카로 구분되기도 하고,
후에 중국에서 활동하던 박헌영과 함께 경성 꼼그룹이 결성하여 그 명맥을 잇게 된다.
젊어서부터 감옥생활은 인해 폐병을 앓고 있던 이재유는
폐병과 각기병 등으로 결국 감옥에서 운명을 다하고 만다.
그리고 경성 꼼그룹의 멤버들마저 다시 투옥되면서 조직이 와해되고,
1940년대 국내의 대부분의 독립운동이 와해된 시기가 온다.
박진홍은 이재유가 죽은 후에
김태준과 함께 연안에 가서 팔로군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방의 소식을 듣게 된다.
3. 해방 후 경성의 사회주의자들
해방 후의 조선.
경성에서 박헌영, 이현상, 김삼룡을 위시한 조선노동당은
대중에 인기와 함께 영향력을 펼쳐 나갔다.
이때 이순금, 박진홍, 이효정 등 동덕여고의 친구들도
조선노동당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은
해방 후 채 1년도 되기 전이었다.
신탁통치가 선언된 것이다.
이것에 대한 대책을 위해 조선노동당의 박헌영이 평양에 가서
소련으로부터 신탁통치의 설명을 들은 이후 찬탁으로 돌아섰는데,
이것이 민심이 조선노동당을 떠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미군정은 친일파와 우익세력을 데리고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조선노동당은 불법단체로 지정되어 또다시 감옥에 투옥되는 신세가 되었다.
이에 박헌영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북한으로 넘어가게 된다.
급격히 세력이 약하던 남쪽의 조선노동당은 남조선노동당 일명 남로당으로 부르게 된다.
...
박헌영 등이 도착한 평양.
그곳엔 소련의 비호를 받고 있는 김일성이 이미 장악하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월북한 사회주의자를 냉대하게 되고,
남한에서는 범죄자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남한의 사회주의자들은 해방은 되었지만 설 자리가 없었다.
일제시대 독립투쟁에 앞장섰던
민족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모두 권력싸움의 희생량이 되고,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이 남한을,
소련을 등에 업은 김일성이 북한을,
통치하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그려지고 말았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끝은 한국전쟁이라는 처절하고 아픈 역사를 만들어내고 만다.
전쟁과 동시에 사상범으로 감옥에 있던 이들은 대부분 총살을 당하게 된다.
남한의 공산당을 이끌었던 김삼룡과 이주하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리산 빨치산에서 끝까지 저항하던 이현상도 한국전쟁이 휴전협상으로 이어지면서
남북한 모두에게 외면받는 신세가 되었고,
결국 국군에 피격당해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이현상의 죽음과 함께 빨치산도 공중 분해하게 된다.
한편 북한에 넘어간 박헌영은 한국전쟁의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지고,
이미 권력 밖으로 밀려나 전쟁 후 숙청당하게 된다.
...
한편 동덕여고 3인방 이순금, 박진홍, 이효정도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월북한 이순금은 그 곳에서도 주요요직을 맡으며 1980년대까지 계속 활동했고,
박진홍은 한국전쟁 당시 월북한다는 소식이후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이효정은 남한에 남아 반세기 넘도록 간첩이라는 감시를 받으며 산다.
남한에서 간첩이라는 꼬리표는 인간이하의 삶을 의미한다.
2006년이 되어서야 이효정은 이재유와 더불어 독립운동가로써 인정을 받고 복권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4. 경성트로이카 멤버들(이재유 제외) : 책에서 발췌
김삼룡 : 두터운 사람 좋은 눈웃음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재유와 형무소 안에서 만나, 트로이카의 일원이 된다.
소탈한 성품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편으로 만들어 내는
천부적인 대중 조직가이다.
해방 후 남로당의 실질적인 남한 총책임자로 일하다,
전향한 남로당 출진들의 제보로 은신처가 발각되어 잡히고 만다.
체포된 후 남에서도, 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남로당의 처지를 토로한다.
이주하 : 매서운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일제시대의 전설적인 노동운동가로 함경도 지역에서 활동하였다.
깐깐하고 날카로운 성격으로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이다.
해방 후 김삼룡의 책임비서로 남로당을 지휘한다.
김삼룡과 함께 체포되자 독약을 마식 자살을 기도하지만,
경찰은 위세척까지 해가며 그를 살려낸다.
한국 전쟁 발발 후 국군 헌병에 의해 김삼룡과 함께 총살당한다.
이현상 : 좀처럼 말이 없으며 진지하고, 고지식한 성격이다.
매서운 눈매가 인상적이다.
혁명에 관계되지 않으면 농담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유와 형무소 안에서 만나 친해진 후,
트로이카의 일원으로 함께 활동하게 된다.
해방 후 지리산 일대 빨치산 총대장으로 활약하다
국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미야케 : 일본인 공산주의자로 경성제국대학 교수였다.
자신의 집에 지하 토굴을 파고 이재유를 숨겨 주었다.
이후 검거되자, 하루 동안은 은신처를 발설하지 않는다는
동지의 약속을 지켜 이재유가 탈출할 시간을 벌어 준다.
결국 전향서를 내고, 이 년 만에 석방되어 나오는 날,
이재유가 검거되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한국전쟁 후 북한 정부는 그에게 애국 훈장을 보낸다.
박진홍 : 동덕여고 출신으로 경성지역 사회주의 운동의 대모였다.
천재라고 불릴 만큼 대단히 총명하였다.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조선의 처녀였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이재유가 죽자
김태준과 함께 연안행을 결심한다.
이효정 : 박진홍, 이순금과 함께 동덕여고 동창이자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동지였다. 경찰에 체포되고도, 모른다고 일관하여
'잉크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경성 트로이카'의 생존자이기도 하다.
아흔이 넘는 연세에도 총기와 순수함을 잃지 않은 소녀 같은 인물이다.
이순금 : 동덕여고에 선생님으로 임명받은 이복오빠인 이관술을 따라
동덕여고로 전학오게 된다. 베푸는 것을 좋아하고 대범하고 의리 있는
성격이다. 여고를 졸업한 후 공장에 들어가 활동을 하다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감옥에서 운동을 하려면 이재유에게 가라는 말을 듣고 친구들을 이재유에게 소개시킨다.
이재유를 놓고 박진홍과 삼각관계를 이루지만 후에 김삼룡과 사랑에 빠진다.
경성꼼그룹이 해체된 후 박헌영과 함께 광주로 잠적해 그의 연락책이 된다.
이관술 : 이순금의 이복오빠로 일본에서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동덕여고의 역사 선생님으로 오게 된다.
경상도 언양의 천석꾼 집안의 아들이지만, '광주학생운동' 이후
민족주의에 한계를 느끼고 공산주의자가 된다.
작고 왜소한데다 피부는 솥땜장이처럼 새까맣고, 얼굴은 잔주름이 가득하다.
이재유와 함께 공덕리에서 농사꾼으로 숨어살다가
이재유 체포 후 경성꼼그룹에서 활동하던 중 체포되었다.
사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헌신성으로 동지들의 신뢰를 얻고 운동에 매진하지만,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으로 죽고 만다.
책제목 : 경성 트로이카
지은이 : 안재성
출판사 : 사회평론
독서기간: 2007.1.12 - 2007.1.16
페이지: 380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