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사랑에 관한 것
얼마 전 한 지인이 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함께 산행을 하는 산악회 회원 한 분이 자기 회사 사훈을 지어달라고 청탁을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없으니 반취 선생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그 회사가 인천 남동공단에 있다는 말만 했을 뿐 주력 업종이 무언지, 규모가 어떤지, 사장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일체의 정보가 없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없으니 내일까지 지어주시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인 경구(警句)였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느닷없이 그런 식으로 부탁을 해오는 데는 당황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일을 두고 상황분석까지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대개는 중간에 있는 지인이 “좋은 사혼을 지어줘야지”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디어는 안 떠오르고 나중에 급하게 되어 부랴부랴 그 방면의 식자에게 부탁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제게는 소중한 지인의 부탁이라 보편적이면서도 삶(일)에 대한 느낌이나 사상을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하는 한 마디를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는 자는 식탁에 앉을 수 없다. 라는 경구와도 같은 것을.
잠을 설치며 고민한 끝에, 이튿날 여명과 함께 떠오른 한마디는 “사랑하자” 였습니다. 삶이 곧 일이요, 일이 곧 삶이라 할 때, 사랑하자는 말보다 더 간결하고 날카로운 표현은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삶(일)은 사랑에 관한 것. 삶(일)에서 사랑을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전13:13)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믿음과 기쁨. 사랑을 삶(일)의 최고목표로 삼자.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랑하는 삶이다.」 논리는 이렇게 굳어져 그것을 사훈으로 권했습니다.
社訓 - 사랑하자
어떠신가요? “그것도 괜찮네.”하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랑하자”는 네 글자를 사훈으로 써 주고 난 반취는 뒤가 개운치 않았습니다. 혹시 무성의하다고 욕이나 얻어먹는 거 아냐?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반취가 머리를 싸매고 고심했던 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서가 통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 거지요. 그래서 부랴부랴 「사랑하자의 해석」이란 긴 설명을 덧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하자, 그 사랑의 해석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재물보다 사랑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 일편 가장 어려운 일은 현실을 사랑하고 현재에 충실한 것입니다. 곰곰 생각해 보세요. 성공한다는 것과 삶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이 다르지 않습니까? 인간성의 성숙은 사랑하는 정도와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가장 큰 비극은 죽음이 아니라 사랑 없는 삶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해악 없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건 식욕이 있을 때뿐인 것과 마찬가지로 해악 없이 유익하게 인간과 사귈 수 있는 건 사랑이 있을 때뿐입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할 때는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바람직한 일이겠지요.
사랑이 없으면 목적도 없어집니다. 빛의 초점을 맞추면 에너지가 생기듯 사랑이 있고 초점이 맞춰진 삶만큼 강력한 것은 없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어 맞설 수 있는 힘, 같은 것이 곧 (불가사의할 수도 있는) 「사랑의 힘」입니다.
사랑은 무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랑의 감정을 억지로 가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모든 걸 바쳐 노력해야 가능합니다. 신비주의가 아닌, 이성적 사람이 되어야 인간다운 사랑 행위는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감정에 바탕을 둔 사랑은 경계해야지요. 그런 사랑은 깊이가 얕기 때문입니다.
생활수준이 높아져 불황도 여유 있게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는 “삶이란 사랑을 실천하는 것”임을 너도나도 가슴에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웃과 어울리는 능력이 영적인 성숙의 척도입니다. 불완전하다 싶어도 열정을 가지고 사랑해야 합니다. 비판하면서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개발도상국 수준의 사고(思考)로 성숙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이상에 대한 노력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도 자기만족일 뿐입니다. 성숙함이란 이런 것들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느냐는 상관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삶(일)에 얼마만큼 사랑을 쏟고 있느냐가 행복의 척도가 되었지 않습니까? 진실은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생활화하시길 바랍니다. 진실은 모든 사람이 사랑받아야 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피카소가 만년에 그린 명작 하나가 떠오르는 군요. 제목은 <평화>인데, 어항 속에서 새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날고 있는 그림입니다. 어항 속의 새… 재미있지 않습니까? 내 마음만 사랑으로 채워져 있으면 어디나 평화요, 행복입니다.
반취였습니다.
첫댓글 사랑하자 !
그 사훈만 지어주셨으면, 반취님의 염려대로, 별 느낌 없이 받아들였을 수도 ....
많은 분들께서, 좋은 사훈으로 가정과 직장에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좋네요..구창모가 부른 모두를 사랑하리....존경합니다.()
하하하! 사랑하자! 그 이상의 사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사랑이 부족해 이 지구상이 서로 총부리를 드리대는 세상입니다.
사랑하자 만큼 위대한 말은 업슬 것입니다. 역시 반취이십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