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보같은 사랑] 16
씬1. 상우의 방안, 밤, 불꺼진.
영숙, 잠옷차림으로 앉아, 바닥에 놓여진 전화번호(원주) 보고 있다.
그러다, 답답하게 외면하고 생각하는.
인써트 - 회상.
정국 : 바람 안피던 놈도 아니고, 피던 놈이야. 순정도 없고, 철도 없고, 생각도 없는 놈이야.
여자가 잡으니까 속 없는 놈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갔을 거야. 니가 덱고 오면 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 살거라구.
영숙 : (속상해,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가, 철도 없고, 생각도 없고, 속도 없는 그런 인간하고, 왜 살아야 하는데?
정국 : (버럭) 정이 남았잖냐!
현실.
영숙, 속상하게 앉아있다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잠시 숨 고르고 전화기 들어, 번호 누르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전화기 내려놓는다. 그때, 전화벨 울리고, 영숙, 전화기 조금 마음 떨리게 보다, 전화받는.
영숙 : 여보세요?
명자 : (E) 영숙이니?
영숙 : (조금 실망하는) 어, 언니야?
명자 : (E) 동주아빠가 그 여자 연락처 줬다며, 전화해 봤니?
영숙 : 아니.
명자 : (E) 왜?
영숙 : (속상한) 마음 정했다구 몇번을 말해. 우리 끝났어. 끝났다구. 옆에서 자꾸 이러면 나 더 힘들어. 제발 가만 좀 내비둬.
(하고, 전화 끊고, 숨 고르고)
씬2. 논둑길, 낮.
상우, 자전거를 타고 휘파람을 불며 일하러 가고 있다. 휘파람을 불며 기분 좋은 얼굴이다.
그때, 멀리서 농부, 경운기가 고장 났는지, 세워놓고 답답한 얼굴로 서 있다가, 상우보곤 소리치는.
농부 : 농기계상에서 왔수?!
상우 : (자전거로 농부에게로 가며, 웃음 번진) 네! (하고, 페달 더 힘차게 밟는)
씬3. 시골집, 마당.
옥희, 부엌에서 찬합보자기 들고 나와서는, 쪽마루에 놓고, 신발 바꿔 신는다.
주인 아줌마, 빨래하다 그런 옥희 보며 말거는.
여주인 : 신랑 점심 주러 가?
옥희 : (신 신으며, 웃음 번진) 네.
여주인 : 그냥 한끼 식산데, 짜장면으로 떼우라 그러지, 그걸 들고, 이 논 저 논 힘들게 댕겨, 왜?
옥희 : (웃으며) 짜장면 싫어해요.
여주인 : 그럼 잠뽕을 먹으라 그러든가.
옥희 : (웃으며) 짬뽕두 싫어해요.
여주인 : 입도 까다롭네.
옥희 : (수줍게 웃으며) 제가 한 밥이 아니면 맛이 없데요.
여주인 : 그래두 힘들잖어.
옥희 : 안 힘들어요.
여주인 : (웃으며) 아이고, 어째 금슬이 그리좋누.
옥희 : (인사하고)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고)
여주인 : 그래. (하며, 가는 옥희 보고 웃다가 빨래하는)
씬4. 논둑길.
상우, 얼굴에 기름 묻히고 경운기를 고치고 있다.
그때, 멀리서 '상우씨'하고 옥희, 부르는 소리나고,
상우, 돌아보면. 옥희, 웃으며, 손 흔들고.
인써트 - 시간경과.
상우, 둑길에 앉아 찬합에 든 밥을 맛있게 먹고, 옥희 옆에 쪼그려 앉아 밥 먹는 상우 보며, 웃으며, 묻는.
옥희 : 맛있어요?
상우 : (먹기만 하며) 어.
옥희 : (웃으며) 상우씨, 나요..
상우 : (먹으며, 보면)
옥희 : 일 나갈까봐..
상우 : 일?
옥희 : 고아원에 같이 있던 언니가 있거든요. 나, 여기 내려올 때, 그 언니가 전화했드라구요.
원주시내에 있는 식당일 하지 않겠냐구?
상우 : 식당?
옥희 : 둘이서 돈 벌면 좋잖아요. 점심 먹여주고, 육십은 준다는데?
상우 : 싫어, 하지마.
옥희 : 왜요?
상우 : 난 여자가 밖으로 도는 거 딱 질색이야. 그리고 딴 일도 아니고, 식당일.. (고개 젓고) 식당이면 밤에 술 손님도 있을텐데,
자기한테 추근 대면 어떡하냐?
옥희 : (상우가 맘써주는게 기분좋은, 눈치보며) 남자들이 나한테 추근대는 거 싫어요?
상우 : 말이라고 해. 난 딴 남자들이 스치듯이라도 자기 보는 거 싫어.
옥희 : (작게 웃고) 알았어요. 밥 먹어요, 일 안나갈게.
상우 : 정말이지? 그냥 집에서 나 기다리면서 밥하고 빨래만 할거지?
옥희 : (고개 끄덕이며, 웃고)
상우 : (기분좋게, 웃고, 밥 먹으며) 진짜 밥맛 꿀맛이다.
옥희 : (상우 보며, 수줍게 좋은)
씬5. 시장, 일각.
명자, 영숙(한쪽에 커피 리어커 놓고) 한켠에 앉아 얘기하고 있다.
명자 : (O, L, 화나는) 말이 되는 소릴해! 너 사람이 왜 그렇게 솔직하질 못 해?
야, 이혼할 맘 있는 애가, 시어머니랑 한 집에서 눈맞추고 있냐?
영숙 : (외면하며) 갈데 정해지면 갈거야.
명자 : (화참고, 타이르듯) 열나겠지. 속상하지. 그래도, 어떡하니, 드러운게 정이라고 정이 들대로 든 사람인데..
너 막말로 상우씨랑 헤어지면 지금보다 날 거 같니? 웃기지 말어. 한번 실패한 여자, 두번도 실패 해.
영숙 : (명자 보며) 걔랑 헤어지면 혼자 살거야. 그러니까, 더 실패할 뭐두 없어.
명자 : (한숨쉬고, 손내밀며) 전화번호 내. 일단 상우씨 찾아다 집안에 가둬 놓고난 연후에, 마저 얘기하자. 전화 번호 내.
영숙 : (외면하며) 집에 있어.
명자 : (영숙 보며, 담담하게) 니가 정말 상우씨랑 헤어져서 잘 살 수 있는 애라면, 나두 이렇게 안 말려.
너 첨에 상우씨랑 산다고 했을 때, 내가 말린 거 기억해? 과거 아는 남자랑은 결혼하는 거 아니다.
니 과거 알면서 줄기차게 잘할 남자 조선천지엔 없다, 내가 그렇게 말한 거 기억하냐구?
영숙 : (안보고, 속상한) .....
명자 : 그때, 너 나한테 뭐랬니? 언니, 상우씬 나한테 단순하게 그냥 남자가 아니야,
인생포기하고 끝난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은 나한테, 희망을 준 사람이야. 그랬지?
영숙 : (맘아퍼, 눈감는)
명자 : 너 상우씨랑 헤어지면 안봐도 훤해. 맨날 술이나 먹고, 담배나 피워 대다가 승질나는 날엔
어이구, 더런 세상 하면서 차도로 뛰어들 얘야, 넌.
영숙 : 나 안그래. 옛날에 오영숙이가 아니라고.
명자 : 끝까지, 웃기고 있네, 얘가. (일어나며) 전화번호 집에 있댔지, 어머니 집에 계시지? (하고 가면)
영숙 : (그런 명자 보다, 답답하고, 속상해) 언니!
씬6. 철수의 가게로 가는 길.
상우, 자전거 뒤에 옥희 태우고 입으로 노래 흥얼흥얼하며 오고 있다. 옥희, 등뒤에서 말하는.
옥희 : 이제 그만 내려줘요.
상우 : (자전거 몰며) 왜?
옥희 : 친구가 보면 뭐라 그래요.
상우 : (멈춰서서 뒤돌아 옥희 보며, 웃으며) 그건 그렇다, 그 자식 요즘 권태기라 우리 사이좋은 거 보면 샘 날꺼야.
옥희 : (웃으며, 내리고)
상우 : 그럼 먼저 집에 가 있어. 일 끝나는 대로 곧 갈게.
옥희 : 빨리 와요.
상우 : 7시 땡하면 바로 갈게.
옥희 : (웃으며) 네.
상우 : 집에서 봐. (하고, 노래 마저 흥얼거리며 자전거 몰고, 가고)
옥희 : (웃음진 얼굴로, 그런 상우 보다가, 돌아서서 가다가 순간 멈칫한다, 그리고 고개 돌리면)
인써트 -
길가, 작은 오락기 앞에서 오락하는 남자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 웃는 모습 보이는.
옥희, 그 두사람 보며 재민과 놀던 때가 생각나는.
인써트 -
회상. 8부, 오락실에서 즐겁게 놀던 재민이와 옥희.
옥희, 오락기 앞에서 노는 두사람 보다가, 뒤돌아서서 가는데, 얼굴빛 이 어둡다.
씬7. 시골집, 방안.
옥희, 빨랫감 개다가, 다시 재민 생각나는.
재민 : (E, 울며, 14부, 옥희와 헤어질때) 엄마, 누나, 가지마, 엄마!
옥희, 멍해지는 그러다 한쪽에 놓인 전화기 보는.
씬8. 용배의 방안.
전화벨 소리나는.
잠시 후, 방문 열리고, 재민(가방 들고), 들어와 전화기 보고, 전화 받는.
재민 : (무심히) 여보세요?
옥희 : (E) 여보세요?
재민 : ?
씬9. 시골집, 방안.
옥희 : (눈가 붉어져, 먹먹한) 그래, 누나야. (애써 웃으려하며) 학교는? (사이) 그랬구나. 누나가 시간 잘 맞췄네.
씬10. 용배의 방안.
재민 : (소매로 눈물 닦으며, 전화 받고 있다)
옥희 : (E, 눈물 참으려하며) 누나가 바뻐가지구...많이 기다렸구나.
재민 : (울음 참으며) 누나, 나 보러 왜 안와?
씬11. 상우의 방안.
옥희 : (난감하고, 맘아픈) 저, 그게..누나가 여기온지 얼마 안되가지고..아직은 서울에 가기가 좀....
재민 : (E) 그럼 언제와?
옥희 : (머뭇대는) 언제?..그게...
그때, 전화 툭하고 끊기는.
옥희 : 재민아, 재민아..
씬12. 용배의 방안.
재민, 전화기에서 떨어져 문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용배를 두렵게 보고 있다.
용배 : (재민, 이상하게 보며) 왜 그래, 임마?
재민 : (마른침 삼키며, 용배 보고) 아빠, 어디 갔다 왔어?
용배 : 이발 좀 하고 왔다, 왜?
그때, 다시 전화 오고. 재민, 놀라 전화기 보는.
용배, '무슨 전화야'하며 방으로 들어와 전화기 들면.
재민, 서둘러 전화기 뺏는.
용배, 그런 재민 행동 보고, 왜 그런가 싶은 표정이다.
그때, 수화기에서 옥희 목소리 들리는.
옥희 : (E) 재민아.
재민 : (수화기 든 채, 두렵게, 용배 보고)
용배 : (느낌 이상해, 말없이 전화기 뺏고)
재민 : (원망스레 용배 보면)
용배 : (송화기 부분 손으로 가리고, 재민에게) 가만있어, 너. (하고, 수화기에 귀대는)
옥희 : (E) 여보세요?
씬13. 시골집, 방안.
옥희 : 재민아, 재민아?
용배 : (E, 가라앉은) 니가 재민일 왜 찾어?
옥희 : (놀라고, 두려운)
씬14. 용배의 방안.
재민, 눈가 그렁해 원망스레 용배를 보고 있다.
용배 : (화난) 너 미쳤냐? 집 나갔으면 그만이지, 뭐하러 전활해!
옥희 : (두렵지만, 용기내서, E) 재민이 좀 바꿔줘.
용배 : 재민일 바꿔서 뭐하게! 너 똑똑히 들어. 한번만 더 여기로 전화질하면 나 그땐 가만 안있어. 다신 전화하지마.
애 설레게 해서 맘아프게 하지 말란 말이야, 기집애야! (하고, 전화 끊는)
재민 : (울먹이며) 아빠, 미워.
용배 : (재민 보며, 무섭게 으름장 놓는) 너, 누나하고 빠이빠이했지? 그럼 끝난거지, 왜 질질 짜? 꼴사납게!
(숨 고르고) 너 누나 전화 오면 받지마. 만나지도 말고, 알았어? (하고, 속상해, 나가는)
재민, 용배 나간 문 쪽 원망스레 보고, 전화기보고 속상한.
씬15. 시골집, 방안.
옥희, 눈가 붉은 채 빨래 개는, 맘 아픈.
씬16. 상우의 방안.
명자, 전화 거는, 상우모를 걱정스런 얼굴로 유심히 보고 있다.
상우모 : (답답한 얼굴로, 속상하게 전화 받고 있는)
여자1 : (E) 사람 보낸다고 연락은 왔었어요. 근데, 어떻게 된 건지, 그 후론 연락이 없네요.
명자 : (상우모에게, 속타서 묻는) 어머니 뭐래요? 예?
상우모 : (명자에게 눈치 주고) 저, 급한 일이라 그런데, 혹시 그 일한다는 여자가 오면
그 여자한텐 암말 마시고, 저희한테 연락을 좀 주실 수 있겠어요?
명자 : (상우모에게) 안왔대요?
상우모 : 잠시만요. (하고, 명자에게) 넌, 나가서 냉수나 떠와.
명자 : (한숨쉬고, 나가고)
상우모 : 예, 전화번호가요(이어지는 느낌)...
씬17. 공장 전경.
미숙 : (E, 속상한)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지금?
씬18. 공장 안.
미숙, 잘못된 원단을 들고, 재단대 앞에 서서 민씨에게 속상해 말하는.
미숙 : (옷감을 민씨에게 보이며, 속상한, 가라앉은) 이거 봐라, 이거 봐, 66 싸이즈 옷이, 44두 안나와.
시접 넉넉히 넣으라고 입술이 부르트게 말했는데, 이게 뭐니?
민씨 : (짜증나는) 일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요?
소희 : (일하다, 재단대쪽으로 나오며) 뭘 그래요?!
민씨 : (짜증스레, 소희 보면)
소희 : (민씨에게, 삿대질하며) 너,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냐? (미숙의 옷감 뺏어 보이며) 아침나절에 옷감 20마 잡아먹었음 됐지,
또 이렇게 이 따위로..그러고도 입은 있어서 승질을 내? 칼 안잡아본 나두 이 만큼은 하겠다.
미숙 : 민씨. 나 도저히 이런 재단 갖고 일 못해. (주머니에서 돈 꺼내, 재단대에 던져주며) 어제, 오늘 일당이야.
우리 여기서 더 나빠지기 전에 갈라서요. (하고, 미싱대로 돌아가고)
소희, 세오, 화순 : (어리둥절해, 미숙 보면)
민씨 : (짜증스레) 에이. (하며, 돈 들고, 옷 들고, 나가고)
소희 : (가는 민씨에게) 야! (하고, 다시 미숙 보며) 야, 너 왜 이래?
미숙 : (미싱하며, 속상한) 세오야, 니가 당분간 재단해라. (그리고 소희 보며) 언니, 오늘 진상우네 집 가서,
영숙이 보고 여기 깨끗이 정리하라 그래. 여기 얻을 때 상우가 낸 임대금도 빼주고, 재단 기계도 가져가고 그러라 그래.
그리고 우린 새 재단 모집공 찾아 보자구.
소희 : (답답한) 이거, 두년놈 사랑놀음에 우리만 죽어나누만. 아이고, 염병. (하며, 자리로 가고)
미숙 : (답답하게, 미싱하고)
씬19. 상우의 집 거실.
영숙(한쪽에 등돌리고 앉아있는), 상우모, 소희 말하고 있다.
상우모 : (돈다발을 소희에게 주며) 이러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상우가 와서 직장까지 없으면 맘 잡기 더 힘들지 않겠어요. 죄송하지만, 한 일주일만이라도..
소희 : (속상한)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이, 벌써 몇날며칠 일을 못하고 있으니..
오늘은 새로운 재단사 놈이 온통 걸레처럼 옷감을 오려놓고.. 내가요, 병들어 누운 영감 병수발에 골병든 년이예요.
누구 사정봐줄 때가 이라고요. (돈 상우모에게 주며) 상우가 나한테 땡겨간 56만원은 빼고 드리는 겁니다.
계산은 계산이니 서운해 마시고,
상우모 : (돈 안받으려하며, 애원조) 일주일입니다. 남자한테 직장은 지 명줄 같은 건데, 그냥 한사람 목숨 살리는 셈치시고,
일주일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이렇게 빕니다, 네?
영숙 : (속상해, 더는 못참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고)
상우모, 소희 : (방으로 들어가는 영숙 보는)
상우모 : (시선 돌려, 소희 보며) 남자도 겪어보고, 자식도 키워보셨으니 알겠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문제는 시간만 가면 낫는 병이예요. 길게도 안바랍니다, 일주일만 일주일만.
소희 : (맘 약해지는, 한숨쉬고, 상우모 보는)
씬20. 상우의 방안.
영숙, 벽에 기대 담담하게 앉아있고,
상우모, 문 열고, 조심스레 와서 앉아 영숙 보며.
상우모 : 그 여자가 원주 식당에 일하러 온다고 했다드라, 낼은 정국이랑 거기 한번 내려가 볼까 싶어.
영숙 : (상우모 안보며) 맘대로 하세요.
상우모 : 같이 안갈래?
영숙 : 저, 집 나갈까봐요.
상우모 : ?
영숙 : (외면하며, 맘아픈 말) 어머님은 상우씨 없이 못 사실테고, 전 상우씨 꼴도 보기 싫고...
그렇다고 아들 없는 집에 며느리가 계속 이러고 살 수도 없고, 저, 집 나갈래요.
상우모 : (맘아픈, 영숙 손 잡으며) 조금만 기다리면 안되겠냐?
영숙 : (눈가 붉어져, 안보고, 단호하게) 싫어요. 못 기다리겠어요.
상우모 : (눈가 붉어져) 내 나이 육십이야. 사지육신은 쓸만해도 늙은이야. 너, 나 이 큰집에 혼자 놔두고 맘 편히 갈 수 있겠냐?
영숙 : (외면하며, 단호한) 맘 편해서 가려는 거 아니예요.
상우모 : 이 집 나가서 맘 불편할 거면, 뭐하러 나가.
영숙 : (상우모 보며, 울먹이며, 서러워 소리치는(너무 악쓰지 말 것)) 저도 더 이상은 못 참겠단 말이에요!
결혼해서 삼년 동안, 끊임없이 여자 만나 술먹고, 여자 만나 놀러 다니고, 기어인 그것도 모자라 여자랑 도망가고...
나는 뭐 등신이예요. 참는 것도 한도가 있는 거잖아요! 어머닌 어떻게 어머니 아들이라고, 나보고만 참으라 그러세요!
어머니 딸이 이 지경이 됐다 그래도 참으라고 그러시겠어요?
상우모 : 니가 며느리라고 이러는 거 아냐. 너두 알잖어. 괜한 소리해서 우리 서로 맘 상하지 말자.
내 그놈 데려와서 이번엔 진짜로 어디 못가게 다리몽둥일 분질러 놓을 테니까. 늙은 시에미 생각해서, 한번만 더 참아.
영숙 : (울며, 소리치는) 싫어요, 싫다구요! (하고, 나가는)
상우모 : (그런 영숙 보며, 기운 없이, 숨만 몰아쉬며) 아이고,..아이고...
씬21. 화장실 안.
영숙, 문 열고 들어와 변기에 앉아 훌쩍이다, 속이 메스꺼운지,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러다, 구토증이 나는지, 변기에서 내려앉아 욱욱하고.
그때, 상우모, '영숙아, 영숙아'하며 들어오다 영숙 보고 놀라, 옆에 앉으며.
상우모 : 너, 왜 이러니?
영숙 : (얼굴 찡그리며) 속이...
상우모 : (걱정스런) 전번에도 그러고, 왜 자꾸 속이 안좋아.. (하다가, 혹시나 싶은) 혹시.. 너, 애가진 거 아니냐?
영숙 : (상우모 보고) ?
씬22. 시골집, 방안, 밤.
상우, 포도 먹으며, 포도 한알 집어, 옥희 주면서,
상우 : 먹어봐.
옥희 : (낮의 일로 기분 안좋은, 억지로 웃으려하며) 안 먹고 싶어요.
상우 : 왜 안먹고 싶어? 포도 좋아한댔잖아? 내가 일부러 밭까지 가서 사온 건데, 먹어봐?
옥희 : (미안하지만, 고개 젓는)
상우 : (안색 살피며) 왜 그래? 어디 아퍼? 저녁도 한숟갈 밖에 안먹고..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옥희 : 아니예요.
상우 : 그럼 왜 그래? 말해봐.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뭐 있냐?
옥희 : (눈치보며, 미안해, 차마 못보고) 낮에 재민이하고 전화했어요.
상우 : (굳어져선) 그런데?
옥희 : (가만있다가, 눈물 뚝 흘리고, 소매로 닦으며, 안울려하며) 보고.. 싶어.
상우 : (속상하고, 답답한) 그래서?
옥희 : (안보고) 그냥..보고..싶다구..
상우 : (옥희 어깨 잡고, 눈 맞추려하며, 타이르듯) 옥희야, 너 이러면 안돼.
옥희 : (눈가 그렁해, 상우 눈치보듯 보면) ...
상우 : (속상한, 타이르듯) 우리가 여기 어떻게 왔어? ..여러 사람 가슴에 못 박고 왔어. 둘이만 살겠다고, 다 버리고..
우리가 버린 사람들, 지금 우리 얘기하면서 이를 득득 갈거야. 만나면 죽여버리겠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그럴 거 알지?
옥희 : (고개 끄덕이는)
상우 : 보고 싶어두 참어. 그리고 밥 먹고, 과일도 먹고 그래. 알았어?
옥희 : (고개 숙이고, 있는) ......
상우 : 나 씻을게. 이불 내가 깔테니까, 놔두구. (하고, 일어나, 문 열고 나가려는데)
옥희 : (혼잣말처럼, 울먹이며) 약속했는데...
상우 : (그 말에 옥희 돌아보면)
옥희 : (상우 안보고) 기다릴 건데...내가 꼭 보러 간다고 해서..약속을 해서...기다릴 거예요.
상우 : (속상해, 큰소리) 기다리겠지, 그러다 지치면 안기다리겠지, 안그래?
옥희 : (조금 놀라, 상우 보고)
상우 : 세상 사람들 다 거짓말하고 살어! 나두 밥먹듯이 하는 게 거짓말이구! 너두 한번쯤 거짓말 좀 해봐!
어떻게 사람이 말한대로 다 지키고 사니?! (하고, 나가는)
옥희 : ?
씬23. 시골집, 방 앞, 툇마루.
상우, 속상하게 앉아있다,
잠시 후, 옥희, 문 열고 나와 상우 눈치보며 그 옆에 쪼그려 앉는다.
옥희 : (조심스레, 묻는) 화났어요?
상우 : (외면하며) 아냐.
옥희 : 나, 재민이 보러 안갈게요. 상우씨가 하지말라면 안할게. 나 알죠? 상우씨 말 잘듣는 거.
상우 : (고개 돌려, 옥희 안스럽게 보는)
옥희 : (못보고) 미안해요. 속상하게 해서. (상우 보는)
상우 : (한숨쉬며, 옥희 안보고 답답하게 말하는) 저녁에 퇴근해서, 포도밭에 갔는데, 일하는 아줌마가 리어커를 끌고 가드라고..
근데, 그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엄마가 되게 걱정되드라고...
옥희 : ......
상우 : 너랑 도망 온 거, 후회는 안하는데..그 아줌마 보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고, 맘이 안좋드라.
옥희 : (불안한) 집에 가고 싶어요?
상우 : 그런 거 아니야. (하고, 사이 두고, 옥희보고) 재민이.. 보고 와.
옥희 : (왜 그러나 싶은, 두려운 마음 있는) ?
상우 : (안보고) 난 거짓말쟁이지만, 당신은 나하곤 다르니까, 나는 당신 그런게 좋았으니까..
그래라, 당신이라도 거짓말 하지 말고 살어라. 보고 와.
옥희 : 상우씨..
상우 : 당신도 생각이 있겠지만, 집으로 가지 말고, 학교로 가서 만나.
그리고, 혹시, 시간 되면 울엄마 가게 좀 먼 발치에서라도 넘겨다 봐. 잘 계시는지.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옥희 : (방 쪽 보며, 상우에게 미안한)
씬24. 나이트 입구.
용배, 나이트에서 퇴근하는 차림으로 나와, 호객하는 재수에게 말하는.
용배 : 나, 간다.
재수 : 만득이형 만나서 어디 갈거야?
용배 : 한방이형도 같이 볼겸, 집에 갈거야. 너두 일 끝나면 와라.
재수 : 난 집에 갈래. 어머니 기다리셔.
용배 : 그러든가. (가고)
씬25. 미숙의 방안.
한방(티브이만 보는), 미숙 얘기하고 있다.
미숙 : 친구 왔다며 방에 안가?
한방 : (티브이만 보며) 이것만 보고.
미숙 :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며, 대접을 이렇게 소홀하게 해도 돼?
한방 : (티브이만 보며) 감방 친구도 친구냐?
미숙 : 그래도 가봐. (하며, 티브이 끄며)
한방 : 아이, 좀 보게 내비두지.
미숙 : 무슨 남자가 이렇게 연애드라말 좋아해.
한방 : 세상에 사랑얘기처럼 재미난 게 어딧냐?
미숙 : 지겹다, 사랑타령. 자긴 옆에서 상우, 옥희 벌어진 일 보고도 어라, 좋다, 사랑타령이 나오니?
한방 : (답답하단 표정 지으며) 걔들이 하는 게 사랑이냐?
미숙 : (보면) ?
한방 : 사랑이란 꿈이고 환상이야. 호텔 가서 돈까스 썰고, 백화점 가서 반지 사끼고..그런 게 사랑이지, 돈 없는 빈털털이들이..
주린 배 쥐어잡고 거리 쏘댕기는게 무슨 사랑이냐? 걔들이 하는 건, 눈이 그냥 획까닥 뒤집혀서 하는, 난리부르스야.
미숙 : 걔들 하는 건 난리부르스고, 그럼, 당신하고 나는?
한방 : 우리? 사랑이지?
미숙 : (보면) ?
한방 : 자긴 돈 있잖어. 집두 있구. 기술도 있고. 돈 있는 50대 미혼녀와 돈 없는 50대 미남의 만남.
이건 사랑도 보통 사랑이 아니지. (뻐기듯)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할까.
미숙 : (어이없이 웃으며) 졸지에 난 운명적인 사랑의 여주인공 됐네.
한방 : 그건 그렇고, 식은 어디서 올릴래? 내가, 잡을까? 강남의 화목예식장으로.
미숙 : 식은 무슨. 그냥 호적이나 정리하고 살자.
한방 : 야, 그래도 식은 올려야지. 손님 불러서 국수도 먹고.
미숙 : 정, 식을 올려야겠으면, 구청 무료결혼식장이나 알아봐. 자기 백있으니까, 쉬울 거 아냐?
한방 : 물론 내가 구청 소속이니까, 백 쓸라면 쓸 수 있지. 그래도 어떻게, 공짜결혼식을..,
미숙 : 샷다 마우스.
한방 : (보면)
미숙 : (한방에게 다짐시키듯) 자기, 아직도 나랑 결혼하는 걸 무슨 봉 잡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꿈 깨.
난 당신 사람 만드는 걸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삼은 사람이야. 나 만나서 호의호식하고 휘황찬란하게 살 생각
꿈에도 하지마. 그리고, 낼모레 짐 옮겨, 호적은 내가 낼 정리할게.
한방 : 그러니까 뭐야. 우린 지금 이순간 확 결혼해버린거네. 자기가 지금 한말은 일종의 주례사고.
미숙 :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한방 : 내가 마누랄 만난 게 아니라 인생이란 감방의 간술 만났구만.
미숙 : (웃으며, 한방 치며) 으이..
씬26. 한방의 방안.
만득, 술에 취해 자고.
용배, 한방 술을 먹고 있다.
용배 : (다짐한 듯, 술을 먹고 있고)
한방 : (안주 먹으며, 떠보듯) 진짜, 바닷가로 내려 갈거야?
용배 : (안보고) 그렇다니까요.
한방 : 바닷가 가서 뭐해먹고 살라구?
용배 : (안보고) 옛날처럼 배 탈 겁니다.
한방 : 배?
용배 : (자는 만득 턱으로 가리키며) 만득이형이 그러는데, 요즘 바닷가에 빈배가 많이 나왔다 그러드라구요. 그 배 하나 사서,
고기잡고, 재민이랑 둘이서 멋지게 살아볼 겁니다. 보기 싫은 사람들 떠나서, 푸른 바다만 보면서, 옛날처럼.
한방 : 배를 산다구? 돈이 어딧어서, 니가 배를 사?
용배 : 마련해봐야죠.
한방 : (순간 놀라, 만득이보고, 용배 보며) 너 혹시 만득이랑 일 저지를라고 그러는 거 아냐?
용배 : (이 앙다물고, 술만 마시는)
씬27. 상우의 방안.
영숙, 벽에 기대앉아, 작은 달력을 보며 멍하다.
상우 : (E, 밝은) 내가 돌았냐, 애낳고도 바람을 피게. 그런 쓰잘데기없는 생각 집어치고, 넌 몸과 마음을 받쳐 애 날 생각이나, 해.
우리집안 3대 독자만 낳봐라, 내가 우리 영숙이 업고 다니지.
영숙 : (E, 웃으며) 정말?
상우 : (E, 밝게 큰소리) 정말.
영숙, 달력 한쪽에 던지고, 무릎사이에 얼굴 묻는.
F. I.
씬28. 시골집 앞, 오전.
상우, 자전거에 선물 싣고 집으로 가는.
씬29. 시골집, 마당.
옥희, 외출할 차림으로 방에서 나와 신발 신는.
그때, 상우 자전거 끌고 들어오며 밝게 '옥희야!'하고.
옥희 : (돌아보며, 의아한) 상우씨...
상우 : 지금 갈라구?
옥희 : 네.
상우 : (자전거에서 선물 주며) 이거 재민이 갔다 줘.
옥희 : (선물 받고, 상우 보면) ?
상우 : 전번에 재민이랑 약속했거든 담엔 모형비행기 큰 거 사주기로..시내까지 가서 사온거야. 가서 전해 줘.
옥희 : (고마운, 작게 웃고) 재민이가 좋아하겠다.
상우 : 많이 늦으면 핸드폰하구?
옥희 : 많이 안늦을 거예요.
상우 : (웃고) 참, 버스 시간이 몇시야?
옥희 : 11시요.
상우 : 이런, 늦겠네. (자전거에 타며) 뒤에 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줄게.
씬30. 버스 터미널.
옥희, 한쪽에 서서 표 사는 상우를 보고 있다.
상우, 매표소에서 표를 사와 옥희 주며 말하는.
상우 : 늦지 않게 와야된다?
옥희 : 6시 버스로 올꺼예요.
상우 : 꼭이야?
옥희 : 네.
상우 : (덤덤하게) 그럼 잘 다녀와. (하고, 간다)
옥희 : (가는 상우 보고) 저 상우씨...
상우 : (모른 척, 그냥 가고)
옥희 : (왠지 서운한데, 그때 서울행 버스를 타라는 방송 들리는, 버스 타는 곳으로 가고)
씬31. 버스 안 + 버스 밖.
옥희, 버스 타서, 앞쪽 자리에 앉으면, 기사 출발하고.
씬32. 국도길 달리는 차안.
옥희, 창 밖을 보다, 무심히 기사 쪽을 보면,
인써트 - 룸밀러에, 상우 자전거 타고 뒤따라오며 '옥희야!'하고 부르는 모습 보이는.
옥희, 그 모습에 놀라, 뒤를 보면.
씬33. 국도길.
자전거 타고 버스를 따라가는 상우 보이는.
씬34. 버스 안.
옥희, 버스 뒤로 가서 밖에 대고 손 흔들며,
옥희 : (상우가 입모양 보라고, 입 크게 움직이며) 빨리 올게요.
씬35. 국도길.
상우, 힘든지, 자전거 멈춰서서 환한 얼굴로 가는 버스 보며, 손 흔들며.
상우 : 잘 갔다와!
인써트 - 버스 멀어지고.
씬36. 학교 근처, 길가.
재민, 가방 들고 축져진 어깨로 긴막대기를 질질 끌며 힘없이 가고 있다,
동주, 그런 재민을 옆에서 따라가며 말시키는.
동주 : 너 오늘 왜 한마디도 안해.
재민 : (땅만 보며) 말하기 싫으니까.
동주 : 왜 말하기가 싫어?
재민 : (멈춰서서) 너, 먼저 가.
동주 : 왜, 나 먼저 가?
재민 : (화나, 버럭 소리치는) 귀찮어, 너랑 가기 싫다구!
동주 : (눈흘기며) 맨날 소리만 지르고 있어. (하고, 가고)
재민 : (가는 동주 보며, 한숨쉬는데)
그때, 등뒤에서 옥희 말하는.
옥희 : 친구한테 그럼 못 써, 재민아.
재민 : (그 말에 뒤돌아보면)
옥희 : (재민 보고, 눈가 붉어져, 애써 웃는)
재민 : 누나! (하고, 뛰어가 옥희 안는)
가던, 동주 그 소리에 뒤돌아보면.
옥희와 재민 안고 서 있다.
씬37. 미숙의 집 마당.
용배, 설거지하고 있다.
씬38. 학교 벤치.
재민, 모형 비행기를 기분 좋게 만들고 있다.
옥희, 그런 재민 보며 말거는.
옥희 : 혼자서도 잘 만드네, 지난번에 재민이가 못만들어서 아저씨가 다 만 들어줬잖아, 그지?
재민 : (자랑하듯) 난 한번 보면 뭐든 다 만들 줄 알어.
옥희 : (이쁜) 그래, 우리 재민인 뭐든 잘해, 그지?
재민 : (작게 웃고, 모형 비행기 보다, 문득 다시 옥희 보며) 근데, 누나?
옥희 : 어?
재민 : 아저씨랑.. 같이 살어?
옥희 : (뭐라 대답해야할 지 모르겠는, 잠시 머뭇대다) 아니야. 누나 혼자 살어.
재민 : (밝게) 그럼 나 누나한테 놀러 가도 돼?
옥희 : (어색하게, 웃으며) 그럼.
재민 : 전화두 해두 되구?
옥희 : (난감한, 애써 감추며) 응, 언제든지.
재민 : (큰소리로, 밝게) 야, 신난다. 누나, 나 이거 한번 날려볼게. (하고, 운동장으로 뛰어가는)
옥희 : (그런 재민 보고, 서글픈 미소 짓는)
씬39. 미숙의 집, 계단.
용배, 출근차림으로 내려와, 큰 길 쪽으로 가는데, 여러명의 여자아이들 고무줄하며 놀고 있는 게 보인다,
용배, 첨엔 무심히 지나쳐 가다가 뒤돌아 아이들 보면. 노는 아이들 무리 속에 동주가 보인다.
용배 : (웃음진, 얼굴로) 야, 뚱땡이!
동주 : (놀다가, 그 소리에 용배 보면) ?
용배 : (웃으며) 미안하다, 내가 니 이름을 몰라서, 너 나 누군지 알지?
동주 : 네.
용배 : 학교 벌써 끝났냐?
동주 : 네.
용배 : 근데, 재민인 왜 집에 안오냐?
동주 : 재민이, 학교 앞에서 엄마 만났어요.
용배 : 뭐?
씬40. 시장, 밑반찬가게.
옥희, 이것저것 반찬을 고르고 있다.
옥희, 반찬을 집어, 재민이 먹여주는.
옥희 : 맛있어?
재민 : (얼굴 찡그리고, 고개 젓는)
옥희 : (주인에게) 다른 것 좀 맛볼게요. (하고, 다른 것 집어, 재민 주며) 어때?
재민 : (고개 끄덕이면)
옥희 : (주인에게) 이거 반근 주세요. (재민 보고) 그리고, 또 뭐 먹고 싶어?
재민 : 멸치볶음.
옥희 : 그래, 멸치 볶음도 사자.
씬41. 학교 안, 운동장.
용배, 화난 얼굴로 교문에서 뛰어들어와 주위를 둘러보지만, 옥희와 재민이 없는,
용배, 다시 밖으로 뛰어나가는.
씬42. 시장.
용배, 재민과 옥희를 찾아, 분식점을 기웃하고, 다시 거리를 살피는.
씬43. 시장, 일각.
재민의 손에 비행기며, 반찬들 들려있고, 옥희, 재민과 눈높이를 하고 앉아서, 말하고 있는.
옥희 : 누나 주소 잘 넜지?
재민 : (주머니를 툭툭 쳐보인다)
옥희 : (웃고) 누나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은데, 안되는 거 알지?
재민 : (슬픈 얼굴로 고개 끄덕이며) 어.
옥희 : 주소랑 전화번호도 적어놨으니까, 무슨 일 있음 누나한테 전화해, 편지도 하고? 아빠한텐 절대로 말하지 말고, 알겠지?
재민 : 알어.
옥희 : (눈가 붉어져, 애써 웃으려하며) 누나가 또 보러올게. 그때 까지 잘 있어. 아프지 말고. (하고, 재민의 머리 넘겨주는데)
그때, 옥희 등뒤에서 용배 말소리 들리는.
용배 : 재민이한테서 떨어져.
옥희, 재민 : (그 소리에 돌아보고) ?
용배 : (답답하고, 굳은 얼굴로) 증말...기집애 해두해두 너무 하네.
옥희 : (두려운 얼굴로, 일어나고)
용배 : (걸어와, 재민 보며) 너 손에 든 거 뭐야?
재민 : (두려운 얼굴로, 옥희 보면) .....
용배 : (재민의 손에 든 거, 빼앗고, 재민에게) 집에 가 있어.
재민 : (두렵지만, 용기 내서, 작은 목소리로) 싫어.
용배 : (버럭) 안가!
재민 : (으앙하고, 울음 터트리고, 집으로 가고)
옥희 : (눈가 그렁해, 그런 재민 보면)
용배 : (바닥에 선물이며, 반찬들을 내려놓고, 발로 우악스레 밟는다)
옥희 : (용배, 원망스레 보면) .....
용배 : (발로 물건들 짓밟다가, 옥희 보고, 어으!하며 손 올리는)
옥희 : (두려워, 손으로 용배 주먹 막고)
용배 : (손 내리고, 그런 옥희 보며, 속상해) 내가 너 여기 떠날 때 분명히 말했지. 우리 다시 보는 일 만들지 말자고.
너두 나 보기 싫겠지만, 나두 너 보기 싫어.
옥희 : (굳은 듯, 가만있는) ......
용배 : (맘아픈) 내가 너 만나서 배운 게 있다면, 세상, 증말 엿같다! 믿을 년놈 하나두 없구나! ..그거야.
옥희 : (울음 나려하는, 이 앙다물고, 참고) ......
용배 : 니가 증말 재민일 위한다면, 이러는 거 아냐. 재민이가 심심풀이 땅콩이냐? 너 보고 싶음 보고, 보기 싫음 버리고 가게!
옥희 : .......
용배 : 다신 내 눈에 띄지 말어. 한번더 내 눈에 띄면 너뿐만 아니라 같이 도망간 그 놈까지 아작날 줄 알어.
(하고, '나쁜 기집애' 하며, 바닥에 버려진 물건들 발로 차고 가고)
옥희 : (천천히 앉아, 먹먹하게 흩어진 물건들 줍는)
씬44. 용배의 방안.
재민, 굳은 얼굴로 팬티랑, 런닝만 입고, 옷을 다 벗고 있다.
용배 : (전화하고 있는) 그래, 1시간후엔 갈거야. 어어. 테이블정리 잘하고. 그래.
(끊고, 그 옆에서 빨랫감 챙기며 담담하게 말하는) 깨끗이 씻어. 목도 발꿈치도 깨끗이.
재민 : (말없이, 나가고)
용배, 나가는 재민 답답하게 보고, 흩어져 있는 재민 옷 챙겨서 무심히 주머니 뒤지는,
주머니에서 껌이며, 잔돈과 함께, 쪽지 나오는, 용배, 무심히 쪽지 펴보는.
인써트 - 옥희의 주소와 전화번호 적혀있는.
용배, 화나, 잠시 숨 고르고, 쪽지 구겨서, 한쪽에 던져버리고, 빨랫감 들고 일어나려다 다시 쪽지 보는.
씬45. 공장 안.
미숙, 전화 받고 있다.
용배 : (E) 상우, 그 자식 집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냐구요?
미숙 : 그건 왜 묻냐고, 용배씨가?
씬46. 용배의 방안.
용배 : 전화번호나 갈쳐줘요. 사람 열불나게 만들지 말고. (사이, 담담하게, 볼펜 들고) 알았어요, 소란 안 필게요.
전화번호나 불러요. (종이에 적으며) 네, 네.
씬47 상우의 집안.
영숙, 걸레질하고 있는데, 상우모, 들어오며, '왜 집에 있어, 병원 안가구?'하고.
영숙 : (상우모 보며) 병원을 왜 가요. 속이 탈나서 그런 건데. 저녁 준비할게요. (하고, 주방으로 가는)
상우모 : (영숙 걱정스럽게 보는데)
그때, 전화벨 울리고.
상우모, 전화 받는.
상우모 : 여보세요?
용배 : (E) 거기가 진상우 집 입니까?
상우모 : (무슨 일인가 싶다) 네, 그런대요?
씬48. 용배의 방안.
상우모 : (E) 이주소에 분명, 상우가 산다 그 말이죠?
용배 : (답답한 마음으로, 담담하게) 그거 까진 모르고..어쨌든 가보세요. 혹시 모르니까.
(하고, 전화 끊고, 답답한 얼굴로 쪽지 펴보고, 한숨쉬고, 앉아있는)
씬49. 상우의 집 앞.
상우모, 외출차림으로 서둘러 나오는.
영숙, 따라나오며, 말하는.
영숙 : 어딜 그렇게 서둘러 가세요. 저녁밥 다 됐는데.
상우모 : (가며) 밥 먹고 집에 있어. 어디 좀 다녀올테니까. (하고, 가는)
영숙 : 어머니!
상우모 : (걱정스런 얼굴로, 급하게, 가고)
씬50. 시장, 일각.
정국, 트럭 몰고 와서 서면.
상우모, 한쪽에 서 있다, 트럭에 오르는.
씬51. 차안.
정국 : (다급한) 원주에 있대요?
상우모 : 그렇댄다, 어서 가자.
정국 : 안전벨트 매세요. (하고, 운전해 가고)
씬52. 달리는 트럭.
씬53. 버스 안.
옥희, 서글픈 얼굴로 가고 있다.
씬54. 가게 앞.
상우, 밝은 얼굴로 나오면,
철수, 상우 배웅하며 말하는.
철수 : 어떻게 일하기 괜찮냐?
상우 : (한쪽에 세워둔 자전거 챙기며) 재밌어 미치겠다.
철수 : (어이없이, 작게 웃으며) 새장가 들더니 깨가 쏟아지나보지?
상우 : (웃으며, 농담) 마누라가 너무 이뻐.
철수 : (웃으며, 상우 가볍게 때리며) 에라, 이 팔불출 같은 놈아.
상우 : 낼 보자. (하고, 자전거 타고 가고)
씬55. 길.
상우, 기분좋게 가는.
씬56. 버스터미널.
옥희, 버스에서 내려 출구 쪽으로 나가는.
씬57. 버스터미널 앞.
옥희, 출구에서 나와 집쪽으로 가는데, 그옆을 정국의 트럭 스쳐지나 가는.
씬58. 시골집앞, 저녁무렵.
상우, 기분좋게 집안으로 들어와서, 자전거 세워놓고, 방 앞으로 가 방문 열며, '옥희야!'하면.
방안에 옥희 없고, 상우, '아직 안왔네.?하며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때, 등 뒤에서 상우모, 부르는.
상우모 : (힘없이) 상우야.
상우 : (그 소리에 상우모 돌아보는)
그런 상우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