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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입니다.
첨단병원 의료팀은 '의료선교'가 아니라 '의료봉사' 였습니다.
윤순례선교사님이 사역하는 지역을 찾아 사랑의 봉사를 하셨으니 아무튼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정성헌 원장님(지금은 기독교인이 아니지만...)의 글을 읽으며 기쁘고 즐겁고 신이납니다.
좋은 글이어서 우리 카페 회원들 위해 여기로 퍼왔습니다. -황영준-
난 의료봉사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건 마치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러가는것 같기 때문이다. 난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오히려 난 진료여행을 떠날때 마다 항상 그곳에서 무언가 가슴 가득히 채워 오곤한다. 그들은 내게 약간의 진료와 약을 얻어 가지만 내 가슴속에서 내 영혼을 청소해 주고 빈 마음의 창고에 가득히 보물을 쌓아주고 간다. 이번에도 최하영 선생님과 고재홍 선생님이 함께 해 주었다. 더우기 간호부의 배정숙 선생님과 강은미 선생님의 합류는 진료팀이 더 알차고 짜임새 있게 만들어 주었다.
신종 플루로 여행지마다 뒤숭숭한 분위기여서 우린 공항 이용시 마스크를 준비하고, 광주 공항 출발시 타미플루 한알씩을 복용했다.
선교사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세관 통과시 마갈랑 시장님의 초청장은 우리가 편하게 통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단하나의 약품도 제제 받지 않았다. 차량 두대에 나누어 탔다. 선교사님이 머물면서 세개의 교회를 총괄하는 선교관은 과거 미군들 거주지에 있다. 우리가 3일밤을 자야할 곳이다. 에어컨은 물론 안된다. 바닥은 마루바닥이고 매트릭스 하나에 담요 하나 덮고 잔다. 우린 내일 아침부터 시작될 진료에 대비하여 각각의 짐속에 나누어진 약품과 진료장비를 정리했다. 일이 끝나고 나니 이곳시간으로 새벽 2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에어컨이 안되어 덮기도 하지만 새로운곳에 왔을때 느껴지는 흥분감때문이다.
윤순례 선교사님! 부산이 고향이고 나이는 50대 중반쯤. 아직 미혼이다. 필리핀에서 13년째 사역중이다. 3-4군데 교회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지만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는 필리핀 아이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는 동시에 학비를 대어 반듯하게 자라게 하고 있다. 그 첫 열매들은 벌써 신학대학을 나와 목사님이 되기도 하고, 대학을 나와 선생님이 되었다.
화장실이 3개나 되어도 우리인원만 12명이라서 화장실이 가장 바쁘다. 아침은 짝퉁 한식이다. 한식은 한식인데 무언가 맛이 약간씩 이상하다. 재료가 다른 탓일게다. 선교사들과 진료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장 익숙하지 않은 것이 식사전 기도이다. 우린 항상 그 시간이 가장 지루하다. 선교사님 RV차와 교회 차량 지프니(옛날 미군 군용 지프차 개조한것)에 나누어 타고 마갈랑 교회로 향했다. 마갈랑 교회는 3개 교회의 거점교회로 마갈랑의 외곽지역에 있다. 거기에서 우리의 일을 도와줄 필리핀 현지 교사들과 학생들 그리고 목사님을 태우고 산으로 행했다. 산초입까지는 차를 타고 갔지만 거기 부터는 걸어야 한다. 차가 올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를 걸었나 이미 옷은 땀으로 다 젖어 버렸다. 세상에 더워도 이렇게 더울 수 있나?
이 마을 사람들은 우리식대로 말하면 주민등록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선교사님이 나이를 물어 봤더니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대충 나이 계산하여 올리고 생일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12월 25일로 해서 주민 등록을 했다고 하신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생일이 모두 같다. 마을근처로 올라가자 아이들이 먼저 알고 뛰어 나온다. 한결같이 맨발이다. 그곳의 작은 교회당 그렇지만 그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가장 현대식이고.... 물을 길러다 먹는 것을 순천의 한 교회에서 천만원 헌금한 돈으로 폭포수로 부터 물을 끌어다 먹는 파이프를 설치 했다고 한다. 교회당에서 마을사람들과 간단한 인사와 미팅이 있고 바로 진료를 시작했다. 벌써 옷은 땀에 젖어 짜내도 될것 같다.
진료 중간에 간식이 나온다.
점심은 다시 마갈랑 교회에서 먹고 에스칼레 교회로 이동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하늘을 본다. 핑크빛 구름을 본적 있는가?
교회에 도착하니 이미 마을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늘은 진료는 고재홍 선생과 최하영 선생이 맡고 난 주로 주사와 수술할 사람들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동하지 않고 하루종일 여기에서만 진료한다. 용민이가 수술 제 1 조수로 들어 오기로 했다. 간략히 수술장갑 끼는 방법과 주의사항을 가르쳐 주고는 바로 시작이다. 어제 손가락에 이물질 들어 있던 소년을 먼저 하기로 했다. 출혈을 막기 위해 손가락을 묶고 국소 마취를 했다. 만약을 대비해 수액을 잡아 두었다. 국소마취를 하기는 했지만 통증으로 인한 ?薦?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술은 잘끝났다. 나무조각 하나를 끄집어 내었다. 생리 식염수로 세척해 주고 고름을 모두 짜내었다. 갑자기 소년이 어지러워 하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다리를 올려주고 수액을 빠른 속도로 주었다. 이내 혈압이 상승하고 증상도 좋아 졌다. 용민이는 침착하게 처음하는 녀석치고는 잘 해내 주었다. 다음은 10개월된 아이인데 좌측 허벅지가 고름으로 가득하다. 절개를 하고는 고름을 짜내는데 한없이 나온다. 그대로 두면 패혈증으로 사망했을지 모른다. 아이 엄마는 앳틴 얼굴의 소녀다. 16살이란다. 항상 진료 여행을 갈때면 느끼는 거지만 외교부 통해서는 되는 일이 별로 없다. 협조를 받아내기도 어렵고.... 선교사들을 통하면 가장 완벽하다. 그들은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서 거짓이 없고 현지 주민 사정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현지 상황에 가장 밝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인간적인 호감이 간다.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재주들이 있는것 같다. 아마 그들뒤엔 우주에서 가장 힘이 쎄신 하나님이라는 빽이 있기 때문일게다.
오전 진료중 잠깐 쉬는 시간을 갖는다. 계속 진료하다간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발명한 최대의 발명품은 에어컨과 냉장고라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특히 이런곳에 오면 에어컨과 냉장고를 발명한 천재에게 난 늘 감사하곤 한다. 선교관에서 야외 바베큐 파티를 하러 가기전 호텔부터 들려서 첵크인 부터 했다. 3인 1실로 쓰게 되어 있는데, 용민이와 영덕이가 정용준 과장과 함께 쓰겠단다. 호칭도 삼성의 조재성에게는 삼촌이고 정용준 과장에게는 형이다. 정용준 과장이 35세고 재성이는 38세다. 3살차이인데 왜 누군 형이고, 누군 삼촌이냐고 했더니 용민이 대답이 걸작이다. 상투를 튼분과 댕기머리의 차이 란다. 정과장은 아직 총각이니까 형이라는 애기다.
선교관 마당은 잔디밭이다. 야외에 돼지고기 꼬치 구이와 볶은밥, 다양한 열대 과일, 바다게 삶은것,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필리핀 음식들....
탄두아이(필리핀의 술, 야자 열매로 발효한 것으로 양주맛과 비슷하고 아주 훌륭함)를 꺼내 뚜껑을 텄다. 원래 한국에서 우리에게 잘 나녀오라고 선뜻 주머니를 털어 경비를 보태주신 원장단에게 줄 선물이다. 그런데 어쩔 것인가 진료는 다 끝났고, 야자나무 아래서 이좋은 안주에 참을 수 있는가? 다행히 모기는 별로 없다. 달이 떴다. 고재홍선생이 우리 마누라 눈섭같다고 해서 모두를 쓰러지게 했다. 필리핀의 개들은 따갈로그어로 짖나? 약간 우리네 개짖는 소리와는 다른것 같다. 하긴 새벽에 닭우는 소리들도 좀 달랐어.... 적막할 만큼 고요하다. 아침에 호텔 로비에 모였다. 오늘은 원래 마갈랑 교회에서 예배가 끝나면 마닐라 관광을 가기로 했다.
예배시간 중간에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내가 움직이면 우리팀의 다른 비종교인들도 동요할것 같아서 한증막같은 곳에서 두시간을 꾹 참았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점은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예배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난 목사님이 찬송할때는 무슨 록커가 노래부르는줄 알았다. 그런데 이방식이 더 좋아 보인다. 신앙은 즐거워야 한다. 거룩하고 장중할 필요는 없다. 형식에 치우칠 필요도 없다. 하나님은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우리곁에 계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떼도 써보고 졸라도 보고 그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영덕이와 용민이, 형전이는 이곳 아이들과 함게 별도로 어울리기로 했다. 일행들 모두 눈치는 챘지만 영덕이는 교회 성가대 리드 싱어인 필리핀 선생님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 그것도 좋은 일이다. 왜냐면 왜 영어를 해야 하는지 동기 부여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사랑만큼 사람에게 열정을 부여하는것이 있겠는가? 외국 아가씨와 사랑을 하려면 영어가 훌륭해야 한다. 5시 30분에 SM이라는 필리핀식 쇼핑센터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른들은 따로 쇼핑을 갔다. 선물을 사려고 햇지만 살것이 정말 없다. 차라리 필리핀 전통 공예품을 파는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쇼핑센터엔 어설픈 필리핀 공산품, 간혹 쓸만하다 싶으면 외국 수입품. 식품점에서 탄두아이만 몇병 더 샀다.
저녁은 쇼핑센터 내에 있는 필리핀 음식 부페다. 가격은 1인당 7000원 꼴. 제법 먹을만 하다. 놀라울 정도로 현지 음식에 적응을 잘들한다.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물이 온천물처럼 뜨근하다. 호텔 카페에 모여 산미구엘 한잔씩 했다. 산 미구엘은 오리지날로 주라고 해야 한다. 난장이 같은 갈색 맥주병에 담겨 있는것 그것을 마셔야지 다른것은 마시면 안된다. 그동안 진료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은 팍상한을 가기로 햇다. 여기서 4시간 거리이다. 새벽 6시에 호텔 첵크 아웃을 하고 나왔다. 봉고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고속도로는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아침은 선교사님이 새벽부터 싼 김밥과 망고다. 돌아오는 길엔 열대성 폭우, 앞을 볼 수가 없을정도로 쏟아 붓는다. 불안하게도 카누안에 물이 고여 연신 퍼내야 한다.
이번엔 우리가 진료했던 3개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전도사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우리돈으로 1인당 3만원 가량하는 필리핀에서는 아주 고급 부페이다. 선교사님 말씀이 그들은 아마도 평생 처음으로 와보는 곳일 거라고 한다. 그러나 선교사님이 20% 할인 쿠폰을 가지고 계시다. 그리고 선교사님 덕에 예상했던 경비가 좀 남게 되어 나머지는 교회에 헌금하기로 했다. 이돈이면 컴퓨터 한대를 살 수 있다고 하신다. 필리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컴퓨터가 절대 부족하다고 하신다. 한국에 가면 중고 컴퓨터들 싸게 나온것을 알아 봐 주기로 했다. 선교관에 돌아와 비전문약은 선교관에 모두 기증하고, 전문약은 다시 각자의 짐에 옮겨 담는다. 내년도 라오스 진료를 위해서다. 그리고 마지막 망고를 먹는다. 이젠 이렇게 싱싱하고 맛있는 망고를 먹기 위해선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용민이는 선교관에서 묵고있는 3명의 한국 학생들과 벌써 정이든 모양이다. 메일 주소를 주고 받고 한국에 가면 한국과자와 라면을 보내 주기로 약속을 한다. 클락공항. 타미플루 한알씩 다시 먹고 마스크를 쓴다. 출국 심사대로 들어서며 뒤돌아 보니 선교사님이 아직도 밖에서 손을 흔들고 계신다.
------------------------------------------------------------------------------------------------------------------------- 제가 저자의 동의를 얻지도 않고 올리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다른 어떤 의료미션팀이 현지에 가실때 이런류의 기행문이 있으면 마음의 준비가 훨씬 수월하지않을까 하여서 정원장의 글을 -이분이 얼마나 글쟁이신지는 이런 류의 글들로 책을 만드실 정도이라니까요! 제가 그부분은 조금 배울만하다고 생각하여서 함께 따라다닌답니당! - 가감없이 그대로 올리오니 널리 이해하시고 읽어주십시오. 두번째이유라라면 정리의 의미랍니다. 의료봉사와 같은 헌신과 함께 딸려오는 여행의 즐거움은 남겨놓고 여러사람이 공유하는 기쁨이 있답니다. 아무쪼록 즐감(즐거히 감상하십시오.)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윤선교사님 글도 제가 저희병원 직원용 게시판에 정원장글 다음칸에 감사의 말씀으로 올려도 되겠지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