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챙겨 배낭안에 넣고 서울을 출발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평택부근을 지날 때부터 비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탄진역에 도착하니 1시간전에 소나기가 지나갔다면서
밝은 하늘을 볼 수 있어 기분은 좋았다.
그런데 청남대가 있는 문의면으로 들어가는 가로변에
만개해야 할 벗꽃은 이상기온의 탓으로 전혀 피질 않아 기분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문의면에 들어가 어죽으로 점심요기를 한 후
우리는 대회 출발지인 청남대로 향했다.
출발준비를 하는데 하늘은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그래도 각자 우의를 준비하여 배낭을 꾸린다.
오후 5시4분 출발신호를 알리는 징~소리가 울렸다.
오늘 나의 페이스 전략은 일단 50키로까지는
뭇 런너들과 펀런으로 가기로하고 목표는 그 이후에 정하기고 했다.
50키로 지점에 도착하니 5시간 5분이 소요되었다.(평속 10키로)
지금부터 80키로 피반령 정상까지는 물을 받을 가계가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물과 이온음료 각 1병씩을 물통에 채우고
전복죽을 받아 한 그릇을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해치우고
2그릇째를 먹으려니 하니 등 여러사람들이 생각났다.
10:20분 80키로지점을 향하여 출발을 했다.
조금을 가자니 소나기성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방풍의 상의를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50키로지점까지는 주최측에서 자원봉사를 동원하여
길유도, 급식 등 지원을 하지만 지금부터는 각자 플레이...
비오는 밤이라서 그런지 칠흙같은 어두운 밤이다.
두건을 쓴데다 안경에 빗물이 묻으니 이건 길이 보니는게 아니고
오색찬란한 보석들이 내 눈앞을 가린다. 할수없이 안경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1시간 간격으로 파워젤1, 초코렛1를 먹고 2시간 간격으로 아스피린(250mg) 1정을
먹어, 탄수화물 및 열량 공급과 체온유지를 가져갔다.
얼마를 달렸을까? 알렉의 전화를 받았다.(동네에서 같이 운동하시는 분들)
군에서 행군을 해 본 경험으로 바로 발이 괜찮냐고 걱정을 한다.
괜찮지 않지만 이미 전장터로 나온 몸 어찌하랴 이시간에
새 신발 공수해 달랄수도 없고...
64키로 지점을 가고있는데 네버스탑의 전화를 받는다.
뛰는 나는 그렇지만 응원하는 자신들도 잠이 오지않는단다.
미안하다. 그래도 응원의 전화를 받으니 새로운 힘이 솟는다.
스마일은 내가 하니하고 통화하고 있는 중에 전화을 한다.
그런데 내 전화는 통화중에도 상대방한테는 통화중 음이 아니라
평소대로 신호음이 가는 걸...그냥 끊어버린다.
중간 67키로 지점의 팔각정을 지나면서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울랄라, 빨치산이 되어 몰래 동네에
잠입하는 공비같이 조용한 마을을 짜박짝박 발소리만을 내며
짖어대는 강아지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비상등이 깜박이는
파출소를 지나 정미소도 지나... 이제 드녀 피반령 초입에 들어섰다.
지나는 70키로 지점 버스정류장 부스에서 여벌로 가져온 양말로 바꿔신는다.
왜냐면 물에 불은 발바닥이 자꾸 앞으로 밀려...조금이라도
발바닥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는데 의외로 발이 편안하다.
그러나 비가 계속 날 괴롭힌다.
그런데 천막하나가 보이는데 안에 불이 켜져있으며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나는 춥기도 하고 물이 부족해서
무조건 천막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단순무식한 용기가 있으니
얻어먹든 얻어맏든 하는가 보다. 군포마라톤클럽 천막으로
자기네 회원들을 위한 불법천막이었다.
난 그기서 꿈에도 그리던 막걸리 한사발, 오뎅 그리고 김치 몇조각을 얻어먹었다.
막걸리 덕분인지 피반령을 오르는데 영~ 호흡이 거칠다.
그래도 기분도 업되고 체온유지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피반령 정상 80키로 지점에 도착하니 시계가 새벽 2:10분을 가리킨다.
물론 비는 60키로지점부터 계속 내리다가 70키로 이후부터는
빗줄기가 굵어져서 소나기로 변한 것 같았다.
솟아지는 빗줄기로 렌턴의 불빛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피반령 정상에서 4.5키로는 내리막길, 무조건 발을 앞으로 내딛디며
어둠속을 거침없이 달렸다. 산을 다 내려와 84.5키로 지점 급수대에서
시계를 확인하니 2:37분...
비는 계속 내리고 85키로부터 시작되는 공동묘지는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묫등위로 나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목적지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청남대 입구 90키로지점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10키로, 이 구간은 민가가 없기 때문에
벗으로 삼을 아무것도 없다. 그저 비, 나무, 바람 그리고 발을 괴롭히는 물과
하나가 되는 길 밖엔 별도리가 없었다.
정말 지겹다. 가도가도 끝이 안 보인다. 저 모퉁이를 돌아치면 다음 모퉁이가
날 기다리고 있다. 달리는 길이 내리막인지 오르막인지 평진지?...
청남대 입구를 알리는 철문 3곳을 지나고서야 비로소 다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여니 대회 같으면 멀리서도 마이크소리, 음악소리 등이 들려 다 왔다는 생각에
새로운 힘이 솟는데 이 대회는 청남대 측의 통제로 가급적 소리를 못낸단다.
해서 가까이 근접해서야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자연에게 비료를 뿌리고
멋진 골인을 위해 방풍의도 벗어 배낭에 넣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마지막 4번째 철문을 통과하고 화단과 잔디밭을 돌아 4/10일 새벽 4:25분
관객은 간데없고 진행요원 몇명만이 반겨주는 골인점을 통과했다.
기록 : 11시간 25분 (597명 중 18위)
쓰다보니 꽤 길어져 버렸군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기수의 안방 구경하기***
Khan 박기수 011-725-4825
첫댓글 완주 하셨군요. 그것도 18위의 기록으로.. 축하드립니다. 전 언제나 한 번 해볼까요?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때는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철인3종에 이어 울트라 까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페이스메이커팀들을 대표로 인사드립니다. 늘 건주하시고 힘 돋우는 본보기 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수고 많으셨습니다................박기수감사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