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들이 보는 연금 개혁
고 현 종 (노년 유니온 위원장)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및 보험료율
1) 국민연금이 소득 대체율이 강화되어야 한다.
(1) 사례
“이거 마시고 죽을 거야!”
이연식(78세. 남)님은 농약이든 음료수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연금이 없어서 노인 일자리마저 끊긴다면 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살아야 해.
30만 원으로는 약 사 먹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사느냐 말이야!”
노인 일자리 심사 규정과 평가에 따른 결과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막무가내다.
이연식님은 농약이든 음료수병을 들이키려고 하고 이를 말리는 나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난감하다. 대화로 보다는 우격다짐이다. 그만큼 생존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실랑이를 지켜보던 진윤근(71세. 여)어르신이 나섰다.
“내가 노인 일자리 포기할 테니 이 어르신 넣어줘. 나는 국민연금을 조금이나마 받으니 이 분 보다 형편이 나으니까.”
(2) 노인빈곤, 노인 자살률 세계 1등
우리나라 노인 은퇴 연령은 72.3세이다. OECD평균은 64.5세. 노후 생활하는데 연금이 충분하다면 굳이 일할 필요가 없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29만원 받는 노인 일자리도 부족해서 농약을 먹고 죽겠다고 하는 사달이 나는 것이다. 반면에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은 상대적으로 여유로 인해 더 어려운 동료 노인을 배려할 수 있었다.
21년 국민연금 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노후 최소 생활비 1인 124만 원. 노후 적정 생활비는 177만 원이다.
하지만 2023년 국민연금 공표 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의 절반은 매달 수급액이 40만원 미만이다.
이 가운데 월 수급액이 20만 원 미만인 경우가 64만 6,871명으로 11.9%, 20만 원 이상 40만 원 미만인 경우가 207만 112명으로 38%이다.
또 40만 원 이상 60만 원 미만은 20.4%인 111만여 명으로 집계돼, 노령연금 수급자의 70.3%가 60만 원이 안 되는 연금을 받는다.
노인 자살의 핵심 이유도 이런 노후소득 보장의 빈곤에서 일어난다.
(3) 연금 개혁을 바라보는 수급자 시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게 내 생애 마지막 소원이야.”
노인들에게 올해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이렇게 대답한다.
연금 개혁을 이야기 하면서 나오는 이야기는 ‘재정이 고갈되어 연금 줄 돈이 없다.’,
‘미래 세대가 연금 보험료를 월급의 35%를 부담할지도 모른다.’이다.
한 마디로 공포, 불안감 조성이다. 이것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
국민연금을 받아본 노인들은 국민연금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진윤근(75세)님도 주변에서 국민연금의 공포를 조장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노년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근은 아는 사람 소개로 23세에 결혼했다. 남편은 타이루공. 기술은 좋은데 술 먹고 일을 안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500만 원 전세방에서 시어머니와 애 셋과 살았다. 아이를 키우느라 그만 두었던 일을
막내가 다섯 살부터 와이셔츠 공장에 다녔다. 월 30만 원을 받았다. 노후만 생각하면 앞이 캄캄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때 와이셔츠 공장주인 아줌마가 말했다.
“친정 엄마, 아버지가 시골에 사는데 누가 한 달에 5천 원씩 나라에 부으면 나이 먹어서 다달이 50,000원씩 나온다고 너무 좋다고.” 윤근은 이게 국민연금인지 뭔지는 몰랐다. 뭔가를 들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
남편에게 살짝 물었다. “우리 국민연금 들면 어떨까?”
남편은 화를 냈다. “그거 들면 가만 안 놔둬. 돈만 붓고 그냥 없어지는 거야, 왜 돈을 그냥 나라에 주려고 하냐.”
시숙도 남편을 거들었다. 국민연금 들면 가만 안 놔둔다고 집안 망하게 하는 일이니 쫓겨나지 않으려면 조심하라고 협박했다.
남편과 시숙의 반대에도 어르신은 아무래도 노후를 위해 뭔가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공장으로 통장을 오라고 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5년만 부으면 죽을 때 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보험료 제일 작은 금액이 얼마냐고 물으니 27,000원이라고 했다. 보험료 한 단계 위인 33,000원을 남편이름으로 부었다. 국민연금 반대가 격렬한 남편이름으로 들어도 괜찮았냐고 물으니 윤근이 대답했다.
“남편은 글을 못 읽어. 고지서, 통지서 이런 거 내가 다 처리하거든.”
윤근은 국민연금 보험료 33,000원을 5년간 냈고 연금 수급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보험료가 50,000원, 마지막 7개월은 12만 원으로 올랐다. 월급으로 몇 십만 원 받는데 보험료 12만원은 버거웠다. 자식들도 가르쳐야 했고, 남편은 안정적인 수입이 없었다.
보험료 부담을 극복한 지금, 윤근은 월18만원 연금을 받는다. 물론 남편이름으로. 남편은 실수를 인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연금은 나라가 업어지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 남편은 죽고, 남편이 받던 연금은 윤근에게 유족연금 형태로 계승 되었다. 월 18만 2천원을 받는다. (24년 현재는 20만 원 조금 넘는) 이 돈은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로 나가게 자동이체 해 놨다.
어느 날 사업을 하는 큰 아들이 국민연금 30만원씩 내는데 불안도 하고 부담도 된다며
윤근에게 푸념을 했다. 윤근은 이렇게 말했다.
“ 힘들어도 내라 노인이 되면 얼마나 편한지 알거야. 내가 낸 것 보다 더 많이 받는 보험이 어디 있어. 이 엄마가 산 증인이다.”
연금개혁 논의는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안, 지역가입자 국고지원 방안,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국민연금에 편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거의 없다.
소득 대체율 50%, 보험료 13% 와 소득 대체율 40%와 보험료율 15%가 핵심 쟁점이라면 그 중간에서 합의를 보면 되지 않을까?”
만약에 이번에도 논란만 하고 아무런 제도의 변화가 없다면 소득 대체율은 40%로 떨어지고 재정 압박은 더 심해 질 것이다.
소득대체율 45%에 보험료율 15%로 사회적 합의, 세대간 협약이 가능하지 않을까.
국민연금은 40년 가입 기준 소득 대체율이 40%이다. 노동시장에서 40년 가입기준을 채우는 사람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아니면 힘들다. 2022년 기준 평균 가입 기간은 19.2년이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직장 취업 나이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러면 실제 소득 대체율은 24%에 불과하다.
적정한 보험료를 올리고,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소득 대체율은 너무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