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외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 있는 한림대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의 지곡서당(芝谷書堂)이 바로 그런 곳이지요. 지난 1963년 청명 임창순(1914~99)이 한문 고전을 연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 기관이지요. 설립당시엔 서울에서 시작했지만 한림대에 인수되면서 옮겨져 대학의 부설연구기관이 됐지요. 지금까지 210명의 연수 과정을 마쳤다고 합니다. 거의 대부분 석·박사들이지요. 그곳에 입학을 하면 1학년 때 무조건 <논어><맹자><대학><중용>등 사서(四書)를 모두 암송해야 2학년 진급 자격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통째로 배송(背誦·책을 덮어 놓고 입으로 외는 것)을 해야 한다고 하니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들이 있어 우리는 우리 민족의 숱한 한문 저술들을 읽을 수 있는 것이지요. 임창순는 본시 한학자였지만 4·19혁명에 앞장섰다가 성균관대 교수직을 박탈당할 정도로 진보적 학자였습니다. 의식 있는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케케묵은 옛날 교육서를 그렇게 목숨 걸고 외워야 할 필요가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가치 없는 것에 그렇게 평생을 바쳤을까 싶습니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니 고전들이 한층 더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