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놀이
김명화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장석남 시인의 그리운 시냇가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작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걸려 있던 시구절인데 사람 사는 세상인가? 돈이 사는 세상인가? 하는 현 싯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던 문구이다.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게 해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엄마가 아가를 양육할 때 쓰는 ‘까꿍놀이’ 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우리는 그만큼 웃음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까꿍은 어린 아이 양육할 때 우리가 흔히 쓰는 놀이활동이다. 까궁놀이란 18개월에서 36개월의 영유아들을 위한 두뇌발달을 촉진하는 놀이활동이다. 아이들은 생후 5개월부터 엄마, 아빠의 얼굴이 사라졌다고 다시 나타나는 까꿍놀이를 매우 재미있어 하고 반복하기를 즐긴다. 또한 어른이 아이의 기억력을 증진할 때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신체를 활용하여 까꿍놀이를 하는데 까꿍이라는 단어속에서 오는 정감이 우리를 한번씩 더 미소 짓게 한다.
최근에 나온 국내 창작 그림책인 구름빵의 저자 백희나의 달샤베트 그림책의 비평을 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그림책을 살펴보면 배경이 된 아파트는 산업화와 도시화 현상에 따라 생활양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새로운 주거형태로, 이 작품에서 아파트라는 주거 문화는 도시성을 대표한다. 사회적으로 이질적인 개인들이 크고 높은 밀도를 가진 곳에서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는 공간적 속성을 나타낸다. 관계성이 부재한 현대인의 주거문화는 여섯가구의 평범한 저녁시간을 비추고 있는 이 장면에서 그들의 휴식공간은 놀랍게도 공통적이다. 식사시간을 훌쩍 지닌 듯한 늦은 시각, 각 가구의 구성원들은 저마다 휴식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쇼파에 앉아서, 혹은 바닥에 누워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거나 쇼파에 기대에 잠을 자는 모습들로, 이러한 광경은 매일 반복되는 우리들의 저녁풍경과도 일치한다. 여기에서 작가는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 한다. 대화의 부족, 집안에 있어도 컴퓨터와 마주하고 있고, 음악을 들으며, TV를 보면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인간의 소통 대상은 미디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집은, 이렇다 할 특징 없이 획일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람들과 풍요롭게 된 인간들이 다른 사람들속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구와 미디어라는 사물에 의해 둘러 싸여 있는 현대인들의 단상이다. 결국 관계성이 부족한 현대인은 물질적 풍요와 여유로움을 가진듯하나 실상은 궁핍한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소통이 부족한 현대인은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소통이 안 되는 지금, ‘너도 웃고 나도 웃는’ 연습이 필요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일상에서 출근하는 남편에게 까꿍놀이를 해보자. 학교에서 돌아오는 지친 아이들에게 까꿍놀이를 해보자. 집에서 가사일에 지친 아내에게 한번 까꿍놀이를 해보자 너도 반 웃고 나도 반 웃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보자.
필자도 한번 중학생인 자녀를 대상으로 까꿍놀이를 해보았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지. 친구들과 잘 지내야지. 아침에 무거운 가방을 이고지고 가는 딸아이에게 귀를 막아버리는 잔소리 대신에 ‘까꿍’를 하자 딸이 그냥 까르르 웃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 웃던 아이가 나중에는 크게 하하하 하며 소리내어 환하게 웃었다.
지금 당장 까꿍놀이를 해보자. 소통의 부재중인 우리들에게 웃음이라는 미덕을 안겨줘보자. 너도 반 웃고, 나도 반 웃고 우리 사회가 한번 환하게 웃어보자. “까꿍”
첫댓글 아침에도 딸 아이에게 까꿍 해 보았습니다. 가벼운 나래짓으로도 행복을 전달하게 한 선조들의 육아방법이 새삼 감사하게 생각되는 하루입니다. 평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까꿍놀이! 참 좋은 제안입니다. 김 교수님~ 까꿍 까까꿍~~~^^* 감동으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를 작가 자기 경험의 세계로 곧잘 끌어들야 좋은 글이라는 말이 있다. 김교수의 '까꿍놀이'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랫만에 보는 수작이 아닌가 한다.
댓글을 읽으면서 까꿍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아침 10:21분에 하하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료한 일상에 풋풋한 웃음을 주는 글입니다.어릴 적에는 작은 일에도 잘 웃지만, 나이가 들어 가면서 점점 웃음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이제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야겠지요?
공부한다는 핑계로 문학의 언어들이 스멀스멀 사라져 버릴시기에 한분한분 글들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까꿍"나도 그 까꿍놀이를 많이 하고 살았었는데 .......잊었던 기억과 추억을 살려주어 고맙습니다.동시의 글감을 하나 받았습니다. 완성되면 보여 드릴까요? 아동문학의 동심이 살아 있어서 좋았습니다.
네 저도 영아들의 동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꼭 보여주십시오
참 신선한 발상! 사회에 번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디지털화 되버린 소셜 소통이 범람하는 시대에 마음을 적시는 글입니다. 까꿍 해 주고 싶은 한 사람이 떠오르네요 ㅠㅠ 노운서
한사람의 까꿍이아닌 원장님의 맑은 미소로 여러 사람에게 까꿍하였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