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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진행왕행차길
11:24 창녕유채꽃축제 관람을 마친 다음 유채꽃축제를 검색하다 알게 된 '진흥왕행차길' 트레킹을 위해 그 첫 걸음으로 창녕박물관을 찾았다. 창녕박물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행차길 탐방을 마친 다음 다시 박물관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권장되기에 나도 그렇게 하려 마음먹고 먼저 박물관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평일이라 그런지 무척 한산할 뿐 아니라(나중에야 박물관이 휴관중임을 알게되었다) 교동고분군이 바로 주차장 좌우에 위치해있었다.
<진흥왕행차길 약도>
진흥왕행차길은 전체 약 7.1km, 소요시간 4시간이며 유적지 등 명소를 십여개소 거치기에 나름 미리 검색을 충분히 하고도 지도를 참고자료로 추가 출력하는 등 준비를 한 덕에 낯선 창녕땅에서도 그리 길을 헤매지 않고 처음 계획한(원래 노선에서 지도를 참고하여 약간씩 수정함) 대로 무사히 탐방을 마칠 수 있었다.
11:26 창녕교동고분군 사이로 난 탐방로.
11:34 창녕박물관.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은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휴관일이 월요일임에도 관람을 위해 드나드는 사람들이 없고 썰렁하기에 한창 트럭에서 짐을 운반중인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5월에 있을 무슨 특별전시회 준비를 위한 임시휴관 중이란다..ㅠㅠ
11:37 대신 박물관 후원에 있는 계성고분이전복원관으로 관람을 하기 위해 이동..
복원관 내부. 말 그대로 이전당시의 모습 그대로 실내에다 옮겨 복원한 곳으로 고분의 구조와 출토된 유물품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다.
복원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한쪽에 진흥왕행차길 이정표가 있어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가보니 작은 쪽문이 있어 그 문을 열고 나가 송현동고분군 방향으로 향한다.
11:50 파쇄석이 깔린, 그러나 풀이 듬성듬성 자라나있는 논두렁길을 조금 걸어나오면 곧 차도를 만나고 이곳에도 방향표지판으로 길안내를 충실히 해주고 있다. 송현동고분군은 여기서 앞으로 530m.
길가 어느 연못. 저곳에 정자라도 하나 지어서 낮잠이나 즐기며 인생을 살아본다면~ 하는 엉뚱한 생각.
약속된(?) 530m를 훨씬 넘겼음에도 송현동고분군은 산 아래로 눈에 빤히 보이면서 그 입구를 못 찾고 헤매다가 결국 포기, 화왕산국립공원 입구에서 다음 목적지인 만옥정공원 방향으로 길을 바꾼다.
12:06 창녕여자고등학교 앞. 여기서도 무상급식 문제가 심각한지..
12:12 그리 크지않고 아기자기한 만옥정공원의 입구에도 진흥왕행차길 안내판이 있다.
공원 내에 있는 창녕지구전승비(UN전적비). 한국전쟁 중 미 제24사단 및 제2사단의 활약으로 마지막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고 UN군의 인천상륙작전과 아군의 총 반격으로 승리의 기틀을 마련한 공훈을 빛내고 희생된 그 영령들을 위로하고자 건립했다 한다.
UN전승비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진흥왕척경비가 있는데 가까이서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내가 읽기에는 무리인 듯 훼손되거나 알수없는 글자들 투성이라 옆에 있는 동판의 해석을 읽어보아도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아 천천히 읽어볼량으로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역시 만옥정공원 내에 있는 퇴천삼층석탑과 창녕객사를 둘러보고는 공원을 빠져나와 마을을 가로질러 다음 코스로 향한다.
앞에 있는 교하마을 표지석을 돌아가면 하씨초가와 동삼층석탑으로 가는 방향이다.
12:31 가는 도중 창녕상설시장에 들어가보았으나 시간이 이른 탓인지 아니면 평일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않은 점포가 상당하고 사람들의 왕래 또한 뜸하다. 인근의 창녕5일장은 장날이 아니라서 이번 일정에 포함하지 않았다.
상설시장을 나와 조금 걷다 보니 길가 한 식당의 '수구레국밥'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와 호기심으로 들어가본다. 국밥을 주문해놓고 검색해보니 '수구레'란 소의 가죽 바로 아랫부분을 말하는것으로 약간 단단한 지방층이라 생각하면 될것 같은데 실제로 먹어보니 주인 아주머니 말씀처럼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게다가 모 방송에서 연예인 이홍렬씨가 다녀갔다고 손님들끼리 말하는것으로 보아 규모는 작지만 최근 방송을 타면서 유명해진 식당인것 같았으며 그로 인한 주인내외의 자부심도 은근 엿보였다.
쫄깃한 식감의 수구레국밥을 먹다가 국밥이 많이 남아 국수 사리를 할까 하다 공기밥을 하나 추가했는데 나중에 계산할때 추가요금은 받지 않아 다시 물었더니 자칭 이홍렬을 닮았다는 사장님은 "됐어요~"라며 선선한 웃음을 보이신다. 다시 사장님께 하씨초가 방향을 물어본 뒤 인사를 하고는 식당을 나왔다. 창녕에는 동삼층석탑과 서삼층석탑이 있는데 창녕사람들은 이를 줄여 동탑, 서탑 하는 모양인지 "하씨초가 바로 앞에 동탑도 있어요~" 하신다.
13:09 술정리 하씨초가. 중요민속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되어 있고 처마가 길며 지붕은 이엉 대신 억새풀로 이은것이 특색이라고 하는데 일반 민속촌의 초가에 비해 주위 풍경들이 어우러져 상당히 자연스럽고 보존이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씨초가의 장독대 앞에 함박꽃(목단)이 그야말로 함박 피어있다.
하씨초가를 나오면 넓은 잔디광장을 사이로 두고 바로 건너다 보이는 술정리 동 삼층석탑.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 그 크기나 조각수법으로 보아 불국사석가탑과도 비교될만큼 아름다운 탑으로 1965년 문화재관리국의 해체수리, 복원과정에서 사리 7과와 동제잔형 사리용기 등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어 주목을 받았다고 전한다.
다음 코스인 서삼층석탑으로 가려면 횡단보도를 건너 앞에 보이는 주유소를 돌아 뒷길로 들어가야 한다.
13:28 술정리서삼층석탑. 내가 보기에는 동삼층석탑과 꼭대기 모양과 소재지 외 크게 다를 바 없는데 동탑에 비해 다소 떨어지고 제작연대도 늦다고 하며 서로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있어 같은 절의 탑은 아니었을거라고 하며 다만 부근에 있는 직교리당간지주와 함께 이 지역 일대에 커다란 사찰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다.
13:35 직교리당간지주. 서탑으로부터 약 100m 정도 떨어진 주택사이 좁은 공간에 있는 당간지주는 사찰의 깃발을 꽂는 장대인 당간을 받치기 위해 만든 석조기둥 구조물이며 이와 함께 인근 동탑과 서탑, 인양사 조성비로 보아 이 일대에 큰 사찰이 있었을것으로 추정되나 어떤 사찰이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한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던 중 창녕군보건소를 지나고
13:53 보건소 바로 뒤에 나란히 위치한 창녕문화예술회관에 이르자 마침 별관에서 세계가면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입구에서 쭈볏거리니 나이 든 여자직원이 나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며 "아이들도 없으니 천천히 읽어도 보시면서.."구경하고 가시란다.
세계를 대륙별로 나누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한국의 가면을 전시해놓았는데 그 중 화려한 멋이 돋보이는 유럽의 가면들이 특히 내 눈을 끌었다.
덕분에 영화속 무도회에서나 나옴직한 유럽의 가면을 포함해 한국의 탈, 인디언 탈 등을 나 혼자 정말 천천히 마음놓고 구경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착시현상을 응용한 그림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이 그림들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 보다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그 효과가 증대되는 느낌이 든다.
잘 보았다는 인사를 하고 가면전시관을 나와 계단으로 올라가니 무슨 관공서같은 건물이 있어 호기심으로 들어가보니 내가 준비한 지도상으로 보아 창녕군청인듯 해서 마침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창녕군청 뒷 마당이라고 한다. 다시 그 옆 조금 더 높은 곳에 위치한 건물을 가리키며 무슨 건물인지 물어보니 이분 답이 실소를 부르게 한다. "음~ 그건 있시나(있으나) 마나한 시의회.." 내가 참지 못하고 피식 소리내어 웃었지만 그분은 별 반응도 없이 시큰둥하게 자신의 승용차 문을 열고 들어가버린다. 설마 창녕군민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건 아닐테지요..? 군청 앞마당을 돌아 나오니 정문이 나오고 다시 그 길 왼쪽으로 돌아드니 바로 그 시의회건물 앞을 지게 된다.
있시나 마나 하다는 창녕시의회 건물 앞.
14:17 시의회정문에서 조금 더 가다 골목을 지나가다보니 인양사조성비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보았던 창녕의 문화유적들은 하나 같이(직교리당간지주를 제외하고) 넓은 부지를 확보하여 공원으로 꾸며 보존을 잘 하고 있고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이 이를 찾기에도 쉽게 되어있었다. 이 인양사조성비도 공원처럼 넓게 단장해놓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공간을 확보하여 처음 와보는 나도 지나가다 이를 찾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비석에는 특이하게도 정면에 스님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고 옆으로 인양사의 탑과 금당을 건립, 보수한 과정과 승려들의 수행 공덕내용 등이 기록되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14:24 인양사조성비를 지나고 다시 산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군립공원치고는 상당한 규모의 창녕문화공원이 보인다. 공원 내에는 공원안내도와 함께 역시 진흥왕행차길 안내도가 자리하고 있고 넓은 원형의 광장을 지나니 상부쪽으로 향하는 붉은 계단이 보기에도 높다랗게 나있어 무릎을 생각해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을 위한 교통안내 교육장이 있고 그 옆으로 비탈을 완만하게 오르는 나무계단이 보여 그곳으로 향한다.
공원 정상부에 있는 정자의 위치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딱딱한 블록 계단으로만 오르기가 싫어 나무계단을 선택했는데 그 경사가 완만하고 새로 돋아나오는 나무들의 잎이 싱싱한지라 그 그늘속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이 무척 정감이 있다.
14:29 공원 꼭대기에 위치한 정자. 이곳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준비하며 함께 앉아있던 경방(산불방지요원)에게 커피 한 잔 하시라, 저 산이 무슨 산이냐 말을 걸어보았으나 갱상도사나이라 그런지 살같은 답변이 안나온다..^^*
정자에서 바라보이는 창녕 시가지와 화왕산.
정자를 내려와 창녕사직단을 찾다가 결국 앞서 피하던 이 계단을 오르내림..ㅠㅠ 사직단을 향하는 이정표가 공원 입구와 계단 바로 아래에까지는 있는데 그 이후로는 안보여 헤매는통에 처음 기피하려던 이 계단을 한 차례 오르내리고 말았다는.. 타지역에서 오는 관광객을 위해 계단 상부 지점 이정표에도 사직단 방향을 알려주었어야 할텐데 말이다. 나중에 그냥 지레짐작으로 명덕수변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으로 사직단 방향이 안내되어 있었고 아래에서는 장미터널같은 나무계단길로 연결되는 모양인데 창녕군청이나 공원관계자는 이 점을 살펴 보완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14:59 창녕사직단. 사직단은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며 '현의 서쪽 1리 지점에 위치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현존하는 사직단은 위치나 방향등에서 모두 기록과 일치한다고 한다. 사직단 내부에는 '예감'이라는 제례용 구덩이와 위패를 보관하던 '신실터'라는 건물터가 남아있다.
사직단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아래를 향해 나있는 길을 내려가면 6.25, 월남 참전기념비가 위치해있다.
이름이 복순이라던가? 7개월 됐다는 이 녀석은 공원 아래에서부터 나를 향해 짖으며 달려오던 녀석인데 여기서도 또 한번 짖으며 달려오는 것이 나를 위협하려는게 아니고 마치 자기를 알아달라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내가 손바닥을 내밀어주니 대뜸 가까이 와 혀로 핥기까지 하더니 사진을 찍으려니 냉큼 도망가버리는 통에 주인인 아가씨도 멋적은지 웃어버린다. 나도 집에서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고있다하니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를 쉬 풀어버린 듯 "강아지가 몇 살이냐", "이름은 무엇이냐"는 등 묻는 말에도 순순히 웃어가며 대답을 다해준다.
다시 공원에서 빠져나와 마을로 내려가니 호수가 나오고 그 둘레를 데크길로 단장해놓은 명덕수변생태공원이다. 중앙분수대와 함께 갈대, 부들, 창포 등을 심어 볼품없는 작은 연못을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게 하여 주민들에게 휴식과 산책공간을 게공하고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니 도롯가 오른쪽으로 명덕초등학교가 있고, 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넓은 소공원과 함께 오늘 일정의 마지막 지점인 창녕석빙고가 위치해있다.
겨울에 채집해두었던 얼음을 녹지 않게 효과적으로 보관하는 냉장고 역할을 하는 구조물로 구분과 같은 형태인데 내부가 반지하이고 바깥면은 온도 유지를 위하여 흙으로 두껍게 덥여있기 때문에 고분과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한다.
15:39 석빙고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출발, 도로를 건너 송현사거리 방향으로 직진하다보니 창녕119안전센터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송현사거리, 다시 왼쪽으로 길을 꺾어 걸어가니 멀리 창녕박물관이 모습을 보인다. 걷는 도중 하늘도 개어 기온이 오르더니 땀마저 삐질거릴 즈음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되었다.
오늘 목적하였던 진흥왕행차길 7.1km에서 내가 서삼층석탑과 직교리당간지주를 추가하고 문화예술회관, 창녕군청을 더 돌아보았기에 적어도 8km는 훨씬 넘지 않았나 싶지만 그 보다도 그동안 부산갈맷길을 걸어다니며 주로 경치위주(운동량 배가를 위해?)로 다녔던 반면 이번 창녕행은 옛 문화유적지 탐방을 테마로 삼았다는게 색다르고 또한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비교적 문화재들을 보존하기위해 힘쓴 창녕군청의 노력이 돋보이는 것 같아 창녕이란 지역 이미지가 길이 좋은 추억으로 내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으리라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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