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매 년 전국의사테니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돋보이던 경기도의사테니스회를 취재했다. 의정부에 있는 호원실내코트까지 가는 길은 서울에서 얼추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매 월 광범위한 경기도 지역 곳곳의 코트를 찾아 모임을 주선하고 있는 임원진 및 참가하는 회원들의 열의가 참, 대단하다. 20개월 만에 회장배를 열기 위해 원래 다른 코트를 예약했으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실내코트로 옮겨 진행하게 되었는데 날씨가 화창했다. 햇살 받은 단풍은 더욱 아름다운 색으로 수놓으며 임원진의 노고에 갈채를 보내는 것 같았다.
“경기도 의사테니스회(이하 경의테)는 2002년 목동코트에서 발족되었다. 지역이 넓고 출신 학교가 서로 달라 연락해서 모이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공통의 취미로 매 달 첫 번째 일요일에 모였다. 매 년 가을에 열리는 전국의사테니스대회 단체전에 경기도 대표 팀으로 출전하기 위해 함께 연습하고 식사하며 모임을 이어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입상 목표보다는 더 훨씬 인간적인 유대관계가 깊어지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정을 쌓아왔다. 당시 전국의사테니스대회에서 청년부와 장년부에서 개인전 단식을 우승한 임건식 소아과 원장의 희생적인 노력과 교통사고로 다리 골절상을 입고도 몇 년 후에 다시 복귀한 우충아 원장님의 초인적인 삶은 많은 회원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서로 희생하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경의테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이 모임에서 초창기부터 활동하였으나 개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한 박찬욱 원장은 간략하게 정리한 경의테 역사를 카톡으로 보내 알게 되었다.
실내코트 4면을 빌려 치열하게 경기를 펼치고 있는 현장에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탄성과 하이파이브가 축제를 방불케 했다. 경기는 실력별 네 그룹으로 나눠 예선전을 하고 그다음 파트너를 바꿔 다시 게임을 해야 하는 복합된 kdk 방식으로 고도의 두뇌플레이가 필요한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경의테 회원은 총 30명, 매 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경기를 한다. 일 년 회비는 20만원이며 회원들은 대부분 각자 소속 클럽에서 운동하다 경의테 정기모임에 참석하는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박찬욱 한승태 원장을 비롯해 실력들이 탄탄하다. 코로나19 상황에 지역적인 출입 제한이 있어 코트 폐쇄가 많이 되었기 때문에 오픈된 공간만 찾다보니 외곽 쪽에 있는 사설코트나 실내코트를 이용해 왔다.
경기를 마치고 잠시 쉬는 틈에 조석범 경의테 회장을 만났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 조 회장은 평소 음악을 좋아해 출산 전후에 생길 수 있는 신생아의 정서적인 문제 그리고 아동들의 발달장애(지적장애나 집중력부족 과잉행동과 자폐스펙트럼, 언어 감각장애 등)를 치료하는데 음악으로 도움을 주고자 음악심리치료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음악치료 분야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매일 새벽 출근하기 전에 테니스 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4년 전 전국의사테니스대회 은배부 개인전에서 우승한 사진을 지금까지 핸드폰의 메인 사진에 넣고 다닐 만큼 뿌듯하고 기쁨의 유효기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조 회장은 “경의테는 2년마다 선출직으로 회장을 뽑아 봉사하고 있는데 올해 코로나로 한 번도 회식을 못하고 운동만 하고 헤어지는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회원들께 상당히 죄송한 시간이었다”며 “경의테에서는 선배라는 단어 보다는 형이라는 호칭으로 통하는 만큼 서로 농축된 관계를 맺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2019년 코로나 직전에 충남대에서 열린 전국의사테니스 대회에서 금배 단체전 우승을 했는데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것은 물론이고 하나로 뭉치는 단합심은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할 만하다”고 했다.
젊은 박성철 총무는 실력이 대단하다. 어릴 때 라켓을 잡았다가 대학 동아리에서 다시 시작. 경의테의 쟁쟁한 선배들로 부터 다양한 테크닉을 전수받고 파워까지 겸비해 금배부 단체전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차병원에서 통증클리닉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박 총무는 “총무가 되기 전에는 라켓 하나만 들고 와 운동하다 갔는데 막상 임무를 맡아보니 코트 섭외에 신경 써야 하고 음료등 그외 준비해야 할 짐이 많아졌다” 며 “선배들이 늘 협조를 많이 해 주어 감사드리고 총무 맡고 처음으로 회장배를 하다 보니 상품등 챙겨야 하는 부분은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또 “의대 재학 중 연애 시절에는 열심히 응원만 했던 아내가 몇 년 전부터 함께 테니스 하면서 보다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후원자로 바뀌었다”며 “역시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벤치에 여성 세 분이 앉아 있었다. 아이 셋씩을 낳고 둘을 낳은 어머니이자 모두 경의테 회원의 부인들로 테니스를 시작한 계기는 다양했다. 갱년기 극복을 위해 라켓을 잡았다는 분, 국화부가 꿈이라는 테린이, 분주한 남편과 함께 휴일을 보내는 것이 좋다는 분. 경의테에서는 코트 하나를 더 여유 있게 빌려 가족들과 동반해서 참석하더라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 사고로 정강이 다리뼈 10cm가 완전히 사라져 긴 공백을 딛고 다시 코트에 선 에이스 우충아 원장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전신 마취 수술만 여섯 번. 골반뼈 이식 수술을 여러 차례 했으나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인공뼈 이식하고 재활까지 걸린 기간이 10년이라고 한다. 올해 나이 60된 우충아 원장은 “사고 이후 테니스는 평생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목발 짚고 산에 오르며 재활하는 중에 컨디션이 좋아져 라켓을 잡아도 될까라는 생각으로 2년 전부터 살살 쳤더니 잘 견뎌주어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운동하고 있다”며 “테니스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충만감이 들게 하는지, 함께 운동해 주는 후배들이 고맙고 이제는 승부를 떠나 경의테 회원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다”고 전했다.
코로나 19 최전선 음압병동에서 고위험군 환자를 치료하는 이천의료원의 박철희 선생은 최근 부스터 샷을 맞았다. 1차와 2차까지는 견딜만 했으나 3차는 상당히 힘에 겨웠다고 전한다. 주말도 없이 일하다가 어렵게 짬을 내 이 행사에 참석한 중에 핸드폰은 쉴 새 없이 환자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 전달되고 있단다. 11월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환자수가 급증하고 중증의 경우에는 삶의 마지막 기로에 있는 분들이라 늘 긴장된 시간 중에 잠깐 뛸 수 있는 테니스는 보약이라고 한다.
박 선생은 “야외 스포츠인 테니스는 개인위생 철저히 하고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면서 운동하면 코로나는 안전지대에 가깝다”며 “면역력을 많이 길러 놓아야만 코로나균을 비롯해 어떤 바이러스든 이겨낼 힘을 갖기 때문에 평소 운동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존익 경기이사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바빴다. 계속 지그재그로 파트너를 바꿔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게임이 끝나면 부지런하게 다음 게임을 준비했다. 다섯 시가 되자 경기 결과가 최종 집계 되고 입상자를 발표했다.
금배 1위 박형준 2위 한승태 3위 박철희
은배 1위 우충아 2위 정춘근 3위 송경석
입상자 상품은 1위 라켓가방 2위 백팩 3위 모자로 1위를 차지한 박형준 선생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느라 많은 도움을 준 박총무의 아내에게 선물로 증정. 주변 공기를 훈훈하게 했다.
올해 8순으로 가장 연세가 많은 정춘근 교수는 “역동적인 젊은 후배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긴장감과 도전정신을 일으키게 한다”며 “이 행사를 위해 애쓴 조석범 회장을 비롯해 임원진들께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고 전했다.
시상식을 마친 회원들은 오랜만에 코트에서 가까운 식당으로 이동했다. 자리이동도 안되고 뙤창으로 하는 건배도 안 되지만 한 울타리에서 더불어 식사를 한다는 것만으로 흡족한 표정이었다. 한 분 한 분,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애쓰는 경의테 회원들의 회장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