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월25일), 동기 체육대회가 모교에 개최된다해서
첨으로 참석키로 햇다.
허긴 동기 카페 운영자로, 이제 동기회에 불참했다가는 몰매 맞거나
그나마 카페에서 쫓겨날 입장이니(?) 열심히 다녀야지...ㅎㅎ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올림픽공원 사무실에 차를 놓고
전철로 남영동을 간다.
졸업후 워낙 올일이 없어, 전철 5호선 숙대입구역이 어디쯤인지도
모르겠다.
내려서 멀면 택시탈 생각하고 지상으로 올라와보니,
아싸~ 바로 남영동 사거리, 용수로 입구로 나오네?
남영동 사거리에 서서 학교쪽을 바라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30년전 청소년기 부지런히 오가던 그 길은 그대로다.
어려서 다니던 그 길에 이제 머리 하얀 중년의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아~ 가로수 이어진 변함없는 길을 보며, 어린시절 그리움과 추억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길 옆 가게의 윈도우에 비치는 지긋한 중년의 모습으로, 아직은 건강하게 이 길에 다시
들어섬을 감사히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추억을 밟으며 용수로를 들어선다.
조심스럽게, 하나의 추억이라도 더 살리고파, 또 조심스럽게...
조금 걸어들어오니 오른쪽 남영동 뒷골목과 마주한다.
저 골목...30년전 아침이면 남영극장 앞, 숙대입구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등교시간 늦어 통만두 선생님께 얻어맞을까
육교를 날듯이 뛰어건너 골목으로 접어들면 항상 이 골목과 마주했지...
이 골목을 뛰어 용수로로 접어들어
교모는 가방가운데 접어넣고, 옆구리에 가방끼고 들고 뛰던 용수로...
100여 미터 걸어올라가면 항상 청춘가슴에 원인모를 가슴뜀을 주던
수도여고가 있었지...
근데 웬걸? 지금은 삼광초등학교?
쩝...하얀 교복 아리따운 여고생은 간데없고
삼팔광땡 생각나는, 웬 삼광초등학교?
* 옛 수도여고 교문 - 지금은 삼광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옛 수도여고를 지나 후암동 사거리에 다다른다...
수도여고 뒷골목을 바라보니, 그 뒷골목에서 다른학교 학생들과 패싸움하던 생각이 난다.
여러명이 있었는데, 김XX만 기억난다.
청소 리어카에 연탄재가 날아다니고, 삽이 날아다녔던 그림도 어렴풋이
눈앞을 스쳐간다.
ㅎㅎ 씩씩한 김XX이...
(* 어제 김XX이 나왔었다.
지금은 은행원을 거쳐 중견 직장인으로 거듭난 젠틀맨이지만 ..ㅎㅎ
ㅎㅎ 다 옛날 얘기다.. 그 험햇던 일들도 이젠 다 추억이네...)
교문 건너에서 바라본 후암동 사거리.
어린 청춘 주린 배를 달래주던 후암분식은 한식당으로 변해있다.
사진 중간 [비보호]팻말 밑이 후암분식 자리다...
지금 기억으로도 그때 당시 후암분식에서 써빙하던
젊은 처자가 참 이뻤던 것으로 생각한다.
허긴 그 나이에 이쁘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마는...
암튼 우리보다 그리 많지않은 나이의 젊은 학생이
라면맛을 더해주었었다...
교정에 들어서니 식당건물은 그대로다.
함지만한 도시락에 밥 그득싸와 오전에 절반먹고,
점심시간에 건데기 몇개 뜬 우동국물만 사서 도시락 말아먹던 생각에
식당입구와 체육관 가운데 좁은 골목을 잠시 서성이고,
잠긴 식당안을 유리창안으로 들여다 보기도 한다...
어두운 식당 건물안이 어찌 그리 좁아보이는지.
그때는 참으로 많은 벗들이 우글거리던 넓은 방이엇을텐데...
아아~ 지금도 날 것같은 구수한 오뎅 내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니
음악실과 미술실이 있던 새건물은 세월이 흘러 낡은 건물이 되엇고
옆의 검도부실은 간 곳이 없다.
일제시대 상무관 비슷한 낡은 검도장의 추억에
마산 있을 임형준이 모습이 투영된다.
멋쟁이 터프가이, 임형준이 (나하고 1학년때 같은 반이었을게다)
고개 돌려 돌아보니 식당건물 윗층이 도서관이엇지.
내 인생의 모습을 잡아준 도서반...
요 아래층이 식당 겸 매점이었다.
이 중세형 세로 창문이 폐가식으로 운영되던 용고 도서반의 아지트였다.
지금은 인성지도부(舊 학생부)와 운동부 합숙소가 들어가 있다.
(9반 홍성대가 체육선생님으로 왕초노릇하고 잇다.)
도서관은 본관 지하로 가있다더군...
저 건물 속에서 내 청춘이 영글어갔고
지금 알량한 지식과 교양의 기초가 다져져 갔었지...
운동장으로 나왓다.
소낙비 내리는 교정을 교복이 다 젖도록 걸어보던 운동장
언제나 청춘 내 가슴을 활짝 열어주던 남산의 하늘,
30년전과 변함없이 내 시야에 우뚝솟은 남산타워
남산과 하늘과 타워를 보며 가슴을 키워왔다.
오른쪽 짙은 숲으로 변한 통일동산,
불의에 결연히 일어서 모교 교정에 영원히 숨쉬는,
선배들의 4.19 위령탑이 있는 그 곳.
그 곳에서 청춘기 개똥철학과 술과 연기에 첫 키스를 나누엇었지...
맨땅에 한 코트있던 농구장이
이젠 농구의 명문으로써 위상을 과시하려는지
적어도 서너개 코트로 확장돼있다.
벗들이 뛰는 농구경기를 보며
위풍당당한, 그러나 조금은 낯선 새 학교 건물을 본다.
21세기를 리드할, 고집스럽고 단단히도 잘 뭉치는
새로운 용고인을 양성하는 둥우리.
2005년의 좋은 가을날,
설레임과 추억으로 한 나절을 보내다
새 교정을 바라보며 이제 새로운 마음을 다진다.
용고는 내 청춘의 고향,
사랑하는 모교를 위해 더 많은 관심, 더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첫댓글 나도 가족과 함께 학교들어 오면서 주변을 몇번이나 훒어 봤지.(검도반, 식당,도서관,체육관 일일히 돌아 보고 싶었지만 아쉬웠네!) 호윤이가 올린사진과 글을 보니 옛향수가 절로 나는군! 근데 호윤아! 너 옛날 팻싸움 했었냐? 지금 너 체격이라면 모를까~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에이~ 내가 뭔 쌈을... 난 옆에서 말렸지~ " 얘들아~ 그러지마~ 말로해~ 그러다 다치잖아~ " ㅎㅎㅎ
특히 후암분식 댕기머리 처자는 발그스레한 얼굴에 200원짜리 순두부 갖다주며 친구들 농담 다 받아 냈었지 특히 가슴이 남산만 하여 어린눈에 엄청 섹시하게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호윤이의 많은 감수성이 도서관에서 영근 모양이다 ㅎㅎ 하여튼 우리는 훌륭한 카페 운영자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겻은 행운
맞어. 남산만 했어. 당시 내가 어려서 섹쉬까지는 몰랐는데, 암튼 컷어..ㅎㅎ
호윤이의 사진과 글 솜씨에 이제 막 하교 한 걸루 착각 해쓰.. 수도여고 대신 삼광초등은 너무 아쉽다..ㅎ
그러게나 말이시게나~ 나두 젤 아쉬운게 수도여고 이사간거. 이제 재학생들은 수도여고하고의 끈끈한 緣은 없겠어.. 대학교때 동문회도 수도여고하고 같이 한 학교도 많았는데..허긴 지금도 [용수회] 동문 모임 같이하는데 많지..
수고들 했다.. 호윤이가 학교 가는길을 그림으로 보여주었구나... 일요일 못가서 미안했구... 어제 저녁에 홍성대를 만났다. 16회 4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성대가 어제 모교 체육선생님이라고 동기들하고 후배들 지원해 주느라 고생 많앗다. 하여간 여러사람 즐거우려면 반드시 뒤에서 봉사하는 스탭은 잇어야 하는 법. 감사하게 생각한다. 심판보랴, 애들 동원해서 지원하랴...고생 많앗다. 홍성대가 9반이야. 9반출신에 착한 애들 많어..ㅎㅎ
그건 맞다! 5반, 7반, 9반친구들이 열성적인것 같어! 세월이 너무흘러 그런지 좀처럼 친구들한테 부탁하기가 좀 서먹 하더만!(그래서 내가 이카페에서나 나마 큰소리 치는지 모르지? 뭐~ 말이 필요 없으니^^)
나도 최근 일땜에 후암동을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지난 일을 되새기곤 하지. 언제 봐도 정겹기만한 고향 같은 곳이지... 그렇게 지나는 용수로에 우리같은 빛바랜 목련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암튼, 영원한 마음의 젖줄과 같은 모교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게 우리의 커더란 행복이겠지. 땡큐! 호윤!!
모처럼 학교를 둘러보왓더니 감회가 새롭더군 호윤이와 같은 마음들이지 하여간 굿이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도영이가 수도여고 담을 넘어서 피는 목련에 어떤 수도여고 처자가 겹쳤던 모양이네 ㅋㅋ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 호윤이의 글과 사진이 30년전으로 나를 보내는구만.
자네가 보내준 돼지고기로 우리 동기들과, 일을 도와준 하키부 학생들, 그리고 일부 후배들이 아주 호식햇어. 땡큐~ 자네가 못올라와서 섭섭.
캬아....정말 새롭네.볼수록...
그, 캬아~는 같이 소주 한잔 하고 싶어서 나오는 감탄사지? ㅎㅎ 이번 주말에 몇명 꼬셔서 [전어회 시식모임]을 당진에서 한번 번개팅해볼까? ㅎㅎ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철인데...(아까 자네가 전어자랑을 해서리..ㅎㅎ)
호윤아..정말 사진 옛 생각을 돌이키게 잘 찍었다.....
체육회날 굿은일을 해준 하키부 후배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친구와술은 오래될수록 좋다고 하던가 세월의 향기에 베여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기 좋더라,항상 건강하고 다음을기약하자,(만날수 있다는 기다림은 즐거운겄 갇다*^^*)
너, 하키부 출신이라며? 춘천 이승호(9반)하고는 연락하니? 갸가 요새 좀 뜸하네?
나도 한 번 시간을 내어서 가보고 싶다...
난 20년 된 내 여친(진짜 친구) 한분이 용고 뒷편에 살고 있어서 가끔 호윤이가 찍은 장소들을 걷고, 보고 한단다. 학교에 들어간 것은 3~4년전 쯤 김갑재 선생님 계실 때 였는데... 마눌과 같이 가서 요기조기 설명해 주며 옛 생각도 떠 올리고... 무척 좋더라. 언제 한번 쯤 다시 가보고 픈 생각이 드네.
아~ 하는 마음으로 사진들을 보았다. "그래...맞다... 저 길이야~" 하는 마음과 "음... 여긴 좀 생소한데..." 하는 심정. 나도 언제 가보고 싶다. 호윤아~ 고맙다!!!
호윤아 고맙다. (이제서야 이글과 사진을 보다니.) 꿈에도 그리던 장면이었다. 사진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도 언젠가는 꼭 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