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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구름따라[인간의 몸의 율동 - 12경락]
출처: https://elfqkr.tistory.com/entry/%EC%9D%B8%EA%B0%84%EC%9D%98-%EB%AA%B8%EC%9D%98-%EC%9C%A8%EB%8F%99-12%EA%B2%BD%EB%9D%BD
인체는 소우주라 한다.
명리학에서의 사주팔자 구성은 天干과 地支, 그리고 大運으로 이루어져 있다.
天干은 우주의 율동인 五運이고 地支는 지구의 율동인 六氣이다.
大運은 인간의 율동으로 개개인이 갖는 자율적인 힘,
외부에 대한 인간 내부의 저항력과 면역성, 생명력을 의미한다.
하늘의 五運과 땅의 六氣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은
음양의 변화에 따른 12경락을 지니고 있다.
1음인 궐음(厥陰)에서 2음인 소음(少陰), 3음인 태음(太陰)으로
1양인 소양(少陽)에서 2양인 양명(陽明), 3양인 태양(太陽)으로의 변화를
12地支와 연계하여 12경락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는 巳亥궐음風木이니 심포와 간이다.
둘째는 子午소음君火이니 신장과 심장이다.
셋째는 丑未태음濕土이니 폐와 비이다.
넷째는 寅申소양相火이니 담(쓸개)과 삼초이다.
다섯째는 卯酉양명燥金이니 대장과 위이다.
여섯째는 辰戌태양寒水이니 방광과 소장이다.
01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 : 셋째손가락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뱀을 매우 교활한 동물로 표현하고 있지만
신약에서 예수는 '비둘기같이 온순하고 뱀같이 지혜로워라!' 고 설법하시면서
뱀을 지혜의 상징으로 설정하였다.
신중하며 지진 등을 예감하는 매우 영악한 동물로 상징되어 온 동양적 뱀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그 징그러운 생김새와 물렸을 때 생명을 잃게도 하는 맹독성 때문에 뱀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서양에서는 지혜가 있고 교활한 짐승이라고 해서
뱀을 흔히 '악마의 사자(Satan)'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수궐음심포경이 지니는 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것이 욕으로 통하는 모양이다.
반면 동양에서는 구렁이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용(龍)이 된다고 믿어 왔고,
집에서 사는 구렁이는 집을 지켜 주는 수호신으로 여겨왔다.
이런 엇갈린 평판의 뱀이 하필이면
인체의 가운데 손가락으로 흐르는 심포경락을 상징하는 십이지에 포함된다하니,
여기에는 뱀의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그 취상에 숨어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지성적 마음,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胞經)과 뱀
수궐음심포경락은 가운데 손가락 손톱 안쪽으로 흐르는 경락이다.
궐음풍(厥陰風)의 성질을 가졌으며,
심보 혹은 심뽀로 통용되는 마음 씀씀이와 상관 있는 경락이다.
흔히 오장육부라지만 심포를 포함해서 실로 한의학 경락학적으로는 육장육부이다.
심포(心胞)는 해부학상 존재하지 않는 장부이다.
그래서 이 경락을 유명무형(有名無形),
이름은 있으나 형체는 없다고 하기도 하고, 유용무상(有用無相), 즉 쓰기는 하는데 형상은 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때 일부 한의학계에서
심포를 심장을 싸고 있는 막(膜)이라고 해석하여 교육하는 우(愚)를 범하기도 하였다.
도대체 독립된 경락체계를 가지고 있는 장부(臟腑)가 어찌 한낱 막(膜)에 불과할 수 있겠는가?
그간 한의학계에서 신비로 싸여있던 이 심포의 개념을
대승불교의 대성자(大聖者)인 용수보살의 유식론(唯識論)에서 힌트를 얻어
필자는 지식의 저장창고로 정의를 내렸다.
"심뽀를 잘 써라!' 는 말을 하는데 '심뽀'란 바로 '심포 경락'을 가리킨다.
'심뽀를 잘 써라!' 는 말을 바꾸어 말하면 '생각을 좋은 방향으로 하라' 는 말이다.
남을 잘못되게 하려고 머리를 굴리는 것을 놀부 심뽀라고 하는데
불교용어로는 이를 악지식(惡知識)이라 한다.
선지식(善知識)은 남을 해탈시키고 행복하게 하는 좋은 지식을 많이 쌓아 온 사람을 지칭한다.
수궐음심포경은 궐음 즉 명예욕, 지식욕 등의 지성리듬을 관장한다.
따라서 졸도해서 의식불명이 된다든지, 건망증이 심하다든지 할 때 치료효과가 크다.
언어장애가 있을 때도 이 수궐음심포경을 보(補)해 주면 좋다.
자신감이 결여되었거나 시험 공포증이 있는 사람, 책만 잡으면 졸음이 오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사람들은 이 수궐음심포경을 보해주면 효과가 있다.
뇌와 관계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이를 잘 활용하면 큰 효과가 있는 신비의 경락이다.
심포경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신비스러움이 한의학의 매력이고,
그에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측면이다.
심포나 삼초 등의 경락처럼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무형의 장부를 오로지 觀하는 것만으로
그 신비한 기능을 밝힌 고인의 예지는 실로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다.
고요히 마음을 觀하는 지혜가 없다면,
어찌 요즘 사람의 허둥대는 실험과 관찰로 이를 깨달을 수 있으리오?
'기억이 안 날 때는 오른쪽의 세 손가락을 주무르라'는 옛 어른들의 지혜는 감탄을 자아낸다.
손가락을 강하게 주무를 때 가운데 손가락이 가장 강하게 자극 받는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바인데,
인간의 우뇌와 좌뇌 중, 기억을 주관하는 좌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오른손의 수궐음심포경락을 자극한다는 원리까지 추리해 낼 수 있는 사람은 한의학 매니아가 될 소질이 있다.
해부학적으로도 뇌신경은 좌우가 교차한다고 밝혀졌지만
이를 적용한 우병좌치(右病左治. 우측에 병이 있으면 좌측에서 치료한다),
좌병우치(左病右治)의 상대적 치료를 수천 년 전부터 옛 사람들이 활용해 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溫故而知新,
아무리 최첨단 과학의 21세기라 해도 겸허한 마음으로 옛 지혜를 새롭게 조명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맥락에서 요즘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가 신고전주의라고 하겠다.
02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 : 엄지발가락
12지(支)에서의 돼지란 사육되는 연약한 집돼지가 아니라 야생 멧돼지를 말한다.
송곳니가 나왔을 뿐 아니라 성질을 한번 건드리면 돌진할 때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하여 포수들도 힘들어하는 상대인 야생의 멧돼지를 말한다.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이 발달하면 일단 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달성할 때까지 그 일을 꾸준히 밀고 가는 당찬 성격을 지니고,
웬만한 상처에는 굴하지 않고 돌격하는 멧돼지의 뚝심으로,
어떠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도 결코 절망을 오래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헤쳐 나가게 된다.
제사를 올릴 때 반드시 빠뜨리지 않고 많이 쓰는 제물이 돼지이다.
옛부터 신성한 동물의 상징으로 여겨 왔음의 표징이다.
또한 자손이 귀한 집에서는 아들을 낳으면 10세 때까지 돼지라고 부른다.
이것은 돼지가 새끼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낳아 다산(多産)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산신(山神)에게 제(祭)를 올릴 때는 대체로 돼지를 잡고 재앙을 물리쳤는데,
『온달전』 에 고구려 사람들이 해마다 3월 3일이 되면
낙랑의 산언덕에 모여 사냥을 하여 잡은 돼지와 사슴 등으로써 산천신(山川神)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대목이 있다.
자신감과 권력의지의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과 멧돼지
족궐음간경은 엄지발가락 바깥쪽에서 시작되는 경락으로
궐음풍(厥陰風)의 성질을 지녔고, 간(肝)에 속한다.
'간도 크다' 할 때는 배짱이 두둑하다는 뜻이다.
포커를 할 때 투 페어를 들고도 풀하우스인 척 눈도 깜짝하지 않고 호기 있게 베팅 할 때의 배짱이다.
덤빌테면 덤벼라하고 죽을 각오로 버티는 힘이 있으려면 간 경락이 튼튼해야 한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연약하고 야실한 청소년들은 인간 세상의 거친 바람 풍파를 겪어 간(肝) 기운을 길러야 한다.
또한 간의 기운은 눈으로 통하게 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눈은 전조등이고 간(肝)은 밧데리에 해당된다.
허(虛)하여 생긴 안(眼) 질환의 경우에는 족궐음간경을 보(補)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족궐음간경은 촉촉한 진액(津液)과 시원한 바람을 몰고 오므로
명실공히 화(火)의 시대에 비교와 경쟁의 불길로 피로에 지친 남성들의 간질환 뿐 아니라 사춘기의 질투심이나
강박관념의 열(熱)로 인해 생기는 여드름 등의 열병을 치료할 수 있다.
03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 발바닥 용천혈
쥐는 주로 음침한 곳에 은밀히 숨어사는데 한배에 7~8마리나 되는 새끼를 낳아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쥐의 생태에 의한 상징은 은밀성과 왜소성, 다산성, 근면성, 저장성 등으로 표현된다.
우리의 농가에서 정월 대보름과 상원(上元)의 밤에는 쥐불놀이를 했다.
쥐불놀이에는 마른풀 속에 숨어 월동하는 해충들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쥐불놀이의 민속의 뜻이 어찌 그뿐이겠는가?
쥐는 12지(支)의 시작이다.
그래서 상원(上元)날이나 정월 대보름은 시작의 의미로 다가온다.
시작의 날에 불처럼 활활 일어나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또한 쥐는 많은 새끼를 낳아 무섭게 번식한다.
그 다산성은 농경민족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식을 많이 낳아 노동력을 확보하고, 기르는 곡식도 그렇게 많이 번식하여 풍성한 수확을 거두기를 바란다.
상원날에 쥐불놀이를 하는데는 그런 바람이 숨어있다.
논밭의 마른풀과 잔디 태우기,
마을 아이들이 미리 횃불을 만들어 두었다가 달이 떠오르면 논둑 밭둑을 따라 가면서 불을 놓는 불놀이,
그리고 깡통에다 마른 나뭇조각을 넣고 불을 붙인 후에
깡통을 빙빙 돌리면 불이 살아나서 밤을 원형의 불보라로 밝히는 놀이,
그렇게 우리의 추억 속에 살아 있는 놀이들에는 풍년과 다산을 바라는 농경민족의 기원과
거기에 더하여 일년동안 무병장수하고 멀리 쫓으려는 희망이 담겨 있다.
성욕의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과 쥐
족소음신경은 발바닥에서 시작한다.
인체에는 두 가지 불이 있는데 화가 날 때 나는 분노의 불과 즐거움의 불이 그것이다.
족소음신경의 소음이란 기분 좋을 때 나는 쾌락의 열을 의미한다.
신(腎)은 콩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성기(性器)를 가리킨다.
신(腎)에 속하고 방광(膀胱)과 연결되어 있고, 심(心)과도 연락이 되어 있는 족소음신경에
쥐와 북쪽, 자정을 배속시킨 의미는 무엇일까?
쥐가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 중 강한 '번식력'과 '저축성'이 바로 포인트이다.
'번식력'은 쾌락의 불의 특징을, '저축력'은 응축된 찬물의 특성을 잘 반영해준다.
쥐는 형상으로 보자면 머리에 비해서 몸이 크고, 어두운 데서 움직이므로 음적인 동물에 속하는데,
그러면서도 행동이 재빨라 양적인 속성도 지닌다.
족소음신경은 신장의 물 기운과 소음의 불기운이 복합된 경락이다.
유심적으로 보자면 차가운 공포와 뜨거운 정열이 복합되어 있고,
색깔로 보자면 검은 색과 붉은 색이 섞인 자주색이다.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두려운 상태에서 사랑하는 이와 키스할 때의 두근거림과 같은
감성적 에너지가 바로 족소음신경의 이미지이다.
선인들이 쥐를 족소음신경과 연결시킨 데에는 바로 이러한 뜻이 있다.
돈이 조금만 모여도 써버리는 헤픈 사람은 자동차의 기능으로 보자면 기름탱크 저장용량이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은 여성적인 알뜰한 저축력을 지닌 쥐의 속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
간직하는 음적 성품과 따스한 양적 온기가 부족한 여성은 임신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봄에 새싹을 움틔우기 위해서는 종자를 깊숙이 저장하는 겨울의 세월도 필요하다.
빛나는 공적인 일 뒤에는 음덕의 내조가 있기 마련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일하나
겉으로 공덕을 드러내지 않는 덕인 음덕이야말로 고귀하다.
불같은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서도 풍부한 기름의 저축이 필요한 만큼,
찬란한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내면의 깊이가 심연처럼 깊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 정열과 기름이 적절히 배합된 매혹적인 경락인 족소음신경을 보(補)하는 방법으로,
억제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혼자되어 외로운 사람들의 애정 결핍으로 인한 좌절감 들을 치료할 수 있으며,
정(精)이 고갈된 것을 보(補)해주고,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에너지를 보강해준다.
04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 : 새끼손가락
우리의 고대 유물 중에는 말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토우(土偶)에도 말의 모습을 한 것이 많이 출토되었고,
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청동제마(馬)형 대구(帶鉤)도 많이 나왔고,
고구려 벽화의 수렵도와 신라 천마총(天馬塚)의 신마도(神馬圖) 등에는 말을 그린 그림이 많이 들어있다.
이렇게 말을 소재로 한 부장품이 많이 출토되는 데에서도
말과 우리 민족과의 관계는 아주 오래 전부터 밀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말은 전쟁과 교역에서 매우 중요하게 이용되어 왔다.
고구려가 수도인 국내성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지금의 외몽고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한 것도 그곳이 말의 주산지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이 국가의 경제와 안보에 중요하여 각 나라마다 마정(馬政)을 전담하는 기관을 두기도 했다.
말은 활동적이며 민첩하고 날렵한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말띠에 태어난 사람들은 발랄하고 불같은 정열이 있으며,
성적 매력이 있는 반면 변덕스럽고 성급하다는 말들을 한다.
말띠는 비교적 쉽게 사랑에 빠지며, 방랑벽이 있어서 열두 띠 중에서 가장 바람기가 많고,
반면에 재치와 기지가 있다고들 말한다.
사랑과 예술감각의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과 말
수소음심경은 겨드랑이에서 시작하여 새끼손가락 안쪽으로 흐른다.
소음군화(少陰群火)의 기운이며 심(心)에 속한다.
심(心)자가 들어가면 보통 중심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군주의 기관이라고 한다.
심장은 또한 신(神)을 간직한 장부라고 하는데,
이 때의 신(神)이란 음양을 측정할 수 없는 종교적인 신(神)이 아니라,
음과 양으로 이미 나누어진 양정(兩精)이 부딪쳐 만날 때의 희열을 의미한다.
즉 남성과 여성이 서로 만났을 때의 즐거움, 즉 사랑의 에너지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성을 만난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바로 이때가 심장 경락으로 에너지가 쏠리는 때이다.
눈빛에 긴장감만 있고, 눈빛이 얼어붙은 듯 하고, 세상 재미라고는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여성들이 있다.
청춘남녀에게는 그런 눈동자가 드문데 남편과 일찍 사별했다던가,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던가, 남편이 아내의 감성적인 면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아
근심과 고독 속에서 우울한 생을 사는 사람에게
수소음심경의 에너지를 넣어주면 얼굴이 피어나면서 명랑함과 웃음이 살아난다.
수소음심경은 감성적인 애정의 자기애(自己愛)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사랑할 수도 없다.
수소음심경의 상징은 말(馬)이다.
나르시즘의 상징인 말은
달리는 모습이 아름다워 에로틱한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말은 빠른 성품을 지니고 있다.
명석하고 판단이 빠르고 경쾌함이 바로 말로 상징되어진 수소음심경의 에너지이다.
수소음심경이 약한 사람은 매사를 지루하게 질질끄는 경향이 있다.
수소음심경의 에너지가 잘 고양되면 시(詩)나 그림, 무용 등의 예술혼으로 발휘된다.
한동안 비아그라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는데 비아그라는 본래 심장병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었다.
그것이 임상실험 중 우연히 정력제로서의 효과를 보았고, 그 효능이 인정되어 시판되고 있다는데,
사실 진지한 사랑이란 꽃잎 하나를 보고도 공감대를 느끼는 예민한 감성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05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 : 엄지발가락
착하고 온순하며 무리를 지어 살면서 싸우지 않고 화목하게 살아,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동물로 상징되어 온 양은, 초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기르지 않지만,
세계 가축사에서는 개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가축의 하나이다.
양은 순한 동물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양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양과 염소를 대개 구별하지 않았던 관계로
염소의 성격을 들어 양띠인 사람을 경거망동하는 성격으로 말하기도 한다.
황소고집이라는 말처럼 염소고집이라는 말 역시 하나의 속담으로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
풍족한 마음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과 양(未)
족태음비경은 엄지발가락 안쪽에서 시작한다.
비장(脾臟)과 태음(太陰)은 둘 다 유물적으로는 습하고 비옥한 '땅'의 기운이자
'중앙'의 상징이어서 중앙토(中央土)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비장은 인체의 중앙에 위치한다.
유심적으로는 사색(思索)에 해당한다.
좋다는 긍정과 싫다는 부정 사이에서 심사숙고하는 중간적 에너지가 비장의 에너지이다.
족태음비경이 발달한 사람은 비위(脾胃)가 강하며 변화에 잘 적응한다.
늘 입맛이 없고, 조금만 더러워도 구역질을 하는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무엇이든 수용하는 땅의 덕성이 필요하다.
비장의 비(脾)자는 굽힐 비(卑)자를 사용하여 마음을 굽히는 덕성을 강조하였는데,
자신을 굽힐 줄 아는 겸손한 인덕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함부로 구역질하지는 않으리라.
왜냐하면 구역질의 유심적 배경에는 자기만이 깨끗하다고 여기는 교만함이 있고
그것이 결벽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효대사가 대오각성(大悟覺醒)한 계기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해골바가지인줄 모르고 마실 때는 물이 달았고, 해골바가지인줄 알고난 뒤에는 구토를 했다.
원효대사가 깨달은 것은 일체가 마음에서 만들어진다는 진실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각성은 곧 선과 악, 더러움과 깨끗함의 분별심을 방하착(放下着)하게 되는 약이다.
비장의 덕성은 똥과 보석을 같이 수용하는 땅의 덕을 상징한다.
이와 같이 수행하는 관을 지평등관(地平等觀)이라 하는데
바로 석가세존이 권장하는 평등성 획득의 명상법이다.
경전에 밝힌 네 가지 지혜의 순서는 묘관찰지(妙觀察智), 성소작지(成所作智),
평등성지(平等性智), 대원경지(大圓鏡智)이다.
묘관찰지(妙觀察智)는 만물을 묘한 관점으로 보아 음양관의 상대적 안목으로 관찰함이다.
성소작지(成所作智)는 묘관(妙觀)으로 얻은 지혜로 사람들을 위해 처방을 내어 그릇됨을 바로 잡아줌이다.
평등성지(平等性智)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따로따로 보지 않고
신분과 계급을 차별하지 않는 안목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지혜이다.
대원경지(大圓鏡智)는 두두물물이 있는 그대로 전부 거울에 비취듯 보여
학다리를 꺾어 참새다리에 붙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무위의 경지를 나투는 지혜이다.
이중 평등성지는 가히 세상을 제도하는 보살(菩薩)의 경지라야 얻는 지혜라는데
바로 비위(脾胃)가 강한 건강한 인물이라야 이 경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많다 하겠다.
그러나 비장의 덕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심하게 굽실거리는 사람을 비굴(卑屈)하다고 한다.
의롭지 못한 사회악이나 불의를 과감히 내치지 못하고 비굴하게 수용하는 비장의 기운은 일종의 삿된 기운이다.
사무사(思無邪)라 하여 공자께서 생각의 삿됨이 없는 군자의 마음을 강조하셨는데,
비장의 과한 기운은 건강과 상반되는 일종의 사기(邪氣)가 실한 병이라 하겠다.
순(順)한 성품의 상징인 양을 족태음비경에 대응시킨 이유 중의 하나가
지나친 비굴함을 경계하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음메에에~'라고 하는 염소와 '음메'하는 소의 울음소리는 'ㅁ'발음이 특징적인데 'M'발음은 사색과 관련이 있다.
'엄마가 주신 돈 사탕 살까요? 과잘 살까요? 음~ 음~ 저금할래요!'
하는 동요의 '음음' 발음이 주는 상징처럼 무언가를 생각할 때 무의식적으로 'M' 소리가 나오게 된다.
좋고 싫음이 지나치게 분명한 극단적 성격의 사람에게는 'M' 발음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포용하는 어머니인 대지의 덕성과
어진 양의 성품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위장약보다 좋은 보약이 된다.
중앙토(中央土)에 속하는 비장은 자동차의 기능으로 비유하자면
전후좌우로 움직이게 하는 핸들기능 즉 운전능력에 해당한다.
이는 응용력과 융통성과도 일맥상통하는데 비장이 발달한 사람은 자로 잰 듯한
규칙에 따르는 규율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유들유들한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다.
이는 『동의보감』 에 기록된 비(脾)가 몸을 운전하는 사지(四肢)를 관장한다는
비주사지(脾主四肢) 기능과도 연관된다.
따라서 팔과 다리에 이상이 있을 때 족태음비경을 활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팔다리로 인경(引經)해 기(氣)를 끌어주는 계지(桂枝)를 살짝 가미(加味)하는 지혜를 기억해야 한다.
나무의 팔다리에 해당하는 가지인 계수나무의 계지가 몸의 사지로 약효를 운반한다.
이런 이치를 옛사람의 무식함으로 돌리고 코웃음을 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나라는 존재도 우주의 일부분일 뿐이고 따라서 나 자신도 우주의 법칙에 순응해서 창조된 존재다.
나만이, 인간만이 무언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이야말로 특별한 생각이다.
天地與我同根이요, 萬物與我一體 라...
중국 조(肇)대사의 말씀은 진리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이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 진리다.
진리에 입각한 사실은 진솔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동의학(東醫學)을 탐구하는데 긴요하다.
06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 : 엄지손가락
소는 우리 민족에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가족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농사를 짓는데 가장 큰 몫을 했으며, 순하면서도 주인을 사랑하여
주인이 위기에 닥치면 목숨을 걸고 주인을 보호하는 충직함을 보이기도 했다.
'뚜벅뚜벅 황소걸음'이란 말도 있듯이 우직하고도 꾸준하다.
민속문학에 형상화된 소의 성격은
어리석음, 충직함, 의로움, 성실함 등으로 나타난다.
돈버는 마음의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과 소(丑)
수태음폐경은 엄지손가락 안쪽으로 흐른다.
'태음(太陰)'이란 축축하고 윤택한 땅의 기운을 의미한다.
'폐(肺)'란 글자를 보면 고기 육(肉=月)자와 시장 시(市)자가 합쳐진 글자다.
시장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수태음폐경이 발달한 사람은 상재(商才)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재물로 인한 근심이 있는 사람을 치료할 때엔
부유함과 넉넉한 마음의 상징인 이 수태음폐경을 활용하기도 한다.
수태음폐경은 엄지손가락으로 흐르므로,
엄지손가락 부분의 발달 여하에 따라서 그 상거래의 재능을 짐작할 수 있다.
수태음폐경이 잘 발달된 사람은 통통하면서도 넉넉하고
그러면서도 성실하게 일하는 덕성이 있는데, 이런 덕성은 소의 덕성과 상통한다.
그래서 수태음폐경의 상징동물로 소가 선택되었으리라 추측된다.
결과에 초조해하지 않고 묵묵하게 밀고 나가는 성실함과,
열등하게 자신을 비하하지 않는 자부심과 기백이 소로 대표된 수태음폐경의 덕성이다.
07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 : 넷째발가락
호랑이는 옛부터 동물의 왕이며 용맹함의 표본이고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호랑이는 진보, 독립, 모험, 투쟁 등의 속성을 갖는다.
또한 삶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갖는 동물이다.
호랑이의 용맹과 투쟁의지는 현실 세계를 개척하는 적극적인 혁명의지로서
현실에 안주하는 정체보다는 모험정신으로 개척하는 미래를 갈망한다.
민속놀이로서 범놀이는 매년 정월 대보름날 충남 청양군 적곡면 지방에서
마을의 동제(洞祭)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옛날에는 천신(天神)에게 비는 제향(祭香)에 뿌리를 둔 놀이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을에서 재난을 몰아내고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성격의 놀이로 변모되었다.
대담한 용기의 족소양담경과 호랑이
족소양담경은 담(膽)에 속하고 소양지기(小揚之氣)를 지녔으며 넷째 발가락으로 흐른다.
담은 쓸개를 가리킨다.
'쓸개 빠진 놈'이라고 하면 줏대가 없는 사람을 말하듯,
한의학에서는 담(膽)을 중심 잡는 기관이란 뜻으로 중정지관(中正之官)이라 한다.
족소양담경이 발달한 사람을 대담하다고 말한다.
불의에 맞서는 의로운 분노가 족소양담경의 힘이다.
족소양담경락이 지니는 소양지기는 성인(聖人) 아니면 장군(將軍)의 덕성이다.
그래서 족소양담경의 에너지를 잘 받고 태어난 사람은 호랑이의 상징적 덕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거기에 나라를 지키는 장군의 투혼의 덕을 겸비한다고 한다.
족소양담경은 또한 혁명정신과 상통한다.
호랑이와 담(膽)기운의 동일시는 '대담하다'는 말과 '대범하다'는 말이
같은 의미로 쓰이는 언어문화에도 나타나 있다.
대담성에는 의로운 정의감과 자신의 목숨도 내던지겠다는 일사각오(一死覺悟)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 기운이 과해지면 폭력적이고 잔인한 사람이 된다.
싸울 때엔 매서운 눈으로 흘겨보면서 두 주먹을 족소양담경이 흘러가는 옆구리에 갖다대는데
이는 무의식중에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경락 언어의 표현이다.
분노가 폭발할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편두통이라든가 눈충혈 또는 옆구리 결림(기울협통.氣鬱脇痛) 등인데
이런 증상들은 모두 족소양담경의 기운이 과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반대로 족소양담경이 약한 사람은 위기상황에서 비겁한 행동을 보이거나
보통 때도 의기소침해 있기가 쉬운데 이 경우에는 영웅담이나 신화 등을 되새기며
담대하고 웅대한 기상을 기를 필요가 있다.
족소양담경의 취상을 호랑이로 선택한 데는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호랑이의 용맹성을 산 것이다.
왜소해져만 가는 현대인은 호랑이에게서 배워 족소양담경의 기운을 키워야 할 것이다.
08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 : 넷쩨손가락
원숭이는 외로움과 고독의 상징으로도 표현되는데,
예로부터 시간과 방위의 수호신, 벽사진경(壁邪進慶)의 길상(吉相)으로 여겨졌다.
삼재(三災)란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 또는 병난. 질역. 기근의 세 가지 재앙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은 태어난 해로부터 9년마다 이 삼재가 든다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에 의하면 잔나비(원숭이)띠의 삼재는 인묘진(寅卯辰) 이 드는 해인데
이 삼재를 당한자는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문설주에 붙여 액을 방지하고
삼재에 해당하는 3년 간에는 모든 일에 근신하여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신일(申日)을 원숭이날이라고 한다.
이날은 일손을 쉬고 놀며 특히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고 해서 일을 삼가한다.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고,
비를 들고 부엌의 네 귀를 쓴 후 다시 마당의 네 귀를 쓴다.
이날만은 부엌에 귀신이 있다고 해서 남자가 먼저 부엌에 들어가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납날이라고도 하며, 특히 이 날은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 날에 재목을 자르게 되면 그 재목을 사용하여 만든 것은 좀이 많이 슨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인 원숭이는 영리하여 재주도 잘 부린다.
또 기회를 포착하는데 매우 재빠르고, 판단력과 행동력이 뛰어나다.
천진한 마음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과 원숭이
수소양삼초경의 수(手)는 손에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수소양삼초경은 넷째 손가락에서 시작한다
수소양삼소경은 뻗어가는 기운이 강하므로 이것이 발달된 사람은 팔의 길이가 길다.
12경락과 연관된 동물의 취상에서 수소양삼초경의 상징인 원숭이를 보면 이해가 간다.
삼국지의 유비 현덕의 팔이 어찌나 긴지 무릎까지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그로 보아 유비는 수소양삼초경이 발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소양삼초의 기운은 양(陽)중의 양(陽)이다.
아이들은 동물원에 가서 원숭이를 보면 즐거워하고 놀려댄다.
또한 서커스에서도 원숭이는 많은 웃음을 준다.
그러나 원숭이를 수소양삼초경의 동물로 취상한 것은 원숭이의 이런 해학적인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
원숭이의 순수성을 꼽은 것이다.
원숭이가 순수하다니 무슨 말인가 의아하기도 할 것이다.
동물들 중에 원숭이는 가장 영리하고 꾀가 많은 편에 속하는데 말이다.
원숭이를 수소양삼초경의 동물로 취상한 것은 사람과 비교한 때문이다.
원숭이는 사람과 같은 영장류이며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동남아시아의 정글에 서식하는 유인원의 이름은 오랑우탄이다.
그 이름은 숲 속의 사람이란 뜻이 아닌가?
그 숲 속의 사람인 오랑우탄을 우리 인간과 비교하면 순수하기 그지없다.
사람과 비교하면 순수하지만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항상 깨어있다.
그것이 수소양삼초경의 취상을 원숭이로 한 이유이다.
천진성, 많이 아는 것뿐만 아니라 모를 줄도 아는 사람,
순수한 사람, 남에게 충고와 관심을 쏟아 성숙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삼초 경락의 덕성을 가졌다 하겠다.
소양지기(少陽之氣)는 성인(聖人) 아니면 장군(將軍)의 성품이라고 하는데
족소양담경의 담(膽)기운은 장군의 투혼이요, 수소양삼초경의 삼초(三焦)의 기운은 성인의 기질이라고 한다.
원숭이를 가만히 보면 눈빛이 또렷하다.
소나 돼지, 하마 등은 꾸벅꾸벅 조는 일이 많은데 원숭이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면 항상 사람을 주시한다.
원숭이를 자동차의 기능에 비유하자면 헤드라이트, 인체로 말하면 눈, 즉 지도자와 같은 능력에 비유할 수 있다.
산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만히 있어 보아야 별의 위치도 생각나고,
북극성도 보이기 시작하고, 잘라진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방향을 짐작할 생각도 한다.
그런데 길을 찾는답시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다보면 나중에는 헤매다 힘이 빠져서 죽게 된다.
인생에서 실패했을 때도 가만히 있어 보라.
그 가운데에 자신의 실수와 약점이 드러나게 된다.
자신의 잘못을 觀하게 되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돈이 없다고 서둘러 빌리러 돌아다니고,
자신을 잃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결국은 점쟁이를 찾기도 하는데,
그보다 가만히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지난 일의 잘못된 점들을 생각해나가면
고쳐나갈 방향과 해결책이 떠오를 지도 모른다.
수소양삼초경의 특징은 순진무구함과 천진난만함의 속성이다.
이는 태초(太初)의 마음이므로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이에 가장 가깝다.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대할 때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는 얼굴은 참으로 맑다.
아무 것도 모르고 뛰노는 어린아이의 얼굴,
사춘기 여중고생들의 말똥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어대는 해맑은 얼굴들을 대하면,
그냥 그런 얼굴을 바라 본 것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수소양삼초경의 소양(少陽)은 공격적인 불(火)의 성품이어서 강해지면 파괴적이지만,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기도 한다.
수소양삼초의 기운이 강한 호랑이와 원숭이띠,
즉 인(寅)과 신(申)이 들어가는 소양상화(少陽相火)의 해에는 전쟁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 속한다.
그러나 수소양삼초경의 이러한 운세가 정법(正法)으로 잘 작용하면 긍정적인 에너지로도 되는데,
신(申-원숭이)이 들어가는 해에는 성인(聖人)이 많이 태어나고,
인(寅-호랑이)이 들어가는 해에는 영웅(英雄)이 많이 태어난다고도 한다.
영웅은 대체로 족소양담경의 대담한 기운을 타고나고,
수소양삼초경의 순수한 정기(精氣)는 성인과 군자의 종교성에 해당한다고도 한다.
원숭이는 산중의 고양이처럼 고독하고 성격이 아주 고고(孤高)하다.
그래서 비굴하거나 치사한 짓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원숭이는 썩은 음식은 먹지 않는다.
원숭이들은 주로 나무열매나 바나나 등을 먹는데
옛날 사람들이 신(申)에 원숭이를 취상한 이유는 원숭이의 이런 덕성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을 보더라도 고고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쌀쌀 맞아서 정(情)은 안가지만
나쁜 짓은 하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수소양삼초의 기운이 올바르게 작용된 사람은 대체로 철학자라든가 명상가가 많다.
그 이유는 무심(無心)한 마음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옛 성인께서는 유능하고 솔직하고 단정하고 우아하되 거만하지 말 것이며 고고한 품위를 잃지 말라 하셨다.
삼초(三焦)의 초(焦)는 태운다는 뜻인데,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로 나뉜다. 이 셋을 합해 삼초라 부른다.
옛 사람이 이 삼초를 각각 구분하기를 상초는 가스 상태이고 중초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중간의 상태이고,
하초는 열을 함유한 액화(液化)된 상태라고 하였다.
어느 것이나 에너지가 포함된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삼초는 고도로 상승된 화(火)의 에너지로 근본적인 으뜸 된 기운, 일원지기(一元之氣)라고 한다.
근본적인 힘이라는 뜻이니, 이야말로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에너지의 공급원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삼초를 觀한 연후라야 오장육부의 같고 다름을 알 수 있으니
삼초는 곧 일초요, 일원이라(觀三焦然後 知臟腑異同 三焦者一焦 一焦者 一元也)라는
『의학입문』 의 수수께끼 같은 말은 두고두고 명상의 재료이다.
수소양삼초경은 열과 에너지의 통로이며 근원이자 기억 망각의 통로이다.
그래서 망각을 도와주어야 하는 신경 정신 계통의 병을 치료하는데 많이 이용한다.
지식의 배설통로인 삼초경락은 정보 축적 만능시대에 꼭 강화시켜야할 경락이다.
09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 : 둘째발가락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새로운 깨달음을 전해주는 영혼의 소리이며,
천지개벽이나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알려주는 영(靈)적인 소리로 상징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닭이 사육된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생의 멧닭이 울안에서 사육되면서 가축화되었으며, 닭은 다산(多産)성으로 번식이 용이하다.
닭의 울음은 국가 지도자의 탄생을 알리는 고고한 외침 소리로도 나타난다.
『삼국유사』 혁거세편을 보면, 왕이 계정(鷄井), 즉 닭우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라 이름을 계림국(鷄林國)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곧 혁거세의 탄생은 닭숲 속의 닭우물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닭은 위인의 탄생을 알리고 개국(開國)의 주역이 된다.
불교나 유교에서는 닭을 깨달음과 관련된 동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우리의 혼례에서는 신랑을 맞이하는 신부집의 초례상 위에 닭을 2마리 묶어서 올린다.
여기에서 닭은 광명(光明)을 가져다주는 존재로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신성한 혼례의 자리에 등장한다.
닭이 다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되겠지만,
계성(鷄聲)에 의한 새로운 삶의 출발이란 점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닭에 얽힌 설화가 있다.
태초의 천지는 혼돈 상태였다.
이때 천황(天皇) 닭이 목을 들고 지황(地皇) 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人皇) 닭이 크게 우니 갑을동방(甲乙東方)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에 하늘의 옥황상제 천지왕(天地王)이 해와 달을 내보내어 천지는 활짝 개벽(開闢)이 되었다.
신화에 등장하는 닭은 천지창조를 담당하는 신격, 또는 혼돈을 극복하는 강인한 생명체로 등장한다.
이것은 닭울음소리가 어둠을 물리치고 광명을 가져오는 창조적 의미로 인식된 데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닭울음소리를 통해 그 해의 풍흉(豊凶)을 점치기도 한다.
정월 보름풍에 '닭울음소리가 10번을 넘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 전한다.
한편 새벽에 울리는 계성(鷄聲)은 인간에게 만남과 이별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민간신앙에서는 현세의 삶에 미진함을 지니고 죽은 귀신에 대한 해원(解寃)에 닭 울음이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원혼을 위한 굿에는 닭이 등장하여 그 혼령의 소리를 대신한다.
닭 울음에 의해 혼령은 이승의 미진함을 풀고 저승으로 되돌아간다고 믿어서였을까?
닭은 벽사(壁邪)의 주술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초에 닭을 그린 세화(歲畵)로 잡귀를 몰아내는 풍습이 있었다.
한편 복날 닭을 먹는 것도 삼복의 유행병을 막는 데에 의미가 있다.
닭은 길조(吉鳥)로 인식되고 있지만, 벽사적 효능의 유지를 위해 닭과 관련되는 날은 근신을 했다고 한다.
또한 투계로서의 용맹성으로 인해, 닭띠는 강한 주관을 가진 성격으로 파악하여,
닭날에는 분란이 일어날까 염려하여 모임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었고,
닭을 이용하는 민속으로는 투계(鬪鷄)를 이용한 닭싸움과 닭싸움을 흉내낸 어린이들의 닭싸움 놀이가 있다.
생육하는 억센 모성(母性)의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과 닭
족양명위경은 둘째 발가락으로 흐르는 경락으로, 양명(陽明)의 성질을 지녔고, 위(胃)에 속한다.
위(胃) 란 글자를 살펴보면 밭 전(田) 자와 고기 육(肉) 자가 합쳐져 있다.
위는 인체내의 밭인 것이다. 밭에서 식량을 얻듯이, 이 족양명위경은 생(生)을 영위하는데 기본이 되는 경락이다.
양명(陽明)은 비옥한 땅의 기운인 태음과는 반대되는 에너지로, 건조하고 딱딱한 금속성 에너지이다.
유심적으로는 청빈함에 해당하므로 족양명위경을 보(補)해서 치료하는 증상은 지나친 욕심으로 인한 증상들이다.
욕심 많은 사람들은 많이 소유하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는 경향이 있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족양명위경이 약이다.
족양명위경 한방이면 손해보아도 편안한 포기심을 느낀다.
그래서 성급한 사람의 조증(燥症)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는데 이 족양명위경이 아주 제격이다.
날카로운 소리를 가진 닭은 성숙시켜주는 모성(母性)의 덕성을 가지고 있다.
닭이 알을 품을 때는 여간해서는 절대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알을 품는 닭을 해친다든가 알을 품은 닭을 끄집어내면
꼭 귀신이나 악귀(惡鬼)가 되어서 대대손손 복수를 한다는 속설도 있다.
옛 선가(禪家)에서도 스승이 제자에게 공부하는 자세를 늘상 닭에 비유해서 가르쳤는데
'닭이 병아리를 쓸어모으듯이 암탉이 알을 품듯이 하라' 하였다.
바로 정성의 상징이다.
족양명위경이 약한 사람은 소화도 못시키고 모든 걸 번성케도 못하니 유약해진다.
모성 본능에는 여차하면 위험상황에서 자식을 위해 방어하는 강인함이 있는데
족양명위경은 바로 이러한 기운에 해당한다.
어쨌든 족양명위경의 덕성은 무슨 일을 완성시키려는 간절한 정성을 말한다.
젊은 시절에 족양명위경의 세력이 없으면 끈질김이 없으므로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다.
모든 일은 자기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므로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말고 간절한 정성으로 추진해나가는
강인한 족양명위경의 덕성을 길러 봄이 어떠한지.
10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 : 둘째손가락
보름달 속에는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조상들은 토끼에서 풍요로움을 연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끼는 유달리 건조함을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는 곳에 습기가 많아도, 먹는 먹이에 습기가 많기만 해도 쉽게 병들고 쉽게 죽기도 한다.
우리 전래 동화에서는 토끼가 영특한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은 토끼는 굴을 파고 새끼를 잘 낳는 것 외에는
그다지 뛰어난 재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끼 귀가 그렇게 큰 것은 토끼가 도망가는 재주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스개 말이지만 '토낀다'는 은어도 36계 줄행랑을 의미하고 있지 않는가?
음력 정월 첫 번째 묘일(卯日)을 '토끼날'이라고도 한다.
이날은 장수를 비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새로 뽑은 실을 톳실 또는 명실이라고 하는데,
이 실을 차고 다니거나 옷을 지어 입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재앙을 물리친다고 한다.
그래서 한 자 정도의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팔에 감거나,
옷고름 또는 주머니 끈에 처거나, 돌쩌귀어 걸어두는 풍습이 있다.
토끼는 털이 많은 짐승이라 정초에 묘일(卯日)이 들어 있으면 목화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한 이날은 모충일(毛蟲日) 또는 유모일(有毛日)의 하나로
설날부터 휴무에 들어갔던 시전(市廛)들이 새해에 처음으로 문을 여는 날이기도 하다.
이는 그 모충들의 번성하는 솜털의 뜻을 취하여 상업의 번창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명료하고 단단한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과 토끼
수양명대장경은 둘째손가락 손톱 안쪽에서 시작하는 경락이다.
양명(陽明)은 건조하고 차고 단단한 '금속'의 기운으로 색깔로는 '흰색'에 속한다.
인체로 보자면 수분을 흡수하여 건조시키는 '대장'에 속하며 견고한 '골격(骨格)'에 해당한다.
건물에서도 무엇보다 골조가 튼튼해야 그 안에 내장재와 가구 등이 들어갈 수 있듯이,
인체에서도 수양명대장경이 건강해야 다른 모든 기능이 제대로 깃들 수 있다.
둘째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는 적의(敵意)나 살기(殺氣)가 서림을 느낄수 있는데 수양명대장경에는 죽이는 기운이 있다.
그러한 수양명대장경의 건조하며 단단한 살기는 살을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몸 안의 종양(腫瘍)을 부수는 작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생각이 복잡하여 일어나는 갈등이나 느슨함으로
권태감에 젖어 있을 때에 정신을 화들짝 깨우는 각성의 효과도 있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깨끗하고 단정한 몸 매무새에서 풍기는 청결함과
잘못된 상황을 조목조목 따지는 예리함은 양명(陽明)의 기운이다.
양명기운이 잘 발달된 사람은 얼굴도 청아하다.
수양명대장경에 토끼를 배치한 이유는 양명의 색깔이 흰색이므로 토끼의 흰털과 어울리고,
양명의 성질이 건조한 것이 건조한 것을 좋아하는 토끼의 생태와 부합되고,
양명의 예리함과 즉각 따지는 민감성이 조그만 소리에도 예민한 반을을 하는 토끼의 민감성과 부합되기 때문인가 한다.
달 속에 사는 토끼를 옥토끼라고 하는데, 맑고 단단한 옥(玉)은
사치와 허영으로 혼탁해진 세상을 맑게 하는 양명의 성품과 잘 부합된다.
11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 : 새끼발가락
용(龍)은 현실세계의 동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해도 삼천리 방방곡곡에 용의 전설이 서려 있으며,
용이 살았다는, 혹은 용이 살고 있다는 못도 부지기수로 많다.
용은 전설의 동물이면서 동서양에 공통으로 퍼져 있는 존재다.
동양에서 '용(龍)'자를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서양에서도 'Dragon' 이란 말이 흔히 쓰인다.
뿐만 아니라 동양과 서양의 용의 모습은 매우 비슷하다.
동양의 용은 날개가 없는데 서양의 용은 날개가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현실세계에 없는 동물이 이렇게 인류의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용은 신성한 동물로 꼽힌다.
용의 모습은 뱀과 비슷하고 사슴을 닮은 두개의 뿔과 소를 닮은 귀와
귀신을 닮은 눈을 갖고 있으며 4개의 다리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고 온 몸이 비늘로 덮여 있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조화를 부리며, 날개 없이 하늘을 날며, 춘분에는 하늘을 오르며, 추분에는 연못에 잠긴다고 한다.
나타날 때는 비와 천둥 번개를 동반하며 깊은 못이나 바다 속 용궁(龍宮)에 산다고 전해진다.
동양에서는 복(福)을 기원하고 모든 재앙에서 인간을 지켜주는
환상의 동물로 숭상하는데 왕이나 남성 및 권력을 상징한다.
민속놀이, 속담, 세시풍속에 나타난 용의 상징은 대개 '용꿈을 꾼다' 는 말에서처럼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던지,
'용왕'처럼 물을 지배하는 수신(水神)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으로 보면 비범한 사람, 제왕, 예언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상진(上辰)일 새벽 하늘에서 용이 지상에 내려와 우물에 알을 풀어놓고 가는데
이 우물물을 제일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어먹으면, 그 해에 운이 좋아 농사가 대풍이 든다고 한다.
따라서 부녀자들은 이 날 남보다 먼저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오기에 바빴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이러한 풍습을 '용알 뜨기' 라 하고 정월 대보름날 풍속으로 기록하고 있다.
용의 알을 먼저 떠간 사람이 그 표시로 지푸라기를 잘라 우물에 띄워두면
다음에 온 사람은 아직 용의 알이 남아 있을 다른 우물을 찾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머리를 감으면 두발이 용의 머리털처럼 길어진다고 해서 여인들은 용의 날을 택해 머리를 감았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비가 골고루 내려 풍년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수신(水神)인 용신(龍神)을 잘 섬겨야 한다고 믿었다.
동지(冬至)를 전후하여 못에 언 얼음의 갈라진 방향을 보고
그 해의 풍흉(豊凶)을 알아보는 농사점을 용갈이 또는 한자로 용경(龍耕)이라고도 한다.
저수지에 언 얼음이 마치 곡괭이로 발을 갈아놓은 듯이 얼음장이 양쪽으로 넘겨져 있으면
사람들은 용의 짓이라 하여 이것을 보고 그 해의 풍흉을 점친다.
곧 그 갈라 적힌 방향이 남에서 북, 또는 서에서 동쪽으로 향하여 있으면 풍년이 들고,
그 반대면 흉년이 들며, 또 동서남북이 온통 갈아 젖혀져 있으면 평년이라 한다.
차가운 마음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과 용
족태양방광경은 새끼발가락의 발톱 바깥쪽으로 흐른다.
일명 족대양(足大洋)방광경이라고도 하는데 대양(大洋)인 넓은 바다와 같은 성품을 지닌 경락이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땐 족태양방광경이 지나는 등줄기로 차가운 기운이 흐른다.
공포심이 찬 기운을 불러오는 경락학적 현상으로, 마음이 신체에 변화를 일으킴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여름철의 더위를 식힌다고 공포물을 납양(納凉)특집으로 방송하거나 제작하는
방송사나 영화 제작사도 이 생리현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족태양방광경은 긴장감과 고포심을 주관한다.
태양(대양)의 차가운 물의 기운은 성인(聖人)의 지혜라, 고요히 관(觀)하는 정숙한 기운을 뜻한다.
차가운 물의 기운은 뜨거운 불의 기운보다 더 강할 수 있다.
화를 내는 사람보다 오히려 차가운 위업이 있는 사람이 더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지 아니한가,
톡톡 쏘는 여자보다 냉정한 여자가 근접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러한 족태양방광경의 차디찬 위엄의 이미지 때문이다.
족태양방광경에 용을 대응시킨 이유 또한 바로 이러한 차가운 공포와 위엄의 상징 때문이다.
족태양방광경은 일종의 긴장과 경계와 공포의 이미지이며,
조심성의 태양경이 무너지면 문란하고 방종에 빠지기 쉽다.
주역에서는 태양경에 해당하는 수(水)괘를 흰 꽃으로도 비유했는데,
하얀 눈꽃이 내리면 온세상이 하얗게 되듯,
족태양방광경의 상징인 용의 위엄은 음란하고 혼탁한 세상에 하얀 눈이 되어 청순함과 순수함을 가져다준다.
오늘의 시대에는 섹시함의 성적 매력이 마치 모든 미(美)에 우선하는 상징으로 통용되는데,
용과 족태양방광경은 참 미인이란 차가운 위엄까지 겸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12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 : 새끼손가락
사람을 잘 따르며, 먼 곳에서도 집을 찾는 영리함과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충직한 동물로 상징되어 온 개는
고대사회에 가축의 한 구성원이 된 이래로 줄곧 사람의 곁에서 살아왔다.
인간과의 공생(共生)은 인간을 무척 좋아하는 개의 속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뛰어난 후각은 개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견으로 훈련되기도 한다.
정월 보름은 개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날이다.
이 날 개에게 먹이를 주면 개의 살이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파리가 들끓는다고 한다.
개보름 쇠기의 유래는 개와 부녀자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달과 개는 상극(相剋)관계에 있기 때문에 개에게 밥을 주면 대보름 밝은 달의 정기를 빼앗긴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달이 여성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달의 기를 먹어버리는 개와 여성은 대립관계에 있음을 보여 준다.
여성의 상징 중 하나인 풍요로움에의 기원이 개에 의해 좌절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 '개보름쇠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세시력(歲時力)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개에게 밥을 주면 텃밭을 망치게 된다는 등의
미신 같은 풍속을 형성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피와 밀접한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少臟經)과 개
수태양소장경은 새끼손가락 손톱 바깥쪽에서 시작한다.
소장은 불의 기운을 가진 장부이고, 태양(太陽)은 차가운 물의 기운이다.
그러므로 수태양소장경엔 수(水)의 기운과 화(火)의 기운이 합쳐 있다.
인체 내에 있는 '불'의 기운을 지닌 '물'은 피(血)다.
따라서 이 수태양소장경은 피를 주관하며 피에 관련된 증상에 많이 활용되는 경락이다.
특히 수태양소장경은 여성과 관련이 많다.
매달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월경과 출산시의 다량 출혈 등으로 인해
여성은 대부분 혈을 보(補)하는 치료가 기본이 된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28일인 달의 공전과 자전 주기와 일치하며, 감성적으로 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피를 주관하므로 여성과 밀접한 수태양소장경락이 개에 배속된 점과
개와 달의 상극관계는 어떤 관련성이 있지 않은가 싶다.
피는 보통 죽음의 이미지를 가지는데 수태양소장경은 유심적으로 죽음을 불사하는 희생과 관련이 있다.
개는 유달리 사람을 따르고 순종하며 주인이외의 낯선 사람에게는 짖으며 경계한다.
바로 충성심과 경계심이 수태양소장경에 개를 취상(取象)한 이유로 보인다.
옛 이야기에 화재 현장에서 주인을 구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개의 이야기가 있어 감동을 전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개가 주인을 구하는 사례는 요즘에도 심심찮게 보도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헌신의 마음이야말로
따뜻한 피를 가진 숭고한 인간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