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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회의 청(소)년층은 Z세대(Generation Z)로 구성돼 있다.1 일반적으로 Z세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로 디지털 매체에 친숙하며, 다양성과 자유,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며,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함을 특징으로 한다.2
종교 문맹 증가와 종교문해력 교육의 필요성
Z세대 청(소)년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종교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낮은 편이다. 작년 12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종교인구 현황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세대를 내려갈수록 종교 인구가 꾸준히 하락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Z세대에 속하는 18-29세 인구의 경우, 30세 이상의 세대와 비교했을 때, 무종교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 인구 중 69%가 믿는 종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종교가 있는 인구 중에서 41%가 개신교를 신앙하는 것(천주교 포함 시 65%)으로 나타났다.3
이러한 탈종교화 현상의 증가는 종교 문맹 증가를 의미한다. 부연하면, 종교가 없는 가정에서 나고 자라, 종교에 대한 이해가 낮은 청(소)년층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 현장에서 종교문해력 교육에 대한 요청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종교학자 성해영에 따르면, 종교문해력이란 종교에 대한 학습자의 지식과 이해를 향상시키는 걸 의미한다.4 이러한 교육은 획일화된 형태로 진행되기 어렵다. 각 교육 현장마다 교육 목적과 목표가 달라서다. 그러므로 종교문해력 교육 역시 교육 현장의 특수성과 학습자의 다양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민경식은 종교교육의 방법론을 1) 신앙 교육, 2) 종교학 교육, 3) 종교성(인성) 교육의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5 만약 교육 현장에 기독교인 비율이 높다면, 신앙심을 고취하는 1번 전략이 효과적이다. 반대로 세속화된 교육 현장의 경우, 학습자의 인격을 함양하는 교육(3번)이나 종교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높이는 교육(2번)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이는 교육 현장과 학습자 각각의 로컬리티를 어떻게 이해하고 규정하느냐에 따라, 종교 교육 전략이 설정돼야 함을 의미한다. 앞서 소개한 종교문해력 정의처럼, 종교에 대한 학습자의 지식과 이해를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2번 방법론이 이러한 정의에 맞닿는다고 정리할 수 있다.
교육 현장과 학습자의 로컬리티
로컬리티(locality)는 특정한 가시적 또는 비가시적 시공간 경험과 그에 관한 기억에 대한 지리학, 공간학, 사회학적 개념이다. 이 개념은 중앙과 지방을 구분하고, 중앙에 지방이 주변화되는 현상과 관념에 대한 지역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이 개념은 가시적 장소나 영토의 보편성에 국한되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서, 각 시공간의 다양한 측면을 포섭해, 각각의 고유한 특수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공간적 관계성에 관심을 둔다. 이러한 사회적, 공간적 다양성과 특수성을 다루는 로컬리티 개념은 단지 지역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서, 교육 공간 논의에도 적용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교실에서 교수자와 학습자의 관계는 계층적으로 구별된다. 이는 그 호칭이 지시하는 것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교수자와 학습자 상호 간 열린 관계를 바탕으로 학습 공간을 창발적으로 조성한다면, 역동적인 학습 경험과 의미 생산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현실의 계층적 측면을 넘어서서 관계적 측면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로컬리티 개념이 지향하는 바다.
기독교 교양 성서 교육의 로컬리티
이를 다룬 필자의 논문에서는, 일반 고등교육기관에서 진행되는 기독교 교양 성서 교육 수업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다시 말해, 종교나 경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낮은 대학생의 비율이 높은 기독교 교양 교실을 의미한다. 오늘날 일반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대부분의 학습자는 Z세대로 구성돼 있고, 이들은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종교와 경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낮은 편이다. 종교를 가진 학생들도 자신의 종교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이로 인해 학습자들은 학습 주제인 성서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을 갖고 수업을 듣는다. 필자가 가르친 2024학년도 1학기 명지대학교 〈성서와 인간이해〉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제출한 후기 내용을 검토해 보면, 수강생들은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성서는 종교적 문서에 불과하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고, 이로 인해 충분한 학습 동기를 갖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고 가정 분위기에서 종교에 회의적 관점이 있었기에, 그리스도 성서 자체에 접근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수강생 A).
“평생을 무교로 살아서 성서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성서에 대해 공부하게 돼 많이 두려웠다”(수강생 B).
그러므로 기독교 교양 성서 교육은 학습자의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변화로 이끄는 것을 제1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자연히 채택되는 전략은 종교 교육의 방법론 중 두 번째, 즉 종교문해력을 함양하는 방법론이다. 성서 교육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경우, 성서를 종교의 경전일 뿐만 아니라 인문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인류의 기록문화유산으로 소개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학습자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성서를 학습 주제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탐구하게 된다. 이는 교양 있는 시민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서의 다차원적 로컬리티들을 고려한 능동적 학습
다음으로, 수업의 교재가 되는 성서의 로컬리티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서의 로컬리티는 성서 배후, 성서 자체, 성서 앞 등 다양한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차원은 성서의 역사적 배경, 문학적 구조, 그리고 독자의 의미 생산과 관련된다. 여기서는 교육적 접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차원의 로컬리티로서 다루고자 한다. 이를 통해 종교와 성서에 대한 학습 동기가 낮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학습 주제로서의 성서를 충분히 학습하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효과적 전략을 제공하고자 한다.
먼저, 성서 배후의 로컬리티는 성서에 대한 역사, 지리, 사회적 배경에 대한 학습과 관련된다. 대부분의 Z세대 학습자의 경우, 종교의 유무와 관련 없이 성서에 대한 기본 이해와 경험이 낮은 입문자다. 이를 고려해 성서의 개념과 배경지식을 학습자의 이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습자들이 편견을 극복하고, 인류의 기록문화 유산으로서의 성서 가치를 발견하도록 함으로써 성서가 고대 근동과 지중해 세계의 역사, 문화, 사상적 맥락 안에 정초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인류 역사의 큰 틀 안에서 성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완성됐는지, 이 과정에서 의미가 어떻게 생산되고, 발전, 확장됐는지를 인식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수동적 습득자에서 능동적 해석자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성서 텍스트 자체의 로컬리티를 통한 학습이 있다. 이는 성서 자체에 대한 꼼꼼한 읽기를 통해 문학적 장르, 장치, 구조, 은유, 서술 방식 등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야기 장르의 경우, 텍스트 안에 나타난 인물, 시공간, 주제, 시점, 초점, 플롯 등을 다양하게 분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가상의 독자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성서 텍스트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더 많은 학습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경우에 성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서를 처음 접하는 Z세대 입문자들에게는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오히려 학습 동기와 의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성서 앞의 로컬리티가 좀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전략은 성서 앞의 로컬리티를 통한 학습이다. 실제 독자로서의 학습자 자신의 역할과 관점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의미를 생산하도록 하는 접근법이다. 기존 교육 현장에서 강조되는 수동적 습득자가 아닌 능동적 해석자로서의 학습자 자신을 재별견하는 접근법이다. 능동적 해석자로서의 학습자란 자신이 속한 해석공동체의 해석 전략과 규범을 내면화한 사회문화적 존재를 말한다. 자의적이고 방임적인 독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습자는 이를 바탕으로 성서를 읽고 해석한다. 이는 앞서 성서의 형성사를 통해 도출해낸 과거의 실제 독자들의 독서 경험과 동일한 것이다. 오늘의 실제 독자들은 과거의 실제 독자들을 텍스트를 통해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각자의 현실에서 의미를 생산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학습자들은 단순히 성서에 대한 인식의 개선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 성서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접근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종교를 아예 믿지 않았던 나는 기독교나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는데, 생각보다 더 체계적인 성서와 역사 때문에 흥미가 생겼다”(수강생 B).
“성서를 현 사회에 적용할 때, (과거와 현재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문제없이 성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수강생 K).
정리하면, 일반 고등교육기관, 기독교교양, 성서교육 Z세대 학습자들의 종교문해력 향상을 위해 성서 배후의 로컬리티를 통해 성서에 대한 기본적인 인문 지식을 습득하고, 이어 성서 앞의 로컬리티를 통해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 내용을 적용하도록 하는 접근법이 효과적이라 판단된다.
교회 교육 로컬리티의 경우
지금까지 다룬 내용은 일반고등 교육 현장의 교양 수업과 관련된 것으로, 이를 교회교육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각각 추구하는 로컬리티, 즉 교육의 목적과 목표, 학습 주제로서의 성서, 학습자의 성격 등이 전혀 달라서다. 모든 복음적 교회 공동체는 성서를 하나님의 계시된 말씀으로, 구원의 복음 진리를 담은 경전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교회 교육은 성도에 대한 신앙 교육을 제1의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선교적 차원에서 고려한다면 논의가 달라진다. 오늘날 많은 Z세대가 종교 유무와 상관없이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 심지어 두려움을 지닌다. 이러한 이해를 교정, 개선할 수 있는 성서 교육의 필요성은 교회 교육 현장에도 마찬가지로 강하게 요청된다. 그러므로 종교문해력이 낮은 젊은 입문자들 대상으로 정보 전달이 특징인 성서 배후의 로컬리티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성서 앞의 로컬리티 결합을 통한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성서 텍스트 자체의 로컬리티를 고려한 심화 교육 방식도 설계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며 본고를 마무리한다. 필자는 작년까지 인천 수정성결교회에서 고등부 사역을 했다. 대부분 Z세대였으며, 신앙생활 기간과 상관없이 성서 이해 수준이 다양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택한 대안은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참여하며 만들어 가는 예배 구성과 성서 학습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예배의 공간을 청중이 설교자를 바라보는 기존의 구조가 아닌 설교자와 청중이 다 함께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원형으로 개선했다. 이를 바탕으로, 예배 후 2부 순서로 진행하던 분반 공부를 예배 안으로 가져왔다. 5-10분간 설교자가 그날의 말씀 주제와 본문과 관련한 개요와 정보를 전달하고, 이후 15-20분간 분반하여 말씀을 묵상하고 토론한 후 다시 모여 5-10분간 분반 대표가 나와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발표하고, 설교자가 이를 정리하고 삶에 적용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능동적 참여를 통해 설교자와 교사, 학생 모두가 성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확장하고, 영적 성장과 성숙을 이루는 것을 경험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먼저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다음으로 추후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교육적 접근과 방식을 택하든, 매 순간 성령의 도우심이 긴히 필요함을 알 수 있다.
註
1) 본고는 필자의 논문 “Z세대를 위한 로컬리티 기반 기독교교양 성서교육”(대학과선교 61집, 2024, pp. 35-56)에 게재된 필자의 논문을 간략히 요약, 수정한 것이다.
2)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기획] Z세대에 대한 인식과 오해, 2023년 3월 21일
https://hrcopinion.co.kr/archives/26072
3)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24 종교인식조사] 종교인구 현황과 종교 활동, 2023년 12월 11일
https://hrcopinion.co.kr/archives/31599
4) 성해영, “‘종교 문해력’의 의미와 역할-사회적 활용 방안을 중심으로-”, 종교연구 84.2 , 2024, pp. 9-36.
5) 민경식, “고등교육 종교 교과목의 현황과 과제: 연세대학교의 〈기독교의 이해〉를 중심으로”, 〈교양교육연구〉, 18.3, 2024, pp. 18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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