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습니다.
이런 땐 실내보다는 시원한 노천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생맥주를 마시면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를텐데 말입니다.

만선호프/을지로3가
갑판장은 생맥주가 마시고 싶을 땐 종종 을지로 3가로 향하곤 합니다.
공구가게와 도기타일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큰길에서 골목을 따라 한발짝 들어서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세 골목이 만나는 삼거리 광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호프집들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아 생맥주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호프집 마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는 앞 마당(?)에 간이 테이블을 잔뜩 차려 놓았는데 그 광경이 장관입니다.
차량의 소통이 빈번한 낮이거나 한 겨울 또는 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헛탕을 치겠지만 평일 저녁부터 밤까지 그 골목 안으로 들어선다면 틀림없이 도심 속에 펼쳐진 별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골목에선 어느 집 할 것 없이 입장과 동시에 사람수에 맞춰 노가리와 생맥주가 자동으로 제공됩니다.
노가리는 한 마리당 1천원이고 생맥주는 500cc에 3천원입니다. 고로 노가리골목의 기본 입장료는 1인당 4천원인 셈입니다.
대개가 비슷한 컨셉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각자의 개성을 살려 영업을 하기에 집집마다 미세하게나마 다릅니다.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가게들이 점심 때에 맞춰 영업을 시작합니다만 어느 집은 오전 9시부터 문을 연답니다.
또 대부분의 가게들이 일요일에는 쉽니다만 어느 한 집은 일요일에도 영업을 합니다.
또 서비스로 내주는 안주가 없는 곳도 있지만 땅콩이나 팝콘 따위를 내주는 집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메뉴의 구성이나 열원 등 가게마다 개성이 있어 골라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각각의 가게마다 하루에 소비하는 생맥주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어느 집은 하루에 생맥주 2만리터 들이 케그 20개쯤 비우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회전율이 높다보니 생맥주의 관리상태도 만족스럽습니다.
이런 골목이 갑판장네 근처에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딸쿡~
<갑판장>
& 덧붙이는 사진과 이야기 :

한강고수부지 매점
일주일 사이로 흥미로운 경험을 해습니다.
원효대교 남단 한강고수부지 매점에서 생맥주를 마셨는데 상태가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한 잔 더 주문을 했는데 그날 생맥주를 따라주는 사람이 초보인 듯 보였습니다.
맥주를 뽑는데 수북한 맥주거품을 주체하질 못해 연신 숟가락으로 퍼내더라고요.
그런데도 생맥주의 맛이 괜찬았습니다.
워낙에 회전이 잘 되니 대충 따라도 대충 맛있는가 봅니다.
어제 낮에는 을지로 노가리골목에 갔었습니다.
월요일임에도 공휴일이라 대부분의 상가들은 문을 닫았지만 골목 안 호프집들은 영업을 하더라고요.
호프집들도 느즈막히 문을 열었는지 그제서야 자리를 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갑판장네보다 더 부지런한 손님들이 있어 그날의 첫잔이 갑판장 몫이 아니었습니다.
워낙에 관리를 잘 하는 가게라 별 걱정은 안 합니다만 대개 그날의 첫잔은 맛이 없거든요.
케그에서 냉각기를 거쳐 코브라까지 가느다란 호수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 관에 들어 있는 생맥주의 양이 약 800cc 정도 입니다.
맛난 생맥주를 마시기 위해선 하루에 한 번은 그 관을 깨끗히 청소를 해야 하는데 갑판장이 경험한 많은 가게에선 그러지 않는 눈칩니다.
생맥주기계를 하루에 한 번 이상 청소를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생맥주를 추출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났다면 그 관속에 들은 생맥주를 뽑아 버리고 생맥주를 추출해야 생맥주의 짜릿한 제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에궁...어째 이야기가 삼천포를 빠졌습니다. ㅠ.,ㅠ;;
각설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서....호프집들이 느즈막히 문을 열었는지 그제서야 자리를 펴고 있더라고요. (위의 반복입니다.)
착석을 하자마자 생맥주와 노가리가 나왔는데 어째 생맥주의 뒷맛이 쓴 듯 느껴졌습니다.
갸우뚱...왜 그럴까 궁리를 하다 무심코 가게 안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맙소사! 생맥주 추출 담당자가 아직 출근을 안 했는지 아무나 아저씨가 투박한 손으로 거칠게 생맥주를 추출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요게 아무 것도 아닌 일 같아도 생맥주를 따르는 사람의 스킬에 따라 생맥주의 맛이 갈립니다.
같은 필기구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필체가 달라지고, 아무나 끓여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도 조리하는 이의 스킬에 따라 맛이 갈립니다. 생맥주도 그렇습니다. 분명히 그렇습니다.
좋은 재료(생맥주)를 잘 관리하는 가게에서 능숙한 사람이 따라주는 생맥주가 맛있습니다.
그리고 첫잔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끝>
첫댓글 나도 어제 낮에 만선에서 생맥주 마셨구만....
1시 을지면옥, 2시 만선호프....그 이후 ###...이로써 낮술로드를 완성했다는 소문임.
난 어제 저녁에 필동면옥..만선호프..^^
갑판장은 어제 저녁에 강구막회에 있었구만요.
당연히 일 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