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과 정답찾기 교육
기초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기본을 알아야 더 훌륭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기준을 알아야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작곡하는 방법을 알아야 자유롭게 편곡할 수 있습니다.
일부 교육혁신가들이 주장하던 ‘정답 없는 교육’이 이제는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수능을 계기로 정답 없는 교육에 대한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 성인들에게는 정답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답을 찾아 정답대로 일을 처리한다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일의 내용과 대상 등 상황을 고려하여 창의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중등 학교교육에서는 응용의 전단계인 기초와 기본, 기준을 배워야 합니다.
수능시험이 끝났습니다. 이제 수험생들은 더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배워야 하고, 다양한 정답들 중에서 자신의 논리에 따라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수능을 마친 우리 학생들이 이제 기본학력을 책임지기 위해 불철주야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자기주도적인 평생학습자로 계속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전남매일-전매광장 2020-12-03.
수능시험과 정답찾기 교육
학교 현장에는 파격적으로 새로운 교육이론들이 자주 등장한다. 하나의 이론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연구와 실제적인 적용 과정을 거치는 만큼 새로운 교육이론이 등장하는 것은 학교교육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적 근거가 약하고, 오히려 교육력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이론들도 있다. 그러한 이론들 중에는 기존 교육학 이론과 완전히 정반대의 논리를 가진 것들이 많다.
먼저, 학생주도 수업이론을 들 수 있다. 학교교육에서 교과지식을 가르쳐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이기 때문에 지양해야 하며,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끄집어내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수업에서 주체는 교사이고, 학생은 객체이며, 교과서를 매개체로 한다는 기존의 교육학 이론과 정반대의 관점이다.
최근에는 정답 없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미래교육은 정답의 노예가 아닌 질문의 주인이 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정답을 찾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찾아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교육은 창의와 융합이 강조되는 새로운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학업성취도 평가는 물론 수능시험도 폐지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정답 없는 교육이 미래교육, 혁신교육의 방안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현장에서 정답을 가르치고 찾는 교육이 사라졌을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사와 학생 간에 지식 습득을 확인하기 위해 정답을 묻거나 답변하는 수업의 모습, 정답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그리고 가장 타당한 정답을 선택하거나 기술하도록 하는 평가 방법 등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오늘 시행되는 수능시험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유지되었고,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어떤 교사도 정답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정답이 아닌 것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답변하지 못한다. 시험에서 학생이 정답 아닌 것을 정답이라고 주장해도 정답 여부를 분명하게 따져 정답 아닌 것은 틀린 것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의 혁신 마인드가 부족해서 정답 없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분석은 교사들의 수업 개선 노력을 무시하는 잘못된 평가인 것 같다. 그 원인을 초·중등 학교교육의 본질적 특성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초·중등 학교교육의 원리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생활 교육원리와 다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 내용은 어휘나 수리, 과학이나 역사 등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의 기억과 이해에 중점을 두지만, 성인교육 내용은 학교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통해 터득한 기본적인 지식을 다양한 실생활 상황에 적용하고 분석하며 새롭게 창조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지식을 다룬다. 사회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다양하기 때문에 성인들은 학창시절에 배운 기본 지식과 정답 찾는 방법을 응용하여 새롭고 적절한 답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
기존의 지식과 정답을 비판적으로 의심해 보고 새로운 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지적 활동이 아니라 성인들의 경험과 전문성에 기초한 지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성인교육에 적용되는 정답 없는 교육, 새로운 정답을 만드는 교육을 기본적인 정답부터 배워야 하는 초·중등학교 교육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면 교사와 학생들의 학력관, 수업방법 및 학습방법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 결과는 초·중등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모든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 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늘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성인기에 진입한다. 그들은 새로운 지식과 다양한 답을 찾기 위해 계속 학습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초·중·고 학생들은 기본적인 지식 습득과 정답을 찾는 학습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성인기 직전에 수능시험을 치른다면 노력한 대가를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