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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와달에스키스 원문보기 글쓴이: 소와달
루브 골드버그는 188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습니다. (위의 삽화는 영화 <플러버>의 로빈 윌리암스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억지로 버클리 엔지니어 칼리지에 입학했지만 꾸준한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길을 확신하고 아버지를 설득하지요. 서류 정리원으로 《San Francisco Chronicle》지에 첫 발을 디딘 골드버그는 끈질기게 드로잉과 카툰을 편집실에 제출해서 결국 인정을 받고 작품을 신문에 개재하게 되는데 이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서 마침내 뉴욕 본사로 이전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되구요, 일련의 다소 정치적인 성향을 내보인 데일리 카툰 (당시엔 뉴욕 타임즈 이브닝 서비스가 있었다는군요)을 통해 그는 1948년 퓰리쳐 상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카툰을 통해서 그는 단순한 한 명의 인간이 기본적인 인간 가치를 필요로 한다면, 그러한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엄청난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얘기는 양면적인 목소리로도 가능해서, 한편으로는 그런 미니멀한 결과에 수반된 과정의 맥시멈을 보자는 얘기가 가능하고, 회의적으로 보자면 그런 조그만 일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노력을 견뎌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죠. 실상, 루브 골드버그는 과학 기술에 다소 회의적인 입지에 바탕을 둔 카툰을 많이 그렸고, 이러한 의구심을 그대로 기술에 (그의 전공분야인 엔지니어 머케닉을 통해) 기획 투사해서 이름하여 "루브 골드버그 인벤션"이란 거대한 기계를 창조해내기까지 했습니다. 가장 기초적이고 단순한 일과(칫솔에 치약 짜기, 장기판 위의 말을 한 칸 앞으로 이동하기, 오렌지 쥬스를 만들기 위해 오렌지즙 짜기, 창문을 내려닫기, 사과 깎기 등)를 위해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실 복잡한 지하철에서 노선도를 잘 몰라 걸으면 10분 안에 있는 곳을 2시간쯤 헤매다 도착하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공장은 팔과 같은 인체의 일부분에서 시작해서, 수십개의 마블, 바퀴와 기어, 굴렁쇠, 컵, 공, 시소, 부츠, 욕조, 살아있는 동물과 같은 통로를 거치는 일련의 거대한 도미노에 다름 아니죠.
완전히 순회해서 멀고 멀리 돌아가는 이러한 복잡한 공정을 루브는 그대로 만화에 이전시키는데 앞서 말했던 회의적인 어조가 결정적으로 작용해서 그 엄청난 선회의 결과물을 초라하게 드러냄으로서, "루브 골드버그"라는 대명사는 이제 우스꽝스러운 풍자로 직결됩니다. 루브의 발명품, 만화가 지적하는 바는 우리 인생 특유의 복잡성입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사유 없이 행하는 업무들이 얼마나 기이하고 우스운지 그는 매우 효과적인 기술로서 풍자를 제공하죠. 복잡한 세밀 공정이 점점 편리함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우리는 결과물로서의 편안함만을 누리고 그 공정 내에 숨겨진 이러한 메커니즘의 복잡성은 잊게 되죠. 《The New York Times》《 National Public Radio》《 The Wall Street Journal 》과 같은 주요 언론사가 루브의 작품을 환기시키며, 무서울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 및 프로그램에 비해 점점 단순해지고 의미를 잃어가는 결과로서의 세태에 관해 (이를테면 골드버그의 기계와 같은 세금 제도라는 표현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매년 루브 골드버그 인벤션 콘테스트가 퍼듀 대학 주최로 열리는데,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이 여기에 도전해왔습니다. 기계적 정밀함과 창의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골드버그 인벤션의 모토는 쇼박스나 혼다 회사에서 광고 이미지로 차용되기도 하고 영화속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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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와달에스키스 원문보기 글쓴이: 소와달
첫댓글 참신한 소재의 글에 눈이겁다고 하네요...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참 재미있어요! 아이디어가 창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