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자원 봉사자들에게 선물할 중고 핸드폰에 액정 필름을 붙이고 커버를 장만한 다음에 “싸리재”를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커피향을 음미하면서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세상에 박모 신부가 여성신자들과 함께 카페 이층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것입니다. 가슴이 쿵쾅. 한참을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래로 내려와서 커피값이라도 대신 내어주려 했는데 이미 계산을 해 버렸더라고요. 정말 외나무 다리에서도 만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은 서림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과 함께 왔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직접 모범을 보여 주십니다. 쪽파를 다듬고, 양파도 다듬고.....
이슬왕자인 정근 씨가 송림동 현대시장 근처에서 민들레국수집까지 걸어서 왔습니다. 당뇨가 심합니다. 그리고 오랜 입원생활 영향으로 제대로 걷지를 못합니다. 펭귄 걸음으로 아장아장 걸어서 옵니다. 얼마전 퇴원했을 때는 도저히 걸을 수 없어서 택시를 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60분에서 50분으로 줄어들더니 요즘은 펭귄 걸음으로도 40분이나 걸립니다. 치아가 없어서 오늘 이슬왕자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맨밥 뿐입니다. 다행히 국은 어묵국이어서 치아가 없어도 먹을 수 있습니다. 김을 밥과 함께 먹는 동안 급히 계란 프라이를 했습니다. 믹스 커피를 좋아하지만 당뇨 때문에 카누 커피를 마시게 했습니다. 오늘 용돈 3,000원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담배 몇 개피를 주면 좋은지 물어봤더니 많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한 갑 그냥 주었습니다. 매일 40분 걸어서 왔다가 또 40분 걸어서 집에 가는 것이 이슬왕자에게는 중요한 운동이 됩니다.
1961년생 소띠인 분이 한 살 적은 범띠 동생과 함께 밥 먹으러 왔습니다. 쌍둥이처럼 보이지만 쌍둥이가 아니고 형제입니다. 식사 후에 아주 힘겹게 말을 합니다. 2천 원만 달라고 합니다. 집이 백운역 근처에 있는데 걸어가기로는 너무 힘들어서 그런다는 것입니다. 아직 나이가 젊어서 경로식당에는 갈 수 없고 배는 고프고 해서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차비가 얼마인데 두 사람이 겨우 2,000원으로 갈 수 있는지 물었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차비가 1,300원이랍니다. 그래서 삼천 원을 드렸습니다.
처음 보는 노인 한 분이 들어오십니다. 어떻게 오셨는지 물어보니 당당하게 ‘나, 기초생활 수급자여’ 합니다. 동인천역 근처에서 살고 계시고 나이는 예순 여섯이라 합니다. 어르신은 오늘은 여기서 드시고 경로식당 가실 자격이 되니까 그리로 가시라고 했습니다.
한수 씨가 오랜만에 나타났습니다. 알콜의존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술이 마시고 싶어서 외출 나왔다고 합니다. 이슬 두 병을 장만해서 공원에서 마시려다가 아무래도 밥은 먹어야 될 것 같아서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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