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코파 핫 스프링스 (Tecopa Hot Springs)
오늘은 계속되는 여행 일정의 둘째 날이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경계선 인요 카운티 테코파 핫 스프링스 (County of Inyo Tecopa Hot Springs)는 데스밸리 국립공원 남쪽 초입에 있다. 이곳은 원래 인디언 소유의 노천 온천으로 관절염과 신경통, 피부질환에 효과가 커 백인들이 함께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테코파는 이 지역에 살던 마지막 북미 원주민 추장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세계 초강대국이며 인류역사상 가장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우는 미국의 저변을 이해하지 못하고 황금의 땅이며 기회의 땅으로만 착각하는 이가 많다. 대륙의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면 수백 수천 년 전 조상의 삶이 그대로 계승되고 별로 꾸미지 않은 소박한 삶의 자취를 만난다. 이들은 처음 건설하면 완전히 낡아서 사용하지 못할 때까지 쓰다가 그때 가서야 다시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면서 원형을 버리지 않는 보존 정신의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나는 국민이다.
돈이 없어서 새로 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상이 물려주었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으니 구태어 새로 지을 일이 없어서 골동품처럼 대물림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서양인의 취향은 이런 곳에 번들거리는 새 건물을 지으면 오히려 거부반응이 많고 주변환경과 알맞게 섞이는 허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이곳은 마을이라기보다는 서부시대 때에 사막을 거쳐 가던 나그네가 쉬어가던 정류장 같은 곳으로 식당과 숙소가 있고 거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한 곳이다.
주변 몇마일 안에 드물게 구성된 마을이 있어서 소방대와 응급구조대가 있긴 한데 구급요원을 제외하고는 풀타임 업무가 아닌 자원봉사 체재로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출동한다고 한다.
이제는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를 향해 떠나야 하고 살아서 다시 오게 될지 보증이 안 되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드넓은 대자연을 작은 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 없지만 작은 부분의 특징 정도는 사진으로 나타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생을 살면서 순간순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고 눈에 보이는 사물 가운데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속세에는 갖가지 중상모략과 권모술수가 난무하지만, 자연은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다.
처음 몇 날은 여행기록을 쓰지 못하여 이후 매일 부지런히 써 내려가는데도 조금씩 지난 이야기가 되었으나 끝날 날이 가깝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Sandy
첫댓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처럼 곳곳에 서 있는 나체상이 재미있네요. 뭔지 서부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 부조화. 이것 역시 조상들의 대물림인가 봅니다. 권순욱 선생님 덕분에 가보지 못할 곳 구경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다음 행선지에 대한 궁금증 설렘으로 기다리며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여행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