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전 연장승부로 인한 후반의 급격한 체력 저하, 선수 기용의 미흡함 등이 겹치며 한국축구의 한계를 드러낸 한판이었다. 결과는 1대2 근소한
패배였지만, 후반 30분여부터 보여준 일방적인 열세는 한국축구의 불안한 현주소를 대변해주는 것에 다름아니었다. 또한, 올림픽에서의 2승이 경기내적인
면에서 볼때 빛바랜 전과였던 것에서 보듯,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4강 진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대회 종료 후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할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이제는 우리가 많이 모자람을 스스로 인정해야 할때다. 한경기 이겨놓고
샐샐거리는 간부들의 근시안도 이번 기회에 교정해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진/낙심한 최성용 선수의 뒤편으로 오버랩되는 사우디 아라비아 선수들의 환호. 오늘의 격언 :
"조직력이 없다면 개인기로 끝장봐라.."]
이란전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인 김상식은 이날 실책성 수비로 선제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하며 순식간에 영웅에서 역적으로 떨어졌다. 우측으로
돌파를 시도한 사우디의 공격수를 막지 못하고 상대의 개인기에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며 내준 첫번째 골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후 허둥대는 동안
순식간에 알 메샬에게 또다시 추가골을 내준 한국은 급격한 붕괴를 어찌하지 못한채 비틀거리다 종료직전에 터진 이동국의 만회골을 끝으로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사진/한국축구를
구하다(?) - 2골을 넣으며 한국축구에 냉수를 먹인 알 메샬 : "너희 이번에도 이기면 또 그냥 갈까봐.. 고맙지?"]
이날 한국은 이란전에서 맹활약했던 윤정환을 스타팅으로 내세우며 전의를 다졌으나 설기현을 대신해 나온 유상철과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이동국 두 선수간의 호흡이 여러차례 어긋나는 장면을 연출한데다 미드필더진의 기동력이 이란전에 비해 현저히 저하된 모습을 드러내며 완패를 면치
못했다.
이란전에서 선수교체를 통해 재미를 봤던 허정무 감독은, 이번에는 선수교체 시기를 너무 이르거나 늦게 잡은데다 교체투입한 선수들(하석주, 노정윤,
설기현)의 컨디션 또한 완전하지 않아 교체때마다 위기에 처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특히 전반에 그나마 몇차례 공격적인 패싱을 선보였던 윤정환을
조기아웃시킨 점은 부상중임에도 승부를 위해 90분 풀출장을 해야했던 이동국의 민첩하지 못한 움직임, 그리고 한골을 실점한뒤 수비수 심재원을
빼고 그자리에 김상식을 배치시켰던 것과 함께 이 경기를 통해 가장 아쉬운 기용사례였던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