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천일야화] 강화와인 - 셰리(Sherry)
(2000.12.19.스포츠서울)
강화와인 - 셰리(Sherry)
18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밀조업자들이 우연히 발견한 위스키 숙성법이 전파되기 전까지는 스페인의 셰리가 술꾼들의 총애를 받았다. 숙성되지 않은 위스키나 브랜디 향과 맛이 거칠었기 때문이다. 셰리는 와인에 브랜디를 가한 후 오크통에서 발효시켜 숙성되기 때문에 향이 풍부하고 맛이 부드럽다.
당시 셰리가 유럽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었는지는 셰익스피어의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는 희곡 ‘헨리 4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셰리를 마시고 취기가 오르면 머리 속에 도사리고 있던 권태롭고 천박한 독기는 말끔히 사라지고,상상력에 불을 지펴 불꽃이 탁탁 튀는 재미있고 기발한 생각으로 가득 찬다. 그것이 인간의 목소리를 타고 밖으로 유람을 하면 재치가 넘쳐난다. 이것이 셰리가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셰리는 고급 식사에 반드시 등장하는 필수품이었다. 셰리는 솔레라(Solera)라고 불리는 특별한 방법으로 숙성된다. 오크통을 3∼4단으로 쌓고 윗단과 아랫단을 서로 연결해 액이 흐르게 한다. 아랫단에서 숙성된 셰리를 따라내면 그만큼 윗단에 새 셰리를 붓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래된 셰리와 새 셰리가 섞이면서 자연적으로 블랜딩이 된다. 따라서 셰리는 빈티지(제작연도)를 표기
할 수 없다. 셰리와 여타의 다른 강화 와인이 구별되는 차이는 각 오크통에 있는 효모가 표면에 막을 형성하여 지속적으로 발효시킨다는 점이다. 셰리의 향이 매우 풍부하고 특이한 것은 이 때문이다. 솔레라 시스템에서는 와인의 숙성과 브랜디의 숙성이 함께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셰리는 세 가지로 나뉜다. 피노(Fino)는 신선한 사과향이 나며 단맛은 전혀 없어 아페리티프로 쓰인다. 아몬틸라도는 피노보다 부드럽고 색이 진하며 약간 단맛이 있다. 올로로소(Oloroso)는 묵직하며 구수하고 단맛이 강하다. 올로로스는 주로 디저트로 음용된다. 이 세 가지 셰리는 와인(포도)의 종류, 미생물 막, 숙성기간 등으로 품질이 조절된다.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다. 기후가 온난하며 특히 여름에는 매우 더워 와인 저장에 애로를 많이 겪었다. 그러나 솔레라 시스템을 발명하여 제조한 셰리는 어떤 기후에서도 산패되지 않아 보존성이 좋고 그 품질 또한 최상의 와인 대열에 손색이 없다.
셰리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알코올 음료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셰리 메이커로는 샌드먼(Sandman)사로서 20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가장 낭만적이며 인생을 즐기는 민족이다. 그들의 식사시간은 보통 2∼3시간으로 저녁부터 밤 늦게까지 셰리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셰리가 가져다주는 영감 덕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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