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환경보다 우선하는 가족들의 사랑
지난해 4월말부터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서 총30분의 고객중 5분이 사망하셨다. 엊그제(5/24) 아침에도 우리 센터의 요양서비스를 이용하시던 80세 어르신께서 별세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45세의 보호자인 아드님은 '새벽에 응급실로 모시고 왔는데 방금 운명하셨다'며 울먹인다. 오후에 문상차 들렀을 때는 '평생을 고생만 하셨다'며 눈물까지 보인다. 아버지와 성씨가 다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는지, 장례식장 안내판의 망자(亡者) 밑칸에는 아드님 이름만 덩그러니 적혀있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상가에는 조화는 물론 문상객도 없고, 접수안내 데스크마저 비어있다. 상주인 보호자와 한참을 얘기하고 있으려니 그 때서야 회사 동료라며 젊은이 3명이 문상을 왔다. 상주에게는 '어머님은 아드님의 효성과 아버님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행복하셨을 것이다'는 진심어린 위로를 했다. 그리고 '최근에 다녀본 상가에서 상주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르신은 지난해초 압박골절로 와상상태가 되신 이후, 연로하신 아버님과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아드님,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재가요양을 고수하셨다.
급증하는 병원내 사망과 검시제도의 문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사망자 281,000명중 재택임종이 15.3%인 반면, 병원임종이 74.9%나 된다. 재택임종이 74.8%이고, 병원임종이 15.3%였던 25년전(1991년)과는 정확히 반대로 역전되었다. 지난해 요양시설이나 일터·도로 등에서 사망한 9.8%를 더하면 약85%가 소위 객사(客死)한 것이다. 우리 센터의 요양서비스를 받다가 사망하신 5분중 4분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으셨다. 3분은 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까지 받았고, 99세인 1분은 사망후 검시(檢屍)가 용이하지 않아서 보호자가 요양병원을 택하셨다. 주치의(삼성의료원)는 서울에 거주하고, 인근의 의사로 부터 검시받기가 의사의 기피 등으로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양원에서도 입소하신 어르신이 사망하게 되면 검시는 물론 보호자 이의제기와 경찰확인 등으로 절차가 복잡해져서 사망 직전에 병원으로 모시는 실정이다. 어제일자(5/25) 중앙일보(10면)에서는 리셋코리아 특집의 일환으로 '고령화시대 웰다잉을 늘리려면, 병원임종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언한다. 품위있는 삶의 마무리를 위해 영국의 사례를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하고, 일본의 사례도 간략하게 게재했다.
말기환자 왕진제도와 가정호스피스 활성화
병(病)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치료하면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경우와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란다. 그런데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의사들은 생명만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한다. 일반적으로 보호자의 요구나 법적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지만, 일부는 수익중심의 병원운영에 기인한 경우도 있단다. 의식있는 말기케어 전문의들은 환자의 고통만을 연장시키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환자를 편안하게 해드리라'고 권유한다. 대부분의 말기환자들이 병원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재택/병원/호스피스 시설 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개념을 도입한 영국에서는 품위있는 삶의 마무리를 위해 ①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받으며 치료받고, ② 고통과 병증이 없어야 하며, ③ 익숙한 환경에 머물고, ④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4대원칙이 있단다.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중 57.2%가 재택임종을 원한다. 임종을 앞둔 말기환자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는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 환자를 편안하게 케어"하는 것이다. 재택임종을 활성화하기 위한 왕진제도와 가정호스피스 활성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