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의 참 의미
말은 쉽다. "장애인은 우리가 도와야 할 이웃"이라는 문장을 되뇌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이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려면,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겪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눈을 감고 단 십 분만 걸어보라. 익숙한 방 안조차 낯설고 두려운 공간으로 바뀐다. 벽 하나, 문턱 하나가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지고, 발걸음마다 조심스러워진다. 그 짧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곳이라는 것을.
귀를 막고 대화를 시도해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입 모양을 읽으려 애쓰고, 표정 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소리 없는 세상에서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지 그제야 실감하게 된다. 휠체어에 앉아 문턱을 넘으려 애써보고,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려 해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밀어내고 있었는지 보인다.
이런 체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관념으로만 존재하던 배려가 몸에 새겨지는 순간이다. "힘들겠다"는 막연한 동정이 "이래서 힘들구나"라는 구체적인 이해로 바뀐다. 그리고 그 이해는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진다. 문턱을 없애고, 점자블록을 지키고, 조금 더 기다려주는 마음으로.
역지사지란 결국 상상이 아니라 실천이다. 잠깐이라도 그 자리에 서보는 것, 그것이 진짜 공감의 시작이다.
진정한 장애인복지의 시작이기도 하다.
대한사회복지신문.
고한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