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래학자의 암호화폐 예측
내가 꼭 챙겨서 읽고 싶은 책의 저자 중 한 명이 최윤식 미래학자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최윤식의 커리어가 정말 대단하기도 하지만 그의 책을 한 번 읽어보면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크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통찰력은 결국 나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고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 된다. 세상 속에서 나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고부터는 거시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는 책의 선정이 필수가 되었다. 최윤식의 책은 거시적인 안목을 제시하지만 어렵지 않다. 간결하고 쉬운 설명에서 그의 엄청난 내공이 느껴진다.
미래학자로서 암호화폐를 다루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어떤 시각으로 암호화폐를 다루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미래학자가 바라본 암호화폐는 단지 투자 상품이 아닌 사회적, 국가적 역할에 대한 생각이 중심이었다. 저자는 미래의 모든 화폐가 디지털 화폐화가 될 것을 전제로 화폐 및 금융 시장 시스템의 빅 체인지를 예측한다. 저자의 집필 목적은 현재 암호화폐에서 벌어지는 현상뿐 아니라 다양한 거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데 있다. 시간적 범위에서는 바이든 시대 4년과 20~30년의 미래이며, 공간적으로는 미국, 중국, 유로존, 한국, 북한 등을 포함한 전 세계를 아우른다.
2. 암호화폐의 거시 시나리오
저자가 다루는 거시 시나리오는 연준의 긴축정책,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기축통화 전쟁, 중국과 북한의 전 국민 통제 시스템인 빅브라더를 향한 욕망, 메타버스와 새로운 금융 시스템, 미래의 돈을 지배하는 알고리즘 등이다. 저자는 암호화폐를 투자의 개념을 넘어 큰 변화의 시각에서 봐야 향후 미래의 거시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과거의 화폐 개념은 소수의 권력집단에서 논의가 되어 결정되는 사항이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이러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대적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있다. 이것은 인류의 경제 역사상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저자는 암호화폐의 발전을 4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1세대 암호화폐의 탄생이다. 2단계는 암호화폐 발행이 폭증하고 규제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단계이다. 현재는 2단계이고 아직 국제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3단계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진국에서 CBDC (디지털 법정화폐)를 발행하고 글로벌 규제 합의안이 마련된다. 저자는 이 시기가 미래 화폐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마지막 4단계가 되면 이 합의안을 토대로 제2세대 암호화폐 발행이 시작된다. 아날로그 화폐의 존폐가 끼치는 금융 시스템의 충격에도 미국은 왜 CBDC를 만들려고 하는 걸까.
3. 디지털 화폐전쟁
그 문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리고 있는 것이 제1기축 통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이 2~3%에 그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승부수를 걸만한 가능성은 디지털 화폐이다. 디지털 화폐의 선점을 위해 중국은 이미 CBDC를 발행한 상황이다. 1990년에 이미 CBDC를 연구했던 미국은 국제적인 금융 시스템의 심각한 충격을 야기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연구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는 CBDC 연구를 다시 시행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디지털 화폐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이 CBDC를 발행하면 모든 나라들의 연쇄작용이 뒤따를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는 제도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인 현상으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과 숙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세계적 패권 다툼과 그 연쇄작용으로 인한 영향을 우리도 받을 것이다. 세상은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겪고 있고 우리는 그 혼란 속에 있기에 이것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렌즈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예측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를 생각해 보고 더 나은 미래를 탐구하는 행위에 가치를 둔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새로운 가상 금융 시스템과 그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 시나리오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 예측의 가치는 어제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제안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미래학자와의 재밌는 소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