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카페안 한40대 연배되는 정장의 사내가 장석현의 질타를 받는 중인데..한쪽에서 호규와 효실이도 얘기 중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이야 대강은 읽어봤지만..조남주가 지었던가?"
"그보다 한참 전에 나온 김미월의 여덟번째방에 나오는 주인공도 지영이였어..지하 옥탑등 여러개방을 스쳐가며 힘들게 사는 여자 이야긴데..."
"하여간 좀은...여자가 써서인가..복잡해서 이해가 힘들었던 기억.."
"한국에서 여자로 사는 혼란과 공포랄지..세대차..성차별이란..오빠는 상상도 못할걸"
"어디 여자만 그러냐..남자도 마찬가지지. 어쩌다 여성상전시대가 되었는지 몰라도.."
"하여간 저새끼가 그렇게 너를 괴롭히고 추행하고 그랬다는 거지? 죽일놈. 남자망신은..."
"상무마누라가 워낙 드세서 십년이상 별거중인 사정도 있었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딸같은 너를 집적거리다니...난 말주변이 없어서 석현이를 불렀는데..쟨 워낙 이런데 빠끔이니까. 다행 영칠이 형은 워낙 사람이 좋으니까..."
"울오빠? 말마 완전 마초 독재자야!.겉으론 천하의 도덕군자연하지만..나도 크면서 엄청 차별당했다고.."
이때 석현이가 다가왔다.
"다른 지점으로 떠난단다. 효실이 너 통장번호 적어봐. 돈받고 더 문제삼지 않기로 합의했으니까. 새끼가 간은 콩알만하더라고..오빠인 너는 그저 이를 갈아주기만 된다"
"다른데 가서 또 그런 짓을 하면?..."
"몰래 대화 녹음해놨으니까 또 그럼 완전 죽여버려야지 뭐"
"대체 얼마나 받기로..?"
"이천!" 호규가 효실일 보며 놀랐다.
"적어줘"
효실이 메모지에 숫자를 쓰고 석현이 잡아들었다.
"잠깐, 네..수고비라고 만원이라도 축내면 그땐 절교다"
"새꺄! 나를 겨우 그 정도로밖에 안봤냐?"
화를 벌컥 낸 석현이가 가고 효실이 말했다.
"나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석현이가 뭐라고 구슬려도 무조건 내게 미뤄"
"오, 오빠..사실 나 은행 그만두려고 했었어"
"저새끼 다른데로 꺼진다는데 네가 왜?! 그러면서 김지영이 어쩌고 할래?"
"실은 아버지가 좋은 혼처가 났다고 고생말고 시집이나 가라고 보채던 중이었어"
"그래, 시집밑천에 보태면 딱 좋겠구나"
"오, 오빤 겨우 그렇게밖에!"
"김지영이 성차별 어쩌고 하면서 시집따위가 뭐라고 직장까지 포기하냔 말이야 내말은!"
석현이 전전긍긍하는 사내와 같이 다가왔다.
"미.미안합니다..제가 눈이 돌아가..미친 짓을.."
호규가 사내의 멱살을 움켜잡는 것을 석현이가 짐짓 말렸다.
"참아라..이 양반도 알고보니 아픈 사정이 있더라"
"우,우리 효실이가 어떤 앤 줄 알고. 돈 다 필요없어. 이런 개새낀 무조건 콩밥을"
"그만 가보쇼. 여긴 내게 맡기고"
사내가 황황히 사라지자 석현이가 호규를 흘기며 말했다.
"입금되었을 것인데 확인해봐. 내가 뭐라고 구슬려도 커피값도 내지 말고"
"흐흐 자식이 은근 뒤끝있네? 가자 내가 한잔살게"
"나도 바뻐임마. 술도 되게 못먹으면서 맘에도 없는 말을"
하더니 미련없이 나가버렸다.
"확인했어? 담에 밥이나 한번 사. 암튼 효실아 그 은행 사장될 때까지 굳세게 다녀라"
나가는 호규에 효실이 발을 구르며 뭐라 하려다 마는 모습.
호규가 창고안 다탁비슷한 곳에서 책을 보는데 날자가 들어왔다.
"생각보다 진득하고 공부체질 같기도 하다?"
"아니 난 스스로를 아는 편이요. 아이큐도 낮고"
"그깟 아이큐가 뭐라고..그 딴 것을 믿니"
"...해서 말인데.."
날자가 다가오자 호규가 겁을 먹으며
"누, 누나..또 무슨...?"
"아직 안 늦었으니 검정고시 치러서 대학에 들어가는게 어떻겠냐고! 얘가 도대체 무슨 엉뚱한 생각하길래 날 전염병자 대하듯 하는 거람?"
"이리 얼척없는 말을 하니 그렇지..요..공부라면..나도 미련이 많아 저기해봤는데...개갈이.."
"호규..심호규!"
"글쎄 공부야근 뚝요! 세상에 공부아닌 것이 어디 있다고 대학나와 판검사해도 공부가 필요없어질까요?"
"...그래 네말이 맞아. 간판이 꼭 중요한 게 아니지. 괜히 네 공부 방해했구나..그래 효실이던가 일은 잘 해결되었어?"
"...그럼요. 그깟 임신쯤 요즘 약좋은데 무슨 일거리나 돼. 애가 내 새끼라는 걸 증명할 유전자 검사에 이천만원인가 든다던데 그런 돈이 어디있냐고...요"
"...심호규...너 개그 안하길 다행이야. 소질이 전혀라고"
"...나 사실은 누나가...임신 소식 전하는 게 아닌가 싶어 겁먹었었어"
"코홋호호호.."
"웃는 소리도 꼭 마녀같아...크큭큭"
"아배가 뭐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나...아들딸 있어"
"그러게! 공부같이 아직 안늦었는데 막동이 못나을 건 또 뭐냐고"
"...호구야 넌 참 엉뚱하면서도 참 뭐랄지..뭐라고 해야 하나..."
"말이 나와서 말인데..복습자습은 언제..?"
대답도 없이 팩 나가버리는 날자였다.
'그래, 누나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처를 감당하며 살아가는지도..동백아가씨처럼 딸이 엄마노래를 부를 때는 화해...'
다세대 집에 들어가려는데 웬 30대 남자가 다가와 불쑥
"심호규 맞지?"
"맞는데요. 뉘신지요?"
"장석현이 알지?"
"...친군데요"
"서에 잠깐 가줘야겠어"
"왜, 왜요..혹시 사고..?"
"가보면 알아..사건이 좀 복잡해서"
"교통사고 같은 것은 아니란 말인가요?"
"사건이라고 했잖아"
"짜, 짜식이 기어이.."
"기어이 뭐?"
"좀 힘들게...살았거든요.."
유치장안에 들어가 여러 사람들속에 섞여 앉아있는 호규의 표정이 복잡했다. 한 사내가 투덜거렸다.
"이것들이 쳐넣고는 하루가 지나도록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참"
"요즘 시국도 그렇고...사건이 많아 그렇지 뭐"
"에이 시발, 변호사를 부르기도 그렇고 없는 놈은 그저 죽어라죽어라..야놈들아 가둬놔도 밥은 먹여줘야 될 것 아냐!"
간수가 다가와
"왜 함부로 떠드나..심호규씨. 심호규가 누구야?"
"저..전데요"
"따라와요"
조사2과로 들어온 호규가 머믓하는데 40대 형사가 앉으라고 하자. 조사가 시작되었다.
"왜 여기 왔는지 알겠어?"
"친구 석현이.."
"그래. 그런 친구와 어쩌다 어울린 거야?"
"학교..고향친구니까요"
"심호규씨 조회해보니..전과..경범죄 하나 없이 얌전하게 살았네..과속 하나도 없이.."
"대체 석현이가 무슨..?"
"여러가지야..상조회관련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좀 마구 살았네. 얼마전에 호규씨가 백만원 입금했더만 왜지?"
"힘들다고 해서 빌려줬네요. 아무 조건없이..사실 돌려받을 생각도 없지만"
"....흐음..믿어주지. 그만 가보라고"
"보세요..그런 일로 사람을 두시간이나 유치장에 가둬두나요? 그래도 되는 건가요?"
"미안하게 되었네. 장석현이 계좌 내역 모두 조사하는 중이라서..이해하라고..그런 친구완 멀리 하고"
"그럼 석현인 결국 어떻게 되는 건가요..?"
"고발..고소가 들어와서 피해보상 안해주면 재판받고 형을 살 수밖에.."
"당장 물어줘야 할 돈이 얼만데요?"
"칠..팔백..? 신경쓰지 말고 가보래도..이번에 큰 코 다친 셈이니 앞으론 정신차리겠지"
경찰서 밖으로 나온 호규가 전화를 했다.
"효실아..참 염치 없다만..팔백만원만 좀 빌려주라..아참 오백쯤이면 되겠어..아니 아냐. 별일 없어..올해안에 꼭 갚을게..정말 면목없다...그래 고맙다..농협207085..."
한밤중 초췌해진 장석현과 술집에서 같이 하는 호규였다.
"무..무슨 말을 허것냐.."
"됐다. 저번에 민물고기 양식 말야..관심이 생겼는데.."
"가능성은 있지만 나도 자신못하니 그건 잊어라"
"자신이 생길 때까지 일단 그런 쪽에서 일해보는 것은 어떻겠냐?"
"..그럴까도 싶지만..지금 완전 개털이라서 정신이.."
호규가 돈뭉치를 내놨다.
"효실이 돈이다..오백만 보내랬더니 천이나 보냈더라"
장석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얘긴 단 한마디도 안했으니 안심하고"
"호..호규..친구야...이 웬수는 꼭.."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