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휴스턴행 게릿 콜, 돌파구 찾아낼까
2018.01.14 오후 02:10 | 기사원문
해외야구 김형준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워싱턴 내셔널스의 2년 연속 대박(2009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2010년 브라이스 하퍼)에 이은 2011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팀은 피츠버그 파이러츠(2010년 57승105패)였다.
1순위로 가장 유력한 선수는 휴스턴 태생의 라이스대학 3루수 앤서니 렌돈이었다. 렌돈은 2학년 시즌에 63경기 26홈런 85타점(.394 .539 .801)을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활약으로 대학 리그 통합 MVP(딕하우저트로피)를 차지한 최초의 2학년 선수가 됐다.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골든스파이크상도 거머쥐었다. 그러나 3학년이 된 렌돈은 지속적인 어깨 통증으로 인해 지명타자로 나서야 했고 63경기에서 6홈런 37타점(.327 .520 .523)에 그쳤다. 피츠버그도 고민에 빠졌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또 다른 1순위 후보는 텍사스주 출신 좌완 맷 퍼크였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의 14순위 지명을 거절하고 텍사스크리스찬대학에 진학한 퍼크는 1학년 때 20경기 16승 무패 3.02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게다가 2학년을 마치고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퍼크는 손가락 물집 부상과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크게 망쳤다. 퍼크 역시 탈락.
2010년 피츠버그는 2순위로 뽑은 제이미슨 타이욘에게 그 해 가장 많은 650만 달러의 보너스를 주는 것으로 '드래프트의 큰손'을 선언했다(1순위 하퍼는 보너스 625만 달러가 포함된 총액 99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계약). 그리고 이번에도 가장 비싼 선수를 고르기로 했다. 피츠버그의 선택은 '보라스 선수'인 UCLA 우완 게릿 콜이었다. 피츠버그가 콜에게 준 800만 달러 보너스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역대 최고액으로(종전 스트라스버그 750만) 피츠버그는 조시 벨(61순위)에게도 2라운드 역대 최고액(500만)을 쐈다.
2001년 월드시리즈 6차전이 열린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양키스 팬'(Yankee Fan Today Tomorrow Forever)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앳된 모습(당시 11세)이 뉴욕 신문의 1면에 실리기도 했던 콜은 2008년 고교 졸업 당시 뉴욕 양키스의 1라운드 28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UCLA의 에이스는 16경기 10완투 13승2패 1.25를 기록한 트레버 바우어(사진)였다. 그러나 더 높은 가능성을 인정 받은 쪽은 콜(16경기 4완투 6승8패 3.31)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체격(185cm 84kg)과 팀 린스컴을 따라한 위험한 투구폼, 낯선 훈련법과 대학 리그에서의 혹사, 독특한 성격 등 위험 요소가 잔뜩 있었던 바우어와 달리 콜은 당당한 체격(193cm 102kg)과 함께 80점(만점)짜리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었다(바우어 애리조나 3순위, 렌돈 워싱턴 5순위, 퍼크 워싱턴 3라운드).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첫 두 시즌(2013년 117이닝 10승7패 3.22, 2014년 138이닝 11승5패 3.65)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콜이 터진 것은 2015시즌이었다. 그 해 콜은 208이닝과 함께 19승8패 2.60을 기록하고 사이영상 4위에 올랐다(1위 아리에타, 2위 그레인키, 3위 커쇼). 피츠버그로서는 1996년 크리스 벤슨(통산 fWAR 14.8)과 2002년 브라이언 벌링턴(통산 fWAR -0.2)을 전체 1순위로 뽑았던 것이 성공하지 못했기에 더더욱 반가운 자체 생산 에이스의 탄생이었다.
2015년의 콜(24)에게는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다. 2014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떠났다가 돌아온 A J 버넷(38)이었다. 콜은 등판이 없는 날이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버넷의 옆에 붙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시즌 내내 버넷을 따라 다녔다. 버넷도 콜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패스트볼을 가진 불안한 제구의 투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지만 17년 롱런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아낌없이 전수했다. 흥분 상태인 콜이 덕아웃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진정시켜준 것 또한 버넷이었다.
그러나 버넷이 2015시즌(26경기 9승7패 3.18)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자 콜 역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2016년 콜은 어깨 통증과 싸우며 21경기(116이닝) 7승10패 3.88에 그쳤고, 2017년에는 건강했지만 33경기(203이닝) 12승12패 4.26으로 부진했다. 피츠버그는 결국 FA까지 2년이 남은 콜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했다. 피츠버그가 받은 네 명은 지난해 선발 부진(15경기 4승8패 6.12) 후 수준급 불펜의 가능성(23경기 1.44)을 보여준 조 머스그로브(25)와 트리플A에서 79경기 18홈런 63타점(.308 .373 .543)으로 인상적이었던 3루수 유망주 콜린 모란(25) 평균 96마일을 던질 수 있는 불펜 마이클 펠리스(24)와 외야수 유망주 제이슨 마틴(22)이다. 그러나 콜의 대가로는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휴스턴은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 콜을 왜 영입했을까. 어쩌면 콜(27)을 2015년으로 돌아가게 할지도 모르는 든든한 멘토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바로 저스틴 벌랜더(34)의 존재다.
2017 콜의 레퍼토리(평균구속/마일)
패스트볼(96.0) - 60% 슬라이더(88.3) - 17% 커브볼 (80.4) - 12% 체인지업(88.7) - 11%
2017 벌랜더 레퍼토리(평균구속/마일)
패스트볼(95.2) - 58% 슬라이더(88.2) - 22% 커브볼 (80.5) - 16% 체인지업(87.5) - 4%
콜이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진다는 것만 다를 뿐, 심지어 둘은 네 구종의 구속대가 거의 일치한다(한편 휴스턴에서 체인지업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 벌랜더는 실제로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체인지업을 여러 번 선보였다). 대학 리그를 제패하지 못했지만 최고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최상위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것은 콜(2011년 1순위)과 벌랜더(2004년 2순위)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벌랜더의 파워피처 교육이 필요한 선수는 2015년의 깜짝 데뷔 후 성장세가 멈춰버린 랜스 매컬러스(24)도 마찬가지다. 벌랜더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에도 동료 투수와 도움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2013년 이후 세 개의 사이영상을 따낸 맥스 슈어저(33·워싱턴)다.
물론 휴스턴에는 댈러스 카이클(30)이라는 또 다른 에이스가 있다. 그러나 카이클은 패스트볼의 구위로 타자를 찍어누르는 스타일인 벌랜더 콜 매컬러스와는 유형이 전혀 다른 투수다.
정말로 콜과 매컬러스에게 벌랜더 찬스가 통하게 된다면? 휴스턴은 기교파 좌완의 최고봉인 카이클(88.7마일)과 함께 벌랜더(95.2마일) 콜(96.0마일) 매컬러스(94.2마일) 찰리 모튼(95.0마일)의 우완 강속구 투수 네 명으로 로테이션을 구성하게 된다. 브래드 피콕(22경기 13승2패 3.00)과 콜린 맥휴(12경기 5승2패 3.55)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유망주 데이빗 폴리노(23)까지. 지난해 LA 다저스보다도 더 풍부한 예비 전력을 갖추게 된다.
지난해 휴스턴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젊은 타자들의 훌륭한 스승이 되어준 카를로스 벨트란(40)을 영입한 것이었다. 이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위해 올 겨울 CC 사바시아(37)가 FA로 풀리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그러나 사바시아는 1년 계약을 맺고 양키스에 남았다). 또한 양키스는 애런 저지(25)가 지안카를로 스탠튼(28)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또 경쟁하면서 최고의 거포로 자리잡기를 희망하고 있다.
벌랜더는 콜에게 '제2의 버넷'이 되어줄 수 있을까. 사이영상급 투수로의 복귀를 노리는 콜이 월드시리즈 우승의 피로감과 싸워야 하는 휴스턴의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