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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으로 맑은 날씨였다. 11시경에 달이 떠올라, 12시 30분에는 정원 쪽으로 면한 저택의 전면이 달빛에 환히 드러났다.
그 여자는 미쳤어, 쥘리엥은 중얼거렸다. 1시를 치는 소리가 들렸을 때도 노르베르 백작의 창문에서는 아직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쥘리엥이 이때처럼 겁먹은 적은 없었다. 그는 자기가 하려는 일에 따르는 위험만을 생각했지, 아무런 열광의 도취도 느낄 수 없었다.
쥘리엥은 커다란 사다리를 가지러 갔다.
그러고는 약속이 취소되지 않을까 해서 오 분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1시 5분이 되자 그는 마틸드의 창문에 사다리를 걸쳐 놓았다. 그는 공격당하지 않는 것에 놀라워하며 손에 피스톨을 든 채 천천히 사다리를 기어 올라갔다. 창문 가까이 다가가자 창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마침내 오셨군요. 한 시간 전부터 저는 당신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마틸드가 몹시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쥘리엥은 아주 거북했다.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그는 전혀 사랑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
~제16장 새벽 1시 중 131쪽 발췌~
위 부분은 드 라 몰 후작의 딸 마틸드가 하인이나
진배없는 아버지의 비서 쥘리앙을 편지로 유혹하여
자기방에 사다리를 타고 들어오게 하는 장면이다.
쥘리앙은 함정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갈등하다
목숨을 걸고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그녀의
방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어색하고 거북하다.
아름다운 마틸드 또한 높은 자존심과 허영심때문에
자신이 택한 사랑앞에서 수없이 변덕을 부리고
번민한다. 이 소설의 묘미는 바로 이런 심리적
갈등 묘사에 있다. 줠리엥 소렐과 드 라 몰 양의
열정적인 사랑이 역사속 사실처럼 느껴진다.
-해설-
"베르테 (Berthet) 사건은 개요만으로 볼 때는 『적과 흑』 줄거리와 상당한 유사성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1827년 12월 28일부터 31일에 걸쳐 《법정 신문》에 상세한 내용이 게재되었던 사건이다. 앙투완 베르테라는 청년이 교회에서 미슈부인을 총으로 저격한 죄로 사형당한 이 사건은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엥 소렐의 모험을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 429p"
"오늘 날 가장 널리 알려지고 또 가장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해석은 적색은 군직을 상징하고 흑색은
성직을 상징한다는 해석이다. 433p"
첫댓글 방통님 명절 잘쇠셨는지요?
올리신 글을 읽으니 수 년 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기억이 새로 나네요.
올해도 좋아하시는 책 즐겨 읽으시구요.
우애든동 건강하이소.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지요
멋진 명작을 읽고 나니 방통이 아니라
당통으로 닉네임을 바꾸고 싶네요~!!
방통이든 당통이든 뭐가 중한디~~^^
아씨님도 건강하고 벅찬 한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