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룬 파우제방의 기상천외한 할머니 이야기
‘할아버지 말고 할머니 이야기’를 읽고 -
이상아
‘할아버지 말고 할머니 이야기‘는 독일 최고의 아동작가 ’구드룬 파우제방‘의 동화로,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나무위의 아이들’‘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등의 작품으로 전쟁, 평화, 빈곤, 정의, 환경 등 굵직굵직한 사회 문제를 다루어 온 파우제방의 색다른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동화집이다.
특히, 작가 스스로도 여든을 훌쩍 넘긴 할머니라는 점에서 파우제방의 할머니 이야기는 할머니 작가가 쓴 할머니 이야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이야기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하여 할머니가 겪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내고 있다.
할머니가 번개를 맞아 젊어지고, 용이 음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손풍금과 함께 손풍금 연주자인 할머니를 삼켜 버리고, 그림 형제의 동화 “빨간 모자”에 등장하는 늑대가 이제는 늑대 복원 사업으로 보호해야 할 동물이 되어 빨간 모자의 할머니와 사냥꾼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게 되고, 흡혈귀를 키우는 할머니의 설정은 기발한 상상력을 돋보이게 한다.
또, 경찰관 아들과 은행원 며느리를 둔 할머니가 은행 강도로 변신한 이야기와 이것저것 모으기만 하는 할머니가 그동안 모아 온 많은 것들을 버리고 결국 다시 모으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 항상 아프다고 투덜거리던 할머니가 애인이 생겨 활기찬 삶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하고, 경영간부들을 위한 서바이벌 트레이닝을 운영하고, 빈집 돌봄 서비스와 흡혈귀 사육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노인’으로서의 할머니가 아닌 자주적이고 적극적으로 삶을 영유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언제나 현실적인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작가답게 파우제방은 이 책 ‘할아버지 말고 할머니 이야기’에서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 문제와 세대 간의 갈등을 다루어 “해변의 할머니”편에서는 할머니를 하루 빨리 양로원에 보내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손자, “무엇이든 모으는 할머니”편에서는 전쟁을 겪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의 갈등, “책만 읽는 할머니”편에서는 일거리가 사라진 노인의 무료한 삶, “용 배 속에 들어간 할머니”,“책만 읽는 할머니”편에서는 고단함이 되었든 즐거움이 되었든 자식 대신 손주를 돌보게 된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옛날이 그리운 할머니”편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리면서 구세대의 변화도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아이디어가 멋진 할머니”,“날마다 응모하는 할머니”편에서는 스스로 훌륭한 일거리를 찾아낸 할머니의 모습에서 노인의 사회적 경험이 지금의 사회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존경받아야 할 것임을 일깨워 주고 있는 등 책 곳곳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 현상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동화는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하나의 공감대인 ‘공존과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번개를 맞은 할머니가 점점 젊어지고 어려진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면서 우산 속에서 할머니가 행복에 젖어 눈을 감는 마지막 장면은 그런 할머니의 인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말해 주고 있다.
해적선 선장과의 로맨스를 이룬 할머니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는 할머니 역시 꿈이 있고 낭만이 있고 추억이 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물건을 모으고 아끼는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억척스럽고 고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은 지금의 삶을 있게 해준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누구나 그런 할머니를 가졌고 그런 할머니가 될 것이기에 이 책은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말고 할머니 이야기‘는 독일 최고의 아동작가 ’구드룬 파우제방‘의 동화로 번개를 맞고 점점 젊어지는 할머니.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