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日 헬기 추락과 음모론
도쿄=성호철 특파원
입력 2023.04.24. 03:00
일본 육상 자위대 사카모토 유이치 제8사단장의 사망이 21일 확인됐다. 지난 6일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宮古島) 인근에서 사카모토 사단장을 태운 자위대 헬리콥터가 행방불명된 지 15일 만이다. 당시 헬기는 지상 통제 센터와 ‘이상 없음’이라는 무선 통신을 남긴 지 2분 뒤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사카모토 사단장은 류쿠쇼(陸將)로, 육상 자위대 최고 계급이다. 우리나라의 대장이나 중장에 해당한다. 같은 헬기엔 8사단 최고 간부 5명이 탑승했다. 제8사단은 대만 유사 사태 시 난세이제도(南西諸島)에서 군사 활동을 전개하는 기동 사단이다.
일본 지상 자위대 대원들이 UH-60JA 헬리콥터에서 낙하하는 모습. 지난 3월 6일 일본 오키나와 상공에서 실종된 헬기와 같은 기종이다./·AP 연합뉴스
일본 지상 자위대 대원들이 UH-60JA 헬리콥터에서 낙하하는 모습. 지난 3월 6일 일본 오키나와 상공에서 실종된 헬기와 같은 기종이다./·AP 연합뉴스
중국에는 눈엣가시 같은 8사단의 지휘부가 한꺼번에 사망한 것이다. 때마침 중국 항공모함이 사고 하루 전날 난세이제도를 지나갔다. 인터넷에선 ‘중국의 미사일·전파방해 공격설’ ‘일본 정부 은폐설’이 들끓었다. ‘주변서 검은 연기를 본 어부가 있다’는 증언까지 온라인에 등장했다.
음모론과 벌이는 싸움에서 정권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의혹 제기는 쉽지만 반증할 과학적 근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여기에 여당이 음모론에 흔들릴수록 득을 보는 야당의 정치적 이해까지 더해지기 마련이다. 음모론이 일본 사회를 뒤흔들기엔 완벽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기시다 내각에 비판적인 마이니치신문·아사히신문은 달랐다. 음모론이 절정에 달한 11일, 아사히신문은 ‘헬기 사고가 공격이 아닌 이유’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방위성을 인용해 ‘폭발음이 없었고, 주변에 접근한 비행 물체도 없었으며 방해 전파가 확인된 게 없다’며 음모론을 반박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4일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는 사진이 (인터넷에) 있지만, 촬영자의 증언에 따르면 촬영 시간이 사고 2시간 뒤인 오후 6시로 확인됐고 연기를 사고와 연결할 근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같은 편으로 여겨지는 두 신문의 논조 덕분일까. 야당에선 헬기 사고 다음 날, 대정부 질의 때 한 차례 중국군 연관설을 언급한 이후, 음모론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제히 삼갔다. 일본 야당은 자위대가 사고 일주일 동안 수색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을 때도 비난하지 않았다. 자위대는 13일에야 헬기 기체를 해저에서 발견해 6명의 행불자를 확인했지만 4명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북한의 어뢰에 침몰당한 천안함은 여전히 자침설·암초설·유실기뢰설과 같은 음모론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9년이 지난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잠수함 충돌설을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게 현실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음모론을 진실일 가능성이 큰 팩트(fact)인 양 보도한 뉴스와 정치인들의 발언이 적지 않았다. 음모론 탓에 우리 사회가 치른 혼란의 대가는 감히 따지기조차 힘들다. ‘일본의 진보 언론이 부럽다’고 하면 너무 솔직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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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4.24 05:17:59
한국은 음모와 선동이 판을 치는 나라다. 특히 종북 좌파는 그것을 더 부추긴다. 해결책은 시시비비를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국민의 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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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르스누스
2023.04.24 06:42:15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음모론이 약간씩은 다 있다. 하지만 그걸 마치 진실인양 믿고,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홀딱 넘어가는 대중이 가장 많은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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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king
2023.04.24 05:47:52
팩트(fact)를 추구하는 것은 언론의 원초적인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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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벌
2023.04.24 06:49:56
음모론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는 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을 언론에서 재기한 연고로 세월호 인양에 세월호 건조 비용보다 많은 8천 억원의 인양비로 국민 혈세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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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도령
2023.04.24 06:36:26
이 차이가 국력차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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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별님
2023.04.24 10:56:29
우리나라에는 진보 언론은 없다. 진보를 가장한 좌파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기들 입 맡에 맞는 정권은 무조건 지지하고 맞지 않는 정권은 무조건 반대다. 남북, 동서, 지역, 계층간 편 가르기로 재미 본 운동권과 좌파들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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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담
2023.04.24 07:51:31
어떤 경우에도 사실에 입각한 옳바른 정보만을 국민에게 제공해야만 하는게 언론의 의무이고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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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자
2023.04.24 07:13:09
음모론이 있어도 냉정하게 판단하고 생각하는 이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나라 백성들은 뇌송송 구멍팍을 진짜인양 믿고마는 얇은 귀와 몰이성이 문제지 음모론을 일으키는 언론들이 문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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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나라
2023.04.24 10:37:23
수준의 차이.... 아직 갈 길이 멀다...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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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노루
2023.04.24 11:33:33
일본보다 못한 대한민국의 수준을 인정해야 극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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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무
2023.04.24 11:28:13
일본의 진보 언론이 정상이고 우리네 일부 언론이 비정상인거다. 이 모든 문제는 북한독재세습정권이 무너지고 김일성광장에 태극기가 게양되면 해결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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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023.04.24 08:49:57
?? 그래서 개슨 일보는 갱남에서 5일 사이에 중고딩 3명이 연속으로 중력파 실험 한 것을 기사도 내지 않고 숨기고 감성팔이 기만선전선동을 하나 ?? ㅎㅎ 베르테르 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것 이라는 자뻑 좋은 의도 표면적 셀프 기만선전선동이 갱남 스톼일 기만 선전선동 하려는 숨은 의도 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사실과 진실을 전파하는 언론의 사명을 회피하는 것을 정당화 해 줄 수 있냐? 개슨 일보만 보다가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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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023.04.24 08:51:37
개헤란로 개곡동 개구정동 갱남 전역에서 퍼져 나가는 효과 로 보인돠
무신
2023.04.24 08:18:47
아직도 문재인이 간첩이라고 믿는이가 늙은이들 사이에 많다는데 악어새 언론 조선일보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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