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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소 충주 계명산 인증 대상을 기준으로 안내산악회에서 계획한 코스와는 달리 '범동 입구 → 프로포즈레스토랑 → 송전탑 → 계명산 → 휴양림 갈림길 → 계명산 자연휴양림 → 심항산 → 충주호 종댕이길 안내소 → 마즈막재 삼거리'의 약간 변형된 14km, 6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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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산[鷄鳴山]
높이: 774.9m
위치: 충북 충주시 안림동, 용탄동
충주 시내에 있는 산으로 충주댐을 바짝 끼고 있어 암산으로 이루어진 산세도 아름답지만 산 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경관이 또한 좋은 산이다.
이 산에는 옛날에 지네가 하도 많아 백제 때 한 촌로가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렸더니 어느 날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지네가 닭과 상극이니 닭을 길러 보라고 하여 그대로 하였더니 지네가 없어졌다 한다. 이렇게 하여 닭이 많아 이 산속 곳곳에서 닭이 울었기 때문에 계명산이라 하였다 한다. - 한국의 산하
심항산 봉수[心項山烽燧]
[정의] 충청북도 충주시 종민동에 있는 조선시대 봉수대.
[개설] 심항산 봉수는 충주호 변에 있는 심항산 정상부에 축조된 봉수로 『세종실록(世宗實錄)』에 따르면 동쪽으로 청풍의 오현(吾峴)과 응하고 서쪽으로 마산과 통하였다. 봉수대에는 별장 1명, 감관 5명, 봉군 100명 등 마산봉수와 같은 규모의 봉군이 속해 있었다.
[건립 경위] 심항산 봉수가 있는 심항산은 오성산, 계족산, 오동산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심항산 봉수는 두 곳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주시 안림동과 종민동 사이의 해발 775m의 계명산 봉우리와 해발 384.9m의 심항산 정상부이다. 원래 봉수가 있던 계명산은 흐린 날 조망이 어렵고 오르기에 불편하여 후에 높이가 비교적 낮은 심항산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위치] 심항산 봉수는 마즈막재를 넘어 충주댐을 향하다 동쪽으로 솟은 심항산 정상에 있다. 심항산 아래 충주호 건너편으로 남쪽으로 목벌동, 동쪽으로 동량면 일대의 조망이 뛰어나다.
[형태] 심항산 봉수는 산 정상과 남쪽 사면 아래에 걸쳐 석축되었는데, 평면 형태는 장타원형으로 장축 방향은 북동-남서를 이루고 있다.
[현황] 『전국유적목록』에 의하면 심항산 봉수에 사각형의 석루터가 있었다고 하였는데, 현재는 85m의 석축과 3단의 토루만이 남아 있다.
[의의와 평가] 심항산 봉수는 단양의 죽령을 넘어 서울 목멱산으로 향하는 조선시대 제2거 노선의 직봉으로 중요한 봉수 유적에 해당한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갑진년 1월 마지막 주 일요 산행은 한 안내산악회를 따라, 충주 계명산에 올라, 충주호를 감상하기로 했다. 애초 충주 계명산은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산이라, 시외버스를 이용한 산행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딱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오르기 위해 뒤로 미뤄둔 산이다. 그러다가, 까만 소의 100+의 인기가 시들해서인지, 갑자기 충주 계명산, 포항 운제산, 계룡 향적산, 옥천 장령산, 이천 원적산, 의왕 모락산, 대구 앞산, 합천 미숭산 등 8 산을 추가했다. 물론 현재는 어느 산인지 모르나, 기존 100+에서 8 산을 제거했을 거다. 8 산 중 다른 산과 달리, 계명산은 이미 계획을 세워 둔 산이라, 관심이 없었는데, 가격으로 경쟁하는 안내산악회에서 다른 산악회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산행 계획을 세워 발 빠르게 공지한 걸 보고, 고민하다가 신청했다.
까만 소 100+ 산이 인기가 있든 없든 시행 초기에는 전국 각지의 산악회가 몰려, 줄 서서 산에 올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미처 다른 산악회가 상황을 파악하기 전, 그리고 산악회비가 왕복 교통 요금 정도라 신청했다. 물론 안내산악회라는 마약을 거부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안내산악회라 가능한 산행 코스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처음 계획은 대중교통 즉, 버스를 기준으로 정류장 및 시간에 맞춰 짜인 '마즈막재 → 700고지 → 정상 → 안림동'의 5km, 3시간 코스였다. 하지만, 안내산악회는 '범동 입구 → 프로포즈레스토랑 → 송전탑 → 계명산 → 마즈막재 삼거리 → 충주호 종댕이길 안내소 → 심항산 둘레길(종댕이길) → 마즈막재 삼거리'의 14km 구간을 6시간 동안 탐방하는 코스로 대중교통으로는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코스다.
성격상 마즈막재에서 심항산 둘레길 즉, '종댕이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마즈막재로 돌아오는 왕복 구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정상에서 마즈막재로 하산하는 길목에 있을 거로 예상되는 등산로로 계명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 '종댕이길'이 아니라, 높이 350m의 심항산 정상에 오른 후 마즈막재로 가는 '범동 입구 → 프로포즈레스토랑 → 송전탑 → 계명산 → 휴양림 갈림길 → 계명산 자연휴양림 → 심항산 → 충주호 종댕이길 안내소 → 마즈막재 삼거리'의 변형된 코스로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비탐방 전문 등산 앱에는 있는 등산로가 희미하게나마 있을 때 얘기로, 충주 산꾼이 계명산을 그냥 두지 않아, 등산로가 있을 확률이 80% 이상이라 예상한다. 없으면 길을 만들며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산악회 계획대로 종댕이길을 돌지 않으면, 마즈막재 식당에서 좀 이른 하산주를 마실 생각이다.
계명산과 가까운 월악산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당일, 기온은 -5℃~-1℃, 바람은 3m/s, 종일 맑을 거라는 예보라, 비록 날씨는 약간 줍지만, 충주호 조망은 기대해도 좋을 거로 예상된다. 그리고 충주가 서울과 가까워 산행 시작이 빠르면 9시, 늦어도 9시 30분이고, 목표 소요 시간이 4시간 30분이라, 늦어도 14시 즉 오후 2시면 산행을 마감할 수 있다. 고로 마즈막재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실 수 있어, 따로 점심은 준비하지 않고, 에너지바 등 비상식으로 체력을 보충한다. 산행 일이 일요일이라 신사역표 김밥을 살 수 없는 것도 이유다. 하지만, 당일 기상해 연신내 연서시장표 마약 김밥을 사 가기로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2 – 1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날 저녁잠이 몰려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산행 당일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잠이 깼다. 오지 않는 잠을 자려고 애쓰기보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지트로 갔다. 그리고 볼일을 보며, 밤새 변동 사항이 있는지, 날씨부터 산악회까지 살펴봤다. 기상청의 산악날씨, 월악산은 어제 20시 39분에 확인한 거보다 기온이 1도가량 높아진 거 외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안내산악회 신청자는 44명에서 45명으로 45인승 버스를 가득 채웠다. 이후 누룽지를 끓어 아침을 먹은 후 6시 5분경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평소보다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에 도착했다. 아무리 짧은 산행이라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김밥을 사기 위해, 연서시장으로 가려고 건널목으로 향하는데, 그사이 신호가 바뀌었다. 두 번 건너야 하는데, 현재 시각 6시 15분, 그럼, 김밥을 산 후 6시 19분 오금행 열차를 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상황에 맞게 김밥은 포기하고 바로 역으로 내려가, 6시 19분 열차를 타고 신사역으로 향해 6시 53분경 도착했다. 예정보다 2분가량 늦었다! 해서 서둘러 개찰구로 나가, 화장실에 들른 후 5번 출구로 가며 보니, 역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저녁이 있는 삶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휴일이 있는 삶이라 생각하면 5번 출구 나가며 밖을 보니, 버스는 아직이다. 그런데, 추워서 다들 숨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도 몇 명 안 된다. 해서 따뜻한 의자가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이미 산꾼 셋이 차지하고 있다. 역시! 그나마 바람은 막아주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가 오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자, 계획된 출발 시각보다 2분 늦은 7시 2분에 도착했다. 그러자, 추위를 피해 숨어 있던 승객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걸 보고, 버스로 가 배낭을 짐칸에 넣고, 보조 가방을 들고 차에 탔다.
자리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책을 보려고 하는데, 평소보다 일찍 기상해서 그런지, 잠이 몰려와, 좁은 좌석 간격이라 의자를 약간만 뒤로 제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평소와 달리 이번 산행 날머리 식당에 관해 얘기를 시작한다. 이 대장을 몰고 다니는 산꾼과 등산객이 좀 되는데, 그들 중 몇 명의 질의에 답하는 형식이다. 날머리인 마즈막재에 있는 식당은 다 레스토랑이고, 들머리인 범동과 사이에 하종이라는 곳에 들깨칼국수를 파는 시골식당과 횟집 등이 있는 식당가가 있다고 했다. 그럼, 날머리가 바뀌어야 하니, 공지하지 않았던, 5개의 코스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마즈막재, 범동의 두 들머리에, 마즈막재, 범동, 식당가가 있는 하종의 세 날머리의 조합이다. 와중에 ‘종댕이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심항산 둘레길까지 포함하면 무궁무진한 조합이 나온다. 고로 코스는 각자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애초 휴양림으로 내려가 심항산에 오를 계획이었으니, 거기서 갈림길로 나와 좌로 가면 마즈막재, 우는 하종이다. 당연히 우회전해 하종으로 간다. 혹시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게 여의찮으면, 범동에서 마즈막재까지 3시간이 채 안 걸린다는 대장의 말을 믿고, 마즈막재에서 심항산을 거쳐 하종까지 가는 것도 고려 중이다. 눈을 감은 채 의자에 기대어 대장의 말을 듣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휴게소로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딱히 휴게소에서 할 일도 없어, 승객이 내리는 것만 지켜보다가, 그래도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는 몸의 요구가 있어, 차에서 내려서 보니, 여주다. 그럼, 충주가 멀지 않다. 어쨌든 심호흡으로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폐에 가득 주입한 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화장실을 다녀와, 내리기 전과 같은 자세 다시 잠을 청했으니, 충분히 잤는지 잠이 안 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충주라,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스패츠를 착용했다. 그리고 바람막인 안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었다.
2 – 2
9시 20분이 조금 지나, 마즈막재에 도착해 등산객을 내려주고, 범동으로 가는 중, 날머리에서 차량 출발 순서를 하종에서 마즈막재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미 승객이 내린 후라, 기존 안을 유지하기로 하고, 범동 입구를 놓쳐 지나칠뻔하는 등 몇 가지 혼란을 겪은 후인 9시 28분 산행 들머리 범동 입구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의 과거 기억에 의존한 산행이라 겪는 혼란이다. 다행히 마즈막재에 첫 승객이 내리기 전 마감은 하종이든, 마즈막재든 15시, 즉 오후 3시라는 공지는 변함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범동 기준 6시간의 산행 시간이 5시간 32분으로 28분이 줄었다. 어쨌든 버스에서 내려, 등산 앱을 기동한 후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고, 그 안에 조끼를 넣었다. 그리고 그걸 짊어지고, 빠른 산꾼은 이미 도착해 기록을 남기고 있는, 대장이 미처 인지하지 못해 지나친 조금 위 갈림길로 올라가며,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강과 접한 산으로서는 생각보다 높은 172m, 775m인 계명산과는 603m의 표고 차다. 표고 차만 놓고 보면, 한국 산으로서는 꽤 높이 올라간다. 그런데, 고도를 확인하며 트랙을 보니, GPS는 계명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광고판이 범동 입구 여기저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시작한다. 혹시 등산 앱 운영사도 저 레스토랑 광고 중인가? 광고를 집행하든 말든, GPS의 시작은 레스토랑이니, 레스토랑부터 범동 입구까지 가지 않은 거리가 트랙에 포함됐다. 고로 산행 후, 거리는 그만큼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질 예정이다. 어쨌든 범동 갈림길에서 아직도 도로에서 산행 준비 중인 일행의 모습을 잠깐 관찰하다가, 앞서간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자, 왼쪽으로 문제의 레스토랑이고, 전면에 나지막한 산이 나타났다. 계명산은 아니나, 주요 봉우리 중 하나로 보인다. 그런데, 뱀이 먹이를 감고 있듯이 임도가 산을 감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을 관통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첫 번째 갈림길에 도착해서는 앞서간 대부분 일행을 추월하고, 선두에는 두 친구 팀이, 바로 그 뒤다. 그런데, 이 두 친구는 비박 수준의 배낭을 둘러메고 힘차게 가지만, 길을 찾는 눈은 아직으로 두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누가 봐도 길은 오른쪽인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갈림길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예상대로 돌아 나와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와중에 몇 번 더 길을 찾아 헤매는 그들을 따라가, 9시 43분 '계명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 안내도에 의하면 산악회 계획 코스는 4구간을 거꾸로 진행한 후, 1구간을 거꾸로 하는 코스다. 인솔 대장은 식당가가 있는 하종이 종점인 3구간으로 내려고, 나는 구간 설정조차 안 된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간다. 안내도 리뷰 후, 숲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는 동안, 예닐곱의 일행이 추월해 갔다. 그리고 3분가량 가자, 임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그 입구의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1.4km다.
조림 숲 사이 걸리적거리는 관목 사이로 난 등산로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2분 후에, 능선에 올라섰으나,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등산 앱의 지도를 봤다. 오래된 지도를 사용하는 비탐방 전문 앱에는 이 길이 없고, 그나마 최근 지도를 사용하는 대중적인 앱에는 있다. 고로 이 길은 2~3년 내에 만들어진 거다. 그 등산로로 5분가량 올라가자, 너덜 지대로 보이는 곳에서 앞서가던 일행이 우왕좌왕한다. 너덜을 쉽게 통과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어 그러려니 생각하며, 계속 가 그 지점에 도착해 보니, 자연적인 너덜이 아니다. 산을 깎아 임도를 만들며 나온 바위 조각이다. 그리고 그 임도 덕분에 등산로가 사라졌다. 인간, 아니 산림조합과 그 대변인 산림청이 만든 급경사 너덜로 임도로 올라가는 길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한 거다. 그런데, 두 등산 앱 어느 지도에도 없는 임도로 지금 한창 짓는 중인 임도로, 결과적인 얘기나, 그 덕분에 정규 등산로에 도착하기까지 힘든 산행이 됐다.
임도에 올라선, 선두는 도로가 왼쪽으로 올라가자, 그 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내려 온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갔던 거다. 해서, 앱의 지도를 봤다. 비탐방 앱에 의하면 등산로에 올라섰다. 말인즉 이 임도가 등산로를 깎아 지은 거다. 과거 등산로였던 임도를 따라가다가, 임도가 거의 유턴 수준으로 좌회전하는 곳에서, 이미 다른 일행은 임도를 따라가 좌회전해 올라가고 있는데, 앞서가던 두 여성 산꾼이 직진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길을 볼 줄 아는 산꾼이다. 희미하게 난 등산로의 흔적을 발견해, 임도를 버리고 등산로로 들어서, 다를 그 둘을 따라갔다. 그런데, 앞에서 가는 게 두려웠는지 길을 양보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선배 산꾼이 선두가 됐다. 어쨌든 그 등산로로 가며 보니, 능선으로 올라가는 급경사에는 낙엽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 나무를 땅에 박아 만든 계단도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능선에 도착하자, 정상 1km 이정표다. 현재 시각 10시 5분. 18분이 걸려 700m를 왔다. 정상까지 1km니, 이 능선 등산로로 정상으로 향하면, 10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깔딱이 심하면 10시 40분! 그다음부터는 하산이니, 늦어도 1시까지는 식당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고로 먹지도 않고 다시 가져갈 확률이 높은 김밥을 사지 못한 게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다. 그런 계산을 하며, 능선 위로 난 등산로를 따라 위로 가자, 산악회에서 언급한 이정표 중 레스토랑 이후 처음으로 송전탑을 지났다. 고로 산악회의 코스 이정표만 보고 가면, 절대 오를 수 없는 산이다. 그런데, 50여 미터를 가자, 이번에는 바위 조각, 자갈과 굵은 모래가 섞인 급경사다. 그 급경사 위에는 통나무 4개를 쌓아 놓았다. 당연히 공사 중인 임도로, 등산로를 없애 버렸다. 물론 등산객을 위한 이정표 따위는 없다!
미끄러운 급경사를 올라가다가, 삐끗하는 바람에 배낭 옆 주머니에 넣어둔, 500mL 생수가 빠져 밑으로 굴러가다가, 왼쪽 관목 숲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뜨겁게 끓여온 차가든 보온병이 있어, 버리고 갈까? 하다가, 그럼, 쓰레기라 내려가려는 데, 뒤에서 따라오던 여성 산꾼이 들고 가겠다며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해,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손을 뒤로 돌려 배낭 옆 주머니에 꽂으려고 몇 번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손에 들고 올라온다. 해서 바로 내려가, 생수를 받아왔다. 가지고 올라갈 건데, 굳이 왜 내려왔냐고 하지만, 네발로 기어 올라와야 하는 곳을, 생수병을 들고 올라오는 건 무리다. 어쨌든 다시 통나무가 있는 곳으로 올라와,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 우회전해 임도를 따라 위로 갔다. 바로 위에서 임도는 능선을 자르고 좌회전하지만, 등산로는 잘린 능선으로 올라가야 할 거 같은데, 앞서가는 일행은 계속 임도로 간다. 결과적인 얘기나, 그 능선으로 올라갔어야 했다. 일행을 따라 임도로 간 게 이번 산행 유일하면서도 가장 큰 실수다.
왜놈이 아니라, 산림조합과 산림청이 맥을 자른 임도로 위로 올라가는 동안, 아무래도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야 할 거 같아,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두 등산 앱의 지도의 등산로는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해서 능선으로 오르기 위해 수시로 오를만한 곳이 있나 오른쪽을 주시했다. 하지만, 당연히 길 따위는 없고, 경사가 급해 오르는 게 쉽지 않아 보여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 계속 갔다. 임도든 등산로든 가면 갈수록 고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해, 어느 순간부터 밑에서는 보이지 않던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터인가는 거의 발목까지 오는 눈으로 흙이 안 보이다. 그런데, 눈이라기에는 너무 미끄러워, 눈을 치워봤다. 예상대로 눈 아래에는 빙판이다.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나, 귀찮아서 그냥 갔다.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하며, 5분 정도 가자, 고개 뒤라 보이지 않고,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는지 구분은 되지 않으나, 앞서간 일행 다수가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 뭔지는 모르나 무슨 일이 있다.
고개를 돌자, 상황이 한눈에 보인다. 임도가 끝났다. 정확히는 끝난 게 아니라, 앞에 바위만 잔뜩 쌓아 놓고, 겨울이라, 공사가 중단된 듯하다. 해서 앞서가던 선두가 오른쪽 급경사로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고, 몇 사람은 아래에서 어떡할지 망설이고 있다.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한다!'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체력은 좋으나, 시작부터 길을 못 찾아 헤매던 두 사람을 따라온 죄다. 멀리서 그들이 올라간 기슭을 보니, 눈도 눈이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해서 그보다는 조금 완만한 곳이 없을지 찾아보니, 그들로부터 10여 미터, 직전이 그나마 좀 완만하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조금 후퇴하면 능선이라, 그리로 3m가량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왔다. 네발이 아니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 배낭에 든 장갑을 꺼내기 위해서다. 장갑을 끼고 다시 능선을 향해 우상으로 갔다. 그리고 능선에 도착해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처음 치고 올라온 산꾼의 인적이 왼쪽에서 오고 있다.
눈 쌓인 능선을 따라 위로 가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많고 경사도 급해 아이젠과 등산지팡이 없이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태다. 해서, 연결 고무가 반가량 찢어져 쓸 수 없는 아이젠 대신 들고 온, 만약에 대비해, 한 쌍 더 가지고 있던 새 아이젠 하나와 사용 중이던 멀쩡한 아이젠 하나를 착용했다.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지팡이로 사용해, 앞서가던 일행을 추월하며 올라가다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등산로가 멀지 않다. 저 위로 보이는 능선에 등산로가 있다. 해서, 기념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 10시 54분 능선 위 정규 등산로에 도착했다. 생각지도 못한 칼등 능선의 등산로라, 곳곳이 바위로 전망대가 아닐지 기대하고 올라갔다. 하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는 게 없어 실망하기도 했으나, 와중에 정상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와 우는 충주 시내, 좌는 충주호가 보이는 바위에 올라, 기록을 남기는 전망대도 있었다.
울창한 숲 사이, 칼등 능선 위 등산로로 좌우를 살피며 정상으로 가는데, 앞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응? 앞서간 일행이 쉬는 건가?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그들이 보이는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임도 공산 중단 지점 바위 군락을 통과했으나,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능선으로 올라오는 일행이다. 능선에 도착한 둘이 눈 쌓인 급경사를 올라오는 후미에 길을 알려주는 소리였다. 급경사를 올라오는 일행을 잠깐 관찰하다가, 그들을 뒤로하고 100m가량 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좌로 내려가면 식당가가 있는 '하종'이다. 인솔 대장 팀은 정상에서 돌아와서, 여기서 내려간다. 그런데, 하종 방향은 어떠한 인적도 없다. 지난번 눈이 내린 후 하종으로 내려가거나, 하종에서 올라온 등산객이 없다는 얘기다.
정상이 멀지 않고, 예상치 못한 칼등 능선이라, 하종 갈림길을 지난 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는데, 등산 앱이 반응한다. 정상 반경 50m 내다. 해서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는데, 찢어진 경고 플래카드가 앞을 막는다. 정확히는 임도공사로 위험하니, 건너편 즉 정상에서 범동 방향으로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경고문이다. 고로 폐쇄된 등산로로 온 거다. 그런데, 그 찢어진 플래카드 밑을 기어 통과하다가, 줄에 배낭일 걸리는 바람에 뒤집어 뒤로 벌렁 넘어져 그 밧줄에서 빠져나오느라, 15초가량을 허우적거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와중에 보이지는 않으나, 봉우리 너머에서 큰 소리를 웃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날 보고 웃는 건 아니나, 절묘한 타이밍이다! 어쨌든 11시 10분, 두 개의 정상석이 있고, 마즈막재에서 출발한 일행이 인증을 찍고 있거나, 이른 점심을 먹고 있는 계명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범동 방향에서 정상에 도착한 산꾼은 내가 유일했는지,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던 일행 중 여성이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중에 하나가, 하종으로 내려가는 등산로 상태다. 해서 인적이 전혀 없다고 했더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자, 옆에 같이 있던 산꾼이 설명해 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후, 그럼, 되돌아가야 하냐며 실망한 표정이다. 해서, 여기서 인솔 대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가라고 했다. 역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옆의 그 산꾼이 또 통역했다. 어쨌든 그 여성 등산객의 궁금증을 모두 해결한 후 그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말귀만큼이나, 사진 찍는 것도 성의가 없어 보여, 삼각대를 이용해 따로 인증을 남겼다. 산행이 끝나고 사진을 확인하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지 않았으면 큰 낭패 볼 뻔했다는 걸 알았다. 역시 감이다!
정상석이 바로 아래는 헬기장으로, 왼쪽의 충주호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지금은 일행의 식당을 겸하고 있다. 먼저, 그 위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가 방향별 도착지를 확인하고, 헬기장으로 내려가 충주호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역시 관리를 하지 않아, 관목이 시야를 가리고, 해를 안고 있어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온다. 어쨌든 충주호를 기록으로 남기고, 마즈막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물론 길목의 휴양림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계명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거다.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를 목표로 남쪽으로 내려가니, 계속 고도가 낮아지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로 눈이 줄어들기 시작해 마침내는 눈이 없는 돌길이다. 물론 햇볕이 안 드는 음지는 여전히 빙판이나, 걷기 힘든 돌길이라 아이젠을 벗어 손에 들고 갔다.
범동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충주 시내와 충주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찾지 못해, 적당한 전망대가 있는지 좌우를 살피며 하산하다가 왼쪽에 약간 솟은 바위 군락이 있어, 기대를 품고 올라갔으나, 역시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상 휴양림 갈림길 부근에 있는 공식 전망대에서 부족한 조망을 해결하기로 하고 앞만 보고 가, 11시 27분 제2 전망대 0.5km 이정표를 통과하고, 11시 41분 제1 전망대 0.5km 이정표에 도착했다. 앞의 이정표와 막 도착한 이정표로 추측건대, 제2전망대는 여기서 200m 내외에 있다. 해서 전망대를 찾으며 가자, 저 앞에 전망대 비슷한 게 보여, 기쁜 마음으로 가서 보니, 쉼터로 예닐곱의 등산객이 쉬고 있으나, 관리를 하지 않아, 조망은 꽝이다. 그래도 나뭇가지 사이로 왼쪽의 심항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2 전망대를 향해 갔다.
11시 50분 휴양림 갈림길에 도착했다. 지도에 휴양림 방향 등산로가 없어, 당연히 이정표도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있다. 와중에 휴양림 방향의 나뭇가지에는 산악회 리본도 많이 달려 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마즈막재는 0.9km, 휴양림은 1.4km 거리다. 그리고 그 옆에 전망대 표지가 서 있다. 물론 관리를 하지 않아, 마지막재 건너 남산이든, 그 옆의 충주호든 관목 사이로 보일 뿐이다. 그거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좌회전해 휴양림으로 내려갔다. 길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중간에 임도 수준도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가, 12시 1분경 가운데 나무가 버티고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능선을 따라왔으니, 계속 능선을 따라가는 왼쪽이 맞아 보인다. 휴양림도 왼쪽에 있다. 그런데, 오른쪽 아래를 보니,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바람에 흔들린다. 잠깐 고민하다가 감을 믿고 왼쪽을 택했다.
이번 산행 두 번째인 송전탑을 지나자, 쉼터다. 유유자적 내려온 하산객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건 상식이다. 고로, 힘들게 올라온 등산객이 쉬면서 숨을 고르라는 거다. 고로 험난한 하산로가 기다리고 있다! 비록 나뭇가지로 사이로 보이는 거지만,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게 전망도 괜찮다. 당연히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예상대로 낙엽 쌓인 급경사를 내려갔다.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나, 걷기보다는 미끄러져 뛰어 내려가다시피 3분 정도 가자, 전혀 의외의 광경이 눈에 튄다.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내려간다. 응? 나 말고도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일행이 있나? 해서 뒤를 따라가며 유심히 관찰했으나, 복장이나 배낭이나, 일행이 아니라, 근처 주민으로 보인다. 와중에 본의 아니게 낙엽 때문에 미끄러져, 그 부부를 추월하는 순간, 산악회에서 왔는지 물었다. 아니라면서, 오히려 산악회는 다들 마즈막재로 가는데, 왜 여기로 왔는지 되묻는다.
미끄러운 낙엽 위라 멈춰서 대화를 나눌 상황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말만 주고받고, 다시 미끄러져 내려가자, 바위다. 그 바위를 내려가자, 저 아래로 울창한 숲 사이로 주차해 있는 차량이 보인다. 휴양림이다. 그런데, 휴양림으로 내려가면, 심항산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따라 마즈막재 방향으로 올라왔다가, 심항산행이 끝나고, 하종으로 가기 위해 다시 그 길로 휴양림 방향으로 가야 한다. 쓸데없는 구간의 왕복이다. 해서 왼쪽의 휴양림이 아니라, 심항산으로 직진하는 길을 찾아 오른쪽을 주시하며 갔다. 두 등산 앱 모두 직진하는 등산로는 없다! 낙엽이 쌓여 있어 잘 보이지는 않으나, 나무를 땅에 박아 만든 계단으로 내려가, 12시 16분 휴양림 '치유숲길'에 도착했다. 그나마 심항산으로 바로 가는 길을 찾으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휴양림에서 조성한 ‘치유숲길’답게 잘 조성된 산책로가 갈지자를 그리며 휴양림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중간에 전망대인지 쉼터인지 용도가 모호한 갑판도 있다. 휴양림 산책로로 유유자적 가자, 계명산을 올라갈 때, 위험으로부터 구해준 손에 들고 있는 아이젠과 지팡이가 걸리적거린다. 해서, 자연의 것은 자연으로라는 모토에 따라 지팡이는 산책로 옆 낙엽에 꽂았다. 혹시 산책 중 필요한 사람이 있으며 쓸 수 있게. 그리고 계속 걸어가며 아이젠은 파우치에 담아, 배낭에 넣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앞 이정표에 의하면 휴양림 관리소가 멀지 않다. 만약 심항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면 지나쳐 왔다. 해서 뒤돌아보니, 나무 사이를 연결한 밧줄이 휴양림 숲길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아이젠을 배낭에 넣느라고 못 보고 지나쳤다. 당연히 발걸음을 돌려, 그 밧줄이 있는 곳으로 가, 아래로 내려갔다.
한국 산꾼은 어디를 가나, 직진을 좋아해, 예상대로 지도에는 없는 심항산으로 바로 가는 등산로를 만들었다. 산꾼이 다니면 길이 되는 거다. 하지만, 그 길목에 못 쓰게 된 등산지팡이를 버리고 가는, 인간도 산에 다닌다. 휴양림 ‘치유숲길’에서 심항산으로 바로 가는 길을 찾아 4분 정도 내려오자, 개울을 건너는, 덩굴로 완전히 쌓여 재질을 알 수 없는 다리다. 그럼, 휴양림 이전에는 방금 내려온 길이 정규 등산로였다는 얘기다. 휴양림을 조성하면서 길을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틀면서 모든 지도에서 휴양림 내에 있는 과거 정규 등산로를 삭제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그 다리를 건너자, 아침에 마즈막재에서 범동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간 도로다. 물론 하산주가 기다리는 하종으로 가기 위해서 이번에는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다리를 건너, 10여 미터 위로 가자, 충주호 ‘종댕이길 안내문’이다. 서울에서 여기로 오는 버스 안에서 종댕이길의 뜻이 뭔지 묻는 산꾼이 있었다. 나야 눈을 감고 듣고만 있었는데, 검색해 본 일행의 말에 따르면, '인생 종 치다!' 할 때의 그 종이라는 거다. 해서 이 글을 쓰며 구글링해 봤다. "종댕이길은 주차장이 있는 마즈막재에서 시작한다. 마즈막재는 계명산과 이어져 있는 남산 사이의 고개로, 옛날 남산 아래 처형장이 있어 죄수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 살아오지 못해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라는 게 검색 결과다. 이건 마즈막재 지명에 관한 유래지 종댕이길 명칭에 관한 게 아니다. 고로 종댕이는 '종 치다!'는 의미가 아니다, "충청도 사투리인 '종댕이'는 인근 상종·하종 마을의 옛 이름에서 유래"라는 검색 결과가 있는데, 그래서 옛 이름이 뭐냐고? 사전에서 '종댕이' 찾아보면, '대오리나 싸리 따위로 엮어 만든 작은 바구니'를 이르는 충청도 사투리라는데, 상종, 하종 마을에서 ‘종댕이’를 많이 만들었나?
어쨌든 종댕이길의 핵심은 충주호변을 따라 심항산을 한바퀴 도는 거다. 말하자면 요즘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있는 둘레길이다. 하지만, 둘레길은 관심 밖이고, 심항산 정상이 목표다. 당연히 종댕이길 안내도에는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안 나오나, 산 바로 아래 '심항산 도시숲 안내도' 및 두 등산 앱에는 정확히 표기하고 있다. 더 좋은 건 왕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환 종주고, 왕복 구간은 도로에서 '가온 길'과 '봉수터 길' 갈림길까지 330m 정도로 양호하다. 안내도를 지나, 등산로로 들어서 100m가량 가자, 체험길 갈림길이다. 먹은 게 아무것도 없고, 현재 시각 12시 29분으로 점심시간이라, 서둘러 하산주가 기다리는 하종마을로 가야 해, 체험길로 크게 원을 그릴 생각은 없어, 오른쪽 오르막으로 갔다. 그리고 12시 31분 가온 길 갈림길에 도착했다. 봉수터 길이든 가온 길이든 정상에 오른 후 반대편으로 내려온다. 고로 어디로 가나 상관없지만, 반 정로로 짧아서 경사가 더 급한 오른쪽의 봉수터 길을 택해서 올라갔다.
고작 높이 385m의 심항산이고, 정확하지는 않으나 시작 지점이 230m 내외의 도로라, 표고차는 150m 정도지만, 계명산을 종주한 후라 그런지.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 12시 41분 잘 조성된 묘 옆에 쓰러진 '봉수대'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12시 46분경 정상이 보여,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12시 47분경 도착했다. 그런데, 등산 앱이 반응하지 않는 걸 보니, 인증꾼에게는 산 취급받지 못하는 산이다. 정상 바위 군락 위에는 정자가 있고, 그 앞에 작은 정상석이 있다. 그 바로 아래에는 충주호를 조망할 수 있는 갑판 전망대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목이 바싹바싹 타고, 입술도 말라, 임도 공사장에서 여성 산꾼이 주워 준 생수를 꺼내 거의 반을 쉬지 않고 들이켰다. 집을 나서 처음으로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이다. 이후 전망대에서 충주호의 모습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기는데, 저 멀리 이상한 봉우리가 보여, 눈을 부릅뜨고 주시했다. 월악산이다! 월악산이 가깝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후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고, 심항산 정상을 떠났다. 당연히 내려갈 때는 '가온 길'이다. 올라올 때와는 반대로 내려가며 보니, 정상 바로 아래, 야외 공연장이다. 여기까지 올라와서 강연이나 공연한다는 얘기다. 계속 가온 길을 따라 하산해, 12시 56분 체험길 갈림길을 통과하고, 1시 1분 정상으로 향했던 '봉수터 길' 갈림길에 도착했다. 12시 31분에 떠났으니,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 걸렸다. 그리고 1시 6분 마즈막재 도로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의하면 좌회전해야 하는 마즈막재까지는 1.5km, 오른쪽 하종마을은 정보가 없다. 어쨌든 우회전해 '종댕이길'이라 이름 붙은 도로 옆 인도로 하종마을로 향했다. 가끔 뒤로 돌아, 심항산의 모습을 감상하며, 가다가, 1시 10분 계명산 자연휴양림 정문을 지났다. 휴양림 숲길에서 심항산으로 바로 가는 등산로를 찾지 못했으며, 저기서 나와 심항산을 다녀와야 했다.
저 아래 하종마을 보며, 종댕이길을 따라가다가, 아무래도 하산주 안주로는 들깨칼국수가 마음에 안 들어, 지도 앱의 맛집을 검색했다. 횟집은 두세 개 있으나, 원하는 메뉴가 아니다. 말인즉 원하는 메뉴가 없다. 와중에 혼밥이 안 되는 상황에 대비해 편의점도 확인했다. 여차하면 편의점에서 빨갱이와 족발, 컵라면으로 하산주를 마실 생각이다. 그런데, 역시 없다! 죽으나 사나, 시골식당이다. 와중에 남은 시간도 문제다. 이 속도로 계속 가면, 1시 30분 전에 식당 도착이다. 그럼, 마감인 3시까지 1시간 반 동안 들깨칼국수를 놓고, 하산주를 마셔야 한다. 해서 시간을 끌기 위해 주변에 구경할 만한 게 없나 찾아보며 내려가, 1시 21분 '혜명사’라는 절로 들어갔다. 달랑 대웅전과 요사 두 채만 있는 절이라 구경할 것도 없어, 종댕이길로 돌아와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리고 1시 31분 시골식당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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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마감 1시간 29분 전인 13시 31분 날머리인 하종 시골식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확히 어디에 버스가 정차할지 모른다. 다만, 대장이 반복해 시골식당을 언급했으니, 그 주변이라 생각할 뿐이다. ‘심항산’을 떠나 여기까지 오면서 이 동네 식당을 검색했으나, 마음에 드는 식당은 없다. 그냥 점심으로는 시골 식당의 ‘들깨칼국수’도 괜찮으나, 하산주 안주로는 글쎄다. 시골식당 건너편에 도착해 보니, 커다랗게 걸린 '떡만두국' 광고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만두국도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음식이야 어떻든 혼밥이 가능한지가 더 중요해, 일단 길을 건너, 식당으로 가자, 입구에 차림표가 있다. ‘종댕이길’을 걸어오며 검색한 결과와 같은 거다. 그런데, 왜, 당시는 떡만두국을 못 봤을까? 어쨌든 계단을 올라가자, 식당 입구 좌우에 신발장이다. 말인즉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혼밥이 안 된다면, 돌아 나와야 하는데, 번거롭게 등산화를 벗는다는 게 짜증나지만, 대안이 없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번거롭더라도 스패츠와 등산화를 벗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좌식 식탁이 10개가량 있고, 그중 4개는 먼저 온 손님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거나,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음식을 나르느라 바쁜 주인장이 약간의 여유가 있는 틈을 타, 혼자 왔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원하는 자리에 앉으란다. 해서 문 입구에 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들깨칼국수와 메밀전병을 주문했다. 이후 화장실로 가 씻고 나와, 냉장고에서 이슬이 한 병을 들고 왔다. 그리고 먼저 밑반찬인 김치를 안주로 무사 산행을 기념하는 축하주를 마셨다. 조금 있으니, 위장의 용량을 초과하나 4인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들깨칼국수만 주문하는 게 미안해, 주문한 메밀전병이 나와 그걸 안주로 이슬이를 마셨다.
주문한 지 5분 정도 지나자, 들깨칼국수가 나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슬이 안주로는 별로나, 점심으로는 훌륭하다. 역시 끼니와 안주는 다르다. 하지만, 찬반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라, 이슬이를 반주로 칼국수를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남는 게 시간이라 유유자적 메밀전병을 안주로 이슬이를 홀짝이다가 한 병을 다 비웠다. 이미 배는 찼으나, 메밀전병이 남았고, 산악회 버스가 오려면 아직 40분 넘게 남았다. 해서 이슬이 한 병을 더 주문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10분 전에 도착한 인솔 대장 팀과 관광객 팀 덕분에 빈 식탁이 없는 와중에, 한 쌍이 들어와, 혹시 앞자리에 앉아도 되는지 묻는다. 그러라고 하고, 이슬이를 주문하려는 데, 정식으로 인사는 하지 않았으나, 안면은 있는 팔순이 넘어 보이는 산꾼이 혼자 들어왔다.
그러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깨칼국수를 주문한다. 그러자, 주인장도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리에 앉으란다. 빈 식탁이 없는데, 어디에 앉으라는 말인가? 내 앞자리도 조금 전 들어온 한 쌍이 차지했는데,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 앉으십시오!'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버스가 오려면 30분이 넘게 남았지만, 분위기로 봐서 이 동네로 하산한 일행은 다, 이 근처에 있다. 해서, 여기를 떠나면 안 될 거 같아, 식당의 외부 흡연장 흔들의자에 앉아 주변을 구경하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괜히 나왔나 후회가 될 정도로 추워, 있는 대로 옷을 껴입고, 빈틈없이 모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그렇게 3시까지 30분가량 추위에 떨다가, 3시가 넘어 다른 일행이 식당에서 나오는 것에 맞춰 나도 도로로 내려갔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며 충주호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
계획대로 3시에 마즈막재에서 승객을 태웠으면, 늦어도 3시 5분에는 도착해야 할 버스가 3시 10분이 지났음에도 보이지 않는다. 같이 기다리는 일행이 서로 나누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소통에 약간의 실수가 있어, 버스가 5분 늦게 마즈막재에 도착해, 여기는 10분이 넘어 도착할 거란다. 뭐 중소 안내산악회에서 30분 정도는 일상사라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3시 13분 버스가 도착했다. 배낭을 짐칸에 넣고, 엔진을 기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추운 버스에 탔다. 그리고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려니, 마즈막재로 내려간 일행이 인솔 대장에게 마즈막재에 있는 한우 곰탕집 곰탕이 안주로 최고인데, 가격도 저렴해 아주 좋았다고 자랑이다.
역시, 과거의 기억에 메몰된 대장을 믿은 나의 실수다. 산행 전 확인한 지도를 믿고, 마즈막재로 갔어야 했다. 지난 화악산행[산행기] 때는 식당이 없다는 인솔 대장의 말을 무시하고, 지도를 믿고 찾아가 성공했는데, 이번에는 왜 실수했을까? 모든 승객이 다 타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히터가 작동해 버스가 따뜻해지자, 추위에 너무 떨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깨어보니 휴게소다. 버스에 내려 화장실로 가며 보니, 여주다. 오늘은 무언에 쓰인 듯 오전이나 오후나 상황이 완전히 똑같다. 추운 날씨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와, 서둘러 버스로 돌아갔다.
다행히 올 때와는 달리 휴게소에서 딴짓하느라 지각한 승객이 없어, 바로 출발해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5시 26분 오전에 출발한 신사역에 도착했다. 출발할 때 내비게이션에 의하면, 5시 전 도착이었는데, 비록 휴게소에서 10분 휴식한 걸 고려해도 용인부터는 전용 차선임에도 5시 26분 도착한 건 그만큼 고속도로가 막혔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기사에게 인사하고 버스에서 내려, 문 옆에서 인사하는 대장에게도 인사했다. 그리고,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신사역으로 내려가, 개찰구로 가며 보니, 아침에 굳게 닫혔던 즉석 빵집이 장사 중이다. 역시 모두가 휴일이 있는 삶을 누리는 것도 쉽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걸 한탄하며 승차장으로 내려가는 거로 이번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산행 전 계획과는 달리, 날머리 먹거리를 따라 '범동 입구 → 프로포즈레스토랑 → 계명산 등산로 안내도 → 이정표 → 임도 → 등산로 → 송전탑 → 임도 → 능선 → 하종 갈림길 → 계명산 → 휴양림 갈림길 → 계명산 자연휴양림 → 충주호 종댕이길 안내소 → 심항산 → 충주호 종댕이길 안내소 → 하종/시골식당'의 13.3km(램블러) 구간을 4시간 5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56분, 휴식 9분!/
산림조합과 그 대변인 산림청의 욕심으로 만든 임도가 산을 망치고 있다는 걸 교과서적으로 보여준 계명산행이다. 하긴 환경부도 국립공원의 환경에는 관심이 없는 나라에서...
계명산 능선을 지나는 동안, 충주호의 조망을 만끽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방해물이 많아, 원하는 경치를 보지는 못했다. 오죽하면 공식 전망대 안내문이 있는 곳도 관목에 가려 보이는 게 없다. 거기다 해를 안고 전진하는 산행이라, 사진은 더 안 좋다.
범동을 들머리로 하는 산행 기준, 우 충주 시내, 좌 충주호로 조금만 다듬으면 최고의 조망 산행지라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계명산이 충주호로부터 충주를 막는 방파제라는 걸 이번 산행으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