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가을에는 밥심
방송일 2021년 10월 11일 (월) ~ 2021년 10월 15일 (금), 617편
*바로보기->https://worldtrip.ebs.co.kr/worldtrip/replay?stepId=01BP0PAPD0000000022
*영상보기->https://youtu.be/Bg-B2hlVxoE?list=PLvNzObWMMx6vYVQFfFq10QnHHumb_dhoO
음식은 단지 먹거리가 아니라 사람살이다.
자연의 일품과 농부의 땀과 정성과
동네의 맛과 손맛이 어우러진 밥 한 그릇
우리는 숲속의 향긋한 냄새를 따라가다가
바닷바람에 실려 흘러가다가
그들이 내어주는 가을을 맛보고 허기졌던 마음을 달랜다.
그러면 금세 행복해진다.
1부. 이 맛에, 여기에
푸른 옥빛의 바다를 마당으로 둔 충남 태안의 한 어촌마을.
6개월간 공짜로 이곳의 정겨운 촌집에서 머물며
바닷일, 갯일, 밭일을 배우는
귀촌 지망생 박현규 씨 부부와 유병연 씨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귀촌 4년 차 김영곤 씨 등 마을 주민과 어우러져
둑에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전통 어업 방식인 독살로 가을 제철인 우럭을 잡고,
마당에 둘러앉아 이곳의 향토 음식인 우럭 포와 우럭 젓국을 손수 만들어
정답게 나눠 먹는다.
가을이 오면 마음마저 풍족해진다는 사람들과
바다 향 물씬 풍기는 가을 한 그릇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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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따라가다가 전남 구례에서
유일하게 어업권을 가진 서태원 씨를 만났다.
투망을 던지고 걷어 올리자 그를 반긴 것은 민물고기의 제왕, 쏘가리다.
80년 된 고풍스러운 한옥 툇마루에 앉아
어머니의 손맛으로 끓여 낸 추억의 매운탕과 쫄깃쫄깃한 쏘가리 회를 맛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머니와 태원 씨.
가을이 오면 갖가지 민물고기를 잡아 가족의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으니,
태원 씨에게 고기잡이는 고단함보다는 즐거움일 뿐이다!
2부. 울엄마 냄새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 들녘이 펼쳐진 전북 남원의 농촌 마을.
권승룡 씨와 이웃들이 올해 첫 벼 베기에 한창이다.
추수 후에는 어릴 적 부모님이 그러하셨듯 논에서 토종 '미꾸리'를 잡는다!
미꾸리는 미꾸라지보다 그 맛이 더 구수하고 부드러워 나름의 대접을 받아왔단다.
남편이 미꾸리를 잡아가면 아내 현은숙 씨와 마을의 어머니들은
호박잎을 끊어다가 미꾸리를 꾸들꾸들하게 손질하고,
옛 어르신들처럼 돌로 손수 갈아내서 만든 양념을 넣고,
풍로를 돌려 지핀 장작불 무쇠솥에 미꾸리 추어탕을 푹 끓여내신다.
고단한 하루여도 가을 내음 가득 담긴 추어탕과 햅쌀로 지은 밥 한 그릇이면,
금세 온몸에 힘이 솟는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우리네 엄마 냄새, 참 좋다.
3부. 가을 태백산에 가면
경북 봉화, 해발 1,567m 가을의 태백산.
그곳에서 가장 오래 송이를 채취해온 강용희 씨와
가장 버섯을 잘 따는 김찬영 씨를 만났다.
그들을 따라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태백산의 절경에 눈을 씻고,
우리나라 유일한 열목어 보존 지역인 백천 계곡에서 땀을 씻고,
야생에서 캔 능이와 송이의 짙은 향에 몸을 씻는다.
그리고 태백산 650m 고지에 자리한
그들이 사는 작고 아늑한 마을로 들어선다.
집마다 <끝집>, <투방집>, <나무다리집>, <큰바우집> 등 개성 가득한 이름을 붙이고
여섯 가구가 띄엄띄엄 살아가는 오지 중의 오지 마을.
집 주변에서 토종 벌꿀을 따고,
사과와 호박을 수확하고,
풍성한 가을의 먹거리를 즐기다 보면,
가을을 기다려왔던 그들의 얼굴엔 어느새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4부. 강 따라 산 따라
경북 봉화,
낙동강이 흐르는 오지의 외딴집에는
자연생활의 꿈을 실현한 고흔표, 지미숙 씨 부부가 산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모래와 유리병을 이용해 예사롭지 않은 감각으로
지중해풍 하얀 집을 지었다는 부부.
1년 내내 두고 먹을 멸치 액젓을 직접 만들고
자연에서 얻은 먹거리로 자연 밥상을 차려내면,
부부의 집은 세상 그 어느 곳 부럽지 않은 그들만의 오지 레스토랑이 된다.
특별한 것 없어 보여도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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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횡성,
가을이 되자 스님의 손맛을 못 잊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을 위해 금수사의 셰프 스님, 무관 스님은
밭에서 딴 작물과 산에서 딴 들풀과 열매로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특별한 그녀만의 밥상을 차려낸다.
오롯이 자연이 내어준 재료로만 만든 이 밥상에는
사람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나름의 비법이 숨어있다는데.
모처럼 시끌벅적하고 맛있는 가을 음식의 냄새가 퍼지는 스님의 마당에서
우리도 잠시 쉬어가자.
5부. 갯마을로 돌아왔다
전남 함평의 주포항 바닷가에 소담스러운 한옥을 짓고 사는
정만영, 김미정 씨 동갑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이 마을의 앞뒷집에서 함께 태어나 자랐고,
부부의 연을 맺고 도시에 살다가 고향 마을로 돌아온 것인데.
어릴 적 그랬듯 부부는 갯가에 나가서 낙지와 돌게를 잡고,
부모님이 그러하셨듯 그들만의 농장에 소와 토끼를 키우며 살고 있다.
풍요로운 먹거리를 선물해주는 가을이 찾아오면,
향토 음식인 한우 낙지 탕탕이로 보신하고,
돌게장을 가득 담가 겨우내 먹을 찬을 저장한다.
아내의 정성 가득한 진수성찬을 맛보며 마무리하는 하루.
이들은 여기에 살아서 오늘도 살맛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