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식당 / 이 영주
헝가리 식당에 앉아 있다. 내 목을 만져보면서. 침묵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런 기후는 맛없이 천천히 간다.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는. 아름다운 철창 밑에 있다. 원래의 언어로 돌아가는 것인가. 조용히 있다 보면 감각은 끔찍해진다.
수염까지 붉게 물든 남자는 접시에 혀를 대고 있다. 오도카니 앉아서. 철창을 두드리며 바람이 들어온다.
동쪽에 있는 식당. 맛없는 내가 앉아서 오래된 폐허를 헤집으며 속을 파고 있을 때.
무섭고 겁이 날 때. 수염 달린 남자는 창문을 연다. 향수병에 걸린 감각은 바람 따라 흐른다. 웅웅웅 울림소리를 낸다. 동쪽은 은신처가 아니지. 수염 사이로 붉은 침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는 혼자서 밥을 먹는다.
많이 다쳤을 때는 밥을 먹어야지. 그래야 기운을 내지. 이 식당에 오면 죽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럴 때면 나는 세상이 맛없게 천천히 간다고 생각했다.
침묵을 먹으면 알 수 있다. 어떤 슬픈 이야기도 죽지 않고 그릇 안에 담겨 있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13년 가을호 발표
- 감상 노트 ㅣ김 예람
수많은 질문들이 세상에 둥둥 떠다닌다.
보트피플처럼,,
그럴싸한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
아니 어쩌면 꼭 맞아 떨어지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 지도 모를 휑휑한 질문들이 씨줄 날줄로 엉킨 채,,
풀리지 않는 생의 질문들은 정자의 꼬리를 달고 있거나 난자의 꽁꽁 여민 씨알을 품고 있다.
어쩌다 운좋게도 내가 원하는 질문을 만났을 때 ,,
나는 잘익은 과일처럼 달디단 즙을 입에 물고 있었던가 ?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지르고 돌아와도 늙으신 어머니의 말씀은 언제나 한결같다
탯줄로부터 이어져 나오는 안위를 묻는 질문
아가야 , 밥은 먹었니 ?
첫댓글 한 때, 우리 어르신들께서는 아침 인사로 "아침은 잡수셨습니까?" 하고 묻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점심 때도...저녁 때도...예외가 없이 이렇게 식사 안부를 물었습니다. 밥은 우리의 생명줄...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왔어도, 밥으로 우리는 엄마를 느낍니다. 그것은 사랑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다들 오늘 아침은 드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