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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완도 정도리 구계등과 청산도 도청항의 아침(2009. 4. 4.~ 4. 5.)
동서울 터미널에서 7시 40분에 출발해서 6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달려 드디어 완도에 도착했다. 처음 들른 곳은 TV 드라마 '해신' 의 세트장(신라방)이었는데 나는 역시 한눈팔기 대장답게 혼자서 다른 곳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었다. 아니, 이번엔 한눈팔기라기 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인 일탈이었다.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줄곧 마음 내킬 때면 배낭 하나 둘러메고 혼자서 훌쩍 떠나곤 하던 것을 근 10년 가까이 일과 건강 때문에 못 다니다가 작년부터 어떤 일을 계기로 카페 활동을 시작했고 단체 여행도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태생이 자유의지가 강한 사람인지라 직장생활이야 어쩔 수 없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 문화에 적응해서 살고 있지만 밖에 나와서 무언가에 매여 행동하는 것에는 아직 적응이 잘 안된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드라마 세트장은 건너뛰고 구계등으로... 그렇다고 해서 단체 여행에 지장을 줄 만큼의 일탈은 하지 않는다. 다른 답사 여행에서도 혼자 자유분방(?)하게 다니더라도 버스가 출발하는 시각 이전에 얌전히 제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모두들 포기한 자유인... 열심히 안내해 주신 해설사님과 여럿을 책임져야 하는 운영진께는 조금 죄송한 일이긴 하지만 여행이란 자유롭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던가...
'이 곳에 시름을 내리고 추억과 바다를 싣다(2009. 4. 4.)'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 초입에 있는 찻집 '시인의 마을'의 낙서판에 누군가가 남겨놓은 글이다. 참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아프고 괴로운 일이 있거나 울고 싶을 때, 또는 쓸쓸해질 때 바닷가나 섬을 떠올린다. 나 역시 미치도록 울고 싶은 날, 한밤중에 내처 차를 달려 바닷가에 간 적이 있다...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들 모두는 각자 다 외로운 섬이다. 같이 웃고 떠들며 취하도록 마시고 어깨동무를 하고 걷다가 헤어지더라도 섬과 섬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그대로일 뿐, 공허함은 메꾸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섬을 동경하는 것일까...가슴 속에 차오르는 울음을, 사람들 속에서의 외로움을, 섬에 가서 있는 그대로 쏟아내고 끌어안기 위해...
이 갯돌밭이 생긴 것은 1만여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얼음이 녹으면서 100미터 이상 내려갔던 바닷물이 올라오고 이 때 함께 밀려 올라온 바위들이 태풍과 해일에 깨지고 파도에 구르고 굴러 지금처럼 둥근 갯돌이 되었다 한다. 누군가는 바윗돌과 파도가 1만여년 동안 나눈 사랑의 결실이 구계등 갯돌들이라 했던가... 보길도 예송리 밤 바닷가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파도에 갯돌들이 몸 부딪치는 소리 들으며 그래, 나도 저 갯돌들처럼 온몸에 돋아난 세상을 향한 가시들 다 모지라져 둥글어질 때까지 견디고 또 견디어보자 다짐했던 날을 떠올리며 허리를 굽혀 갯돌들을 들여다 본다. 바닷물이 들고나는 시간이 아닌지 바닷물과 갯돌들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이 곳에 와서 시름을 내려놓고 추억과 바다를 안고 갔을 사람들의 사연이 갯돌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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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계등 주차장 근처에 있던 폐가의 모습, 집이란 사람이 살 때에는 따뜻하고 아늑해 보이지만 아무도 살지 않게 되면 더없이 쓸쓸하게 보인다...
♣ 구계등 주차장 근처의 보리밭
♣ 명자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 완도 여객선터미널 앞의 정원에 피어있던 동백꽃
♣ 백동백도 꽃이 피어 있고...
♣ 송이째 떨어져내린 동백꽃의 저 처연한 아름다움...
♣ 완도 여객선터미널 안에는 완도에서 제주로 가는 선박도 정박해 있었다.
♣ 완도와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혼자 떠난 여행의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생에서의 외로움을 끌어안을 수 있다.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 그 목소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택한 길의 풍경을 진심으로 만나게 되는 것 그 풍경의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아주 먼 옛날 누군가의 목소리를 감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감사하는 것...
황경신, 「그림같은 세상」 中에서
♣ 완도에서 청산도로 가는 마지막 배(18:00시 출발)를 타고 도청항으로...
♣ 핏빛 붉은 노을도 없이 해는 지고, 여행자는 까닭모를 쓸쓸함에 젖고...
♣ 숙소인 등대모텔의 첫날 저녁 상차림, 작은 섬에서의 저녁 상차림이었지만 아주 깔끔하고 맛깔스러웠다.
♣ 저녁 식사 후에 나가본 도청항, 가로등 불빛 때문에 환상적인 분위기...
♣ 도청항의 아침, 작은 고깃배의 어부는 하루 일을 시작하고...
♣ 어부의 아내와 그들이 잡은 것인 듯 싶은 물고기들을 말리고 있는 건조대
♣ 생선을 말리는 모습인데 주변의 물건들 때문에 마치 설치미술을 보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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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녁상차림이 너무 좋았어요ㅎ 특히 제가 무지 좋아하는 낙지말이 구이까지...꿀꺽!!
허허로운 웃음뒤에 외로운 섬하나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 있는 고운형입니다 여사님의 글 ...사진과 더불어 잘 감상하고 갑니다. 모두가 옳은 말씀인 것을....돌아서면 공허해질지라도 함께 웃으면서 걸어가자구요사랑도 하구요
아이고 제가 또 카페 분위기 다운시켰죠 이래서 여행 후기 안 쓴다고 했는데 그만...죄송...^^;; 그리고 '여사님'이라고 부르시니 너무 이상해요... 닉네임으로 불러주세요 고운형님 말씀대로 하도록 노력해 볼께요. 혼자 걸어간다 하더라도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요...
갑자기 들바람꽃님이 너무 보고싶네요 어쩜이리도 제마음을 편하게 다운시키는지요 언제 만나면 이야기 하고싶어요 꼭만나고 싶네요
제가 글로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만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해서...그래도 만나보고 싶으시면 혹 4월 18일 카페 정기 공연 보러 오실 수 있으면 그 때 만나 뵈었으면 해요.서울지역 일상탈출방 정기모임에 신청하시면 되는데...저녁 7시 명동 아트센터 공연인데 시간이 안되시면 낮에 근처에서 뵈어도 좋고요...아님 언제 카페 여행길에 한 번 뵙죠...
제게주신 정보 친구들에게도 보여주었더니 정말 고맙다고들 하세요 아직도 세달이나 남았네요 정말 보고싶은데 시간이 안맞아요 얼릉보게 노력할게요 글재주가 좋은 들바람꽂님 부러워요 사랑하고 고마워요 건강하세요
겨우 몽골여행 짐꾸리기 요령 올려드린 걸 가지고 자꾸 고맙다고 하시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사실 몽골여행 사진과 후기 상세하게 쓴 것이 있는데 여기서 간 게 아니라서 안 올렸는데,빛매듭님을 위해서 같이 간 일행 분들의 호칭만 A, B, C 등으로 바꿔서 해외여행 후기사진방에 올려 드릴께요. 그걸 보시면 7월 몽골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7월에는 몽골에 또 갈 예정이니 혹 몽골 어디에서 마주칠지도 모르겠네요...빛매듭님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이상하게 후기 읽고 리플달려면 한글은 안나오고 영문만 나오고...이제서야 리플다네유~ ㅋ 잔잔한 후기가 여행의 뒷맛을 더해 줍니다^^ 끌림님과 함께 카페 공식 후기자로 선포합니다요~~ ㅎㅎ
아직은 제 마음 상태가 좀 그래서 후기 써서 올리면 카페 분위기가 급 썰렁해지는 것 같은데요...^^;; 다음에 내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때 감투() 씌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