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최정 9단. 단판승부로 벌인 준결승에서 국내 랭킹 2위 변상일 9단을 꺾었다.
2022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첫날 대국
변상일 꺾고 메이저 결승 진출로 폭발
'바둑여제'의 강렬한 도전이 메이저 결승 진출로 이어졌다. 여자 최강 최정 9단이 강호 변상일 9단을 꺾고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4일 정오부터 한국기원 2층대회장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벌인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전에서 최정 9단이 변상일 9단에게 169수 만에 불계승했다. 10월 한국랭킹은 최정 9단이 30위, 변상일 9단이 2위.
▲ 두 기사 모두 자신의 첫 메이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퉜다.
삼성화재배 최초로 한국의 4강 독점으로 대회 2연패와 한국 기사의 14번째 우승을 확정한 가운데 치른 준결승에서 최정 9단은 첫 번째 전장으로 떠오른 우변 전투에서 망외의 소득을 올렸다. 반면 변상일 9단은 의외의 수를 당한 그곳에서 냉정을 잃었다.
그 후에는 역전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대국 개시 4시간 30분 만의 종국. 대마를 살리는 데 어려움에 처한 변상일 9단이 대국 중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 아쉬움을 남긴 변상일 9단.
2010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최정 9단은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메이저 첫 8강을 이룬 데 이어 나아가 4강으로, 결승 진출로 폭발했다. 삼성화재배 결승은 여자기사로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아 왔던 루이나이웨이 9단이 1992년 응씨배에서 세웠던 4강을 30년 만에 뛰어넘은 새 기록이다.
이번 대회에 국내 여자조 선발전을 거친 최정 9단은 본선 32강전부터 일본의 사다 아쓰시 7단과 이치리키 료 9단, 중국의 양딩신 9단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에 나섰다.
▲ (45~54) 최정 9단의 47이 인공지능이 제시한 좋은 수. 이 수에 한없이 장고하던 변상일 9단은 일단 48로 모는 수를 두었으나 그 후에 냉정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 (55~77) 56 이하 끊어서 싸운 진행이 백의 승률을 떨어뜨렸다. 이후는 백이 피곤한 전투. 인공지능은 56으로 A의 곳을 제시했다.
▲ (92~99) 국후 최정 9단이 언급한 대목. 변상일 9단의 92가 좋은 수였으나 최정 9단의 93이 집으로는 손해수이지만 흑대마의 삶을 확보하는 수. 99로 씌움당해 결국 이 백대마가 살지 못했다.
"93을 선수해서 (우변 흑대마가) 선수로 살아 있으면 (상대 대마가) 위험하다고 보았다. 변상일 선수가 우변 흑 사활에 선수로 해두려고 하나 꼬부린 장면에서 선수로 살아두고 중앙 씌웠을 때에는 확실히 됐다고 생각했다"는 국후의 최정 9단.
107개월 연속 국내 여자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최정 9단은 국내 종합기전에서도 결승은 오르지 못한 고지. 최고 성적은 여자기사 중의 최고이기도 한 4강이다. 2019년 제3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원제훈ㆍ김정현ㆍ오유진ㆍ강동윤을 꺾고 이뤘다.
변상일 9단의 메이저 대회 첫 결승은 무산됐다. 2012년 1윌에 입단한 후의 최고 성적은 2020년 제25회 LG배와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작성한 4강이다.
▲ 대국 전의 두 기사.
프로 공식전에서 여자기사에게 한 번도 지지 않은 흐름도 깨졌다. 최정 9단에게는 5연승 후 첫 패배를 당했고, 여자기사를 상대로 거둬 왔던 33연승 행진도 끊어졌다.
국후 최정 9단은 "지금 꿈인 것 같다. 너무 안 믿기고 끝나니까 다리가 막 떨린다.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 너무 좋다"는 소감과 함께 "결승에 올라간 것 자체로도 너무 영광이고 큰 기록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결승에서도 지금까지 두었던 것처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말했다.
▲ 변상일 9단은 대국 중에 눈물을 훔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바둑TV 생중계 화면).
7일부터 3판2선승제로 치르는 최정 9단의 결승전 상대는 5일 열리는 신진서-김명훈 전의 승자이다.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상대로는 4패, 8위 김명훈 9단을 상대로는 3패의 역대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공식전에서는 아직 판맛을 보지 못한 강적들이다.
1996년 출범 이래 27번째 시즌인 2022 삼성화재배의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4강패자 5000만원, 8강패자 2500만원, 16강패자 1250만원, 32강패자 500만원이다. 그동안 우승 횟수는 한국 13회, 중국 11회, 일본 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