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웅 딸 진미령(가수)
6 25 한국 전쟁 69주년이 가까워진다. 난 여전히 군 일선 부대를 찾는다.그리고 많은 현역 군인과 예비역 징병 (將兵)들을 만난다. 그제도 국게 PEN 이사회에서 공군 이봉길 한국창작문인회장 이봉길 공군대령(空士-전투기 조종사 출신)을 만났다. 옆자리에는 육군 중령 허태기 한국시사랑문학회 편집국장이 앉아 있었다.
어쩌다가 가수 진미령을 내가 이야기하게 되었다. 재작년 대한 가수협회 회장 선거에서 만난 진미령! 괜찮은 '친구'다. 사람들은 그를 화교 출신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천만에 말씀이다.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영웅 넷 중의 하나다. 고 김동석 대령--. 새로 수필집 한 권을 만들려다 원고 정리를 하는 중 찾아낸 잡문 한 편, 용기를 내어 올린다.
오늘은 6월 25일, 6‧ 25한국전쟁 66년 기념일이다. 글쎄, 동족상잔의 비극에다 ‘기념’을 붙인다는 게 어법에 맞는지 모르겠다만, 내가 가볍게 이의를 제기하지 말자. 아내와 시내에 나갔다. 거리에서 ‘6‧25’ 노래를 불렀다. 충동적이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이제는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도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는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제법 큰 소리였던지, 행인들이 힐끗힐끗 바라다본다. 마침 토요일이라, 외출한 55사단 병사가 보이기에 그를 붙잡았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할아버지를 녀석(속으로는 전우라 여긴다. ‘녀석’이 좋아서 그렇게 표현한다.)은 좀 의아스럽게 여긴다.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어 녀석에게 건넸다. 좀 상황 설명이 필요했다. 이 노병의 보람인 군(軍)과의 동거(?)를, 그제야 녀석은 조금 이해를 하는 듯했다.(26사단 병사 외에 그러기는 처음
꼭 16년 전 6월 24일 밤, 나는 새내기 교장으로 우리 학교 어린이 수십 명을 데리고 공군 5672부대 내무반에서 일박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간 큰 짓이었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하여튼 양하윤 부사관과 모기한테 어지간히 뜯겼을 밖에. 그리고 이튿날인 25일, 6.25 50주년 기념식에 어린이들과 장병들이 참가했다. 어린이들에게는 평생 잊어지지 않는 추억이 될 수밖에. 부대 창설 이래 처음이었단다. 그 뒤로도 그런 일은 없었고말고.
당시 5672(현3875부대/ 현 제5공중비행단) 부대장은 김영곤 준장이었다. 나는 그의 배려로 탁자를 하나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중령들이 부대장과 나의 오른쪽 왼쪽으로 나란히 자리 잡았고. 애국가와 ‘6 ‧ 25 노래’를 우렁차게 제창할 그 순간! 지금도 그렇지만, 영원히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공군과 그렇게 인연이 있었던 탓으로 하나뿐인 아들도 공군으로 복무했었다. 휴가 나온 녀석과 ‘공군가’를 입에 올리면, 숙연해졌다. 하늘을 달리는 우리 꿈을 보아라……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가슴속 끓는 피를 저 하늘에 뿌린다….그 아들은 지금 저승에 있다.
지금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군을 잊지 못한다. 내 삶의 에너지는 군으로부터 나온다. 장병(將兵)들 모두가 좋고말고. 서울행 지하철을 타보라. 하루 수십 명씩 그들과 얼굴이 마주친다. 입에서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다. 아 좋다, 그리고 믿음직스럽다!
어제 방송에서 정말 가슴이 터질 듯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수 진미령에 관한 것이었다. 그를 흔히 화교2세니 하는 말을 하는데, 그게 아니란다. 그의 아버지, 바로 6‧25 한국 전쟁의 4대 영웅 중에서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맥아더 원수/ 리지웨이 대장/ 백선엽 장군/ 김동석 대령! 진미령은 본래 김 씨다.
가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굉장히 높다는 걸, 나는 어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았다. 바로 대한가수협회 정부회장 투표장. 김흥국이 인순이를 눌러 이겼다. 하지만, 정작 보다 흥미진진한 것은 이사(理事) 선출이었다. 내로라하는 이름난 가수들이 출마하였는데, 진미령의 존재가 단연 돋보였다. 진미령이 여유롭게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최다 득표를 했다. 서수남이 그 뒤를 이었다. 이름만 들먹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후보 두서넛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나도 투표권이 있었으니, 다른 팬들보다 관심이 컸을 수밖에.
진미령이 평소 인관 관계가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여기면서, 내 호감도 그에게 듬뿍 보탰다. 진미령은 노래로 노래지만 요리 솜씨가 대단하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하나 그 모든 걸 합친 것보다, 그가 김동석 대령의 딸이란 게 신기하다. 아니 그는 내 가슴속을 꿰뚫으려는 신선한 충격으로 바야흐로 내 앞에 다가와 있다. 한 많은 나, 훗날 노병으로서 군과 더불어 지내다가 숨을 거두었다는 듣고 싶은 게 소원이니, 어찌 이 인연을 예사롭게 받아들이랴. 해서 말인데, 다음에 만나서는 진미령과 ‘6‧25의 노래’를 불러야 하리라. 청록파 시인 박두진 작사/ 저 유명한 김동진 작곡이다.
인생은 어쩌면 이런 파격으로 이어지다가 끝을 맺는 건지 모르겠다. 어제 이 이야기를 83년도 내가 담임했었던, 제자 박창모 군에게 전했으렷다? 16년 전 제5공중비행단에서의 ‘6‧25 기념식’말이다. 한데 박 군으로부터의 회신은 파격+충격 그 자체였다. 여기 옮긴다.
공군5672부대! 선생님, 제가 거기서 96년 초까지 헌병으로 35개월 복무했었습니다. 아마 선생님 참석하신 행사 때도 남색 재킷에 하얀 바지 하얀 모자 착용하고 행사 초병하는 헌병을 보셨을 겁니다. 대통령 행사 포함해서 대부분 행사를 했거든요. 선생님 덕분에 공군5672부대 은마 부대 박 병장시절이 그립습니다. 집도 가까웠는데…필승!(원문 그대로임)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야 할 사람 셋이다. 김영곤 장군과 진미령 가수, 박창모 제자. 모두 지척에 산다.
첫댓글 대한가수협회장 및 이사 선거를 위한 정기 총회장, 투표 대기 중 진미령 가수를 만났다. 큰표 차로 이사에 당선! 진미령 가수는 화교가 아니다. 전쟁 영웅의 딸( 고 김동석 대령)이다.
아버지 김동석 대령 살아생전에 얼굴에 뽀뽀를 하는 진미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