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 4
넷플릭스에서 황야라는 작품 보셨나요? 전 매우 재미없게 봤습니다. 사실 중간부터는 관심이 없어져서 같이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진작 껐을껍니다. 황야 이야기 하려고 하는건 아닌데, 문제는 범죄도시 4의 감독이 황야 감독이라는거죠. 대중들이 감독에 관심을 덜 줘서 그렇지, 언제나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였고 영화 퀄러티의 8할은 감독이 좌우하거든요.
그런면에서 볼때 범죄도시 4에 대한 기대는 아예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기도 하고,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갈수록 더 실망스럽기도 했었고, 황야가 그 모양이였다는걸 생각하면 도저히 기대가 클 수 없는 영화였죠. 그런데 재미있게 봤습니다ㅋ 사실 그렇긴 합니다, 기대가 크면 괜찮은 영화에도 실망할때가 있고, 기대가 워낙에 낮으면 그저그런 영화도 나름 만족스럽게 보기도 하는거죠ㅋ
근데 저는 재미있게 봤지만 비판할 부분이 많은 영화라는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죠. 크게 두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은데, 첫번째는 서사입니다. 서사가 없는 영화라는건 없고, 액션영화에는 그에 걸맞는 서사가 들어갈때 보다 더 매력적이라는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예로 들더라도, 마동석이 형사고 형사가 범인 잡는데 서사는 무슨 서사야 할 수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1편에선 장첸 일당이 얼마나 막나가가는 범죄자들인지를 보여줬을때, 관객들은 그네들을 때려잡는 마동석에게서 쾌감을 얻는 거죠. 2편 역시 마체테를 휘두르던 손석구가 나쁘고 무지막지 했기 때문에 손석구를 후드려패는 마동석에게 열광할 수 있는거고요. 3편은 그런 면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시리즈 중에 제일 별로라는 평이 많은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범죄도시 4에서도 그 서사를 잡으려는 노력은 있었습니다. 최초 사건의 발단인 조성재를 아주 평범한 일반인 프로그래머로 설정을 하고, 그런 조성재가 해외에서 감금-착취에다가 살해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조성재 모친의 신파가 마동석의 분노 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넣고 싶었던거 같습니다. 적어도 시나리오 작가는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던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허명행 감독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거나, 혹은 서사를 영화에 담아낼 능력이 부족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누가 시켜서 마지못해 억지로 넣어놓은거 처럼, 막말로 장이수 개그씬 보다도 더 성의 없이 대충 쑤셔넣어놨다는 느낌이였습니다. 거기에 그냥 통채로 덜어내도 아무 지장없는 이동휘씨 역까지 뒤엉키면서, 서사 부분은 엉망이라고 밖에는 평을 못하겠네요.
두번째는 아쉬웠던 점은 나이프 액션인데, 아 나이프 액션 자체는 좋았습니다. 아저씨의 차태식이랑 붙여놓으면 그림 멋지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프 파이팅 이였죠. 그런데 영화 내내 그 멋진 나이프 파이팅을 잔뜩 보여줘놓고, 최종전에선 나이프를 빼앗아버리는건.. 김이 좀 빠지더라고요.
비판만 실컷 해놓고 뭘 재미있게 봤다는거냐 라면 뭐 딱히 할말은 없는데ㅋ 비판과는 별개로 재미있게 본건 사실입니다. 칭찬은.... 딱히 할게 없는데?ㅋㅋ 늘 먹던 그 맛 이고, 나이프 액션은 잘 뽑힌거 같습니다ㅋ
* 스턴트맨
스턴트맨에 대해서는 감독 외에는 거의 정보가 없는 채로 갔습니다. 예고편도 하나 안봤어요ㅋ 감독은 존웍1편, 데드풀2편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리치입니다(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데이비드 린치, 조디악은 데이비드 핀처, 이름 비슷한 감독 더 없나?ㅋㅋ)
일단 영화 시작하자마자 ost가 너무 귀에 박히더라고요. 좀 특이하게 유니버셜 스튜디오 로고부터 ost가 깔리는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8~90년대 스타일의 팝송이 ost의 주를 이룹니다. 아마 그 당시 팝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일단 ost에서 먹고 들어가는게 꽤 클거 같습니다. ost 너무 좋습니다.
https://youtu.be/kLKr342VKaU?si=LZQDCeWRR25G_Ucy
그리고 제가 아무 정보도 없이 가서 전혀 몰랐는데, 이 영화 전체가 거대한 오마쥬 입니다. 주연인 라이언 고슬링이 스턴트맨으로 나오고 상대역인 에밀리 블런트가 감독으로 나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만 영화들을 다 언급하기도 하고, 뭔가 좀 뜬금없다 싶은 장면이 있다면 다 오마쥬라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꼭 특정 영화의 유명한 장면의 패러디가 아니더라도 위에 언급했던 8~90년대 스타일의 음악, 그 세대의 연출들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보여주는 부분도 굉장히 많고요. 성룡 영화 느낌 나는 부분도 꽤나 있습니다. 아마도 감독이 어렸을때 좋아하고 많이 봤던 tv시리즈, 영화 이런 부분들을 많이 차용했겠죠. 그러니 데이비드 리치와 비슷한 연배의 70~80년대생들, 그리고 영화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은 더 재미있게 보실수 있을겁니다.
영화가 거대한 오마쥬라서 오마쥬를 떼놓고 단독 영화로만 보기에는 조금 어렵긴 합니다만, 사실 그런거 모르고 봐도 (아마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멋들어진 액션씬, ost나 사운드의 활용, 화면 때깔, 액션 영화로서의 서사, 그리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연출, 군데군데 양념처럼 들어가는 개그 등등 웰메이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의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거 같습니다. 사실 스타일 자체는 데드풀2랑 꽤나 흡사해서, 데드풀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재미있게 보실수 있을겁니다.
라이언 고슬링이야 로맨스가 전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배우지만 에밀리 블런트는 저한테는 액션 느낌이 더 쎈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서 에밀리 블런트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배우라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만 보더라도 연세가 살짝 살짝 보이는거 같았는데, 이 작품에선 후보정 빡세게 했는지 나이는 모르겠고 그냥 너무 좋더라고요ㅋ
* 스턴트맨 vs 범죄도시
이게 범죄도시 보고 다음날 하필 스턴트맨을 보는 바람에 비교가 안될수가 없더라고요. 마침 감독도 허명행-데이비드 린치 모두 스턴트맨-액션감독을 거쳐 영화감독이 된 분들이죠. 두 영화 모두 장르도 액션영화라는 점도 있고요. 물론 자본 차이가... 뭐 굳이 찾아보진 않았습니다만, 어마어마하게 차이 나겠죠. 근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과연 범죄도시가 최선인가? 하면 갸우뚱 하는 부분이 있긴 하거든요. 위에도 적었듯 범죄도시도 전 즐겁게 잘 봤습니다만, 스턴트맨을 연달아 보고 비교해서 생각을 해보니 많이.. 상당히 많이 아쉽습니다.
사실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영화는 아니라서.. 자본 차이도 있고, 지향하는 바도 다르고 비교가 크게 의미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스턴트맨을 보고 나니 입맛이 써지는건 사실이네요. 딴게 아니라 저도 범죄도시 4를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돈 내고 범도 볼래 스턴트맨 볼래 하면 스턴트맨을 보는게 몇배는 남는 장사 같아요... 뭐 이야기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꺼 같고,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범죄도시도 좀 더 잘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범죄도시는 이미 사골을 우리고 있는거 같습니다.
5부터 8까지는 전혀 다른 스토리로 간다고 하긴 하는데 어차피 청불로 갈꺼면 할수있는게 많질 않아서 기대는 많이 안되네요
범죄도시 4는 기존 시리즈와 공공의적2의 혼합물을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문의 신파적요소에서 공공의적2가 생각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