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가기에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입구에 근접한 켄싱턴 스타호텔이다.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리기 전에는, 비행기로 가면 호텔 버스가 나오는 개점당시에는 고급호텔이었다.
20여년 전 잡지광고를 보고, 한번 쯤 묵어가고 싶었던 호텔이나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굳이 돈 들여 묵지 못하더라도, 가볍게 들러 커피 한잔 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여, 두차례 들렸다.
설악산 행 버스 종점에 인접해 있어, 날씨가 좋을 때면 몇분 정도 걸으면 된다.
켄싱턴 궁은 런던의 유서 깊은 왕궁의 하나이니, 영국 스타일을 표방한 호텔임은 당연하나,
로비에 각국의 대사들이 묵고 가면서 남긴 동판이 걸려있고, 관점에 따라 유치하달 수도 있으나,
묵고 간 유명 스타들의 기증품으로 다수 객실을 꾸민 탓에, 스타호텔이라 이름을 덧붙인 듯하다.
정원에 빨간색 이층버스가 놓여 있고, 호텔 입구에는 영국 근위병복장의 도어맨이 손님들을 맞는다.
로비와 커피숍은 고풍스러운 영국식 가구로 꾸며져 있어, 품위가 있으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100년전의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고, 회원전용이라고 팻말이 붙은 북카페도 있다.
이곳에 와서 책을 읽을 사람이 있을리가 없어 그런지 몇권을 빼고는 껍대기만 있는 장식용 세트라,
실소를 금할 수 없으나 분위기는 살리고 있으니 넘어가 줄만 하다.
이런 분위기에 어울릴까 싶지만, 좌측 날개 쪽에 한식당이 있어 가볍게 늦은 점심을 하러 들렀다.
호텔이라도 점심은 상대적으로 싼 것이 통례라, 우거지탕이 13,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제법 큰 한식당 벽면은 역대 유명 정치인들의 휘호로 장식되어 있는데, 마침 우리 밖에 손님이 없어 찬찬히 둘러 보았다.
박통의 勤勉, 와이에스의 大道無門, 제이피의 和光同塵, 김구선생의 幸福 등의 휘호가 있었고,
육여사의 싸인이 든 타이프로 친 답장도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과 이기붕의 휘호가 있었던 것 같으나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글씨체는 그 주제와 더불어 글쓴이의 개성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것이 흥미롭다.
박통의 글씨는 정약용 선생의 서체와 닮은 꼴이라, 재기가 넘치며 뾰족한 것이 혁명가가 아니면 귀양갈 상이고,
와이에스가 활달함이 넘쳐 실속이 없는 상이라면, 제이피는 가늘게 오래 실속을 챙기는 상이다.
정치인으로서 의외의 것이 김구선생의 행복이다. 총 맞아 떨리는 손으로 쓴 것이라 하니 서체는 논하기 어려우나,
오랜 세월 궁핍했던 망명생활에서 행복을 꿈꾸던 한 인간의 모습이 연상되어 가슴 한 구석이 찡하였다.
켄싱턴 리조트 체인을 이랜드가 하는걸로 보아 이랜드가 인수해 경영을 하는지, 로비에 버그하우스 점포가 생겼다.
참고로 버그하우스는 영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이고 이랜드가 생산.판매한다고 한다.
둘러 보니 가격이 워낙 비싼 걸로 보아 판매용이라기 보다 브랜드 광고를 위한 것 같다.
소생이 마침 보급형 저가이나 버그하우스를 입고 갔기에, 실상을 모르는 종업원들이 예우해 준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호텔이 켄싱턴 궁의 짝퉁이니, 투숙객도 아니면서 호텔을 활보한 소생의 짝퉁 행각도 양해가 되리라.ㅎㅎ
첫댓글 켄싱턴 스타호텔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회원이 있어 소개합니다. 상세한 것은 호텔 홈 페이지를 참조하시고, 시내 호텔에서 볼 수 없는 넓은 정원에다 설악산 봉우리가 바로 보이는 곳이라, 날씨가 좋을 때 한번 쯤 들러 볼만 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널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