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이제 대구에선 없다…6개 상급·종합병원 수용 원칙 마련

[김기원]

24일 지역 6개 의료기관 응급의학과 과장 모여 이송체계 개선 방안 마련
이송 환자 수용 어려운 경우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 부여하는 데 합의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자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달 19일 10대 학생이 대구 응급실을 떠돌다 숨진 사건과 관련, 지역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방안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25일 대구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 6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속 각 응급의학과 과장 6명은 지난 24일 경북대병원에서 회의를 열고 119구급대의 이송환자 수용 원칙을 마련했다.

대구 응급의료기관 모두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각 병원 응급의학과장들은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받은 경우 최대한 이를 따르기로 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침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송병원 선정 기준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확대해 나가고, 이를 반드시 실천하기로 합의한 데 의미가 있다.

우선 각 병원 응급의학과장들은 이번 '응급실 뺑뺑이' 사태에서 119구급대가 이송하는 환자를 수용할 병원이 없는 경우 차선 방안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났다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현장에서 중증 응급 환자로 분류된 환자가 발생하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전산망을 통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 의료기관으로 응급실 병상 여유, 이송 거리 등을 참고해 순차적으로 수용 가능한 병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비중증 응급환자의 경우에도 119구급대나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응급의료 전산망을 통해 각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병상 여유가 있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우선적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또한 ▷중증응급환자의 기준 ▷수용 불가의 정당한 사유 ▷지역응급의료기관급 응급실로의 확대 적용 등은 향후 지역응급의료위원회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류현욱 대구응급의료협력추진단장(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119구급대에서 해결이 안 돼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 병상 부족 등 각 병원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선정한 어느 병원이라도 책임을 지고 환자를 받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런 개선 방안에 대해 대구시, 대구소방본부와도 추가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