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정답이 없는 영역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범죄도시 1편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마동석류의 시발점과 같은 영화였고
범죄를 보여주고 그 정도가 심해지는 빌드업이 좋았으며
주조연의 열연과 거기에 더해진 적당한 말장난과 유머,
결국 장첸은 마석도에게 당한다는 당연한 결말로 향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둘의 싸움을 기대하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입소문을 타며 600만을 넘긴 범죄도시는 2, 3편 모두 천만을 넘기는 초대박에
4편 역시 순항중입니다만,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재미가 없다', '더는 보지 않을 것이다.'
라는 감상평이 많아져 왜 그럴까를 생각하다 떠올린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그런 의견들이 많아지는 배경엔 '사람'과 '공간'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편에서 보여준 범죄자와 피해자는 '우리가 마주칠 법한 사람들' 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조선족입니다만, 영화가 개봉했을 시점부터 서울 신림, 대림, 가리봉 일대가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들 모두가 범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길을 걷다 마주칠 수 있는 사람' 이었습니다.
공간도 그렇습니다.
1편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곳은 서울의 으슥한 뒷골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이 세계적으로도 다른 도시에 비해 밝고 치안이 좋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으슥한 뒷골목을 가지고 있는 동네가 제법 되고 영화는 그런 곳을 주로 보여줍니다.
그런 골목길을 밤에 걸어보신 분들은 느끼셨을 법한 '범죄에 대한 공포' 혹은
'어두운 곳이 주는 무서움'을 범죄도시 1편은 잘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이 주는 범죄에 대한 공포와 무서움은 '범죄도시'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립니다.
내가 살며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어딘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형사가 결국 범죄자를 벌한다는
카타르시스는 사람들이 좋아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아요.
2, 3, 4편은 어땠을까요.
영화가 잘되니 투자를 더 받고 스케일을 키운 탓일까요?
점점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범죄가 아닌 범죄들이 주가 되기 시작합니다.
일으키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그것이 일어나는 공간도 모두가요.
사업가 인신매매와 납치 살인, 마약유통, 코인사기와 불법 온라인 카지노.
예, 모두가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뉴스를 통해 접한 범죄들이지만
보통 사람이 공포를 느낄 법한 그런 범죄는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접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보니 그 공간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필리핀의 외딴 숲 혹은 로컬들이나 갈 법한 집, 마약 제조소, 어느 외딴 폐건물 등등으로요.
범죄도시 1편이 보여준 나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내가 사는 곳에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범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그걸 부숴버리는 마석도가 주는 쾌감이 2, 3, 4편에선
그저 흔한 정의감 넘치는 불사신 형사물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범죄도시 시리즈를 좋아하고 1편보다 재미가 덜 하지만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좋은 영화라 생각해 앞으로도 볼 것 같습니다.
다만 언젠가는 막을 내릴 이 시리즈가 범죄의 스케일을 키우는데 집중하기 보단
1편이 보여줬던 피부로 느낄만한 범죄에 집중해서 다뤄주길 바랍니다.
그러면 저 개인적으론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댓글
공감..
3편부터 광수대 소속으로 넘어가니 일반인이 와닿기는 힘들어졌죠
4편은 일반인 피해자로 시작이 되긴 했지만.. 역시나 와닿기는 어렵고요
2편은 본문에 상당 부분 부합하죠. 동남아 여행가서 납치 살해. 3,4랑 같이 묶이기에는 영화 완성도나 평가도 좋습니다.
저도 2편이 3,4 편보다 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대상과 장소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이건 글의 서두에도 쓴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지만요. 동남아가 흔한 여행지가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안가본 사람들도 많고요. (제가 그렇습니다. 덥고 습한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상 시작부터가 돈 많은 사채업자 아들 (돈 많은 사업가)로 시작, 동남아와 한국을 가리지 않고 보통 사람이 사는 곳 느낌은 아니어서요. 그럼에도 3, 4편보다 2편이 더 낫고 재밌다는 것은 동감합니다.
아! 생각해보니 신행을 위해 경유 하느라 싱가폴을 가봤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2편에서 필리핀에서 범죄가 시작된 대상이 거기서 건물 올리겠다고 돈 싸들고 간 사업가가 아니라 일반인 관광객이었다면 더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Am 04:00 모티브가 된 사건은 사채업자 아들, 사업가 이런게 아니라 그냥 일반관광객이 대상이였을 겁니다. 그리고 제 기억엔 강해상 일당 본거지 들어갔을때 나온 시체들, 여권들, 캐리어들 생각하면 일반관광객 대상으로 계속 그 짓을 하고 있었다고 봐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시발점이 사채업자 아들이 된건 강해상이 한국에 올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한 억지라고 봐야겠죠ㅋ 저도 지적하신대로 일반인 관광객 대상이 보다 부각되었으면 더 좋았을꺼라고 생각합니다.
@theo 예 맞습니다. 가뜩이나 강해상 캐릭터는 앞뒤 안가리고 자기 이익과 눈에 거슬리면 사람 죽여대는 잔인한 캐릭터였는데 일반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했다면 매우 끔찍했을 것 같습니다. 강해상을 한국으로 들어가게 하는 고리는 다른데서 찾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장첸의 지분이 50% 넘다고 봅니다.
물론 마지막에 마동석에게 처참하게 발리지만
2,3,4편의 악역들은 액션 플레이 위주인데
장첸은 잔혹하면서 조직보스 답기도 하고 때론 두뇌플레이도 즐기는
매력적인 악역이었어요
오 그 말씀도 맞는 것 같습니다. 장첸은 정말 매력적인 악역이었습니다. 형사물 영화에서 이런 악역을 또 볼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요.
영화는 어쨌거나 감독 역량이 제일 중요한것 같습니다.
무난한 스토리도 연출 잘하면 재밌더라구요.
재밌는 스토리도 연출이 그지같아서 못 살린 영화도 많은것 같구요
분위기 자체가 가장 하드한게 컸다고 봅니다 2편 부터는 흥행을 의식해서 그런지 좀 더 수위가 약해졌고 그로인해서 분위기 자체가 조금 더 코믹액션스러워졌죠
음 그렇게 느끼셨나보군요. 저는 오히려 수위는 갈 수록 세졌다고 봤습니다. 2편부터는 잔인함의 수위가 많이 올라간 느낌이랄까요. 1편은 행위의 묘사에서 끝난 느낌인데 2편부터는 행위의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1편에선 도끼로 팔을 내려치는 묘사 정도로 끝내고 팔이 잘리는 건 보여주지 않는 다면 2편부터는 구르카, 일본도, 단도로 신체 여기저기를 난도질 하고 뚫는 걸 보여줘버리는......
전 잔인해서 이 시리즈는 못 보겠더라구요....
결정적인 잔인한 장면들이 모두 컷 되면서 15세 기준이 돼버렸죠
근데 그 묘사들이 잔인하게 느껴지긴 해요
1편은 좀 더 적나라 한 편..
1편에서 마석도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었죠. 기본적으로 정의롭지만 깡패들에게 뇌물(?)도 받고 사소한 범죄는 눈감아주는 그런 안티 히어로적인 느낌이 있었다면 2편 부터는 그런 입체적인 면이 다 사라지고 평면적으로 변한게 아쉽더라구요.
2222 맞아요 이것도 커요
극악적인 악역의 탄생이 사람들에게
마동석이 뚜까패주길 바라는 맘 ㅋ
사실 본편만한 속편이 잘 없지않나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까진 제작자 마동석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나중엔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시나리오와 감독차이 아닐까요.
22 그리고 1편은 꼭 성공시키겠다는 배우들의 절실함도 있었죠
1편만큼 쫄리는 맛이 좀 없긴 합니다
1편은 액션도 형사님들의 자문을 받아
마동석이 원하던 복싱 스킬을 적었고
손바닥으로 치거나 호신술이 있었는데
3편부터는 그냥 복싱으로 패더군요
4편은 빌런도 복싱을 쓰고요
악역의 서사도 좀 적고요
장첸 패거리는 국내로 도망쳐서
서서히 세력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잔인함과 무력을 보여줬는데
그 후론 그냥 아주 유명한 나쁜놈 수준?
최귀화 배우님의 부재도 한몫 하는 거 같고요
콜라도 첫모금이 젤 맛있는것 처럼 이런 장르물은 결코 후속작이 첫편을 넘을수는 없을겁니다. 다만 그걸 알면서도 또 관객들은 찾을테지만요...
괴물 형사가 악당을 시원하게 뚜까 패는 비슷한 클리셰가 반복 또 반복…이제 슬슬 물립니다.
오~~ 맞어맞어 하면서 글 읽었습니다.
배역들의 차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