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습니다.
화제가 자연스럽게 지난 주말에 열렸던 고등학교총동창회 체육대회 이야기로 시작되었지요.
서울에서 2명 대구에서 3명 그리고 영주에서 3명 모두 8명이 전부였다고 소개했습니다.
모두가 바쁜 일철이라 그랬다고 해도 멀리서 온 친구들 보기에 조금 부끄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관 후배들이 준비한 먹거리가 남아돌아서
한 친구가 종이박스에 담아 나누어갖 갔다고 했더니 주접을 부렸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말 ‘주접’은 이런저런 탓으로 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일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아기가 주접 한번 끼는 법 없이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라고 쓸 수 있지요.
그런가 하면 ‘주접’은 또, 옷차림이 초라하고 너절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
“오랜 노숙 생활에 코트며 바지에 주접이 가득 끼었다.” 하고 말합니다.
이 말이 동사로 쓰이면 ‘주접부리다’고 하는데,
추하고 염치없는 짓을 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런 행동을 흔히 ‘주접떨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접대다’라고 표현하면 조금 색다른 뜻이 된다는 것이입니.
잔칫집이나 뷔페에 가면 먹다 남은 음식을 눈치껏 비닐봉지에 싸서
손가방에 챙겨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한 행동을 ‘주접대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음식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짓을 한다.”는 뜻이 됩니다.
주접이 형용사로 쓰인 ‘주접스럽다’도
가령, “그 아주머니는 잔칫집만 가면 주접스럽게 뭘 싸가지고 온다.”처럼
음식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짓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남편 옷차림이 주접스러워서 같이 못 다니겠다.”처럼,
볼품이 없고 어수선한 모습을 ‘주접스럽다’고 합니다.
이 말에 더럽다는 뜻이 강조되어 ‘추접스럽다’란 말이 쓰이게 되면
우리 경상도 지방에서 이야기하는 ‘추접다’라는 말로 표준말이 아니게 됩니다.
남은 음식을 싸서 되가져오는 것은 결코 추저운 짓은 아닙니다.
주접떠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고장에도 '푸드은행'이 열려 있는만큼 그곳으로 보내는 방법도 괜찮지 않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