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도심 만추
창원 도심에서 가로수로는 벚나무와 메타스퀘아가 인상적이다. 일부 거리의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도 도시 미관에서 한 몫 거든다. 원이대로 중앙 분리대에서 자라다 버스 정류장 개선으로 뽑혀 나간 배롱나무는 가로수라기보다 조경수로 봐야 하는데 창이대로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다. 창원 거리에서 봄의 시작은 벚꽃이 알려주고 가을이 끝남은 메타스퀘어 단풍이 맺었다.
창원의 가로수에서 단풍이 시작됨도 벚나무로부터 비롯되어 메타스퀘어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봄날에 꽃이 피고 새잎이 돋던 가로수들이고 녹음을 무성히 드리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이 왔다.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벚나무는 늦여름부터 단풍이 물들어 낙엽이 졌다. 교육단지나 창원대로 벚나무들도 구월이 되자 단풍잎은 시나브로 떨어져 꽃눈을 점지한 나목은 겨울 채비에 들어갔다.
그새 원이대로와 창원대학 앞 거리의 느티나무는 산자락 단풍보다는 먼저 물들어 낙엽이 져 보도에 깔렸다. 도계동과 봉곡동이나 대방동 이면도로에 줄지어 선 은행나무는 열매의 낙과가 먼저 있었고 가을이 이슥해지자 노랗게 물든 잎이 자유낙하를 했다. 엊그제 중앙 일간지에서 ‘녹색 은행 낙엽’이라는 제목으로 뽑은 지구 환경을 염려한 기사에 이은 오늘 사설이 눈길을 끌었다.
북반구 중위도 우리나라는 시월 중순부터 십일월 초까지 단풍으로 물드는 시기다.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내려가면 낙엽활엽수는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소가 사라져 나뭇잎이 형형색색으로 변한다. 단풍이 절정에 달한 뒤엔 나무도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잎에 있는 영양소와 수분을 빨아들여 겨우내 얼거나 죽지 않도록 채비를 한다. 이때 말라서 떨어진 나뭇잎이 길바닥 뒹굴었다.
올해는 유독 초록색 낙엽이 눈에 많이 띄었다. 기상청은 초록색 낙엽의 원인으로 십일월 초의 기온이 116년 만에 가장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뭇잎이 물드는 건 햇빛과 기온의 영향인데, 시월 말 한파가 닥친 후 갑자기 이상고온 현상을 보여 단풍이 물들 새도 없이 떨어졌다고 한다. 전국 단풍 명소나 도시 가로수 낙엽을 봐도 울긋불긋하던 향연이 예년 같지 않았더랬다.
나는 이른 봄 들녘이나 산간에서 야생화 탐방에 홀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벚꽃과 진달래가 저물고 봄이 무르익어서는 근교 산자락을 누벼 산나물을 뜯어 오느라 한나절 해가 짧기도 했다. 여름에는 우중 틈새나 폭염경보의 이른 아침나절 참나무 숲으로 들어 영지버섯을 찾아내느라 더위도 잊고 보냈다. 이렇게 봄과 여름을 보내고 맞은 가을은 가을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년은 연로한 지인으로부터 경작을 의뢰받은 텃밭에서 분주했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아도 되어 여유로움이 있음 직했다. 나는 한 시도 몸을 편히 쉬는 습성이 아닌지라 가을날에 마음마저 바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들녘 들길을 걸으며 벼들이 고개 숙여 콤바인으로 탈곡이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깊은 산중을 찾아가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임도 길섶 핀 꽃에도 눈높이를 맞추었다.
가을의 끝자락으로 십일월 넷째 일요일이다. 평소보다 자연학교 등교 시각을 미적대다 이른 점심을 먹고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 뜰에 벚나무는 진작 나목이 되었고 은행나무는 뒤늦게 노랗게 착색이 되어갔다. 용호동 도지사 관사 거리를 비롯해 외동반림로에 높이 솟구쳐 자란 메타스궤어는 갈색 단풍의 본색을 드러냈다.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소신공양하는 불꽃을 보는 듯했다.
퇴촌삼거리에서 천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가을이 종적을 감추는 현장을 확인했다. 여름철새 왜가리와 중대백로가 겨울철새 쇠오리가 공생하는 냇가였다. 징검다리 건너 창이대로에 도열한 은행나무는 낙엽이 지고 있었다. 1일과 6이면 오일장이 서는 지귀동 장터를 찾아가 뵜다. 한 할머니는 식힌 콩잎과 가을 냉이를 팔고 중년 사내는 대구에서 빚었다는 메밀묵을 떼어 와 팔았다. 2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