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에 있을때 하루는 매복작전을 나갔습니다.
지역 이름은 옹빈산이라는 산인데, 안케패스 통로 서쪽에 있는 산입니다.
안케패스는 월남 중부권을 동서로 잇는 퀴논 ~ 국경도시 푸레이쿠를 연결하는 19번 통로상 중간지점에 있는
고갯길인데 산이 높고 길이 험하여 낮에도 베트콩들이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타나 총을 들고 위협하며 차를
세워놓고 세금이랍시고 돈을 뺏어가는데, 반항하거나 비협조적이면 바로 사살하고 도망을 치는 곳입니다.
그래서 한국군 맹호부대 기갑연대 1중대가 이 통로를 맡아 안전을 유지하고 있고, 인접부대인 우리 2중대는
통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감제고지인 옹빈산을 포함하여 서쪽지역을 맡고 있었습니다. 적들은 가끔 캄보디아쪽
에서 진입하여 옹빈산을 경유하여 안케패스 통로로 진입해 이곳을 장악하려고 늘 시도를 하고 있어서 이쪽
지역을 우리가 확실하게 장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매복을 나가는데 뻔히 보이는 낮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잘 안 보일때인 어둑어둑 할때
출발을 합니다. 그럼 현지에 가면 이미 밤이 되는데 급하게 우리는 호를 파고 장애물(덫)을 설치하는 등
짧은 시간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또 호를 팔 때도 농부가 괭이질 할 때처럼 소리가 나도록
힘껏 쳐서도 안됩니다. 소리가 최대한 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호를 파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크레모아나 수류탄 등으로 장애물(덫)을 설치하고 호에 들어 앉아 낚싯대에 물고기가 물리기를
바라는 낚시꾼처럼 적의 출현을 대기해야 하는데 이번엔 모기와 계속 싸워야 합니다.
온몸은 이미 땀에 젖어 있어 가뿐 숨을 고르며 대기하고 있던중, 웬 원숭이 떼들이 꽥~꽥! 소리를 내며 우리
주변에서 소란을 피웁니다. 아마도 자기네 영역을 우리가 침범했다고 해서 우리를 쫓아내려고 하는가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흙을 던지고 돌을 던졌더니... 어랍쇼... 이 원숭이들도 우리에게 뭔가를 던지며 더 대항합니다.
아~ 이거 골치아프게 됐는데...원숭이들과 대치라니... 원숭이들은 밤이지만 이를 하얗게 보이며 우리에게 빨
리 나가라며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거먹고 조용하라고 C레션의 과자 하나를 던져주었더니...
이게 먹을 것이라는 걸 안 원숭이들이 소리를 더 질러대며 더 달라고 달려드네요...참~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생각 같아선 총으로 몇방만 쏴대면 다 도망갈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혹시 주변에 있을 적에게 우리 위치를 폭로
하는 꼴이 되어 그렇게도 못 합니다. 그렇다고 설치해 놓은 장애믈을 모두 걷어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 원숭이들이 이렇게 설쳐대니 우리가 설치해 놓은 부비츄랩이 걱정입니다. 적이 오다 건들면 터지
도록 장치를 해 났는데 이 원숭이들이 소란을 피다 건들면 그대로 다 터지게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크레모아 같은 것은 적방향을 보고 설치를 해 놓았는데 이걸 건드려서 방향을 바꿔 놓으면 적 방향이 아닌
우리쪽으로 파편이 날아오게 되니 정말 안절부절입니다. 제발 원숭이들이 잠잠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 녀석들
은 침입자인 우리를 한사코 쫓아내려고 위협을 하네요.
이렇게 원숭이들의 소란이 길어지면 적이 눈치를 채고, 옳지! 한국군이 저기에 있구나... 하며 역매복을 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몸이 달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있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없었으니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였습니다. 소리없이 원숭이들을 쫓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옳지... 분말가스를 써야 되겠구나... 분말가스란 통상 시위 진압에 쓰이는 가스탄이 아니고 그 가스 성분이 있는
하얀색 분말을 말합니다. 우리는 동굴작전에 이걸 가끔 사용을 해서 매복작전에도 오다가다 동굴을 만나면
쓰기 위해 소량을 준비해 온 것이 있었습니다. 이 분말가스를 바람에 날리면 소리도 없이 날라가 눈물과 콧물이
흐르며 재채기를 하는 상당히 괴롭게 되지요. 그러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마침 손가락에 침을 발라 풍향을 감지하니 다행이도 우리쪽에서 원숭이 쪽으로 미풍이 불고 있었습니다.그래서
방독면을 쓰고 아주 소량을 공중에 던져 살포를 하니 곧 원숭이들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 바쁘더군요.
원숭이들이 한참 소란을 피다 사라지니 갑자기 정적이 흐르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죽은듯 고요하게 있으면서
아침까지 적의 동태를 살폈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철수를 하는데 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서 왔습니다.
만약 어제 일로 적들이 눈치를 채고 우리가 갔던 길 주변에서 기다리며 역매복을 할까? 하여 우회를 했지요.
이렇게 월남에서는 하루하루가 적과 자연과의 엄청난 신경전 속에서 지내다 귀국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이고
참 아슬아슬한 월남전쟁이야기를 실감나게 쓰셨네요.
원숭이까지 난리
그게 언제적 일인가
소상하게 기억하시고
아마도 잊을 수 없으시겠지요.
안녕히 주무세요
이 일은 1971년도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신경을 썼지만 안케패스 너머의 미군들이 철수를 하면서
그쪽이 비게 되자 이듬해 1972년에 월맹정규군이 그 빈 공간을 통하여 안케패스 통로로
침투하고 차단하자, 한국군 전투사상 가장 큰 안케패스 작전이 발생하였지요.
그래서 이 들샘은 귀국도 못하고 이 작전에 참여하고 작전이 다 끝나고 평정을 완료한 후인 6월말에
귀국을 하였습니다. 참 엊그제 같은데 벌써 52년이 되었네요.
첫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난감한 일들이
그 위기상황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전선의 밤
한 순간 실수나 잘못 상황관리 미숙이
곧 죽음이라는 것...
어이 그 때의 초 긴장상태의 밤을 어이 잊겠습니까...
세월은 쏘아논 화살~~~~~~~~~~~~~~~~~~~~~~~~~~~~~~~~~~~~~~~~~>>>
전선이라는 곳은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인데 그 상황이 각가지 입니다.
그 무수한 상황을 잘 극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지요. 그래서 순간의 판단과 대처가 생사를 가릅니다.
난데 없는 원숭이떼를 만나 한동안 난감했었는데 마침 사용빈도가 적은 품목이라도 준비해 간 것이 우리를 위기에서 구했네요.
그렇지 않았으면 더 요란한 긴시간을 원숭이들이 난동을 부렸을테고 그렇게 되면 더 위험한 경우가 닥쳤을 수도 있었겠지요.
다른사람들은 운이 좋았다고 하겠지만 빈틈 없는 준비가 우릴 살린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재빠른 판단과
현명한 대처로 위기를 모면 하셨군요.
월남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의 무용담을
들으면 적지에서 살아 돌아온게 기적이란
생각이 듭디다.
저의 시숙님은 백마부대 소속으로
월남에 가셨는데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셨답니다.
긴장감 넘치는 글 잘봤습니다^^
시숙께서도 월남전 참전자 분이시군요.
월남... 그곳은 전선이 없는 곳이라서 얻고 모두 전쟁터라 더 위험했습니다.
심지어 주민중에도 적이 있어서 밭을 매는척 하며 있다가 갑자기 우릴 공격 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언제나 어디서나 늘 주의를 해야 하는데 소홀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곳이랍니다.
늘 동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불청객
원숭이 때문에
작전을 실패할뻔
어려운 일이 생기는 전투간에 일어난 원숭이...
아마
좋은 실전의 예가 되었겠군요
멋진 전투사를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생각지도 않은 원숭이 때문에 한참 난감했었지요.
작전을 다니다 보면 가끔 원숭이를 포함한 늑대나 다른 짐승들을 만난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매복지역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였지요.
그래도 잘 처리하고 극복해서 다행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