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저 둘 다 40대 초반이고 첫 아이를 일찍 낳아서 첫째 딸 고등학교 2학년, 둘째 아들 중학교 3학년, 셋째 딸 초등학교 5학년 이렇게 셋 있는데 얼마 전에 넷째를 임신했어요. 셋째 낳고 남편이 묶었는데 생긴 상황이라 놀랐지만 남편이랑 얘기 끝에 낳기로 결정했고 며칠 전 아이들한테 소식을 알리니 막내는 동생 생긴다고 기뻐하고, 둘째는 시큰둥하고 마는데 첫째 딸이 너무 싫다고 방방 뛰었어요. 엄마 아빠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무슨 아기냐고. 자기 주변에 고2나 돼서 동생 생긴 애들 한 명도 못 봤다. 진짜 징그럽다. 그리고 옛날 시대도 아니고 생긴다고 무조건 낳냐 어쩌고 하길래 저도 욱해서 낳아도 너한테 애 봐달라 하고 피해끼칠 일 없을 거니 그런 막말 하지 마라. 어디서 배워먹은 싸가지냐 등 서로 심한 말이 오갔어요. 어린 자식 상대로 참 어른답지 못한 대처였다는 거 알아요.
저렇게 저랑 한바탕하고 그날 저녁에 남편 퇴근하고 오니까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말도 잘하고 말짱해져서 저한테도 괜히 머쓱하니 계속 알짱거리고 귀찮게 하는 걸 저는 딸의 '징그럽다'는 표현이 마음에 박혀서 도무지 화가 안 풀려서 다가오는 거 무시하고 며칠 대화를 피했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요새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에 들어가서 예민했던 것 같다고. 자기는 내년에 고3인데 아기까지 태어나면 집이 지금보다 시끄럽고 정신 없어질까봐 그랬다. 엄마한테 한 말 전부 진심은 아니다. 미안하다 사과는 하는데 제가 엄마가 당장은 화가 안 풀리니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나도 너한테 미안하다 하고 넘겼어요. 그 뒤로 아이도 꽁했는지 저한테 말 안 걸고 조용하고요.
저도 중,고등학생일 때 생각해보면 감정이 특히 예민할 시기라 부모님이랑 툭하면 부딪히곤 했는데 이건 다른 문제이지 않나 싶고. 남편은 우리가 첫 아이는 남들보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낳은 게 미안해서(저는 대학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일 때, 남편은 군대 다녀와서 학교 졸업반일 때 첫째를 임신했어요.)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에 아이가 저런 것 같다. 그래도 자기 잘못한 거 알고 먼저 사과했으니 부모로서 용서해주고 넘어가야지 별 수 있나 하는데
저도 제가 지금 이렇게까지 딸한테 화난 게 스스로도 어이없고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주변에 고등학생이나 된 자녀를 둔 친구들도 없고 제 부모님께 말할 사항도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익명으로 여쭤봅니다. 자식을 상대로 몇 며칠씩 화가 안 풀리고 그런 적 있으신가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추가합니다. 어린 제 딸을 욕 먹이려는 의도가 아닌 부모로서 자식을 상대로 처음 겪는 사건과 감정에 스스로가 혼란스러워 조언을 얻고자 적었던 글입니다.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내 자식 욕 먹이겠다고 구구절절 사연 적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미성숙하고 속 좁은 엄마처럼 구는 제 모습이 저조차도 답답하여 다른 분들도 자식을 키우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건지, 있다면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하고 넘기셨는지 궁금했어요.
많은 분들께서 뱃속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 딸이 많은 걸 희생해야 할 수도 있는 부분을 걱정해 주시지만 그동안 첫째 포함 제 아이들에게 부모가 감당해야 할 영역의 일은 단 한 번도 떠넘긴 적 없어요. 오히려 나중에 아이들 독립하면 집안 살림 등 하기 싫어도 스스로 다 해야 될 텐데 부모 품에 있을 때만이라도 편하게 지내라고 고무장갑 한 번 못 만지게 했어요. 특히 첫째에게는 저희 부부가 워낙 어릴 때 낳아서 고생하며 키운 터라 애틋하고 남다른 감정이 커요. 첫 아이 유치원 다닐 때 남편이 겨우 자리를 잡아서 먹고 살만해졌지만 태어나서 몇 년 부족하게 키운 게 아직까지 마음에 걸려서 그동안 대부분 상황에서 첫째 입장을 늘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줬는데 이번 만큼은 그러지 못했어요. 아이가 곧 고3에 예체능 입시라서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소모가 큰 상황이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아이들에게 임신 알리기 전에 남편이랑 이 부분을 중점으로 의논하기도 했는데 예정에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뱃속에 딱 붙어있는 아이를 어떻게 떠나보내나 하는 마음이 더 커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어요.
엄마가 돼서 아이가 먼저 사과하고 다가오는 거 화 안 풀린다고 피하고 유치하게 군 게 창피하기도 하고 내 태도에 풀 죽은 아이 모습 보니까 안쓰럽고 미안하고 아무리 그래도 엄마한테 그런 말까지 해야 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춘기 학생도 아닌데 복합적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이 스스로도 감당이 안 돼서 생각이 좀 더 정리가 되면 차분하게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려 했는데 댓글 읽어보니 시간을 더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녁에 아이 얼굴 보면 제가 사과할 부분은 정확히 하고 잘 타일러 보려고요.
… 죠? ㅋㅋㅋㅋㅋ
애가 엄마보다 더 엄마같이 달래주네
첫째딸 그렇게 아끼면 곧 입시인데 낳는다 하질말던가
나이 40먹은 사람이 열몇살짜리한테 삐져있다는게 제일 어질어질함.
남도 아니고 자기 딸한테..ㅋㅋㅋ
ㅑ헐엄마축하해요제가도와드릴게요
이거 바란듯 ㅋㅋ입시앞둔고딩한테 ㅋㅋ
근데 나 고1때 막내 태어났고 엄마 42살이었는데 아직 경제력 문제 없고 우리한테 애기 맡긴적도 없어서 별 그런거 없이 지나갔는데 징그럽다는 생각 할 수도 있구나 우리는 막내 태어나고 집이 더 화목해졌는데 애기가 주는 기쁨도 있었고..
에효 첫째 불쌍해 한창 신경써줘야 할때아닌가 ;;; 진짜 답답하다
막내가 초5? 다 키우고 본인들 생활 즐기고 있었을텐데, 다시 갓난아이 키운다? 그냥 딱 보이지 않나..? 다른 자식들이 업어 키우겟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