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처녀(昭陽江娘子)
天高銀波秋分明(천고은파추분명)-하늘은 높고 은빛물결 가을이 분명하고
上湖飛雁搖紫芒(상호비안요자망)-기러기는 호수 위를 날고 갈대는 흔들린다
遠昭平静閑葉舟(원소평정한엽주)-멀리 소양호 잔잔한데 배 한척 한가하고
遙昭陽亭逈隱看(요소양정형은간)-아득히 먼 곳에 소양정이 숨은 듯 보이는 구나.
夕陽傾斜客別惜(석양경사객별석)-석양이 기울어 나그네 떠나는 마음 애석해
昭陽娘子獨依支(소양낭자독의지)-홀로 소양강 처녀상에 기대어 본다!
농월(弄月)
석양에 소양강처녀 부여안고 떠날 줄 몰라
필자는 문안(問安) 오는 아들 며느리들에게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좋은 추억을 만들며 살라고 권한다.
그리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라도 “즐기며”살라고 한다.
세월이 흐른후 후회하지 말고---
시간나는대로 영화도 보고, 캠핑도 가고, 또 부모를 찾아오는 것도 그냥 의무적인 마음보다는 “부모를 문안 가는 추억”으로 간직하는 발걸음이 되기를 당부한다.
우리가 죽고난 다음에 “그때 신림동 부모님 집을 찾을 때가 좋았는데” 하는 추억이 간직되기를 바란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여섯 살, 두 살 손녀들에게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가끔 붓을 나누어주고 마음대로 먹칠을 하도록 하고
인라인도 같이 타고, 천원씩 용돈도 준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기타를 치고 손녀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컴퓨터 게임도 같이 한다.
그리고 매달 한두 번씩 돌아오는 생일, 결혼기념일에 케이크 하나 달랑 놓고도 온 가족이 모여 “해피 버드데이”를 손뼉 치며 합창한다.
모두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 살아가는 일상이 조선왕조실록처럼 모두 추억으로 남는다.
좋은 추억 나쁜 추억--
할 수 있으면 좋은 추억이 가슴속에 남아있어야 한다.
우리들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를 알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오이디푸스”는 죽을 때까지 기억 속에는 “나쁜 추억”만 기억되어 파멸의 일생을 마치게 된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 앞에서 부모가 싸운다던지 폭언 폭력은
영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심어주는 불행이 된다.
여행(旅行)과 풍류(風流)란 무엇인가?
글자대로 해석하자면
여행(旅行)은 나그네가 먼 길을 떠나는 것이며
풍류(風流)란 “바람 따라 흘러간다”라고 소박하게 말할 수 있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나그네 길에는 세상사로부터 잠깐 벗어나는 자유가 있다.
인간사의 괴롭고 힘든 일들을 잠깐 벗어나 자연과 교감 하며 그 멋에 겨워 나를 잊는 망아(忘我)의 경지가 가장 멋들어진 풍류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춘천 소양호에서 일상의 번뇌를 잊어본다.
소양호의 멋은 저녁노을이 물들 때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소양땜의 흐르는 방향이 서향(西向)이라 노을이 배수로에 비치는 절경이 있다.
소양호에는 땜을 완성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 여기저기 있다.
“소양강 처녀”도 19살의 시골아가씨와 어부인 아버지, 작사 반야월과 소양강 소나기가 모티브가된 추억의 소산(所産)이다.
한시대의 획(劃)을 그었던 대통령이나,
36년전 가수의 꿈을 바란 “소양강 처녀”도 모두 추억속의 인물이 되었다.
소양강을 내려다보는 대통령의 비문(碑文)도
나그네의 긴 그림자를 보내는 소양강 처녀상도 아무 말이 없다.
다만 나그네 가슴속에 소양강 가을만 새기며 추억을 만들며 떠날 뿐--
☺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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