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우주관광시대
 
“자기야~ 남미 갈 돈으로 우주여행 갈까?”
 
IT업체 상업 우주선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어, 블루오리진, 2020년까지 유인선 발사 계획
버진갤럭틱은 3억2000만 원에 우주 체험, 600만 원짜리 성층권 여행 상품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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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뻥’인 줄 알았다. 우주여행이란 게 워낙 꿈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2008년 이소연 씨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에 이름을 올린 지 8년째에 접어들도록 단 한 명의 우주인도 추가로 탄생시키지 못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국가적 지원도 없이 ‘일개’ 연예 프로그램에서 도전한다는 것은 쉽게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설마’ 하는 심정으로 기대했던 올 초 우주특집 속에 비쳤던 화성이 경기도 화성이었던 실망감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실이란다.
바로 MBC ‘무한도전’ 이야기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자처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꿈 아닌 현실에서 우주여행에 도전한다. 올 상반기 안에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우주에 올라가 둥근 지구의 모습을 보면서 “무한~도전”을 힘차게 외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제로 그래비티 코퍼레이션의 우주여행 상품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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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발사 비용 불과 2억3000만 원
최근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우주개발 소식을 살펴보면 불가능한 일은 전혀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주산업을 주도했던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감당하지 못하고 우주 개발 임무를 민간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글로벌 IT업체들은 ‘우주관광’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가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는 2012년 5월 우주 화물선인 ‘드래곤’을 쏘아 올려 민간업체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품을 배송하는 데 최초로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한 번 사용한 로켓인 ‘팰컨9’을 쏘아 올려 지상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재활용 로켓이 상용화되면 한 번 발사 비용이 기존의 10%인 2억3000만 원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발사 장면. |
호킹 박사 등 700여 명 우주관광 예약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CEO가 세운 블루오리진도 우주선 ‘뉴셰퍼드’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팰컨9처럼 재활용이 가능한 수직 이착륙 로켓인 뉴셰퍼드는 최근 두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재활용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블루오리진은 2020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본격적인 우주관광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괴짜 CEO’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버진갤럭틱도 빼놓을 수 없다.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새로운 상업 우주선 ‘스페이스십투 2호(SS2)’를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항공기지에서 공개했다. 이 우주선은 상공 100km까지 올라갔다 단 몇 분간 우주 체험을 한 뒤 다시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여행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25만 달러(약 3억2000만 원)짜리 여행상품에는 스티븐 호킹 박사를 비롯해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등 700명이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다.
열기구를 이용해 성층권 여행을 즐기는 우주여행사 월드뷰의 우주여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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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무중력 여행 상품 인기
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가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아직 테스트 단계라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무한도전은 어떤 우주여행을 하게 될까.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상 50㎞ 부근 성층권을 지나는 시점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 밖 우주로 완전히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상과 우주 사이에 있는 성층권을 여행한다는 이야기다.
러시아에서는 구소련의 전투기인 ‘미그-29(MIG-29)’를 활용한 성층권 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다. 미그-29를 타고 성층권과 9G에 달하는 중력, 무중력 상태 10초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가격은 2000만 원대로 무한도전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격이다.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항공 전문회사 제로 그래비티 코퍼레이션에서도 비슷한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별히 개조된 보잉 727 비행기를 타고 성층권 인근까지 상승해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많은 인원이 동시에 탈 수 있는 덕분에 가격은 1인당 600만 원 정도다.
열기구를 타고 성층권 여행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우주 여행사 월드뷰는 특수헬륨을 채운 열기구를 32.2㎞ 상공까지 띄우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4시간 동안 우주에서 지구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격은 9000만 원대다.
성층권 여행을 우주여행이라고 불러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하지만 성층권에 올라가면 지구의 둥근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넓어진다고 한다. 무중력 체험도 가능하다.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에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다. 검은 하늘·둥근 지구가 보이는 곳에서 외치는 “무한~도전”을 하루빨리 듣고 싶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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