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를 뒤집어쓴 채로, 잘못 들어선 길을 가고 있다. “있어야 했을 그 밤”을 “이 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이 자주 뒤집힌다. 정면이 보이질 않는다. 창문들도 모두 흐릿하다. 다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그 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이 밤”. 초과한 것들, 부유하는 것들, 대치하는 것들로 늘 흔들린다. 시인은 혼돈의 순간, 주문처럼 외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매일매일 짓고 부수는 병든 마음의 벽들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이 밤, 들린다. 누군가 비질하는 소리. 고요히 마음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 “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잠자는 존재들을 깨우는 비질 소리. 시인은 쉬이 놓지 못하는 “그 밤”에 사로잡힌 “이 밤”을 지우고 다시 쓴다. 생의 가장자리와 모서리에서도 빛나는 것들. 망가져도 끝내 다 망가지지 않는 것들을 생각한다. 봉인된 마음, 해제된 마음을 오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