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220조원으로 불었는데···집행률 10%도 안되는 사업 150개
김충령 기자
입력 2021.07.18 15:26
정부가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사업’을 2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뉴딜 2.0’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160조원에 달하는 기존 뉴딜 1.0 사업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세금 퍼준다는 약속만 하고 실제 사업 집행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추경호 의원실(국민의힘)이 각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존 뉴딜 사업 687개 중 21.8%인 150개는 6개월간 실제 집행률이 10%도 안됐다. 이 가운데 70개 사업(10.2%)은 예산은 배정받았지만,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① 뉴딜 1.0도 집행률 현저히 떨어지는데…
일자리 정책이라고 강조하던 ‘고용사회안전망 관련 뉴딜’ 사업은 60개에 달하지만, 지난 6개월간 집행률이 50%를 넘은 사업은 단 1개였다. 예를 들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인 등을 지원하겠다며 69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지급된 금액은 7500만원(0.1%)에 그쳤다. 사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예술인이 우선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영세한 예술 단체 소속 예술인들의 가입이 저조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 초 국민내일배움카드(직업훈련 지원 카드) 발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도 예산 집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내일카드의 ‘디지털 기초역량훈련’ 분야 예산 집행률은 0%였고, ‘디지털 인재 양성’은 13.3%에 불과했다.
‘디지털 뉴딜’ 분야에선 예산이 한 푼도 집행되지 않은 사업만 34개에 달했다. 도심 배송이 급증하며 스마트물류센터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국토부의 스마트물류센터 건립 지원 예산은 “관계기관과 협의중”이라는 이유로 아직 집행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가 추진중인 농산물 온라인거래시스템 구축, 축산물 온라인 경매 플랫폼 구축 사업은 “사업방향에 대해 아직 검토중”이라는 이유로 미집행이다. ‘그린뉴딜’의 핵심 부서인 환경부는 총 78개 사업 중 13개 사업에서 예산 집행률이 0%를 기록했다. “행정절차 지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② ‘좋아보이는 것’은 다 있다는 한국판 뉴딜
집행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사업 자체가 ‘재탕’이거나 뉴딜의 목적·법리와 맞지 않은 것도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한국판 뉴딜 예산 21조3000억원 중 신규 추진 예산은 3조119억원(4.1%)에 불과하다. 정부는 노후학교시설을 개선하는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을 국비로 진행하는 뉴딜 정책에 포함시켰지만, 학교 시설 개선은 원래 지방교부금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다.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전국 1000개의 디지털 교육센터를 설치하는 사업에 745억원이 편성됐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각 시군구마다 4.4개의 교육센터를 중복 설립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국회로부터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 사업은 뉴딜 2.0에 또 다시 이름을 올렸다.
5G 기반 스마트 업무환경 구현 사업(205억원)이나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160억원) 처럼 정부 투자가 아닌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한는 분야인데도 버젓이 예산을 올리거나, AI(인공지능) 기반 시설물 스마트 관리 사업처럼 여러 부처가 유사·중복 추진하다가 국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③ 돈이 얼마가 들건… 우선 발표부터?
뉴딜 1.0 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뉴딜 2.0 역시 구체적 집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딜 2.0의 핵심은 청년 지원이다. 정부는 뉴딜 1.0보다 증액되는 60조원 중 8조원을 청년대상 저축장려금, 청년펀드 소득공제 혜택 등에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부 반영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적용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물으니 “뉴딜2.0 발표는 전체적인 틀을 보여준 것이고, 구체적 적용 대상의 규모는 추후에 살필 예정”이라고 했다. 지원 대상이 몇 명인지 모르면서 예산액을 잡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한국판뉴딜실무지원단’이란 조직을 신설하고 25명의 공무원을 배정했다. 정부 부처 내에선 “정권이 바뀌든 안바뀌든 없어질 사업에 공무원 인력만 빼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경호 의원은 “정부가 빚더미 슈퍼예산을 편성하고도 반 년이 넘도록 한 푼도 쓰지 못한 사업들이 수두룩하다”며 “불필요한 뉴딜 사업을 대폭 삭감하고 코로나 피해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