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1) 아이가 무기력하고 게을러요.
예민한 기질의 성격심리학적 정의는
자극을 처리하는 감각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① 매우 사소한 자극까지도 캐치함 (초감각)
② 캐치한 자극에 대하여 매우 강렬한 영향을 받음 (초감정)
이러한 기질을 선천적으로 타고나기 때문에 (유전적 요인)
사실상, 예민한 아기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편해지기 쉬운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아기인 주제에, 주변 환경에 굉장히 디테일하고 민감하면서 또 그로부터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을 받게 되니,
빽빽 울거나, 보채거나, 짜증을 부리거나, 잠을 잘 못 자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아시겠지만, 사람이 수많은 자극들에 시달리다보면 금방 지치고 소진되기 마련입니다.
평범한 어른들도 이럴진대,
보통 아이들보다 자극 민감성이 훨씬 더 강한 예민한 아이들의 내면은 어떨까요?
엄마아빠 사이의 갈등, 형제자매간의 경쟁과 다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학교 생활, 친구들과의 관계 등
이 모든 것들이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과도한 자극적 부담이 됩니다.
이렇게 온갖 자극들의 범람에 시달리다 보면 내면의 배터리가 소진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따라서, 제3자가 보기에는,
예민한 아이들의 무기력해 보이는 생활 패턴의 원인을 단지 게으른 성격 탓이라며 오해하기가 쉽습니다.
사실은 번아웃인데 말이죠.
오해 2) 아이가 너무 소심하고 겁이 많아요.
예민한 기질은 일종의 감정 증폭기에 해당됩니다.
감정은 외부 자극에 대한 내면의 반응이기 때문에,
자극 민감성이 폭발적인 예민한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요동치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즉,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모든 감정들의 크기가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온갖 부정적 감정들을 곱하기 몇배로 맞을 수밖에 없는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그 대응 방식이랄 게, 통상적으로는 회피의 면모를 띠게 되기 쉽습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감정들의 실체를 파악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른들도 그럴진대, 하물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도통 모르겠는 내 마음이 너무나도 불편하고 불안하고 괴롭고 힘들어요.
당연히, 움츠려들 수밖에 없고, 도전을 꺼리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왜?
아이들의 내면이 온통 감정의 격류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감정적 압도(overwhelmed)라고 불러요.
예민한 어른들은 나 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대범한 요소를 키워나갈 수 있지만,
예민한 아이들은 감정의 격랑을 제대로 다룰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심해질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예민한 아이들이야말로 자신의 성격 정체성을 일찍부터 파악해
스스로를 알아가고 성숙해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해 1) 완벽주의
예민한 사람들이 완벽주의에 빠지기 쉬운 근본적인 원인은 통제에 대한 욕망 때문입니다.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는 상황들을 회피하기 위해
주변 상황을 정리정돈하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들을 최대한 통제하고자 하는 겁니다.
워낙 자극에 민감해서, 조그만 요소 하나하나조차 날 불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변 통제에 최대한 만전을 기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점점 더 완벽주의가 강해지는 것이죠.
통상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의 완벽주의에는 예방적 회피가 묻어있기 마련인데,
가령, 내가 뭔가를 완벽하게 해낼 수 없을 것 같으면 그게 너무 싫어서 애당초 트라이하지를 않습니다.
특히, 예민한 아이들이 경쟁이 가미된 게임을 굉장히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왜?
경쟁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아무리 완벽하게 잘해내도 나보다 더 뛰어난 아이가 있으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질 수 있는, 즉, 내가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도 싫은 겁니다.
따라서, 예민한 아이들이 진로 적성을 고민할 때,
가장 좋은 방향성은 남들과의 경쟁 없이 내가 잘하면 그만인 분야를 찾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쪽 계통이 보통 이에 해당됩니다.
이해 2) 유전
예민함은 뇌의 신경계 구조부터가 일반인들과 다를 정도로 강력한 기질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강력한 기질일수록 유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즉, 내가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면,
자연스럽게 내 아이 또한 HSC(Highly sensitive child)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이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HSC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자극 처리를 하면서 일상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내면은 상상외로 깊고 거대하며 복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누군가가 이끌고 잡아줘야 하는데, 이러한 멘토 역할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HSP인 부모 본인입니다.
따라서, 부모 자신부터가 일단 내 기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운용할 수 있어야 해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느껴왔던 내면의 복잡함과 괴로움, 암담한 심정
이걸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위해 정체성의 등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특히, 나는 아닌데, 내 배우자가 HSP인 경우라면,
예민한 기질에 대한 공부가 일타쌍피의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 및 자녀에 대한 공감과 이해
예민한 기질은 번아웃과 감정적 압도만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다면,
평소에도 얼마든지 예민함(sensitive)이 아닌 센스(sense)있음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인문학적인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겠죠?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늘도 생각할수 있는 글 감사합니다
저는 막내가 2학년일때
어느날 축구하고 와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걸 느끼고
대화를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같은 반 아이 하나가 너무 압도적으로 축구를 잘하나보더라구요.
대화를 하면서 느낀게 막내는 자기가 앞으로 아무리 연습을 해도 얘 만큼은 못하겠다 싶었던거죠.
저는 축구는 팀 운동이라서 베스트11안에만 들어가면 되는것이고
한명이 아무리 잘해봐야 팀운동이기때문에
너는 훌륭한 1/11이 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격려를 해주었지만 결국은 축구를 그만두었어요.
그랬던 막내가 이제 고1인데
성적은 올A를 받을정도로 잘하고 있습니다.
나름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주어진 틀(?)안에서는
스스로 계획을 짜고 잘하는것 같아서
저는 막내가 기존틀이 잘 짜여진 집단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본문글을 읽으면서 이해가 잘 안되어서요
크리에이티브나 아티스트쪽 계통이야말로
타고난 천재적인 사람들이 성공할수 있는거 아닐까 싶어서요
그러면 혼자서 열심히 해봐야
예전 축구때처럼 좌절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너무 잘 모르는 사람이 질문을 해서
혹시나 불편하셨다면 미리 사과를 드릴께요. 늘 감사해요.
답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예민한 아이의 진로에 크리에이티브 계통을 추천드린 주된 이유는 창의적인 일에는 "직접적인 경쟁"이나 "승부"의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일만 해도, 다른 유튜버들보다 내가 얼마나 뛰어난가의 부분보다는, 내가 얼마나 좋은 컨텐츠를 주기적으로 열심히 생산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타인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 나만 열심히 잘하면 되는 계통이라면 그 어떤 직업이라도 예민한 아이들에게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민한 사람들이 잘 짜여진 집단에 들어가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것도 괜찮은 의사결정일 수 있지만,
그 과정 중에 평균 강도 이상의 경쟁이 개입된다면, 주기적인 번아웃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예민한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관건은 결국 경쟁의 강도이니까요.
답변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타인과의 직접적 경쟁(내가 잘하는 것보다 남을 이기는 게 중요한) 없이, 묵묵히 내 기량을 갈고 닦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직업이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가장 적합하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크리에이티브 계통을 꼭 찝어 말씀드린 건, 사람들의 욕구와 니즈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기에, 꼭 천재들의 창작품만 소비되지는 않는다는 관점에서였습니다. 창작과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에, 천재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평범한 내가 열심히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꼭 누굴 이겨야 내 존재 가치가 증명되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로부터 충분히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직업이라면 무엇이든 좋을 거예요.
@무명자 친절한 답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우문임에도 현답을 해주셔서 또 감사드려요
사실 충동적으로 질문하고서
이게 무슨 만행(?)인가 싶어서 후회했었습니다
제 문제면 어떻게 손해 좀 보더라도 해결해보지.. 가 되는데
애들문제는 그게 쉽지 않아요
애들 문제는 조금이라도 고생을 안했으면 하는 소심함이 들어서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편안한 밤 되세요
나중에 조금이나마 갚을날이 오겠지요?
@둠키 농구 좋아하는 회원들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지내면 좋죠. 너무 괘념치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