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와 나주의 첫자를 따서 붙인 전라도라는 행정구역은 1018년 고려 현종 9년에 처음 명명됐다.
경주와 상주를 딴 경상도가 생긴 건 1314년이었으니 296년이나 앞섰다.
충청도 1356년, 강원도 1395년, 평안도 1413년, 황해도 1417년, 함경도 1509년 등으로 뒤를 이었다.
고려에서 조선까지 전국 8도 가운데 전라도가 가장 먼저다.
현종은 요즘으로 치면 행정조직을 정비한 것이다.
각 지방의 토호들로부터 왕권을 방어하고 거란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후백제의 수도였고 공공연하게 반란 기운이 남아 있던 전주의 호족세력을 견제하고,
왕건과의 혼인으로 고려 왕조에 우호적이었던 나주의 호족 세력은 끌어안은 양수겸장 카드였다.
현종은 이런 내부 단속에 힘입어 1019년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으로 거란의 침입을 물리쳤다.
전라도의 강줄기는 사방으로 제각각 흐른다.
금강은 북으로 솟구치고,
만경강과 동진강은 서해로 빠지고,
섬진강은 탐진강은 남해로 길을 잡는다.
한가운데 고원지대가 있어 센강은 영국해협으로, 루아르강은 비스케이만, 손강과 론강은 지중해로 빠지며,
각각 흩어지는 프랑스와 비슷하다.
이런 지형을 반영하듯 사람들의 기질은 극단을 피하고 중용적이며,
세 방향으로 흘러가는 하천처럼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프랑스와 전라도가 닮은 대목이다.
전라도 삼 가운데 가장 멀리 가거도가 있다.
대한민국 국토 전체로도 서남쪽 맨 끝섬이다.
사람이 살만한 서밍라는 뜻이 되레 역설적으로 들린다.
육지나 큰 섬 사람들이 얼마나 꺼렸으면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싶다.
실제 태풍만 울라오면 온 섬이 쑦대밭으로 변하는 재앙을 되풀이 한다.
1978년 시작한 높이 12m, 깊이 490m 방파제를 완성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공사 현장이 매번 태풍으로 날아가버려서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가 알아주든 말든 가거도는 서남쪽 맨 끝에서 묵묵히 대한민국 영토를 넓혀주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김화성 작가가 전라도의 땅과 강을 구석구석 다닌 뒤
역사와 버무려 내놓은 역작 '전라도 천년'에 이런 재미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작가는 1018년 시작된 전라도 이름과 역사를 흝으면서
앞으로 천년 동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곳곳의 행간을 통해 던진다.
다가올 천년의 희망을 풀어내고 있다.
'전라도 천년' 일독을 권한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