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정 마무리
베트남 여행의 3박 5일 마지막은 베트남 중부 나트랑 숙소에서 묵었다. 간밤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운 저녁을 먹었다.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친구가 전날부터 먹은 음식을 토해낸 불편한 속으로 저녁 식사에 동행 못해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식당까지 차량으로 10여 분 이동해야 해 단체 일정에 보조를 맞추고 식후 이어진 야시장 관광까지 마쳤다.
나트랑 해변 야경은 이번 여정에서 달랏에서 꽃의 정원과 함께 기억에 오래 남을 명소였다. 객실로 드니 친구는 올려보낸 영양죽을 한 숟가락 들지 않아 안쓰러웠다. 친구는 평소 지병이 있으나 그와 상관없이 낮에 커피와 침향 쇼핑센터에서 건네받은 판촉물 과립을 먹어 민감한 장이 탈 난 듯했다. 가이드가 베트남은 더운 곳이라 커피를 차게 마시길 권했는데 친구는 예외였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생일을 맞은 여학생 케이크를 준비해 객실 로비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으나 나는 룸메이트 간병(?)으로 방에 머물렀다. 친구가 잠을 쉬 들지 못하는 듯해 실내등을 꺼두고 2층 프런트 로비로 가서 노트북을 열어 하루를 정리한 글을 남겼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로비여서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워드 입력을 마무리 짓고 날짜 변경선을 넘겨 객실로 왔다.
친구는 안정이 되어 잠들어 마음이 편했다. 나는 고양이 발걸음으로 욕실로 들어 땀을 씻고 나오니 시원했으나 잠은 쉬 들지 못했다. 날이 밝아와 잠을 깬 친구는 점차 회복하는 듯해 식당으로 가 아침을 먹은 뒤 배식 코너 흰죽이 보여 객실 친구에게 올려다 보냈더니 빈속을 채워주어 마음이 놓였다. 친구는 배가 고팠는지 죽을 더 먹고 싶다고 해 식당에 내려가 떠 와 주었다.
친구는 식후 복용하는 약까지 먹고는 그만 모두 토하고 얼굴이 창백해져 일행은 긴장했다. 10여 년 전 암으로 아들 간을 이식받아 주기적인 통원 진료받으며 여태 잘 지내 온 친구다. 가이드는 나트랑의 의료수준이 좋다고 하면서 일행은 롱선사를 구경하는 사이 친구를 병원으로 후송해 진료받게 조치했다. 친구는 우리 여정에 동행하는 베트남 젊은이가 같이 가서 마음이 놓였다.
일행은 하얀 외피를 입힌 거대한 좌불이 안치된 롱선사를 둘러 나트랑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담시장으로 안내해 사탕수수즙을 맛보게 했다. 사탕수수를 믹서로 갈아 낸 즙은 우리 식혜 맛과 같이 달달했다. 짓궂은 한 친구는 사탕수수즙에 소주를 섞어 칵테일로 마시면서 신제품을 출원한다고 자랑했다. 우리는 덤으로 가게에 가득 쌓아둔 코코넛도 하나 잘라 열대 과일의 맛을 봤다.
재래시장 방문 후 토산품 가게를 찾아갔다. 라이따이한 52살 이 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베트남이 주산지인 후추와 계피와 민물장어나 쥐치포를 비롯한 여러 품목이 진열되어 고객을 맞았다. 전날 침향은 사지 않아도 토산품 쇼핑에는 몇 친구가 호응하고 이어 베트남 현지식 점심을 먹고 장장 3시간 반 걸린 달랏 고원으로 향했다, 차창 밖은 빗방울이 부딪히고 운무가 앞을 가렸다.
앞서 2박을 했던 달랏으로 돌아와 유명세를 타는 베트남 커피 맛의 진수를 음미했다. 베트남 커피를 홍보하는 신 씨의 열띤 소개를 받고, 나는 화장실로 가려고 자리를 일어서니 그는 내가 제1착으로 살 손님으로 착각했다. 화장실 용무를 보고 와도 한 명도 사질 않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내가 앞장서니 서넛 친구가 뒤를 이어 쇼핑백을 채워 다음 코스 마사지를 받으러 이동했다.
가이드에게 나는 마사지에 관심 없다고 했더니 이미 결제 예약되어 받으셔야 한다고 했으나 장내로 들지 않고 차내 캐리어에서 노트북을 꺼내 업소 바깥 쉼터에서 워드로 여정을 마무리 짓는 글을 남겼다. 업소를 경영하는 사장과 가이드로부터 달랏의 어제와 오늘을 일부나마 알았다. 이후 늦은 저녁을 먹고 달랏 외곽에서 김해공항으로 가는 베이젯 항공 소형 여객기를 탑승했다. 23.11.30
* 11월 30일 11시 30분, 달랏 시각 12월 1일 01시 35분 김해행 비행기를 기다리며